"인터넷게임 중독은 마약중독과 같다"

http://photo.media.daum.net/photogallery/digital/0806_it/cluster_list.html?newsid=20091209103205847&clusterid=105607&clusternewsid=20091209103910772&p=yonhap


오늘 이런 기사가 떴네요.

약하면 인터넷 게임 중독의 뇌 fMRI 사진이 코카인 중독 환자의 fMRI 사진과 유의미하게 같은 양상을 보였다는 내용입니다. 솔직히 아주 신선한 연구는 아닙니다. 왜냐면 유사한 연구보고가 이전부터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정합니다. fMRI가 아니라 PET 연구였네요.)

인터넷 중독이나 게임 중독이 사실 그렇게 연구가 많이 된 분야가 아니라서, 여전히 뭔가를 제안하기에는 불충분하고 연구가 더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그래도 중요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기사 자체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거나 납득하기 어렵게 써져 있습니다. '코카인 중독 환자의 PET 사진에서 안와 전두엽의 과잉 활성화를 보이는데 인터넷 게임 중독자의 뇌 역시 그러하다.'

그래서 뭘 어쩌란 거죠?


뇌를 fMRI로 열심히 연구하시는 분들은 사실 이렇게만 이야기해도 알아먹을 수 있습니다만, 일반인들은 무슨 소린지 알 수 없잖아요.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해 뉴스를 제공하는 거 아니었나요? 기자들은 이렇게 쓰면 안되잖아요. 그것도 연합뉴스가. 이런 식으로 기사를 쓰니까 과학이 점점 대중들과 동떨어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설마 '게임과 코카인은 똑같다능' 이런 이야길 하고 싶은 겁니까?

최소한 기사를 바르게 쓰려고 했다면, 여기서 중요하게 언급되는 안와 전두 영역이 뇌에서 무슨 기능을 하는지는 알려줘야죠. 그래서 간략하게나마 보충해보려고 합니다.


안와 전두 피질 영역 - 보상과 처벌!

안와 전두 영역(Orbito-Frontal Cortex: OFC)은 대뇌 피질의 전두엽에 해당되는 피질 영역으로서, 안구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해서 안와 전두영역이라고 불립니다. 안와 전두 영역에 관한 여러 연구 결과들은 크게 세 가지를 시사하고 있습니다.

1. 가까운 미래 행동에 대한 결과 예상
2. 보상과 처벌의 관계성 파악
3. 보상과 처벌 영역이 구별되어 있음

이를 통해 안와 전두 영역에 대해 아주 간단하게 요약하면, "보상과 처벌"을 담당하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활성화의 크기는 보상이나 처벌의 크기를 반영함이 밝혀졌죠.

특히 이 영역이 사회적 행동에 관여하는 방식에 관해서 알려져 있는 바는 다음과 같습니다.
한 개인이 어떤 이득을 얻기 위해서는 그것을 얻기 위한 방법을 파악해야 합니다. 그 방법은 단순하기 보다는 복잡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게임에 빠져 있는 사람이 게임이라는 보상을 얻기 위해서는, 게임을 못하게 말리려는 엄마의 눈을 피해야 할지언데, 어떻게 엄마의 눈을 피해서 게임을 즐길 것인지 그 방도를 여러 측면에서 고안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항상 손실이 없을 수는 없기 때문에, 손실은 최소화하고, 이득을 최대화화기 위한 '도박'을 하게 됩니다. 이 때의 이득과 손실이 보상과 처벌이 되며, 게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양상에서 우리는 보상과 처벌의 관계를 파악하며 행동을 수립하게 됩니다. 이러한 보상과 처벌의 관계성을 파악하는 것이 '학습'입니다.

그러나 만약 이득보다 손실이 크다면 판단이 들면, 우리는 대부분의 경우 그 행동을 하지 않거나 지연하려고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엄마로부터 게임을 하면 컴퓨터를 다 부숴 버리겠다는 협박을 듣는다면, 당장은 게임을 하지 않는 것이 좋은 판단일 것입니다. 왜냐면 이 상황에서 원래의 보상 행동(컴퓨터 게임)이 더 좀 더 시간이 지난 후(게임을 하다 엄마에게 들킨 시점)에서는 큰 처벌의 의미를 동시에 보유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보상이었던 것이 이후 처벌이 되는 것을 학습하는 것, 이것이 역학습입니다.

여태까지 설명을 통해서 보상과 처벌과 관련하여 우리 행동이 어떻게 수립되는 지를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안와 전두 영역은 여기에 관여합니다. 앞서 요약된 설명과 비교해보면 어떻게 부합하는지 알 수 있겠죠.


그런데 이 부분이 제 기능을 못하는 이들은 어떻게 될까요?

어떤 연구들에서 위의 '학습'과 '역학습' 과정을 유도하는 실험을 수행하였습니다. 그 결과 안와 전두 영역이 손상된 사람들은 손상되지 않은 일반인들과 비교해서, '학습'은 되지만 '역학습'이 되지 않음을 발견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우선하는 '보상'과 '처벌'의 관계성을 파악하기는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보상행동'이 더 큰 '처벌'을 유도함을 학습하지 못하고, 앞서 학습된 방식대로만 수행했다는 것입니다. 즉, 손실이 더 커질 것이 뻔한대도 즉각적인 보상에만 눈이 멀어서 충동적으로 행동하게 된다는 것이죠.

