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면치료, 속칭 최면술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신비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을 걸로 압니다. 물론 효과가 있으니 여태까지 이뤄지고 있는 것이겠지만 최면을 받아보시고 싶은 분들이 알아두셔야 할 점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1. 비용 문제
- 유명한 최면치료자들은 1회 최면 비용이 수십만원을 넘어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최면술 비용이 1회 치료 비용 치고는 상당히 비쌉니다. 비급여이기 때문에 보험적용도 당연히 안됩니다. 때문에 비용상으로만 보면 흔히 비싸다고들 하는 약물치료나 상담치료보다도 훨씬 비싼 방법이 됩니다.

2. 최면감수성 문제
- 최면은 성공확률이 사람마다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쉽게 빠져드는 경우가 있지만 어떤 사람은 아무리 해도 안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개인의 차이를 최면감수성이라 부릅니다. 쉽게 말해 귀가 얇은 사람이 최면감수성이 높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아무튼 치료 이전에 최면 자체도 성공 여부에 개인차가 있다는 것입니다.

3. 최면에 대한 허상적 인식
- 최면의 효과는 TV를 포함한 미디어들로 인해 상당히 과장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최면을 실시하면 과거의 시점으로 돌아가서 기억을 수정해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것으로 생각하곤 합니다. 이러한 인식에서 일반적 전제는 '최면술'이 '과거의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입니다. 물론 최면에 빠져든 경우 트랜스 상황에서 과거 시점으로 상황을 보고하기도 합니다. 동시에 최면은 '우리 무의식을 자유롭게 온전히 탐색하는 상태'로 생각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최면은 무조건적인 과거로의 퇴행도 아니고, 완전한 무의식 상태인 것도 아닙니다. 일종의 '다른 형태의 의식상태'일 뿐입니다. 과거 기억을 보다 잘 살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회상된 기억들에 대해서 100% 진실성을 부과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기억 증후군에서 알수 있듯이, 암시에 의해서 쉽게 오염될 수 있기도 합니다. 최면을 통해 얻은 기억들은 절대로 무조건 신뢰할만한 것들이 아닙니다. 전생퇴행 최면이라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4. 최면의 역사적 고찰
- 정신분석학의 거장 프로이트도 사실 초기에는 최면을 주치료 기법으로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생각하기에는 최면에는 극명한 한계가 있었습니다(그 자신이 좋은 최면술사가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신분석에서는 분석을 통한 경험적 통찰과 훈습이 치료의 주 목표인데, 최면을 실시한 경우, 환자 스스로가 최면에서 일어난 일이나 언급한 내용에 대한 기억이 없기 때문에, 최면 후에 아무런 통찰을 얻지 못한 경우가 많았던 것입니다.

정신분석을 하지 않더라도 프로이트의 발견이 현재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최면 후에 환자 자신은 아무런 통찰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인간은 경험의 원인과 결과를 분석하면서 환경에 적응하고 조절해나가는 개체이며,그 안에서 문제가 생기면 괴로움이 발생하게 됩니다. 최면은 그러한 괴로움을 극복하게 하지 않습니다. 고통스런 경험에서 일시적으로 이탈시켜 주는 것입니다. 스트레스로부터 느껴지는 감각을 잠깐 도피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죠. 따지고 보면 우리가 술을 마시는 이유, 중독 행위에 빠지는 이유나 크게 다름 없겠습니다.

5. 결론: 최면의 본질적 효과
- 위에서 이야기 했다시피 최면에는 제한점이 존재합니다만, 최면의 효과는 존재합니다. 최면을 하고 나서 극도의 안도감과 편안함을 맛볼 수 있는 이들이 많고 고민과 문제가 마음에서 싹 지워진듯한 기분을 가지기도 합니다. 허나 최면의 한계는 일시적입니다.

비유를 하자면 최면은 잠깐 잠을 잤다가 좋은 꿈을 꾸고 일어난 것과 같습니다. 걱정과 고민으로 가득차 있는 상태라고 해도 단잠을 자고 나면 머리 속이 일시적으로 개운해지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그러나 고민의 원인이 된 현실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걱정과 고민은 사라지지 않고 머리가 다시 아파지게 되어 있습니다. 최면이 아무리 순식간에 마법과 같은 안도감을 맛보게 하더라도 본질적 문제 자체를 해결해주지는 못합니다. 물론 다른 심리치료도 유사한 한계가 있기는 합니다만, 최면은 문제 자체를 다루는 방법이 아니면서 해결되었다는 기분만 줄 수 있기 때문에 더 나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치료'라면 보통 무언가 개선되었어야 하는데, 최면 후에 변한 것이 아무 것도 없을 수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인 예로, 발표하면 심장이 떨리고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쓰여 죽을 것 같은 사회공포증 환자가 있다고 예를 들까요. 이 사람이 최면을 받고 효과가 있었다면 여태까지 느껴졌던 불안과 신경쓰이는 느낌들이 싸악 사라지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면이 발표 중 긴장을 없애주지 못할 뿐더러 그 사람의 관점 자체를 바꿔주는 것도 아닙니다. 발표 중에 긴장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사람의 관점이란 여태까지 살아온 경험과 기억들의 집합체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사회공포증 환자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발표를 하게되면 얼마 못가서 결국 이전보다 더 심한 공포에 빠지게 될 거라고 예견할 수 있습니다. 문제가 악화될 것이라 예상하는 것은 그 경험이 '재실패 경험'이자 자신의 증상이 '최면으로도 해결될 수 없는 극심하고 고질적인 문제'라고 생각해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볼 때 이 환자를 치료하려면, 방법은 한 가지입니다. 비유를 먼저 하죠. 물에 빠져서 허우적 대지 않으려면? 수영하는 법을 배우면 됩니다. 수영선수가 되라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물 위에 뜨는 법을 배우고, 물 위에서 움직이는 법을 배우고, 숨을 쉬는 법을 배우면 됩니다. 자, 수영을 배우려면? 가장 먼저 물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렇게 한 가지씩 실천하다보면 어느새 자신을 익사시킬 수도 있을만큼 공포스러운 물이, 무섭지 않은 존재가 될 것입니다. 불안도 마찬가지입니다.

불안을 견딜 수 있게 불안한 상황 속으로 뛰어 들어가고 이를 반복해서 자신의 불안수용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당연히 오랜 시간이 들게 되어 있습니다. 쉽게 되지도 않죠. 그러나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그렇습니다. 정직한 방법은 오래 걸리고 노력이 필요합니다. 대체로 사이비들이 쉬운 길이 있다고 유도합니다. 물론 최면이 사이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최면술사들이 흔히 무분별하게 홍보하는 것처럼 아무 질환에나 특효약처럼 써도 좋을 '만사형통' 치료방법은 아니라는 거죠.

불안이라는 물 속에 단순히 뛰어들기만 하다가는 거기에 빠져 죽을 수가 있습니다. 인지행동치료는 수영방법과 같습니다. 본인에게 맞는 수영방법을 찾아야 하기는 하겠지만, 불안이라는 물 속에서는 인지행동치료가 가장 경험적으로 물에 효과적이고 빠르게 뜰 수 있음이 증명되어 있습니다. 무조건 인지행동치료가 최고라는 것도 아니고, 각기 질환에 적합한 치료방법이 선택되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최면이 필요한 경우라면, 심리적인 문제를 인정할만한 자기통찰이 부족하거나 신경과민이 심해서 약물치료나 심리치료를 거부하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최면을 통해서 심신을 안정상태로 만든 후에 다른 치료를 도입해야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생각은 제가 최면을 일종의 '이완기법'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최면 만큼의 효과는 아니겠습니다만 숨을 크게 들여마시면서 호흡을 가다듬는다거나 불안한 주의를 분산시키는 방법 역시 몸과 마음이 좀 더 평소의 상태로 돌아가게 유도한다는 점에서, 최면과 일맥상통하는 기법이라고 봅니다.)

심리적이고 성격적인 문제라면 본인의 뼈를 깎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문제이며, 뇌의 기질적 생리적 문제라면 진단에 적합한 약물의 처방이 필요한 문제입니다. 최면 한방으로 그런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지나치게 naive하고, TV의 연출을 맹신하시는 경향이 있는 것입니다.

ps . 추가로 몇 가지 인식을 환기 시키기 위해 의견을 좀 써보겠습니다.
일단 정신과가 아니라 어떤 질환이든 진료와 진단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알아두시는 게 분명히 필요합니다. 처방은 그 다음에 따라오는 것입니다. 치료가 잘 안되는 이유는? 여러 요인들을 찾아봐야겠지만 진단에서부터 다시 검토를 해봐야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만큼 진단이 중요합니다.

또 어떤 질병이든 예방이 초기 발견이 중요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현재 정신과에 대한 인식을 볼 때, 백번 강조해도 모자릅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정신과 치료는 커녕 방문하는 것조차 걱정하고 은폐하려고 하죠. 그래서 정신과를 방문하기 보다는 어떻게든 다른 방법으로 해결을 해보려고 합니다. 정신과적 징후가 분명한데도, 내과를 간다던가, 신경과를 간다던가, 한의원을 찾아가서 보약을 지어 먹으려 합니다.

