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너 심리상자 열기를 재밌게 본 탓에 검색을 하다보니 뭔가 오가는 이야기가 있길래 흥미가 생겨서 번역해보았습니다. 원문은 여기에 있습니다. 책이 나온지도 몇 년이 지났고, 언급도 07년 이야기니 좀 오래된 이야기로 생각하셔도 될 듯합니다.

 

대충 요약해서 소개하자면 이렇습니다.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된 '스키너 심리상자 열기'의 내용 중에 보면, 데이빗 로젠한(D. Rosenhan)의 연구 “On Being Sane in Insane Places.”를 재조명한 챕터가 있습니다. 당시 로젠한의 연구는 미국 정신의학회의 심기를 건드렸습니다. 그 논문은 대중들 사이에서 정신의학자들과 임상심리학자들의 명예를 바닥으로 떨어뜨렸기 때문입니다. 그 덕분에 현재 DSM-IV 체계의 모태가 된 DSM-III (1980년 출판된 미국 정신의학회 정신질환 진단 매뉴얼) 개정의 계기가 되긴 하였지만요.


책을 안보셨거나 로젠한 실험이 어떤건지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잠깐 지식채널-e에서 만들었던 영상을 소개합니다.




그런데 다시금 '스키너 심리상자 열기'로 로젠한의 연구가 재조명되자, DSM-III 저작을 주도한 로버트 스피쳐(R. Spitzer)를 비롯해서 몇몇 정신의학자들이 책의 내용에 이의를 제기했고, 그러면서 서로의 반박이 오가게 되는 발언을 내놓게 된 것이죠. 여기서 스피쳐는 '로젠한 실험'이 보고되었을 때부터 그것에 대한 강한 비판을 유지해 온 정신의학자입니다.

 

슬레이터의 책에 관해서 "진단 기준이 대대적으로 바뀐 현재는 절대 로젠한 실험이 통할 수 없다!"라는 정신의학자들의 단호한 주장에 오기가 난 슬레이터는, 직접 로젠한의 연구를 재현해서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간이 콩알만 해진 스피쳐 등이 이를 검증했고, 조사결과 슬레이터의 주장이 합당하지 않은 것으로 나오자, 슬레이터의 주장에 의심을 제기하며 근거가 되는 자료를 요구했다는 것이 주내용입니다.

 

또한 이와 함께 로젠한 외에도 다른 챕터의 로프터스 교수가 자신에 대한 기술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 스피쳐의 인터뷰 등을 왜곡한 점을 들며, 전체적으로 슬레이터가 무언가 기만적 행위를 했다는주장을 다루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 의견입니다만, 로젠한의 실험 자체가 정신의학자들... 다시 말해 정신과 의사들과 임상 심리학자들의 직업적 신뢰성과 현장에서의 위신에 심각한 훼손을 끼쳤었기 때문에 그쪽 업계가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미국에서는 현재에도 로젠한의 실험을 재언급한 것에 경기를 일으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지만 앞서말했다시피 로젠한의 그 실험이 아니었다면, 현재처럼 공고한 DSM 체계가 만들어 질 수 있었을까 의심이 드는데, 제 생각엔 로젠한에 대해서 악감정을 일으킬게 아니라 나름 공헌을 인정해줄 필요도 있지 않을까 하네요.


미국에서는 상담이 일상이 되어있고 약물진단도 감기약 먹듯 일상적이지만, 진단 없이는 인지치료와 프로작의 신화도 없었을 테니까요. 사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진단남용'에 거부감을 갖는 인식이 분명히 존재하고, '진단'자체를 배제하는 상담가들도 많죠. 그러한 배경에서 슬레이터의 주장을 이해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반면 [스키너의 심리 상자 열기] 책도 취지 좋고 선정한 내용도 적절하고 재미는 있지만... 워낙 수필처럼 써져서 관점에 따라서는 책 내용에 충분히 의심도 가고... 허구인지 사실인지 헷갈리는 부분도 존재하기에 주장에 대한 근거가 취약하다는 단점이 존재합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심리학 개론이나 책에서 심리학자나 실험 및 이론들을 피상적으로 접하는 것들과는 분명히 다른 느낌을 갖게 하는 책으로써 중요한 가치를 갖습니다. 그토록 유명하고 중요한 연구들의 배경과 내러티브를 모르고 있다면 그것이 더 안타까운 일이죠. 단, 위에서 제기한 논쟁점들이 존재한다는 것도 알아두는 것이 더 좋겠지요. ^ㅅ^


책 자체를 추천하는데 있어서 개인적으론 아무런 꺼리낌이 없네요. 2009년 시점에서도 여전히 좋은 심리학 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스키너와 라타네 부분이 가장 감명깊었습니다. 정말 재밌는 책입니다.


ps. '스키너의 심리상자 닫기'라는 책이 있습니다. 격하게 말해서 한 마디로 상종할 가치가 없는 책입니다.


Posted by feveri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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