앞서 언급했듯이 안와 전두 영역은 보상 영역과 처벌 영역이 구분되어 있는데, 만약 각 영역에서 보상과 처벌의 크기를 적절하게 활성화시키지 못한다면, 즉각적 보상의 크기를 과대평가하거나 지연된 처벌의 크기를 과소평가하게 될 것이고, 의사결정에서 장기적으로 해가 되는 결정을 하게 될 것입니다. 안와 전두 피질 영역은 정서 처리에서 부적절한 양상이 발견된다고 하는데, 아마도 이와 관련된 것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장기적으로는 더 큰 해가되는 결과에 따른 행동을 수립하지 못하는 경우, 물질남용이나 충동조절장애 등에 노출되기 쉽게 되는 거죠. 보통 우리가 '충동적이다'라고 하는 사람들의 경우, 그것이 후에 더 큰 화가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즉각적인 보상을 추구하는 행동을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의사 결정은 반드시 게임중독이나 물질남용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적 관계 전부가 보상과 처벌이 즉각적이거나 지연된 방식으로 존재합니다. 만약 사회적으로 정서를 조절하는 부분에서 이상을 보이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사람 역시 안와 전두 영역과 관계된 결함이 존재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여전히 '그래서 어쩌라고'

근데 이런 fMRI 연구 결과를 공부할 때 생기는 의문이나, 일반인들 관점에서 이런 이야기를 뉴스로 봤을 때 갖는 난해함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또는 임상적으로는 뇌를 이렇게 쉽게 막 찍어서 확인을 해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설령 찍는다고 하더라도) 어떤 행동 문제가 있다고 해서 '뇌의 결함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을 해버린다면, 진단 이전에 심한 낙인을 찍는 느낌이 듭니다. 우리는 뇌를 상당히 기질적인 부분으로 귀속시키니까요.
(마치 '지능'처럼요)

SBS 보도를 보니
"인터넷을 많이 해서 뇌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 뇌의 결함 때문에 인터넷이나 마약 등에 쉽게 중독된다"

라고 언급했던데, 솔직히 이렇게 쉽게 단정지을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만약 그 게임 중독자가 고작 1-2년 정도 게임에 빠져서 중독이 되었다면 그럴 가능성이 높겠지만, 어린 시절부터 10년 이상 게임을 즐겨온 사람이라면 뇌 자체가 거기에 맞게 조직화되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렇게 보도하면 경각심을 가질 수 있고,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사람이 늘 수도 있긴 하지만, 오히려 게임 중독 청소년 본인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내가 게임중독인 것은 뇌가 그렇게 생긴 거구나. 그러면 게임중독 빠져나오려고 노력을 해봤자겠네..." 제 생각이 과연 설마와 오바일까요?

최소한 한 가지 다행인 점은, 뇌의 기능 결함들도 약물 뿐 아니라 심리치료를 통해 나아질 수 있다는 점 역시, fMRI 연구로 밝혀져 있다는 것입니다. 공포증 환자들이 이러한 대표적 예인데, 다음에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게임 중독 치료와 뇌 기능 영상은 아직 연구가 안된 걸로 알고 물질 남용은 제가 사실 잘 모릅니다.)


선정적인 보도에 대한 찐한 아쉬움

이번 연구에서, 뉴스의 보도는 "게임 중독 환자는 약물 중독 환자와 다름없다",  좀 더 내포한 의미를 캐보자면 다시 말해 '게임은 마약이나 다름없다', 이런 식으로 호도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대부분의 뉴스와 신문들이 즐겨하는, '감정적이고 선정적인' 소신보도의 전형이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대중들로부터 과학을 멀리하게 만들죠... (SBS 저녁 뉴스 보도는 좀 더 필요한 정보를 취재해서 보도한 느낌이었습니다만, 인터넷 뉴스는 정말...)

잘 기억나진 않지만 이전에 제가 봤던 뇌 영상 연구는 게임을 해서 얻는 이득들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닌텐도 DS가 워낙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과연 게임을 통해 치매를 예방할 수 있을까 했던 것들인데, 물론 확실한 결과가 나왔다면 이미 닌텐도에서 광고로 써먹었겠지만, 그런 정도의 결과까진 나오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게임이란 게(그외에 많은 여가나 취미, 기호들이) 반드시 장단점이 공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을 균형적으로 잡아주는 보도 자세가 좀 아쉽습니다.

제가 기사를 통해 추측해본 연구의 의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약물 남용에 비해 인터넷 중독이나 게임 중독은 아직 치료 방법이 정립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지만,  게임 중독 역시 약물 중독과 비슷한 치료 전략이 가능할 것이다.'


ps. 사실은 정말 하고 싶은 말

아마 오늘의 보도는 '게임을 즐겨하는 자녀를 둔 부모들'이 신경정신과에 애들을 데리고 발길을 돌리도록 하는 데 공헌을 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자녀들에게 게임을 멀리하라고 하기에 앞서서, 진학, 성적, 학교 생활, 학교 폭력, 따돌림 등 갖은 고위험군 스트레서에 노출되어 시달리는 청소년들에게 어떤 여가와 어떤 대안을 준비하고 있는지부터 이 사회에 묻고 싶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전부 뇌가 그렇게 생겨서 게임에 빠져있다고 저는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부모와 형제자매, 친구들로부터 관심과 애정을 많이 받는 청소년이 게임 중독에 빠지는 경우를 저는 본 적이 없거든요.

일상에 지장을 줄 정도로 게임 중독에 빠진 학생들은 대부분 부모나 친척으로부터 방치되고, 높은 학업적 기준에 좌절하고, 수줍음으로 교우관계를 회피하던 이였으며, 게임 중독이라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한 학생들이 게임으로 불안과 스트레스를 풀지 못했다면, 그들을 유혹하는 나쁜 길들이 더 많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Posted by feveri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