더 나쁜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스스로 해결 방법을 찾으려고 자기계발 책들을 찾아서 본다던가, 종교에 의지한다던가, 술을 마신다던가, 점을 보러 간다거나, 치료방법을 받아보려고 합니다. 보고 들으면서 접했던 방법이 그것밖에 없기 때문이죠.

이런 무지함과 비합리적인 대처방식들 때문에 많은 사회적 비용이 낭비되고 있고 치료도 더 잘 안되는 지경에 있습니다. 그렇게 증상이 악화되도록 스스로 방치하다가, 만성화 된 상태에서야 병원에 옵니다. 당연히 잘 낫지가 않게 되죠. 그래서 인식이 더 나빠집니다. 악순환이라고 할 수 있죠. 무엇보다 환자 본인과 주변인들에게 가장 안좋은 결과입니다.

정신과에 갈 필요가 있다고 본인도 생각을 하지만 정신과라고 꺼리고 정신과에 다녀온 게 알려지면 해가 될 까 두려움에 떠는 경우, 사실은 그것이 현재 질병의 근본 원인이자 악화 요인일 수 있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ps. 사실 우리나라의 유명 연예인이나 공인들의 경우, 정신과 처방을 받고 약을 복용하거나 심리 상담을 받는 경우가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거의 알려져 있지 않지요. 역으로 말하자면 그만큼 비밀이 지켜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Posted by feveriot

"인터넷게임 중독은 마약중독과 같다"

http://photo.media.daum.net/photogallery/digital/0806_it/cluster_list.html?newsid=20091209103205847&clusterid=105607&clusternewsid=20091209103910772&p=yonhap


오늘 이런 기사가 떴네요.

약하면 인터넷 게임 중독의 뇌 fMRI 사진이 코카인 중독 환자의 fMRI 사진과 유의미하게 같은 양상을 보였다는 내용입니다. 솔직히 아주 신선한 연구는 아닙니다. 왜냐면 유사한 연구보고가 이전부터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정합니다. fMRI가 아니라 PET 연구였네요.)

인터넷 중독이나 게임 중독이 사실 그렇게 연구가 많이 된 분야가 아니라서, 여전히 뭔가를 제안하기에는 불충분하고 연구가 더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그래도 중요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기사 자체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거나 납득하기 어렵게 써져 있습니다. '코카인 중독 환자의 PET 사진에서 안와 전두엽의 과잉 활성화를 보이는데 인터넷 게임 중독자의 뇌 역시 그러하다.'

그래서 뭘 어쩌란 거죠?


뇌를 fMRI로 열심히 연구하시는 분들은 사실 이렇게만 이야기해도 알아먹을 수 있습니다만, 일반인들은 무슨 소린지 알 수 없잖아요.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해 뉴스를 제공하는 거 아니었나요? 기자들은 이렇게 쓰면 안되잖아요. 그것도 연합뉴스가. 이런 식으로 기사를 쓰니까 과학이 점점 대중들과 동떨어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설마 '게임과 코카인은 똑같다능' 이런 이야길 하고 싶은 겁니까?

최소한 기사를 바르게 쓰려고 했다면, 여기서 중요하게 언급되는 안와 전두 영역이 뇌에서 무슨 기능을 하는지는 알려줘야죠. 그래서 간략하게나마 보충해보려고 합니다.


안와 전두 피질 영역 - 보상과 처벌!

안와 전두 영역(Orbito-Frontal Cortex: OFC)은 대뇌 피질의 전두엽에 해당되는 피질 영역으로서, 안구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해서 안와 전두영역이라고 불립니다. 안와 전두 영역에 관한 여러 연구 결과들은 크게 세 가지를 시사하고 있습니다.

1. 가까운 미래 행동에 대한 결과 예상
2. 보상과 처벌의 관계성 파악
3. 보상과 처벌 영역이 구별되어 있음

이를 통해 안와 전두 영역에 대해 아주 간단하게 요약하면, "보상과 처벌"을 담당하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활성화의 크기는 보상이나 처벌의 크기를 반영함이 밝혀졌죠.

특히 이 영역이 사회적 행동에 관여하는 방식에 관해서 알려져 있는 바는 다음과 같습니다.
한 개인이 어떤 이득을 얻기 위해서는 그것을 얻기 위한 방법을 파악해야 합니다. 그 방법은 단순하기 보다는 복잡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게임에 빠져 있는 사람이 게임이라는 보상을 얻기 위해서는, 게임을 못하게 말리려는 엄마의 눈을 피해야 할지언데, 어떻게 엄마의 눈을 피해서 게임을 즐길 것인지 그 방도를 여러 측면에서 고안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항상 손실이 없을 수는 없기 때문에, 손실은 최소화하고, 이득을 최대화화기 위한 '도박'을 하게 됩니다. 이 때의 이득과 손실이 보상과 처벌이 되며, 게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양상에서 우리는 보상과 처벌의 관계를 파악하며 행동을 수립하게 됩니다. 이러한 보상과 처벌의 관계성을 파악하는 것이 '학습'입니다.

그러나 만약 이득보다 손실이 크다면 판단이 들면, 우리는 대부분의 경우 그 행동을 하지 않거나 지연하려고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엄마로부터 게임을 하면 컴퓨터를 다 부숴 버리겠다는 협박을 듣는다면, 당장은 게임을 하지 않는 것이 좋은 판단일 것입니다. 왜냐면 이 상황에서 원래의 보상 행동(컴퓨터 게임)이 더 좀 더 시간이 지난 후(게임을 하다 엄마에게 들킨 시점)에서는 큰 처벌의 의미를 동시에 보유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보상이었던 것이 이후 처벌이 되는 것을 학습하는 것, 이것이 역학습입니다.

여태까지 설명을 통해서 보상과 처벌과 관련하여 우리 행동이 어떻게 수립되는 지를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안와 전두 영역은 여기에 관여합니다. 앞서 요약된 설명과 비교해보면 어떻게 부합하는지 알 수 있겠죠.


그런데 이 부분이 제 기능을 못하는 이들은 어떻게 될까요?

어떤 연구들에서 위의 '학습'과 '역학습' 과정을 유도하는 실험을 수행하였습니다. 그 결과 안와 전두 영역이 손상된 사람들은 손상되지 않은 일반인들과 비교해서, '학습'은 되지만 '역학습'이 되지 않음을 발견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우선하는 '보상'과 '처벌'의 관계성을 파악하기는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보상행동'이 더 큰 '처벌'을 유도함을 학습하지 못하고, 앞서 학습된 방식대로만 수행했다는 것입니다. 즉, 손실이 더 커질 것이 뻔한대도 즉각적인 보상에만 눈이 멀어서 충동적으로 행동하게 된다는 것이죠.

앞서 언급했듯이 안와 전두 영역은 보상 영역과 처벌 영역이 구분되어 있는데, 만약 각 영역에서 보상과 처벌의 크기를 적절하게 활성화시키지 못한다면, 즉각적 보상의 크기를 과대평가하거나 지연된 처벌의 크기를 과소평가하게 될 것이고, 의사결정에서 장기적으로 해가 되는 결정을 하게 될 것입니다. 안와 전두 피질 영역은 정서 처리에서 부적절한 양상이 발견된다고 하는데, 아마도 이와 관련된 것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장기적으로는 더 큰 해가되는 결과에 따른 행동을 수립하지 못하는 경우, 물질남용이나 충동조절장애 등에 노출되기 쉽게 되는 거죠. 보통 우리가 '충동적이다'라고 하는 사람들의 경우, 그것이 후에 더 큰 화가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즉각적인 보상을 추구하는 행동을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의사 결정은 반드시 게임중독이나 물질남용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적 관계 전부가 보상과 처벌이 즉각적이거나 지연된 방식으로 존재합니다. 만약 사회적으로 정서를 조절하는 부분에서 이상을 보이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사람 역시 안와 전두 영역과 관계된 결함이 존재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여전히 '그래서 어쩌라고'

근데 이런 fMRI 연구 결과를 공부할 때 생기는 의문이나, 일반인들 관점에서 이런 이야기를 뉴스로 봤을 때 갖는 난해함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또는 임상적으로는 뇌를 이렇게 쉽게 막 찍어서 확인을 해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설령 찍는다고 하더라도) 어떤 행동 문제가 있다고 해서 '뇌의 결함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을 해버린다면, 진단 이전에 심한 낙인을 찍는 느낌이 듭니다. 우리는 뇌를 상당히 기질적인 부분으로 귀속시키니까요.
(마치 '지능'처럼요)

SBS 보도를 보니
"인터넷을 많이 해서 뇌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 뇌의 결함 때문에 인터넷이나 마약 등에 쉽게 중독된다"

라고 언급했던데, 솔직히 이렇게 쉽게 단정지을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만약 그 게임 중독자가 고작 1-2년 정도 게임에 빠져서 중독이 되었다면 그럴 가능성이 높겠지만, 어린 시절부터 10년 이상 게임을 즐겨온 사람이라면 뇌 자체가 거기에 맞게 조직화되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렇게 보도하면 경각심을 가질 수 있고,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사람이 늘 수도 있긴 하지만, 오히려 게임 중독 청소년 본인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내가 게임중독인 것은 뇌가 그렇게 생긴 거구나. 그러면 게임중독 빠져나오려고 노력을 해봤자겠네..." 제 생각이 과연 설마와 오바일까요?

