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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8.12.15 생각이 근질근질 합니다 (6)
2009.06.28 01:00
한도전 팬인 덕에 지난주 '여드름 브레이크'를 재밌게 봤는데, 거기나온 오쇠동 모습(아래 사진)을 보고 제 마음 속의 무언가가 확 당기듯이 빠져들었습니다.

그 이유는 여기로
[diary : thinking] - 근접 비행 올려다 보기
(내용이 좀 뜬금없이 분리되는 것 같아보여서 글을 나눴습니다)


비행기가 이렇게 가까이 나는 곳이 우리나라에 있는 줄을 몰랐네요. 아니, 생각해보면 이륙과 착륙을 해야하니까 공항 근처에서 지면과 가까이 나는 게 당연한 거지만 그런 생각을 여태 못했습니다.



가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찾아보니 오쇠동 사진도 꽤 많이 검색할 수 있었고, 관련된 글들을 찾아보면서 여러가지 사연이 많은 곳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과연 무한도전하는 생각도 들었죠.

'죽은 마을' 오쇠동에도 봄은 올까 - 오마이뉴스
‘무도’ 촬영지 비화는 철거민의 아픔이었다
무한도전, 시사고발 프로보다 더 빛났다
무한도전 여드름 브레이크편 다음 로드뷰로 직접 가보기

'오쇠삼거리' 다음 로드뷰로 보기

얼른 방문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오쇠동은 서울과 경계를 이루는 부천 끝자락에 있었습니다. 친구와 함께 방문하기로 하였죠. 부천에서 출발하여 고강동으로 가는 5번 버스를 타고 고강주유소에서 50-1번 버스로 갈아탔습니다. 생각보다 가까워서 도합 30분 정도만에 도착하더군요.

버스에서 내린 곳은 인도도 없는 허허벌판. 차들이 쌩쌩 지나다니는 것만 빼면 시골길 그대로 였습니다. 오쇠동 입구에서 내렸는데 한 정거장 더 가서 오쇠삼거리에서 내리는 게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길을 걸어가다보니, 잡초와 수풀이 무성한 곳이 사실은 전부 건물 터였는지 시멘트 잔해들이 쭈욱 이어져서 남아있더군요.

오쇠삼거리에 도착했는데도 여전히 허허벌판이었습니다. 오쇠동 입구나 오쇠삼거리나 전부 사람이 내릴 만한 이유가 전혀 없는 곳이었습니다. 저처럼 굳이 이곳을 찾아오지 않는다면요.

예상했던 것보다도 더 황폐했기 때문에 건물터에 서서 친구와 잡담이나 나누고 있었죠. 출발하기 전에 찾아봤던 오쇠동 출사 사진들에서는 몇몇 건물이나 큰 건물 흔적들을 볼 수 있었는데, 가서 보니 사진 속의 건물들은 수풀과 잡초가 대신하고 있었고, 건물은 단 하나만 남아있었습니다.

무한도전을 통해서 어느정도 철거가 되어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다음 로드뷰에서 나왔던 거리 분위기와 전혀 달라서 당황스러웠습니다.
거의 아무것도 없어요. 꽤 넓은 지대에 퍼져있는 건물 잔해들과 잡초 밑에 깔린 보도블럭들은 오쇠동이 지금 눈에 보이는 것과 같이 허허벌판이 아니었을 거라는 시공간적 연상을 가능케 하긴 했는데, 뭔가 좀 서글프고 애석한 마음이 들더군요.


남아있는 단 한 건물. 겉보기엔 사람이 살지 않는 것으로 보였는데, 의문인 것은 건물 방충망에 동물들이 들어가서 울고 있더군요. 누군가 거주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천둥소리같은 굉음이 울리길래 쳐다보니 김포공항쪽에서 비행기가 이륙하는 소리더군요. 높은 언덕이 없어서 김포공항을 내려 보기에는 그다지 시야가 좋지 않았습니다. 김포공항 외벽이나 바라보며 걸었죠.



한참 쳐다보고 있으니 또 한번 가까이에서 더 큰 굉음이 울렸습니다. 착륙을 하기위해 지나가는 비행기였죠. 순식간에 저희 위로 근접 비행하여 날라가는 모습을 친구가 재빠르게 카메라를 꺼내 촬영을 했습니다.


