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리학 서적의 성공 신화, 설득의 심리학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은 심리학 서적이 대중서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책입니다. 재밌으면서도, 정말 유익한 내용을 담고 있죠. 6가지 큰 명제를 통해서, 우리가 물건을 '구입하는 이유'와 물건을 '구입하게 만드는 이유'를 효과적으로 설명해줬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지도 벌써 한참이 지났으니 <설득의 심리학>에 관한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불필요 할 것 같습니다. 읽어볼만한 좋은 책이라는 점은 확실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설득의 심리학>을 읽을 때부터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이 책 이후에 여러 팝사이콜로지 서적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죠.


◆ 설득의 심리학이 가르쳐 준 것

물론 <설득의 심리학>이 전해준 지식은 거대합니다. 간단하게 말해 <설득의 심리학>은 우리가 왜 개떡같은 마케터들의 사류전략에도 불구하고 돈을 쏟아붓는지, 마케터들이 어떻게 소비자들의 기분을 우쭐대게 해서 돈을 가로채는지를 잘 설명해줬다고 생각합니다.

책에서 말하는 저자의 핵심 의도 역시, 독자들이 원리를 모르고 있거나 심지어 자신이 당하고 있다는 사실 마저 모르고 있던 마케터들의 교묘한 설득법을 알리고, 독자들이 상술에 흔들리지 않는 소신을 가진 소비자가 되도록 하는 것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챕터의 뒷부분에는 설득 전략에 저항하는 방법을 제시해서 우리가 쉽게 당하고 있지 않게 설명해 둔 부분이 특히 좋았죠.

그렇지만, 실제로 이 책이 히트를 친 이유, 즉 독자들이 책에서 얻고자 하는 진짜 정보가 과연 위에서 설명한 그런 것이었을까요? 저는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은밀히 또는 노골적으로 원했던 것, 그것은 바로 위에서 묘사된 개떡같은 마케터들의 전략 원리 자체였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 자신들도 좀 더 개떡같은 유능한 마케터가 되어, 다른 사람에게 똑같은 방법을 써먹고 더 사람들을 이용해보고자 하는 심보였을 거라는 거죠. 

제가 읽으면서도 저를 마케터의 관점으로 두고 일반적인 관계에서 충분히 써먹을 수 있는 광경이 풍부하게 그려졌기에 아마 그것이 제가 책을 읽으면서 불편했던 이유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타인에게 수작을 부리는 입장에서는 별로 나쁠 게 없지만, 당하는 입장의 기분도 상상이 되니까요. 그건 정말 불쾌합니다.

물론 앞서 말한 독자들의 그러한 동기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책에서 배운 전략을 써서 정말로 실생활에서 타인을 조종, 통제하거나 착취하고자 한다면, 저는 아주 완곡하게 표현해서 개떡같은 심보라고 말하겠습니다.
('개떡'이라는 표현은 <소프트웨어, 누가 이렇게 개떡 같이 만든거야>라는 책을 보고 그 느낌을 빌려왔습니다. 꽤 적절한 표현인듯.)

정말 유익하고 유쾌한 책입니다!

여기서는 마케터들이 더 나은 마케터가 되기 위한 노력을 나무라는 것이 아닙니다. 치알디니가 이야기한 '불로소득자'에 해당하는 마케터들, 좋은 마케터든 구린 마케터들 모두 기본적으로 개떡같다고 생각하니까요. (진담입니다.) 그래도 그들 각자의 직업적 유능성은 필요하겠죠.


◆ 설득의 심리학이 불편한 이유

제가 제기하는 것은 일반인들이 자신의 가족, 친구, 지인 등을 대상으로 이러한 술수를 써대는 것에 있어서의 문제입니다. 설득의 심리학에서 밝힌 대로, 6가지 명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적용가능한 것으로, 다시 말하자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인간의 기본적 특성을 이용한 전략이라는 뜻입니다. 하기에 따라서는 우리 주변의 사람을 부리는 전략이 될 수도 있겠죠. 

이전에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타인의 도움을 받는 방법은 '요청'이나 '부탁'이었으며, 그것은 요청받는 사람이나 요청하는 사람이나 마음이 따라야지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선택은 자신이 하는 거였고, 최소한 그것을 의심하진 않았죠. 즉 능동적으로 '하는 것'이었지 수동적으로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었죠.

그렇지만 이제는 어설프게 인간 관계에서 이런 설득 전략을 부리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가까이에서 보자면, 마치 foot-in-the-door기술을 쓰는 것 처럼, 부탁할 때 용건은 숨겨둔 채 아무렇지 않은 채 일단  "시간이 있느냐" "여유가 있냐" 부터 물어보는 경우가 많죠. 혹은 사소한 부탁을 들어주게끔 유도하고, 점점 요구가 커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누구는 또 당연히 거절할 수 밖에 없는 부탁을 통해 일부러 죄책감을 유발하여 부탁하죠. 효과는 물론 있습니다. 알면서도 당하게 되죠. 저는 이건 '설득'이 아니라 '조종'이라고 봅니다.

◆ 설득이 아닌 조종 전략을 통해 불로이득을 노리는 이들

특별한 수고 없이 설득 전략만으로 더 큰 이득을 얻는 '불로소득자'들처럼, 특별한 수고 없이 사람을 이용하여 관계에서 자신의 이득을 취하는 사람 역시 이와 비슷한 '불로이득자'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적절한 지칭을 생각해봤는데, 잘 생각나지 않네요.)