최소한 한 가지 다행인 점은, 뇌의 기능 결함들도 약물 뿐 아니라 심리치료를 통해 나아질 수 있다는 점 역시, fMRI 연구로 밝혀져 있다는 것입니다. 공포증 환자들이 이러한 대표적 예인데, 다음에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게임 중독 치료와 뇌 기능 영상은 아직 연구가 안된 걸로 알고 물질 남용은 제가 사실 잘 모릅니다.)


선정적인 보도에 대한 찐한 아쉬움

이번 연구에서, 뉴스의 보도는 "게임 중독 환자는 약물 중독 환자와 다름없다",  좀 더 내포한 의미를 캐보자면 다시 말해 '게임은 마약이나 다름없다', 이런 식으로 호도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대부분의 뉴스와 신문들이 즐겨하는, '감정적이고 선정적인' 소신보도의 전형이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대중들로부터 과학을 멀리하게 만들죠... (SBS 저녁 뉴스 보도는 좀 더 필요한 정보를 취재해서 보도한 느낌이었습니다만, 인터넷 뉴스는 정말...)

잘 기억나진 않지만 이전에 제가 봤던 뇌 영상 연구는 게임을 해서 얻는 이득들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닌텐도 DS가 워낙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과연 게임을 통해 치매를 예방할 수 있을까 했던 것들인데, 물론 확실한 결과가 나왔다면 이미 닌텐도에서 광고로 써먹었겠지만, 그런 정도의 결과까진 나오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게임이란 게(그외에 많은 여가나 취미, 기호들이) 반드시 장단점이 공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을 균형적으로 잡아주는 보도 자세가 좀 아쉽습니다.

제가 기사를 통해 추측해본 연구의 의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약물 남용에 비해 인터넷 중독이나 게임 중독은 아직 치료 방법이 정립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지만,  게임 중독 역시 약물 중독과 비슷한 치료 전략이 가능할 것이다.'


ps. 사실은 정말 하고 싶은 말

아마 오늘의 보도는 '게임을 즐겨하는 자녀를 둔 부모들'이 신경정신과에 애들을 데리고 발길을 돌리도록 하는 데 공헌을 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자녀들에게 게임을 멀리하라고 하기에 앞서서, 진학, 성적, 학교 생활, 학교 폭력, 따돌림 등 갖은 고위험군 스트레서에 노출되어 시달리는 청소년들에게 어떤 여가와 어떤 대안을 준비하고 있는지부터 이 사회에 묻고 싶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전부 뇌가 그렇게 생겨서 게임에 빠져있다고 저는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부모와 형제자매, 친구들로부터 관심과 애정을 많이 받는 청소년이 게임 중독에 빠지는 경우를 저는 본 적이 없거든요.

일상에 지장을 줄 정도로 게임 중독에 빠진 학생들은 대부분 부모나 친척으로부터 방치되고, 높은 학업적 기준에 좌절하고, 수줍음으로 교우관계를 회피하던 이였으며, 게임 중독이라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한 학생들이 게임으로 불안과 스트레스를 풀지 못했다면, 그들을 유혹하는 나쁜 길들이 더 많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Posted by feveriot
[psychology : taste/pathologic : clinical] - 로르샤흐 검사 오해 정리 및 정확하게 알기 (1)


조금 여유있게 글을 쓰고 싶었는데, 아침부터 로르샤흐 공개 뉴스가 네이버에 뜬 것을 본 이후로 상당히 흥분상태에 가까워서 뭔가 계속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전 글에서 이어서 계속해서 논란들을 좀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미 네이버나 다음, 구글 등으로 통해서도 상당부분 로르샤하 검사 카드들이 공개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하나 둘 씩 자기는 이러저러하게 보이니 뭔지 해석해달라, 식의 이야길 하는 얼라들이 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일단 검색되는 사진들을 얼른 전부 뒤엎어버리고 싶지만, 제가 어찌할 수 없으니 참 인터넷이 무섭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뭐든 공개되면 좋은 줄만 알았어요.

아무튼 현재 걱정스러운 것은 로르샤흐 검사가 인터넷에 난립하는 '심리테스트'나 '사이코패스 테스트'처럼 아무나 접해보고 자기는 뭘로 보인다, 뭐가 생각난다 이런 식으로 게시판에 글을 적고 알리는 행위가 늘어나고 있는 점입니다. 자기들이 그러고 싶어하는 걸 제가 말릴 수도 없는 법이니 그냥 차분하게 그런 짓이 얼마나 무의미한 지만 설명하겠습니다.

이미지를 몇 장 추가할까도 생각했는데, 아무리 인터넷에 널렸다고 해서 그걸 게시하는 건 역시나 미친 짓 같습니다. 가능하시면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검색이나 게시를 자제해주시길 부탁드릴 뿐입니다. 사실 저작권법 개정 때문에 사진 올리는 거 신중할 땐데... 위키가 뭐라 해도 아직 상품으로써 저작권이 분명히 존재하는 사진들입니다.

(로르샤흐 검사에 오염을 일으킬 수 있는 정보는 최대한 배제를 하는 한에서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Q: "저는 이 그림을 보고 이게 떠오릅니다. 이러면 무슨 성격인가효?"

이런 분들이 상당히 많아 보입니다. 외국 웹에서는 줄줄히 댓글 달아놓으며 장난치는 거 보고 기가 찼습니다. 근데 어느새 반나절만에 한국 웹에서도 상당히 많이 보이게 됐어요.

뭐 뉴스 보고 관심이 간거야 당연합니다. 역시나 조선일보 답게 아주 이야기를 호기심 당기게 써놨어요. 카드 공개 논란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떡하니 크게 사진도 박아놓는 역설적 모습을 보여주는 걸 보니 역시나 대한민국 1등 신문 조선일보 답더군요. (링크: 이 그림에서 뭐가 떠오르시나요?)

심리테스트나 혈액형 성격이 호기심 가는 것 다 이해합니다. 더구나 로르샤흐 검사처럼 뭔가 있어 보이는 검사에는 더더욱 그렇겠죠. 대부분의 검사는 안면타당도가 높습니다. 누구든지 자꾸 하다보면 뭘 검사하려고 하는지를 대충이라도 알 수 있게 되죠. 그렇지만 로르샤흐 검사는 안면타당도가 낮아요. 뭘 어떻게 재는 건지 참 알 수가 없습니다. 검사를 공부하는 입장이 아니라 단순히 받는 입장에서는 도무지 납득이 안될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단순히 로르샤흐 검사에 대한 이야길 접하고 그에 대한 흥미나 해석을 받고 싶은 욕구는 이해가 되요.

근데 이렇게 모두 볼 수 있게 인터넷에 떡하니 올려놓는 건 대체 무슨 이야길 듣고 싶은 건가요? '미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듣고 싶은 건지 '천재'라는 이야기가 듣고 싶은 건지?

잘못된 부분부터 지적하겠습니다. '연상'했다는 것 부터가 틀렸어요. 로르샤흐는 뭘 '떠올리게' 하거나 '연상'을 시키는 검사가 아닙니다.

단언하지만, 그런 식으로 인터넷에 어쩐다 저쩐다 아무리 보고해봤자 제대로 분석해 줄 수 있는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이런 저런 의미라며 해석해 줄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데, 아마도 제 생각엔 허풍쟁이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칭 정신분석가, 자칭 심리분석가, 자칭 독심술사 같은 사람들이 나서서 뭐라고 이야길 해댈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전문가라면 절대 그런 몰상식한 짓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검사를 아직 덜 깊게 배운 학부생들이 아는 체하려다가 무리하게 적용하지 않을까.. 그런 걱정은 좀 듭니다만.)

아마 사이코패스 테스트를 만들었다는 홉킨스 박사라면 아주 멋진 해석을 해주지 않을까 싶네요. '세상에서 2%의 사람만 이걸 사람으로 보는데 당신은 그렇게 이야기했으니 사이코패스다'식으로 말이죠. (쩝..농담이니 재미없어도 넘어가주세요.)


앞선 글 에서도 언급했지만, 영문 위키피디아에서 '이렇게 저렇게 라고 이야길 해야 정상이고 뭐라 이야길 하면 비정상이라 진단받는다'라는 이야기는 거의 허튼 소리에 가깝습니다. (한국 위키피디아는 정보가 간단하게 정리된 편이라서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림만 떡하니 올려둔 걸 보니 위키가 뭔가 작정하거나 홀린 것 같은 느낌이네요.)