사진으로 표현될지 모르겠지만 제가 기대했던 그대로의 압도감, 비현실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번 지나가기 시작하니 몇분 간격으로 계속해서 등장하더군요.



아무래도 이 사진들으로는 항공기와 비교할만한 크기의 건물들이 나와있지 않으니 제가 느낀 기분이 전해지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저 자신도 처음에 봤던 비행기 이후에는 다 멀찍이 지나가서 처음의 엔돌핀을 다시 느끼긴 어려웠습니다.

이후 친구와 함께 수풀 사이를 걸으며 잡담을 하였는데 어느새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까지 걸어가게 되더군요. 김포공항에 도착하고 보니 8시 50분 정도 되었으니 대략 사오십분 정도 걸어서 도착했던 것 같습니다. 버스타고 가면 얼마 걸리지도 않아 보이는 가까운 거리였어요. 짧았지만 마치 국토대장정의 도보유람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렇게 오쇠동 방문은 여러가지 여운을 남기며 끝이 났습니다. 분명 비행기가 지나다니며 내는 굉음들은 대단하긴 했지만, 과연 이곳이 인적이 이렇게 끊길 정도로 사람들이 살 수 없는 곳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갈 곳 없는 이들을 그렇게 쫓아내야 했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들구요. 언젠가는 다시 오쇠동에 사람들이 정착하고 인적이 잦아지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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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feveri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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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29 20:37 신고

    전 로드뷰로 보기만했는데 직접 갔다오시다니 대단하시네요

    철거민같은 약자들의 삶은 참 안타깝습니다

    좀더 좋아져야 할텐데요....

    • 2009.07.02 00:06 신고

      답글감사드립니다.
      다음 로드뷰의 사진이 오래된건지 아니면 최근에 철거가 완료된건지 모르겠지만 이미 인적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나 다름없었기에 오히려 별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있었으면 뭔가 복잡했겠지만요.
      애초에 저도 단순히 비행기가 가까이 나는 광경을 보고 싶었던 것도 있구요 ^^;

      오쇠동이라는 이름이 완전히 사라지지만 않는다면 언젠가 그곳에도 좋은 날이 오겠죠..

  2. 2009.07.04 01:26 신고

    잘 보구 갑니다.
    근접 비행 한번 직접 보고 싶네요.
    제가 사는 동네에선 비행기 볼일이 없어서 ㅎㅎ
    즐거운 주말 되세요~

    • 2009.07.12 02:10 신고

      저도 이제서야 안 사실이지만 공항에 가시면 쉽게 보실 수 있죠. ^^;;
      생각보다 공항이 좋은 놀이터더군요. 멀리 놀러가신다고 생각하시고 공항에 괜히 한번 다녀오시는 건 어떨까요? ^^;;

  3. 2009.08.10 10:56

    언제 가신건가요?
    전 예전부터 오쇠동을 알고 있어서 사진찍으러 몇 번 갔었는데
    (대략 2년전 부터요)
    그런데 작년부터는 오쇠동쪽이 비행기가 이륙장소로 바뀌어서
    제가 갈 때마다 이륙만 하더라고요
    착륙에 비해 이륙은 높이 날아서 더 작게 보이고요.
    그런데 얼마전에 무한도전에서 오쇠동이 나오는데
    비행기가 착륙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어제 또 갔었는데 다시 이륙 .. ㅡㅡ
    날마다 바뀌는건지 어쩐건지 모르겠네요.

    • 2009.08.10 23:24 신고

      다녀와서 바로 썼던 글입니다. 올해 6월 말 정도죠.

      흠.. 아마도 사진찍으러 가신 장소가 저랑 다르시지 않을까 합니다. 오쇠동이 동네 자체는 꽤 큰데 전부 철거되서 사람이 살질 않기 때문에 어디가 어딘지 잘 확인하기 어렵겠더군요.

      제가 간 곳과 다른 곳으로 가셨을 가능성이 높으신데 제 기억으론 이륙과 착륙 비율이 비슷했거든요. 10분~15분에 한 대씩은 지나갔던 것 같습니다. 한 시간 조금 넘게 기다렸는데 착륙하는 비행기를 6대 정도 보았거든요.