기본적으로 설득 전략을 부리는 게 편한 일일 수는 있습니다. 분명한 이익이 있으니 그렇게 행동하게 되겠지요. 그렇지만 관계에서 의도적으로 설득 전략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저는 경고 하고 싶습니다. 설득 전략을 부리는 사람은 절대 남들에게 '사랑' 받을 수 없다고요. 

개인적으로, 인간과 인간 사이 관계를 '전략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전략이 개입해야'한다는 관점에 대해서는 부정적입니다. 그건 계획적인 조종이죠. '조종'당하는 그런 기분을 느끼는 것 자체가 한 마디로 개떡같아요. 그 어떤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부탁'받는 느낌보다 '조종'받는 느낌을 싫어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겉으로 아무리 '부탁'하는 것처럼 꾸미더라도, 반복되는 관계 속에서는 그 양상이 발견되기 마련입니다. 자꾸 만나다보면, 왠지 '조종'받는 느낌을 받게 되는 사람이 있죠. 노골적이지 않고 표현되지 않지만 은밀하게 사람을 조종하는 사람이 과연 어딨겠냐구요? 


◆ 타인 조종, 성격장애로써의 특성

이것은 '연극성 성격장애'와 '경계선 성격장애'에서 발견될 수 있는 중요한 성격 특질로써, 그런 경향성이 상당히 큰 경우 성격장애 진단이 의심될 수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겪는 스트레스의 상당부분도 그런 특질 때문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타인을 노골적으로 착취하는 수준이라면, 그건 이미 로버트 D. 헤어의 기준에 따른 '사이코패스'구요.

아마 주변에 '왜인지 이유는 모르지만 만날수록 마음이 찜찜하고 불편한 친구나 지인' 또는 '왜인지 모르게 억울함이 늘어가고, 만날수록 뭔가 피해의식을 유발케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이의 관계를 한 번 주의 깊게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사실은 그런 불편함과 피해의식을 느끼는 본인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문제는 그 대상에게 있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자신은 통찰이 있고 노력하는데 여전히 상황이나 관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상황의 본질이 위에서 설명된 종류의 성격장애자들을 상대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 사람들이 <설득의 심리학>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있었으니까요. 또한 <설득의 심리학>에서 적은 내용도 독자들이 이것을 아무데서나 남용하라고 적은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책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든, 사용하는 사람의 문제입니다.

사실 제목은 "<설득의 심리학>이 불편한 이유"지만,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설득의 심리학>을 멋대로 남용하는 사람들이 불편한 이유"가 되겠네요. 책에 경고문이 있으면 좋을텐데요. 'Don't try this in your society.'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타인을 자기 의도대로 '조종'하려는 사람은 장기적으로 절대 '사랑'받지 못합니다. 또한 그러한 '설득 전략'이 들통났을 경우, 더 큰 댓가를 분명히 치루게 된다는 점을 아셔야 될 겁니다.


ps. 만약 설득의 심리학의 후속 연구가 나온다면, 설득의 심리학에서 제시한 마케터들의 술수를 아는 상태에서 그것을 당하는 소비자들의 심리에 대한 효과 연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개떡같은 기분이 마케팅에 다시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말이죠. 저는 제 기분을 망치는 회사들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해두는 편이거든요.

ps.2 진짜 설득의 심리학2도 나왔죠. <설득의 심리학>에서 경고한 내용을 적용하여 비판적 관점으로 후속편의 노골적인 부실함을 뜯어보면, <설득의 심리학> 1편을 읽은 독자가 2편을 산다는 것은 여전히 소비자로써 의식의 발전이 없었음을 뜻하겠네요. 한 마디로 팔아먹으려고 급조한 티가 풀풀나니 2편은 안보셔도 된다는 뜻입니다.

설득의 심리학에서 설명하는, '마케팅 수작의 개떡같은 한 가지 사례'로 이런게 있다라는 것만 알고 계시면 될 것 같습니다.

Posted by feveri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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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28 11:41 신고

    저는 예전에 두번정도 사기 당한다음부턴 조금이라도 의심가는 부분이 있으면
    상대가 조금 기분나쁠지라도 궁금한건 반드시 물어본다는 설득의 기술을 사용해서
    사람을 이용하는것이 개떡같다는 표현에 공감 합니당 사람한테 속았다는 기분은 참...뭐 합니다

    • 2009.03.01 01:25 신고

      누구도 속임 당하는 걸 좋아하지 않으며, 동시에 조종당하는 것도 싫어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속임수 당하면 분노를 두 번 느끼기 때문입니다.

      속임수를 쓴 개떡같은 인간에 대한 분노, 속아버린 어리석은 자신에 대한 분노...

      정말 사기꾼들이 제일 밉습니다. 의심하면서 피곤하게 살 수 밖에 없게 만드는...

  2. 2009.03.03 09:09

    좋은글 읽고갑니다.
    설득의 심리학 지나치기만 했는데
    이번기회에 읽어보고싶은 마음이생겼네요
    즐거운하루되세요

    • 2009.04.05 00:06 신고

      제 불찰로 답글이 늦었습니다.
      제가 이래저래 시비조로 글을 쓰긴 했지만;;
      <설득의 심리학>은 꼭 읽어볼 책임이 확실합니다 ^^
      즐거운 하루 되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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