또한 이렇게 저렇게 보고하면 성격적으로 어떤 의미를 뜻한다, 뭐 이런 식으로 설명해둔 블로그도 있긴 한데,  로르샤흐는 개인의 주관적 경험을 기준으로 결과를 해석하며 실제로는 매우 복잡한 체계를 거쳐야 개인에 적합한 해석을 할 수 있게 되므로 단순히 그런 포괄적인 설명으로는 개인에게는 거의 의미가 없습니다. A형이 이렇다 B형이 저렇다 식의 이야기와 별 다를 바가 없단 거죠.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로르샤흐가 그냥 단순한 그림 검사 같아 보이고, 정신분석에 심취한 심리학자에게 뭐가 보인다고 이야길 해주면 그 심리학자는 고민을 하면서, '그건 당신의 정신이 어쩌고 무의식이 어쩌고 리비도가 저꺼고 이런 상징을 말합니다'라고 말해줄 것 같은 고정관념이 있을 수 있겠죠... 물론 아주 옛날에 그런 방식으로 사용된 적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앞선 글 참조)

그렇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아요. 앞선 글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로르샤흐 검사는 중간에 검사체계의 혁신을 거쳤습니다. 현재 로르샤흐 검사자들은 표준화된 절차를 밟아 시행된 검사에 대해서 복잡한 기호화 체계와 채점 계산 체계를 거쳐서야 겨우겨우 해석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대학원 수준에서 전문적으로 심리학과 심리평가를 전반적으로 공부 한 학생이 아니라면 해석은 커녕 사용되는 언어나 원리를 이해하는 것조차 어렵습니다. 임상가들이 풀배터리 검사 후 결과보고서를 쓸 때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게 아마도 로르샤흐 검사일 겁니다.

그만큼 전문가들도 어렵고, 공을 들이고, 조심스럽게 해석하는 검사입니다. 타당도나 신뢰도에 대한 논란이 있기 때문에 그만큼 임상가들도 충분히 주의하면서 더 조심스럽게 행하려고 하죠. 해석자가 자칫 잘못하면 검사를 수행한 고객에 대한 상당한 오해를 가중시킬 수도 있으니까요.

단순하게 결론을 말씀 드릴게요. 로르샤흐는 아무리 허투로라도 인터넷에서 그림 좀 보고 뭐라 이야기했다고 해서 결과를 해석해 줄 수 있는 검사가 아닙니다. 아마 그건 결과라고 이야기할 수도 없을 겁니다. 검사를 정식 절차를 밟아서 시행했을 때도 의미있게 해석할 수 없는 '무효 프로토콜'의 경우가 생기는데 하물며 이런 식으로는... 한 마디로 인터넷에 올려놓는 걸로는 해석이 불가능하고, 행여 해석해주는 이가 있어도 대체로 허풍쟁이일 것이라는 결론입니다.



Q : "뭐 올려두면 누가 해석해줄 수도 있을텐데, 올려두면 뭐 어때요?"

어떤 생각을 하든 자기 마음이고 자기가 올리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그렇지만 저는 가끔 보면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MBTI나 MMPI자료를 올려놓는 사람도 봤는데 솔직히 저는 그 사람들이 노출증이 있지 않나 싶었습니다.

물론 저희들도 검사 공부를 하거나 재미삼아 서로 MBTI가 무슨 유형인지 알아보기도 하고, MMPI 프로파일이 어떤지 비교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저희는 일반인의 경우와는 좀 다르죠. 검사나 결과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알게 되고 또 어찌보면 많이 알아야 되는 입장이니까요.

그렇지만 공공연하게 프로파일이나 검사결과를 올려놓는 것은 글쎄요... 보통 사람이라면 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알아주길 바라는 건가요?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 "A형 여자는요..."라는  글들을 열심히 스크랩하는 사람들 처럼?

혈액형 심리학은 어차피 타당도가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접근하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MBTI나 MMPI 결과를 비롯한 심리검사 결과는 본인이 검사를 해서 도출된 결과이기 때문에 결과 프로파일은 전적으로 자기 자신의 어떤 사적인 부분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되는 겁니다. 설령 대충했다거나, 거짓으로 했다고 해도 말이죠.

주민등록번호나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생일, 가족, 인간 관계, 성격. 누구에게 쉽게 알려주려 하나요? 보통은 쉽게 알려주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전부 중요한 개인의 사적 정보들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자신의 검사 결과는 자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지 마음껏 올려놓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볼 때마다 너무 안타깝습니다.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되어서 중국에서 보이스피싱에 남용되는 것처럼, 검사 결과도 하나의 개인 정보로써 그걸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징 사람들이 보면 쉽게 이용당할 수 있습니다. 주의가 필요한 일입니다.

로르샤흐도 마찬가지입니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기본적으로 그런 식의 반응으로는 정식 해석 체계의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 불충분하고 타당하지 못한 결과 프로토콜이기 때문에 해석을 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나 Exner 체계의 해석은 일정한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 경우 검사결과의 해석 자체를 하질 않습니다. 하지만 정식 절차에 따라 해석 될 수 없다고 해서 그것들이 개인 프라이버시에 포함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로르샤흐 카드는 개인 고유의 주관적 경험을 이끌어 내는 것이 목적이므로, 다시 말해서 로르샤흐 그림을 보고 만들어 낸 어떤 언급조차도 이미 개인 고유의 프라이버시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니홈피나 블로그, 카페에 자기 반응를 적어서 공개해놓은 사람들은, 결국 해석하기에 불충분해서 누구도 해석해주지 못할 텐데, 괜히 개인 프라이버시만 공개하는 꼴이 되는 겁니다.

제대로 된 검사를 받을 경우, 검사에 대한 반응들은 남들과 공유할 만한 게 절대 아닙니다. 아무리 친하고 가까운 사람이라고 하더라도요. 때문에 심리학자들의 윤리강령에도 내담자와 내담자의 정보에 대한 비밀 유지가 포함되어 있는 거구요. 그런 걸 인터넷 상에 올려두는 게 어떤 의미인지 좀 더 생각을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로르샤흐 검사는 인터넷에 널린 재미로 하는 심리테스트가 아니니까요.
Posted by feveriot
리나라는 오늘에서야 네이버에 뜨면서 이슈가 되었기에 아직 큰 논란이 일어나진 않았습니다만, 외국에서는 이미 상당한 논란과 함께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부터 위키의 카드 공개와 관련된 글을 쓴 외국 웹을 검색해본 결과 여기에 관한 사람들의 반응을 대충이나마 몇 가지로 나눠볼 수 있었습니다.

1) 로르샤흐 검사 자체에 대한 회의론자들
2) 로르샤흐에 대해 잘 모르면서 아는 체하고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이들 (주로 찌질이들)
3) 자기는 이렇게 저렇게 보인다면서 어떻게 해석되냐고 물어보는 사람들
4) 카드 공개에 대해서 걱정하는 사람들 (주로 심리학자들)

일반인들도 상당히 호기심이 이는 뉴스거리인데, 현재 외국 웹에서는 무분별하게 거짓되고 왜곡된 정보가 돌아다니는 것 같아서, 저라도 이번 사안에 대해서 일반인들이 가능한한 이해하기 쉽고 간단하게 정리 해보겠습니다.

(미국에서는 로르샤흐를 로어셰크란 발음으로 읽습니다.
네, 와치맨의 로어셰크란 캐릭터 자체가 로르샤흐 검사를 패러디한 겁니다.)


Q: 로르샤흐 검사는 무엇이고 어떻게 발전했나? 과연 믿을만한 검사인가?

20세기 초에 유행했던 데칼 꼬마니를 이용해서 스위스의 헤르만 로르샤흐란 인지심리학자가 만든 잉크반점 검사입니다. 로르샤흐 검사는 여러가지 굴곡의 역사가 많은 검사입니다.

로르샤흐는 처음에 정신분열병 환자들이 잉크반점의 영역을 보고 특이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발견하고 검사를 개발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리 선호되는 검사가 아니었습니다. 때문에 어떤 출판사도 출판을 해주려 하지 않다가 작은 출판사에서 출판을 해주기로 했는데, 로르샤흐 본인이 제대로 된 연구도 없이 일찍 사망해버린 데다가 출판사가 망한 탓에 출판사 창고에 그대로 쭈욱 잠들어 있게 됩니다. 그러다가 독일의 대형 출판사가 망한 출판사를 인수하면서 다시 빛을 보게 된 것입니다. (그 출판사가 현재 위키에 저작권 고소를 한 호그레페 후버 출판사입니다. 여전히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 정신분석학이 한창 인기던 미국에서, 스위스에 다녀온 한 학자가 로르샤흐 검사를 정신분석적 검사 용도로 미국에 도입하기로 합니다. 당시 미국은 유럽 못지 않게 정신분석학 상담이 대세를 이루었기에 로르샤흐 검사 역시 빠르게 퍼지며 유행하게 됩니다. 약간 신비한 듯 하면서 안면 타당도가 높지 않은 검사였기에 정신분석 학자들이 투사검사로 선호할 만했을 겁니다.

