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문쿨루스.12
카테고리 만화 > SF/판타지
지은이 YAMAMOTO HIDEO (대원씨아이(주), 2010년)
상세보기
호문쿨루스에 대해서는 그 전에도 포스팅이 있습니다만
최근 신간을 보고 나서 다시 한번 확신이 강해져서 분명히 쓰고 싶었습니다.
말하고 싶었던 것은 단 한 가지.

 "호문쿨루스는 은유적으로 임상심리학을 전달하고 있는 만화"

임상심리? 뭘까요? 거기 전공자들 손 내리구요.
일반인들이 알기에는 너무 낯설고 어려운 '임상심리학'. 현실에서 상당히 동떨어진 느낌이죠...
심리치료사 상담심리사 이러면 무슨 일을 하는지 왠지 얼핏 느낌이 오니까 아~ 하겠는데...

지극히 제 주관적 견해라는 사견을 전제로 하고, 만화를 읽었던 분들에게 논설문을 좀 펼쳐보자면...
제가 볼 때ㅡ 호문쿨루스 주인공 니코시가 겪는 스토리가, '임상심리학자'가 하는 일의 본질이자 인생의 핵심 테마와 거의 일맥상통합니다.

'호문쿨루스'는 겉보기에는 매우 비과학적인 오컬트를 다룬 만화처럼 보이고, 또는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SF처럼 보이는 만화지만, 보면 볼 수록 이 만화가 그려내는 이야기가 공상 속의 판타지를 주제로 한 게 아니라 '인간에 대한 고찰'을 다룬 것임을 알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뭐 모든 만화가, 모든 문화가 인간을 다루고 있지만요. 다른 것들과 구분되는 점이라면, 만화 속의 이야기가 전반적인 인간성을 다룬 게 아니라 특정 유형의 '병리적 인격'을 다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호문쿨루스'라는 소재를 사용해서 '상징적'으로 묘사하면서 말이죠. '임상심리학'이 심리적,정신적,정서적 질병을 다루고 있는 것임을 안다면, 왜 제가 이런 주장을 하는지도 금방 이해 되시겠죠.

(전에도 언급했다시피. 다른 심리학적 만화인 '사이코닥터'나 '어둠의 임상심리사'보다 이쪽이 훨씬 임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만약 '임상심리학'을 다룬 만화를 추천한다면 다른 무엇보다 이 호문쿨루스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사이코닥터'나 '어둠의 임상심리사'는 기본적으로 추리만화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나치게 정신분석적 상징화를 이용해서 이야기를 풀어내고, 너무 빠르게 전개되는 특징을 보입니다. 너무 비현실적입니다. 정신분석이라서 무작정 싫다는 게 아니고, 정신분석 자체가 오랜시간 공 들여서 무의식의 의식화를 이루는 과정인데, 만화에서는 너무 쉽게 통찰이 이뤄지고 큰 저항없이 의식화가 되어버리며 순식간에 사람이 행복하게 바뀌어 버립니다. 그런 정신분석 기법이 있었다면 심리치료 시장은 정신분석이 제패했을 겁니다. 이야기에서 정신분석을 추가함으로 개연성을 이끌어내고 있으나, 실제로는 만화 속의 정신분석적 과정 자체가 현실의 정신분석치료와 동떨어져 있다는 게 제 요지입니다. '사이코닥터'를 통해 정신분석 사례를 경험하는 것은 '역전재판'을 통해서 법률 사례를 배우겠다는 것과 다를바 없습니다.)

<추가로, 가끔 무섭기도 해요. 제가 볼 때, 사이코 닥터에서 해피엔딩으로 에피소드를 끝내는 주인공의 시선이, 혼이 빠져 버린 모양새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아무튼 심리학, 특히 임상 or 상담 쪽 학문을 어느 정도 배웠고, 이야기에 대한 분석 능력을 어느 정도 보유한 심리학자라면, 이 만화가 임상심리학적 관점을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알아챌 거라 생각하는데요. 서두가 너무 길어지고 있으니 일단 제 주장 속으로 들어가보죠.