      제가 내린 곳은 오쇠삼거리 정류장이었는데, 그 쪽에서는 비행기가 반대쪽을 향해서 이륙해서 소리만 나지 아주 작게 밖에 안보였습니다. 대신 착륙하는 비행기들이 바로 위로 지나가서 가까이 볼 수 있었고 착륙하려고 워낙 낮게 날다보니 저런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오쇠삼거리로 한번 가버세요~^^

  4. 2009.09.05 22:39 신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살아계실 적에 오쇠동에 제 외가댁이 있었습니다. 사랑방에 앉아 있다 보면 비행기 이착륙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외가댁은 나중에 쥐가 가스관을 갉아서 불이 나 버리는 바람에 잃었지만, 그게 아니었어도 아마 대한항공측에서 무언가를 짓는다고 그 일대를 전부 사 버리는 바람에 그 곳에 살던 분들이 전부 나가게 되었죠. 우리 가족 같은 경우엔 어차피 외할머니만 사시던 땅이었던 데다가 그나마도 불에 타서 집이 없어져 별 미련 없이(사실 어머니 등 외가댁 친척분들은 많이 안타까우셨겠지만 상대적으로...) 그 땅을 팔고 나왔는데 다른 철거민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그 이후에 오쇠동은 가 본적이 없는데, 그게 벌써 10년도 전에 있었던 일인데 아직까지 인근이 황량한 허허벌판이라는 소리를 들으니 좀 황당합니다. 대체 그곳을 산 사람들은 거기에 뭘 하려고 했길래 10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그곳을 벌판으로 놔둔 걸까요?

    • 2009.09.06 18:25 신고

      어린 시절을 그곳에서 보내셨군요. 저도 어린 시절 시골에서 보냈었고 오쇠동도 직접 다녀와서인지 왠지 제 머리 속에도 아련하게 그 시절의 오쇠동 풍경이 유추가 됩니다. 비행기가 내는 굉음만 빼면, 아니 비행기의 굉음까지도 한적한 어떤 분위기의 추억 한 자락이 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정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으니... 시간의 흐름이 애석할 뿐이네요.


요즘 일은 아니고 몇년 전의 일입니다. 
아마 2006년 가을 정도 된 것 같아요.

지하철 7호선을 타고 가던 중이었습니다.
7호선은 좌석이 대체로 널널한 편이죠.

그때 전 지하철의 베스트 좌석, 구석에 앉아서
팔걸이에 기대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어떤 역인지 기억은 안나는데 
초등학교 1학년도 안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와 애 엄마로 보이는 두 사람이 탔습니다. 
둘은 제가 앉은 자리에서 얼마 안 떨어진 출입문 구석에 서게 됐죠.

애가 너무 귀엽게 생긴 데다가 엄마랑 조근조근 이야길 하는게 재밌어서
잠이 덜 깬 흐릿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근데 그 여자 아이가 제 뜨거운 시선을 느꼈는지(?)
수줍은 얼굴로 절 보며 배시시 웃더군요.
아마도 멋진 오빠가 자길 바라보고 있으니 수줍어 하는 게 당연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저는 상당히 무뚝뚝한 얼굴을 한데다 
미소를 띄며 웃는다고 웃어봐도 대개 썩소가 나오기 때문에 
그땐 별 반응도 없이 그냥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꼬마애가 몸을 돌려서 엄마 품에 안기더니 등을 돌리고 뭔가 쪼물딱 쪼물딱 거리는 겁니다.
어느새 제 잠은 다 깨 있었고 뭘하나 싶어서 흥미롭게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죠.


한참 꼬물대던 여자애가 저를 보며 몸을 홱하고 돌린 순간..!



활짝 웃고 있는 아이의 이마에 10원 짜리가 붙어 있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반전을 보고 너무 놀랍고 웃겨서 저도 모르게 푸하핫하고 크게 웃어버렸죠.

꽤 크게 웃어버린 탓인지 다른 주변 사람들도 시선을 제가 바라보는 곳으로 돌리게 됐고,
주변에 있던 다른 어른들과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아이의 모습을 보자 
재밌어 하며 웃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어머, 저 애봐... 호호' 하면서 말이죠.

배시시 웃고 있는 여자 아이와 따뜻하게 애를 바라보는 엄마 모두 너무 밝은 모습이었습니다.