그렇지만 점차 정신분석에 대한 논란과 반감이 증가하면서, 이와 동시에 로르샤흐 검사에 대한 비판 역시 제기됩니다. 검사자마다 통일되어 있지 않고 제각각인 시행 절차, 거의 무용지물인 채점 절차, '보고한 내용'이 정신분석적 성적 상징들로 해석되어 정신분석적 이론에 입각해 되는데로 이야길 늘어놓는 해석 절차, 규준의 부재와 타당도의 의심 등 심각한 결함들로 인해, 상당한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고 일부 심리학자들은 로르샤흐 검사를 공공연하게 쓰레기 취급하기도 했습니다. 최면, 강령술, 꿈의 분석 등과 함께 유사심리학으로 취급하며 정신분석을 배척할 때 같이 몰아내버리려 했던 거죠.

> 로르샤흐 검사를 대표로 해서 일반인들에게 심리검사에 대한 고정관념적 인상이 결정된 것은 이때 입니다. 한 때 인기가 있었기에 로르샤흐 검사는 TV에도 나오는 등 유명세를 떨쳤습니다. 사람들은 로르샤흐 검사를 '신비하고' '겉보기에 알 수 없으며'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보게 되고, 정신분석과 동일 선상에 놓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 정신분석이 심리학 역사의 뒷길로 내몰리면서 로르샤흐 검사 역시 쇠퇴하게 됩니다. 결국 임상가들도 점차 로르샤흐 검사를 사용하지 않게 되었으며 대신 객관적 검사를 대표하는 MMPI가 그 위치를 차지하게 됩니다.


아마도 쭈욱 그렇게 되었으면 아마 로르샤흐 검사는 정신분석과 같이 이름값만 남은 존재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Exner라는 심리학자가 로르샤흐 검사를 살리기 위해 대대적인 경험적 연구를 시행합니다. Exner는 정신분석적 이론에 입각한 검사의 시행과 해석을 최대한 배제하고, 경험적 연구에 근거해서 시행 절차와 채점 절차, 해석 절차를 정립하고 이를 발표합니다. 이전에 정신분석적 용도로 로르샤흐 검사를 사용하던 이들이 반발을 했지만, 그들과 달리 Exner는 연구한 데이터를 근거로 들이대기에 모두가 수긍하고 따라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Exner 종합체계'라는 것을 만들었고 현재의 로르샤흐 검사는 대부분 이것을 따라 시행하고, 채점되고, 해석되는 절차를 따르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계속된 경험적 연구와 수정으로 이전엔 정신분석적 상징의 근거 도구 정도로 밖에 사용되지 않았던 로르샤흐 검사를 MMPI와 함께 대표적인 성격검사 도구로 발전시킵니다.

미국에서는 한때 정신분석이 유행일 때는 로르샤흐 검사가 임상가들이 가장 즐겨 사용하는 검사 도구이기도 했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쇠퇴하고 난 뒤에는 선호 순위 20위 밖으로 밀려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차츰 순위를 회복해서 최근에는 8위 정도에 위치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1위는 MMPI-2). 검사에 대한 수많은 논란과 오해가 함께 해 왔으며, 무엇보다 다른 객관식 검사와 달리 임상가들이 시행하기에도 매우 오랜 시간과 큰 노력이 소모되는 것을 감안할 때, 상당히 높은 순위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Q: 심리학자들은 왜 이리 과민반응하는가?

심리학자들의 윤리강령에 검사도구에 대한 비밀을 유지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로르샤하 뿐만이 아니라 모든 검사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것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심리학자들이 무슨 비밀결사대도 아닌데 무슨 대단한 비밀이라고 이런 강령을 지키려고 할까요? 누구 말처럼 심리학자들이 검사를 '부두교 주문'처럼 지키려고 하는 걸까요?

사실 공부하면 다 알 수 있는 내용이니 완전한 비밀은 아닙니다. 어차피 심리학과 학부생들은 심리검사나 평가 수업을 듣게 되므로 수 많은 학생들이 심리검사의 과정이나 절차를 학습합니다.

그렇지만 심리학과 학생들은 검사의 이론적 원리나 해석의 절차에 관해서 배경 지식이 있는 상태이며, 발생할 수 있는 오해의 대부분 공부하는 과정에서 줄일 수 있습니다. 사실 저만 해도 배우기 전만 해도 로르샤흐 검사는 정신분석적 이론에 기반을 둔, 타로 카드와 별 다르지 않은 미신적 검사라고 생각했을 정도니까요. 물론 공부를 하더라도 각각의 선호나 취향은 남겠지만, 제가 가지고 있던 선입견과 같은 기본적 오해들은 씻겨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이와 달리 일반인들은 오해가 생기기도 쉽고 이를 해결하기도 어렵습니다. 더욱이 그게 본인이나 주변인에게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학부생들은 심리검사를 배우기 전에 미리 검사를 받아 보도록 권유받습니다. 왜냐면 검사의 과정이나 절차를 알아버리면 개인의 인지가 거기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위키에 이 정보를 공개했다고 하는 제임스 하일먼이라는 사람은 "시력 측정도구로 가장 유명한 스넬렌(Snellen) 시력검사표의 글자들도 모두 위키피디아에 공개돼 있다"하며 시력 측정자가 시력 검사표의 글자를 사전에 외우지 않듯이, 성격검사를 받고 싶은 사람은 로르샤흐 얼룩을 미리 보지 않으리라는 논리를 폈다."라고 합니다. (조선일보 인용)

같은 논리로 이 사람의 주장을 비판해 보겠습니다. 시력을 측정하려는 사람이 시력 검사표 글자를 사전에 외울 만한 필요나 동기가 있다면 외우려 하지 않겠습니까? 시력이 낮으면 입시나 취업에 손해를 받는다건가 하는 경우처럼요. 그럼 그 사람은 당연히 슬쩍 시력 검사표를 보고 외워서 둘러대겠죠. 또한 우연히라도 미리 검사표를 보게 된다면, 예를 들어 안경을 쓴 상태에서 검사를 하고 이후에 안경을 벗고 시력 검사를 한다면, 그게 제대로 된 시력 검사일까요? 결국 시력검사조차도 선행된 정보에 쉽게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동기만 충분하다면 결과가 오염될 가능성은 풍부하다는 거죠.

무엇보다 다른 무엇보다 로르샤흐 검사는 '개인의 주관적 경험'을 파악하기 위해 마련된 검사이기 때문에, 타인들이 보고하는 내용이나 반응하는 방식 등을 미리 알게 된다던가 하는 경우, 그만큼 오염되는 부분이 커지게 되고 개인의 정보를 타당하게 파악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시력이 나쁜 사람이 시력이 좋게 나오게 되면, 결국 그건 누구에게 안좋은 일입니까? 다른 동기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거짓을 말한 자기 자신에게 부정직한 일이자 검사를 시행한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게되어 좋지 않은 일입니다.

이처럼 검사가 사전에 노출되게 되면 검사를 가지고 개인의 심리적 정보를 파악하려는 심리학자들에게 큰 리스크를 가중시킵니다. 검사를 통한 성격 파악 자체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닐진데 거기에 검사 왜곡의 가능성을 높힌다면 당연히 결과 해석이 더 어려워지는 거죠. 이는 검사를 받는 사람들에게도 바람직한 결과가 아닌 것이죠. 잠재적으로 어떤 목적으로 검사를 받을 지 모른 상황에서 인터넷을 통해서 부정확한 검사 정보가 남용되어서는 결국 개인들 모두에게 손해입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아마 심리학자들도 무언가 방도를 생각하긴 해야할 것 같습니다.)



Q: 위키피디아의 정보 공개, 무엇이 문제인가?!

일부에서는 여전히 자기 나름의 해석 방식이나 정신분석적 해석 방식을 유지하기도 합니다. Exner 체계를 따르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죠. 검사의 채점과정보다 보고한 반응의 내용에 중심을 두고 해석하는 방식이죠. 마치 '굴뚝이나 솟대'는 남자 성기를 상징하고 '동굴'은 여자 성기를 상징한다고 해석하는 정신분석적 해석과 같습니다(아주 극단적이고 나이브한 해석 예죠. 실제로 이렇게 하진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그리고 현재 위키에서 '로르샤흐 검사 정답 반응'이라고 올라온 내용이 거의 이러한 방식으로 해석하는 것을 두고 이야기되는 것입니다. 결국 위키에 올라온 내용은 60년대 수준의 해석 방식이란 것입니다. 거의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심리테스트나 사이코패스 테스트에 가까운 유치한 수준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설명을 하고 있어서 거의  '도시괴담'에 가까운 내용입니다.