1. 작가의 전작들
- 다른 작품들이 더 있는지 모르겠으나 제가 확인한 것은 '고로시야 이치'와 '엿보기 가게'입니다.
'신 엿보기 가게(nozokiya)는 다소 알려져 있지 않은 만화로 정발이 되지 않아 저도 인터넷을 통해서 정보를 접했습니다. 사실 나온지 너무 오래된 만화이고 그림체로는 같은 작가인지 조차 알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그러나 는 이 작가의 만화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시놉시스와 소재입니다. 제가 일본어를 잘 몰라서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긴 어려웠지만 관음증을 소재로 하여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은 확실했습니다. 관음증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보통 '딸기 100%'  같은 일본 만화처럼 경우 극단적인 속옷 노출이 주요 세일즈 포인트로 하며 독자들의 관음 욕구를 충족시키는 만화가 아닐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작가의 만화에는 노출은 있으나 독자들의 관음욕구를 충족시킬 만한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의 관음증이라는 주제도 팔아먹기 위해 선정된 주제가 아닙니다. 

'고로시야 이치'는 고어무비로 유명한 '이치 더 킬러'의 원작으로 알려져 있는 만화입니다. (스포일러 있음) 
영화만 보면 사이코패스 살인범 '이치'를 중심으로 한 피칠갑 잔혹 살인극으로만 생각될 수 있는데, 이는 이치의 개인적 일화가 대폭 축소되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만화를 보면 생각이 많이 달라지게 됩니다. 물론 만화도 성인용으로 매우 잔인한 묘사들이 있으며 여태 정발로 나오지도 못한 이유가 있긴 있습니다.
그러나 원작 '고로시야 이치'는 주로 주인공 '이치'가 어떤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지, 트라우마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어떤 외상적 이유로 살인을 저지르는지, 어떤 방식으로 조종당하는지가 중요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영화와 비교해 만화 속의 이치는 단순한 울보가 아니고, 외상과 뒤섞여 삐뚤어져 있는 주관적 현실이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고로시야 이치에서 강조되는 주제는 폭력과 섹스, 사디즘과 매저키즘 입니다. 만화로만 보면 DSM-IV의 변태 성욕에 해당되는 행위들이겠습니다. 영화에서 시각적으로 선명하게 강조된 부분은 사디즘과 매저키즘이겠죠. 영화는 시각적으로 그 부분을 강조했으며 원작에서도 살인과 섹스는 극한의 가학성으로 그려지지만, 영화보다 원작은 폭력성이나 선정성을 세일즈 포인트로 삼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선혈이 낭자한 장면을 보여주기만 하는 영화와 달리 만화에서는 그 가학성과 피학성의 상징적 이유들이 나열되고 있습니다('설명'이 아니라 나열이요.).  '이치'라는, '트라우마에 빠져 있다고 스스로 믿고 있는 살인기계'가 어떤 결과를 맺느냐를 연출한 드라마인거죠.
이 정도로만 봤을 때도, 작가의 임상심리학적 관심과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라는 것에 대해서는 의심할 바가 없습니다.

2. 인상
사실 제가 '호문쿨루스'란 만화를 임상심리학적 주제를 다루는 것으로 보게 된 것은 제 경험이 가장 큽니다.

얼마 전에 한 환자의 인물화 검사를 해석하면서, 갑자기 떠오른 게 호문쿨루스였습니다. 그것을 그린 환자는 매우 유약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사람이었으며, 불안하고 초조해 하며 억압되어 있는 인상을 보이는 사람이었습니다. 성격장애로 분류하자면 C군으로 보이는 사람이었죠. 

그림은 나름 성의를 기울여 열심히 그려진 것이었습니다. 얼핏 보면 그림 실력의 부족으로 부적절하게 묘사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어찌 된 것인지 그 그림을 보면 볼수록 회피하고 싶을 정도로 기괴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이토준지' 만화에 나오는 듯한 괴기스런 형상이었죠. 

그렇다면 그 그림이 그 자신의 무의식을 투영한 호문쿨루스일까요? 물론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면 그것은 그  자신일수도 있지만, 만화 호문쿨루스에서도 나오듯이 "자신의 눈을 통해 본 다른 사람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심리 평가 결과들은 그 환자가 paranoid한 특성을 보여주고 있는 여러 sign들이 나타났습니다. 저로써는 제게 보여주었던 인상과 다른 평가 결과들에 당황스러웠었죠. 그런데 실제로 제가 겉으로 받았던 인상과 다르게, 다르게 병동 내에서 이 환자는 다른 환자들을 뒤에서 조종하였으며, 간호사들에게 은근히 요구를 드러내는 스타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요구사항은 자신의 가족에게 연락을 취하는 것이었죠. 담당의와 이야기를 해보니 겉으로 유약해보이고 순응적인 아버지로 보이기만 했던 그 환자는, 사실은 가족들에게 폭력을 일삼고 극단적인 행동을 오갔던 환자였습니다. 심리평가 sign보다 제 인상을 우선시하는 경향은 그 뒤로 많이 사라졌죠. 