아역 배우 심은경양 입니다.  
그 때 제가 만난 꼬마 숙녀의 미소를 가장 닮은 것 같아요. 
자, 심은경 양의 저 미소를 기억하시고...
눈을 감은채 이마에 십원 짜리를 상상해 그려 넣으시면, 제 이야기에 120% 공감하실지도 ^^;




뭐랄까, 정말 너무 특별하고 행복한 경험이었답니다.

지하철은 같은 공간에 존재할 뿐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로에 대한 무관심을 가장한 채 의미없이 지나가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던
저의 관념을 완전히 부셔버리는 경험이었습니다. 

아마 그 꼬마애가 보기에는 무뚝뚝하게 앉아있는 제 모습이 안타까웠던 게 아닌가 해요.
그래서 자신의 웃음과 행복을 저에게 전달해 준 것 아닐까 싶구요.
작은 경험이었지만 저에겐 정말 커다란 긍정을 전달해 준 경험이었죠.

그게 아이의 눈일 테고, 아이들의 힘이라고 느껴졌구요. 
동시에 저 아이들을 더 행복하게 자라도록 해야겠다는 어른으로써의 책임감을 발견했습니다. 

 
그 여자 아이는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전파하고 있을까요?
궁금하기도 해서 또 만나면 참 좋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그런 우연은 또 없겠죠.


행복함을 널리 널리 퍼뜨리는 그 꼬마 숙녀를 만나는 기연(?)이
많은 분들에게 있었으면 좋겠고 저에게도 다시 있었으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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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feveri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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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24 17:04 신고

    아이듯이 웃음이죠.
    덕분에 살포시 미소짓고 갑니다. ^^

    • 2009.02.24 19:38 신고

      네 감사합니다.

      직접 재현해서 보여드리고 싶을 정도로
      회상만 해도 재밌었던 기억인데
      그래도 웃으였다니 다행이네요 ^^

  2. 2009.02.24 17:49 신고

    웃고 갑니다 :)

  3. 2009.02.26 08:57 신고

    우옷 저 배우 미소가 정말 맑고 귀엽네요
    무서운 어른들도 거짓없이 웃을때는 정말 좋아보인다는
    요론 특별한 경험을 간직하고 계셨군용~

2009.02.01 22:35
설날에 친척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네살배기 조카를 오랜만에 만나게 되었습니다.
2년 만에 만난 것이었는데, 그때는 그랬다치더라도 어찌된 것이 여전히 말을 못하고 있더군요. 함께 있었던 건 이틀 정도이기 때문에 전체를 판단할 수는 없었겠지만 제가 들었던 말소리는 "쑨!" "아바" 라는 두 마디 뿐이었습니다.

"쑨"은 삼촌을 부르기 위해서 뒤의 "촌"소리를 짧게 뱉는 호칭이 되어 있었고, "아바"는 당연히 아빠였습니다. 삼촌과 아빠를 무서워해서 그런 것 같더군요. 제가 듣진 못했지만 "엄마" 도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보통 아이들이 세 살 정도부터 "엄마" "아빠" "싫어" 등을 배우다가 이후에 네살 이후로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말을 트는 것을 생각해보면 늦어도 한참 늦었다고 볼 수 있죠. 무엇보다 애가 별로 말을 할 생각이 없어보였습니다. 처음 만나서 인사를 시킬때도 허리만 꾸벅하고 헤어질 때도 손만 흔들 뿐, 입을 벌리질 않더군요.

처음엔 얘가 발달 장애 성향이 있는게 아닌가 의심을 해봤습니다. 그렇지만 지내다 보니 애가 말만 못할 뿐이지 오히려 다른 아이들처럼, 또는 다른 또래 아이들보다 더 타인의 반응에 민감한 아이였습니다.

예를 들어, 조카애가 위에서 말한 두 마디 외에 한 가지 더 할 수 있는 게 "으하하하하"하고 어른처럼 호탕하게 웃는 것이었는데, 자기 기분이 좋거나, 자신이 곤란한 상황에서 나왔습니다. 자신이 하는 행동이 어른들에게 어떤 반응을 이끌어 내는지 어느정도 알고 있는 모습이었죠.