또한 위키의 정답으로 제시된 것들은 대중적 반응을 이야기하며 정상 비정상이 나눠진다고 이야기 하는데, 당연하지만 이것만 가지고 정상 비정상을 나누지 않습니다. 혈액형처럼 사람 성격이 그렇게 쉽고 확실하게 구분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은, 실제 새상이 그렇질 않잖아요? Exner 체계에서는 복잡하되 체계화된 방식으로 로르샤흐 검사를 개선시켰습니다. 복합적인 성격 양상을 검사를 통해 반영하려고 했기 때문에 쉽게 해석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습니다!

로르샤흐 검사는 매우 복잡한 기호화 절차 및 채점 및 계산 절차, 계열적 해석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시간도 오래걸리고 상당히 피곤한 절차지만 최소한 이 방식이 위에서 제시된 것과 같은 방식보다는 훨씬 의미있는 정보를 주기 때문이죠.(유능하고 경험많은 임상가들은 당연히 초보자들보다는 더 능숙하게 하겠지만요)

검사를 가지고 진단이 결정되는 것처럼 설명한 것도 위키의 문제입니다. 물론 어떤 수준낮은 검사자들은 MBTI만 가지고도 성격을 규정짓기도 하고 MMPI만 가지고도 진단을 확정하기도 합니다. 그건 그 검사자들의 질이 떨어지는 문제이지 검사가 가진 문제가 아니죠.
 

그렇지만 일부에서는 이런 이유(하나의 검사가 완전하지 않다는 점) 때문에 심리검사들에 대해서 적대감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때문에 심리검사들을 무용지물로 만들려는 목적으로 전형화된 반응 정답들을 외워서 검사를 받겠다는 사람들이 있는거죠. 저는 이게 다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심리검사 하나 가지고 진단이 결정될 리가 없습니다.

또한 검사만 가지고 진단이 결정되지도 않구요. 
보통 검사는 하나만 시행되기보단 풀배터리로 시행됩니다. 풀배터리를 시행하고, 거기에 면담까지 진행하는 이유는 모두 임상가들이 기본적으로 하나의 검사 결과에 대해서 보수적이고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예전에는 오해했었기에 그런 관점을 이해하기 때문에, 오히려 분명하게 말씀드립니다.
사람들의 오해와 달리, 로르샤흐 검사는 매우 상식적인 검사입니다.

또 이어서 쓰도록 하겠습니다.



Posted by feveriot
위키에서는 로르샤하의 저작권이 만료되었다는 주장에 따라 2009년 7월 29일부로 로르샤흐 카드를 완전 공개했습니다.

뭐 국내 기사가 뜨기 전에 이미 알고는 있었습니다. 저도 우연히 검색하다가 발견한 거지만요.

블로그에 관련 글을 올릴까 말까 고민하다가 이건 외국 사정이니 괜히 국내에 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올리지 않았는데 근데 국내에도 이렇게 네이버 대문을 장식하는 기사가 떠버릴 줄은 몰랐습니다.

조선일보 기사네요.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7/31/2009073100028.html

조선일보는 가디언지를 인용해서 써놨는데, 제가 확인한 기사원문은 이것입니다.
http://www.guardian.co.uk/science/2009/jul/29/rorschach-answers-wikipedia

일단 위키에서 공개를 해버린 탓에 네티즌들이 수없이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심리테스트'류의 잘못된 응답과 해석이 계속 퍼지고 있는 양상입니다.

지금도 고민중입니다. 이미 인터넷에 공개되버린 탓에 이걸 막을 수도 없고
오해를 정확히 풀기 위해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검사에 더욱 오염될 터이고..

아무튼 위키피디어에서 시작된 이야기라서 위키도 여전히 갑론을박 중입니다.
http://en.wikipedia.org/wiki/Talk:Rorschach_test#Streisand_effect

일단 한 가지만 말씀 드리자면, 로르샤하는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심리테스트나 '사이코패스 테스트'따위가 아닙니다.
위키에 올려진 것과 같이 단순하게 진단되거나 해석되는 것이 아니란 점입니다.

현재 위키를 비롯해서 로르샤하 카드를 웹에서 검색할 수 있게 되어버렸습니다.

그렇지만 해석이나 분석에 관해서는 제대로 된 정보 없이, 제 기준으로 보기엔 너무나 무식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오해를 양산시키면서 자가 증식하고 있습니다. (영문 웹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로샤에 관한 가장 흔한 오해 중의 하나를 타당한 것처럼 적어놓았으니 참 답답합니다.

의아한 점은, 원저작자 로르샤하의 저작권이 만료되었다고 해도, 그 저작권을 사들인 회사가 엄연히 존재하는데 과연 위키의 주장이 타당한 것인지 하는 것입니다.
위키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기도 하고...



이 글을 보신 분들께 부탁드리자면, 로르샤하에 대해서 왜곡된 정보를 검색하시거나 로르샤흐 카드 그림을 포스팅하지 말아달라는 것입니다.

제 생각엔 위키의 주장은 의심점이 많이 있습니다. 아마 저작권 문제가 분명 발생할 겁니다.
또한 정말 필요할 때 검사가 유효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구요.



아무튼 좀 더 생각을 정리해서 글올리도록 하겠습니다.
Posted by feveriot

심리학에 대한 오해들: (3) 심리학을 배우면 독심술을 할 수 있다?

위와 같은 글을 적은 적이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독심술'을 키워드로 검색하여 방문하는 분들이 꽤 많이 있는 듯 합니다. 오랜만에 예전 글을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있는데, 아뿔사. 여태까지 제가 제대로 된 결론을 안 적어 놨었더군요. 그래서 이번에 결론을 내려 드리겠습니다.


심리학을 배워도 독심술은 배울 수 없습니다. 있는 걸 안가르쳐 주는 게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읽는 법칙'이란게 없기 때문이죠.


이전 글에서 말했듯이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봅니다. 우리는 문화와 관습, 교육, 경험을 통해서 각 개인의 기준과 규율 등을 맞춰나갑니다. 그렇지만 겨우겨우 비슷한 군집에 가까워지거나 '유효한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것일 뿐, 모두가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바라보는 것이 아닙니다. 흔히 사람들은 '자신이 보는 것'의 객관성 만큼은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보는 것마저 자기 의도대로 조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억이나 추론의 편향은 말할 것도 없지요.


이러한 '상대성'이 '독심술'이란 것을 여태까지 세상에 존재하게 한 이유인 동시에, 논리적으로 존재 할 수 없게 하는 이유가 됩니다.

어떤 사람이 독심술이란 게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에게는 세상에 독심술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믿고 싶은 이유는 각각 다르겠죠. 그렇지만 동기야 어떻든 계속해서 그런 사고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할테니 점점 그 기제가 강화될 것이고, 독심술을 믿는 사람에겐 그의 논리가 깨지지 않고 확신적으로 존재하는 근거들을 계속해서 스스로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이 다시 그것을 믿게 되는 동기를 강화시킬 것입니다. 때문에 '보고 싶은 걸 본다'라고 표현되는 거죠. (여기에 독심술 말고 다른 어떤 것도 대입이 가능합니다. '좌빨' '혈액형 성격' '인종주의' '지역주의' 등도 대입 가능하겠죠?)

그렇지만 좀 더 상위사고로 생각을 해보면, 모든 개인들의 심리가 주관적이고 상대적이기 때문에 독심술과 같이 '사람 마음을 읽는 절대적 법칙'이란 것은 있을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겉보기에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심적으로는 전혀 다른 상황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은 개인이 가진 기질, 성격, 경험이 다르며 또한 상황을 해석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결국 누군가의 마음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파악해야 될 변수가 우주에 널린 별들의 수만큼 될 것 입니다. 또한 한 개인은 자기 자신의 기질, 성격, 경험, 처리방식으로 타인을 바라보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변수는 제곱이 됩니다. 어떤 개인의 마음이나 정신 자체에 접속해서 온전히 그 자체의 관점에서 살펴보지 않는 이상, 독심술이란 것은 불가능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이 타인의 마음을 절대로 읽지 못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의 행동에는 어떤 식으로든 원인이 작용하기 마련입니다. 다시 말해 추론과 예측 가능한 요소가 있다는 것이죠. 심리적, 생리적, 환경적, 유전적 원인들이 존재하며 문화, 경험, 편견, 고정관념, 방어기제 등의 잣대를 이용해서, 또는 미디어나 술(?)등의 여러 도구를 이용해서 우리는 때때로 타인의 마음과 생각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또 지나치게 시니컬하게 보면, 우리는 공감하고 있다고 생각할 뿐인거죠.

제가 지금 '독심술'로 검색해서 들어온 분들이 어떤 분들인지 한번 알아 맞춰볼까요? (그냥 글 구경하러 오신 분들은 제외;)

아마 신경쓰이는 이성이 있어서 독심술을 배우고 싶어하실 겁니다. 아닌가요?