3. 내용
암튼 임상심리학회 홈페이지에 가보시면 임상심리학자가 하는 일이 '연구, 치료, 평가, 교육, 자문'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자, 그럼 호문쿨루스라는 만화에서, 저 중에서 어떤 일이 해당되는 걸까요?
제가 볼 때는 다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핵심이고 인상적인 부분, 즉 '평가'와 '치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 라고 쓰고는 몇 개월째 쓰질 않았습니다. 10권을 읽고 나서 썼던 글인데 그 사이 11권과 12권이 나왔네요.



여기에 관해서는 이후에 추가로 여유가 있을 때 적어보고자 합니다. (즉, 1부 끝)

일단 글의 결론만 내리기로 하죠.
'트리퍼네이션을 하지 않고도 호문쿨루스를 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답을 제시하겠습니다.
임상심리학자가 되면 됩니다. 임상심리학자가 하는 주요 업무가 호문쿨루스에는 상상력이 가미되어 잘 묘사되어 있다, 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ps - 혹시나 제가 이야기한 게 임상심리학자의 어떤 '특별한' 능력을 소개한 것처럼 느껴지셨나요?  그랬다면 제 글실력이 부족해서 핀트가 다소 벗어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오히려 임상심리학을 하는 이들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혹독한 현실에 뒹굴면서, 매일 온갖 불평을 마음에 쌓으면서도 임상심리학자로써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사람들 말이죠. 호문쿨루스를 보고 싶지 않아도 보일 수 밖에 없는 주인공 니코시처럼.
Posted by feveriot

이 짝퉁 심리학 책이 여전히 잘 팔리고 있다는 게 이 땅의 심리학도로써 그저 슬플 뿐임.

격한 임상심리 수련생활 중에 
오랜만에 쓰는 글이 이런 글이라는게 개탄스럽기도 하지만...

바로 직전 내 가까운 곳에 있는 피해자를 접하고 
더 이상의 피해자가 줄길 바라며...

합본이라 책값도 징그럽게 비쌈. 38,000원짜리 폐지라니.

결론만 내리자면

절반은 심리학 개론 수준도 아니고 교육학이나 사회복지에서 배우는 수준의 심리학 내용을 
형식적이고 조잡하게 구성해 놓은 내용이며

심리학의 깊이를 느끼기에는 15세 이상에게 권장할만한 수준이 되지 않는다.

나머지 절반은 정확한 자료나 데이터, 출처가 되는 논문 없이 저자의 머리 속에 존재하는, 
일견 정말 그런 이야기가 있음직한 구라들을

그럴듯하게 썰을 풀어 늘어놓은 책이 되겠다.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눈치있는 현명한 사람라면 심리학을 배우지 않았어도
이 책이 뭔가 허술하고, 근거없고, 교양없고, 조잡하고, 싸구려티가 난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이 책만 읽고 심리학을 얼핏이라도 알았다고 생각하고 
어디가서 아는체 하다 심리학도 만나 논쟁하고 괜히 오기부리다 창피한 순간이 올 줄 모른다.


<이상 네이버 책 리뷰에 쓴 글. 일부러 격하게 표현한 부분이 있으니 양해바람>


다른 피해자가 없길 바라며 더 좋은 다른 책들을 읽기를 바란다.
더 자세한 것을 알고 싶다면. 아래 링크들을 따라가길.


[book] - [미스테리] 책은 존재하는데, 저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http://booklog.kyobobook.co.kr/socialos/326450/#0

http://walden3.kr/1131

http://blog.aladin.co.kr/712192123/1964745



심리학의즐거움세트
카테고리 인문 > 심리학 > 교양심리
지은이 김문성 (휘닉스드림, 2009년)
상세보기

Posted by feveriot
이전버튼 1 이전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