또한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어른들이 화가 나는지를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일부러 그렇게 행동을 해서, 괜시리 사람을 욱하게 만드는 자질이 있더군요. 물건을 던진다던가, 와서 건든다던가 하는 짓이요.

자폐라면 이런 것도 할 수 없죠. 걔네는 처음부터 타인에게 관심이 없는 것니까요.

말을 못 알아듣는 건가 했더니 그것도 아니고, 어른들이 하는 말을 대부분 이해하더라는 겁니다. 무언가 물어보면 어느 정도 이해를 하고 고개를 젓거나 끄덕입니다. 대신 말은 절대로 하지 않지요.

아무튼 애가 왜 이리 말이 늦는 걸까... 저도 여러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보고 있었는데, 지내면서 관찰하다보니 금새 가설이 나오더군요.

조카의 부모인 사촌 부부를 비롯해서, 조카애의 할아버지 할머니인 저의 작은 아버님 어머님, 그리고 작은 사촌형, 총 5명의 어른과 함께 한 집에서 살고 있었는데 애기는 조카애 하나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많은 어른 모두가 고작 네 살짜리 조카애의 비위맞추기에 여념이 없었죠. 아마도 친손주, 친자식, 친조카를 본 게 처음이라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극진할만했죠.

그렇지만 제가 볼 때는 그러한 가족 분위기가 조카애의 언어발달에 심각한 지장을 주고 있는게 분명했습니다.

아이와 다른 어른들의 상호작용은 이런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었거든요.

아이가 무언가를 하고 싶으면, 아무 말도 않고 단순히 아빠나 엄마에게 가서 손으로 흔들거나 건드립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에게도 마찬가지구요. 삼촌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말을 안하고 건드릴 뿐이죠. '언어'가 아닌 그냥 소리를 내는 일은 있었지만요. 

그 다음, 어른들의 반응들에서 문제가 드러납니다. 어른들은 "응, 까까먹을까?" "배고파?" "만화보고 싶다고?" "화장실 가고 싶어?" "나가서 놀고 싶다고?" 같이 조카 애기가 무언가를 말할 필됴도 없이 객관식처럼 문항을 나열해 줍니다. 그럼 조카애는 고개를 옆으로 젓다가 자기 마음에 드는 이야기가 나올 때, 배시시 웃거나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면 됩니다. 

가끔은 가서 건드리지도 않고 그저 "아악!"하고 소리를 지르거나 엄마 아빠 삼촌을 부르기도 합니다. 그럼 알아서 어른들이 재빨리 달려와서 애의 시중을 듭니다. 제가 관찰하기에 조카애는 자신이 그 집안의 중심임을 분명히 자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소리만 질러도 어른들이 와서 자기 원하는 걸 다 해주는데 뭐하러 이런 저런 말을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조카애는 말을 하지 않는 상태에서 충분히 강화되어 있었고 말을 할 만한 필요성이나 아쉬움이 없었던 거죠.

세 살만 되어도 영어 산수를 가르친다는 요즘 시대 이야기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이야기긴 하지만, 이건 다른 의미로 또 뭔가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로써는 조금 안타까웠습니다. 사촌형네 가족에게 뭐라고 이야길 해줄 수도 없었던게, 그러는 것 자체로 행복해하니까요. 조카애가 향후에 어떤 문제에 부딪히거나 문제를 보일지도 어느 정도 짐작이 되지만요. 

저도 아이를 키워보지 않았으므로 실제로 키울 때 어떻게 해야할지, 얼마나 어려울지에 대해서는 아직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만, 이런 상호작용의 결과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마음에 두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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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02 09:46 신고

    사랑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네요.

    • 2009.02.04 00:03 신고

      부모와의 관계로부터 향후 아이가 성장했을 때 대인관게 측면과 더불어서 성격 형성의 기틀을 마련한다는 점을 볼 때 아이와 부모의 초기 관계는 상당히 주의가 필요한 일이라고 봅니다.

      아마 그건 애를 사랑하는 문제랑은 또 다른 측면의 일이될 것 같네요.

  2. 2009.02.06 19:44 신고

    조카가 빨리 말을 잘 할 수 있길 바랍니다. 큰 문제는 아니겠지요!!