'독심술'이란 게 타인들과 어울리는 게 싫거나 혼자 있는 게 편한 사람들, 즉 타인의 마음을 읽을 동기가 없는 사람에게는 필요가 없겠죠? 대인관계를 원하지만 아마도 능력이 부족해서 고민하거나 누군가의 마음을 쉽게 얻고 싶을 때 필요성을 느낄 것입니다.

특히 그 대상은, 동성보다는 이성이겠죠? 동성친구끼리는 대부분 대화를 털어놓고 하는 편이니고 크게 고민되거나 중요한 사안이 아니니까요.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가장 분명하고 커다랗게 동기화 되는 사안은, 이성문제 입니다. 특히나 관심있는 이성에게는 괜한 이야기를 해서 실망시키거나 오해를 사지 않을까 두려움이 크죠. 그러다보니 항상 '그 남자가 내게 반하게 할 방법은 무엇일까?' '그 여자가 오늘은 나에게 왜 그런 행동을 한 것일까?'와 같은 의문들이 강하게 퍼지게 됩니다. 인간은 의문시되는 상황을 막연하게 놔두지 않습니다. 답을 내려야 합니다. 그게 미신이라고 할지라도 말이죠. 그러다보면 독심술적 사고에 관심이 자꾸 가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점쟁이 같은 썰을 한번 풀어놓아 본 것입니다. (아 물론 아니어도 별 수 없습니다. 저는 무당이 아니니. 정말 그렇게 잘 맞는다면 이미 점집 차렸겠죠.)

누군가에겐 귀신같이 맞고 누군가에게는 허튼소리처럼 맞지 않았을 이런 설명은, 독심술이 아니라 그냥 유추입니다. 당연히 이것들은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우연보다 높은 확률을 가질 뿐인거죠. 가끔은 공감하고 이해했다는 기분을 느끼게도 합니다. 그러나 마음을 이해한 것과는 조금 다른 것이죠.

만약 언제 어디서나 확신할만한, 아니 동전던지기 이상의 확률을 가진 그런 독심술적 추론법이 있다면 이미 심리학 법칙으로서 유명해져 있을 겁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사람들은 점차 그 법칙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방식으로 행동하겠죠? 시간이 흘러가면 유행도 바뀌듯이 세상의 풍조도 바뀌죠. 결국 그 법칙은 무용지물화 되게 되어있습니다. 이것이 독심술적 법칙이 설령 있더라도 쓸모가 없는 마지막 이유입니다.


임상적으로 보자면, 정신분열병 환자들의 초발 증상 중 하나가 과대망상과 피해망상인데, 주요 근거가 '독심술적 사고'입니다. 남이 자신을 좋아한다거나, 싫어한다는 걸... 자긴 안다는 거죠. 자꾸 '독심술적 사고'를 하다보니 의사소통이 필요없게 되고 결국 자기 자신의 세계에 몰입하게 되는 경향이 커집니다. 유지되면 관계 기술은 점차 떨어지고 타인들과 핀트가 어긋나게 되다보니 사회적 철수가 일어납니다. 자기 안에서 망상적 대상들과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타인이 필요없게 되는 거죠. 그렇게 악순환이 반복되다보면 일상 기능을 할 수 없는 수준까지 되겠죠.

정신분열병이라는 질병의 발생 자체는 유전적이고 신경적인 원인이 존재하는 것이기에 아무나 걸리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들이 겪는 심리적 문제의 일부와 대인관계적 문제의 중심은 그들이 보이게 되는 '독심술적 사고'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문제는 정도 차이는 있지만 우울증, 사회공포증, 공황장애 및 경계선 성격장애 같은 여러 신경증 수준의 문제들에서도 유사하게 발견되는 것입니다. 자신의 생각을 타인의 생각인 것처럼 대입하거나, "남들이 날 우습게 볼거야." 같은 자신이 확신할 수 없는 타인의 관점을 의심치 않게 되는 문제들이요. 

이건 약간 반 장난으로 겁 좀 줄라고 한 이야기지만, 독심술적 사고는 오히려 문제가 될 경우가 많은 것으로 원래 없는 분들이라면 굳이 그런 식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독심술을 찾는 분들께, 그것보다 훨씬 유익하면서도 현실적인 방법이 있는데, 그건 적절한 공감과 이해, 그리고 쾌적한 의사소통 능력입니다. 잘 모르겠더라도 그냥 알아들었다는 척이라도 하는 게 좋으며(^ㅅ^;), 그게 마음에 안들면 그냥 말로 물어보는 게 젤 좋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타인 입장에서 항상 생각하고 배려할 수 있는 건데... 뭐 이게 잘 되는 사람이면 독심술 따위 검색할 필요가 없겠죠. 그래도 저는 타인들에 대한 관대한 자세를 챙기는게 무엇보다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원활한 감정표현과 의사소통이 필요하겠죠. 독심술을 배우고 싶은 분들은 아마 대인관계에서 공감, 이해,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니까 쉬운 편법을 배우고 싶은 것일 겁니다.

세상의 이치에 따르면 '편법'이란 건 결국 사기이거나, 쉽게 밑천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어렵고 힘들겠지만 부딪히고 깨지고 좌절하면서 배우는 것이 가장 올바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도움 되는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저도 일상에서 매일매일 그렇게 살고 있답니다... ;; 아마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ㅅ^

타인의 기분을 공감하고, 타인의 마음을 떠보고, 타인의 감정에 직면하는 것이 무척 어렵고 두려운 일이기에 '독심술'이 있으면 참 편해질 것입니다. 물론  있지도 않지만 사실 그걸 찾는 것이 참 이기적인 생각입니다. 다들 그런 두려움을 감당하면서 관계를 하고, 용기를 내서 다가가고, 싸우고, 섞이고, 시도하기 때문이죠. 용기가 없으면 원하는 걸 얻을 수도 없는 게 당연한 것입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용기만 충분해도 '독심술'보다 오히려 나은 재주를 가진 셈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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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MRI 연구 실험에 참여했습니다. fMRI는 기능 자기공명영상 장치로써 뇌의 해부학적 영상을 뇌를 까보지 않고도 어느 정도 정밀하게 볼 수 있게 해줘서 이런 저런 연구를 하는 데 유용하게 쓰이는 장치입니다. 

최근의 인간 인지과학과 신경심리 연구 대부분이 뇌 영상연구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기에 세계적으로 fMRI를 이용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몇몇 연구소와 병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듯 하구요.

저야 신경심리를 재밌게 배우고 있고 항상 흥미롭게 생각해 왔었기 때문에, 실험 참여 기회가 있다는 것을 전해듣고 냉큼 참여하기로 하였습니다. 
 
연구소에 도착해서 했던 실험 준비는 별 거 없었습니다. 일단 자기공명장치에는 철로 된 것을 가지고 들어가면 안되는데요. 1.5T 강도의 fMRI 에서도 펜 정도는 시속 100마일의 속도로 잡아당길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합니다. 때문에 복장을 가벼이 하고 안경도 연구소에서 준비해 둔 것으로 바꿔서 착용했죠. 한 시간 정도의 실험이었으므로 화장실에 다녀온 후 실험 설명을 듣고, 실험으로 들어갔습니다. 

기계 안으로 들어가면 소리가 매우 크게 들리기 때문에 귀마개를 착용하고, 자기공명장치 침대에 누워서, 기계 내부로 투입되어 졌습니다. 첫 경험이라서 매우 긴장되었죠. 아마 폐쇄공포 있는 사람이라면 엄청나게 두려운 경험이 아닐까 싶더군요. 저는 사실 너무 편했습니다.

처음에는 머리가 울릴 정도로 소리가 신경쓰였는데 어느새 적응하니까 왠지 엠씨스퀘어 소리처럼 들리며 잠을 유도하는 것 같았답니다. 물론 잠을 자는 건 아니었고, 기계 안에서 외부 컴퓨터와 연결된 화면을 볼 수 있는데 거기에서 제시되는 시각 자극과 관련된 실험을 30분 정도 수행하였습니다. 

사실 fMRI 자료를 위해서 머리를 움직여서는 안되기 때문에 안에 있는 시간이 그리 행복한 시간은 아니었습니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심정 아시죠? 괜히 갑자기 머리도 간지럽고... 실험 과제도 대상에 눈을 빠르게 주의 집중 해야하는 것이었는데 눈만 굴리다보니 금새 머리가 아파지더군요.

실험이 끝난 후 10분 정도는 그냥 안에서 잘 쉬었던 것 같습니다. 은근히 잠이 잘 오더라구요. 제 성격이 태평한 탓일 수도 있구요. 실험이 끝난 이후에 제 뇌 영상을 3차원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 보는 영상이라서 솔직히 살짝 감동했습니다. 연구소 선생님과 이야기를 해보니 제가 실험 과제 데이터가 일반 평균과 조금 달라서 약간 의아해하는 눈치셨습니다. 흠흠;

아무튼 그렇게 첫 실험을 했던 게 3주 정도 되었구요. 지난 주에는 두 번째 실험에 참여했었답니다. 첫 번째와 비슷했었죠. 대신 첫 번째 실험 때는 제 뇌 영상 사진을 제대로 기록을 못해두었기에 급하게 핸드폰 카메라 사진을 찍어왔죠. 

fMRI로 찍은 저의 뇌 입니다 ^^ 대략 눈 위치 정도인 듯 하네요.