  3. 2009.02.08 12:10 신고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에 나오는 아이들을 보면 정말 심각한 아이들도 있던데
    전문가들 이야기들 들어보면 하나같이 부모들이 아이들한테 대하는 태도나 교육이
    문제가 있다고 하더군요

    사실 부모들이야 사랑하는 마음이 전부일텐데 어떠한 상황에 처했을때
    아이한테 어떤것이 좋은것인지 생각하는것이 쉽지 많은 않은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학교 다닐때 아이키우기 라는 교과과목이 잇었으면 좋겠다능 ㅎ

    그래도 아이들은 아직 말랑말랑 해서 그런지 문제가 되었던 부분들을 좋은방향으로
    이끌어 주면 금세 좋아진다고 하더군요..

    • 2009.02.13 18:27 신고

      네, 아이 뿐 아니라 청소년과 어른들도
      잘못을 깨달았을 때 바로 반성하고 잘못을 수정하면 되는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고집을 부리다보면
      문제가 꼬이게 되겠죠.


블로그가 황폐화되고 있는데
블로그를 내팽겨쳐놓고 제가 하고 있는 일, 별거 없습니다.


기말고사가 닥쳐오니 시험공부에 보고서를 한꺼번에 하다보니;;
정신이 없어서 블로그를 '할일'의 맨 뒷전으로 미뤄둔 탓에
이지경이 되고 말았습니다.

밤을 새기로 작정한 오늘,
갑자기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간절히 들어서 이렇게라도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런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말로 하는 거면 '입이 근질거린다'라고 해야 될텐데
말로 하는 것도 하니고 그렇다고 '손가락이 근질거린다'는 표현도 이상한데?

아무래도 '생각이 근질근질 거리는 느낌'이네요.
뭔가 꺼내놓고 싶은데 블로그를 안하다 보니 뭉쳐있었던 게 있었나봐요.
뭐 딱히 할말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냥 아무 이야기라도 하는 그런 기분이 좋네요.

그렇다 하더라도 본격적인 글은 아마 다다음주부터나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날씨가 다시 추워지네요.
솔로부대 여러분, 걱정마세요. 저도 함께 합니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저는 거리를 돌아다니지 않고 온라인으로 돌아옵니다.^^;

최대한 빨리 돌아오려고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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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feveri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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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16 18:14 신고

    간만입니다. 저도 동감합니다. "생각이 근질근질 거리는 느낌" 이라는거 말이죠. 옛날엔 예전 블로그에서 그런생각들을 막상 풀어놓고 보니 "내가 대단치 않은거 갖고 대단하게 보이게끔 하려고 발악을 했구나" 했던 포스팅이 한두개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솔로부대를 제대할거 같아서 죄송합니다. 그것도 딱 다시 2년만에 ㅋㅋ

    열심히 하시고 돌아오세요!

    • 2008.12.17 23:48 신고

      제가 볼 때는 대단하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거,
      그리 나쁠 것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 자신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알게 해주는 척도가 되었잖아요 ^^

      부럽습니다. 날짜가 너무 좋은 것 같은데요?
      정말 축하드립니다. ^^

  2. 2008.12.17 17:14 신고

    기말고사 기간이죠! 저는 휴학생이라서 감각이 둔하네요...
    시험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다음 메인에 노출되신 것, 뒤늦게 축하드립니다^^;

    • 2008.12.17 23:49 신고

      감사합니다. ^^
      떴을 때 더 열심히 했어야 하는데
      항상 뒤로 가는 기질이 있어서 ^^;;

      조만간 본격적으로 돌아오겠습니다!

  3. 2008.12.20 18:27 신고

    솔로부대 여러분, 걱정마세요. 저도 함께 합니다. 이말이 왜이렇게 감동적일 까요..ㅋㅋ
    많은 위안이 됩니다요 헤헤헤 저는요즘 체력적인 문제로 블로그에 글을 못쓰고 있습니다;
    쓰고 싶은 글들은 많은데 몸이 부실해서 ㅎ..

    그리고 블로그 황폐화되고 있다고 생각마세요
    feveriot 님 포스트는 하나하나가 완성도와 가치가 뛰어나다는~

    • 2008.12.22 15:47 신고

      말씀 감사합니다.
      사실 감동적이기 보다 가슴 아픈 말이죠 ^^;

      얼른 건강회복 하시길 바라고...
      크리스마스 잘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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