일단 연구소 선생님들은 의사들은 아니어도 어떤 질환이 있는 것 같아보이진 않는다고 말씀해주시더라구요. 편두통이 많아서 걱정이었는데 나름 마음이 놓였답니다. ^^; 저 나름대로 건강한 뇌를 가졌다고 생각해도 될 것 같습니다. 안에 무엇을 어떻게 채울지만 좀 더 노력해봐야 될 것 같네요. 

연구를 하고 나서 연구참여비도 받을 수 있었죠. 오고 가는 시간까지 해서 세시간 정도 봉사한 것을 생각하면 괜찮은 일을 한 셈입니다. 꽤 할만한 경험이므로 기회되시는 분들은 두려워 하지 말구 참여하시길 바래요. 우리나라 인지 신경 연구를 위해서도 도움이 되는 일일테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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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배터리(full-battery)란, 간단하게 설명해서 "심리검사 종합 선물세트" 입니다. 정신건강용 종합검진이라고 보시면 될 듯 싶네요.

국내에서 실시되는 성인용 풀배터리 검사에는 K-WAIS, MMPI, 로르샤하, SCT, HTP, BGT, MBTI 총 7 가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말 간단하게 요약해서 K-WAIS는 지능검사, MMPI는 다면적성격검사, 로르샤하는 투사검사, SCT는 문장완성검사, HTP는 그림검사, BGT는 지각검사, MBTI는 성격유형검사라고 설명될 수 있겠습니다.

일반인이 정신과나 신경정신과, 심리상담소를 찾아가면 심리검사를 하게 되는데, 풀배터리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다면 왜 풀배터리 검사를 할까요?

본질적으로 종합검진을 하는 이유와 같습니다. 한 개인의 신체적 생리적인 건강 상태와 건강을 다각적인 측면에서 측정하는 것이 종합검진입니다. 혈압도 재고, 피도 뽑고, 심박도 측정하고, MRI도 찍고, 내시경도 합니다. 급한 중병에 대한 검사라기 보다는 잠재적인 위험요인이나 질병을 발견하고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종합검진을 실시하죠. 

그렇다면 과연 혈액 검사만 해서 그 사람의 전체 상태를 알 수 있을까요? MRI만 찍으면 끝날까요? 내시경만 하면 될까요? 각각의 검사로 파악할 수 있는 지점과 내용에 한계가 있는 게 당연합니다.

심리검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심리검사는 종류가 아주 많지만, 배터리에 포함된 검사들은 모두 어떤 한 인간에 대해서 여러가지 개별적 측면의 정보를 제공하는 점에서 대표성을 띠고 있는 검사들입니다. 서로 조금씩 중복된 부분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다른 측면의 정보를 제공합니다. 

때문에 한 검사에서 나온 결과와 다른 검사에서 나온 결과가 상반될 수도 있고, 그에 따라 또 다른 추론이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처음 정신과나 상담소를 찾는 내담자들에게는 풀배터리라고 불리는 심리 종합검진을 시도하는 것입니다.

추가적으로, 병에 걸리거나 외상이 존재하는 외과 환자의 경우에는 진찰이나 검사를 통해 보고 찾을 수 있지만, 심리적 문제의 경우에는 겉으로 눈에 띄게 드러나 있는 경우가 드물고 타인이 관찰한다고 쉽게 발견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어디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더 많은 정보의 출처가 필요합니다. 인터뷰만 가지고 환자의 모든 것을 파악해낼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심리검사가 남용되거나, 클라이언트에게 강요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란 점은 분명합니다. 내담자나 환자에게 비용과 시간적 측면에서 부담이 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며, 사실은 치료자나 면담자에게도 마찬가지 일이기 때문입니다. 숙련된 의사들의 경우에 손으로 만져보지 않고 단순한 질답만으로도 진단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보다 전문적인 검사자나 치료자의 경우에는 풀배터리를 시행하지 않고도 의뢰 목적에 맞게 어떤 사람의 상태에 대한 가설을 체계적으로 세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검사에서 미처 발견되지 못한 악성종양이 후에 큰 화가 되어 돌아오는 것처럼, 검사에서 정확하게 문제를 파악하지 못한 경우, 적절하지 못한 치료시도로 인해 효과가 떨어지거나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으며, 그 경우 비용과 시간 소모에 있어서 풀배터리 시행으로 인한 것보다 더 큰 낭비가 될 수 있으므로 일반적으로는 풀배터리를 시행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소한 경우라도 뇌에 충격이 가해지거나 병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조금 비싸지만 MRI검사를 하도록 하죠. 그와 같은 이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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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한도전 정신감정편!

평소에 무한도전을 즐겨보는 팬으로써, 개인적으론 여러가지 의미가 있었던 방송이었습니다.

블로그를 둘러보신 분들은 아실수도 있겠지만 제가 공부하고 있는 쪽이 임상심리학이다보니, 당연하게 이번 주(2/27) 방송 내용이 친숙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그렇지만 지난 주에 예고편을 볼 때 정신감정 특집으로 다뤄진다고 해서 기대 반 걱정 반이었던 게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대체로 그랬듯이, 방송에서는 이러한 민감한 분야들을 워낙 흥미 위주로 다루다보니(특히나 예능쪽임을 감안하면 더) TV를 보는 시청자들에게 어떤 오해를 항상 남기게 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죠.

결론적으로 방송을 시청하고 난 후 감상은, 정말 재밌었고, 다른 부분에서도 꽤 만족스러웠다는 생각입니다. 다시 한번 '김태호 PD'의 개념잡힌 방송에 찬사를 보냅니다.

무한도전은 리얼리티 버라이어티를 표방하고, 각 캐릭터들의 성격이 뚜렷하게 설정되어 있는 동시에, 그 캐릭터가 멤버들의 예능계에서의 성격을 대표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그들이 예능계에서 활약하는 아이덴디티를 분석해 보는 것은 충분히 재밌을 거라고 생각해왔습니다. 

노홍철의 경우 방송을 통해서만 보면 ADHD나 강박성격, 불안장애가 어느정도 유추되는 편입니다. 전진의 경우 공황장애를 겪었었다고 했었기에 그런 관점으로 보면 어느 정도 성격을 유추해볼 수도 있구요. 유재석이 보이는 캐릭터의 경우 상당히 복합적인 성격 구조를 가졌을 거라고 가정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멤버들 캐릭터의 성격이 워낙 뚜렷하기에 그 구조가 궁금하기도 한 거죠. 그렇지만 이렇게 하나의 특집으로 재미나게 구성해 놓을 줄은 몰랐기 때문에 놀랍기도 했고, 이번에도 "역시나 김태호 PD구나" 싶을 정도로 즐겁게 시청했던 것 같습니다.

방송에서는 주로 정신과 의사 분이 나오셔서 결과 해석과 사이코드라마 진행을 맡으셨기 때문에, '임상심리'가 어디에 나왔는지 궁금해 하실 것도 같습니다. 


◆ 무한도전 임상심리 특집?

임상심리가 뭐냐? 하면 일반인들은 그게 뭔지 모르거나, 정신과 또는 상담치료와 구분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가장 큰 차이는 '인간을 보는 관점'의 차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야기가 길어지므로 패스하고 ^^; 좀 더 쉽게 설명하기 위해 하는 일의 차이로 보자면.. 상호 간에 공유하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구분하기 어려운 점도 많긴 합니다. 그래서 어떤 부분이 다른지 오늘 보신 방송을 언급하면서 이야기드릴까 합니다. 

일단 멤버들의 지능검사와 심리검사를 맡았던 분들은 아마도 임상심리 전문가 또는 정신보건 임상심리사였을 거고, 다시 말해 임상심리학자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임상심리학자가 가장 활발하게 활약하는 분야가 심리검사 분야거든요. 지능검사를 왜 심리학자가 하느냐면, 지능도 심리 및 성격과 밀접하게 관련맺는 중요한 구성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며 장애를 판단하는 데도 주요하게 영향 미치기 때문이죠.

그리고 방송에서 드러나는 것은 아니지만, 검사의 해석을 맡는 것도 임상심리학자가 하는 일입니다. 여러 검사의 실시와 결과 분석을 통해서 각 정보들을 통합하고, 결과 해석을 통해 결론적인 보고서를 제출하는 일까지 임상심리학자의 주업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방송에서 정신과 의사 분께서 했던 멤버들의 성격에 관한 해석들은 대부분 임상심리학자로부터 제출된 보고서를 바탕으로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신과 의사들은 주로 의학적 지식과 약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진단과 처방, 치료를 도맡아 하기 때문에,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정신과 의사가 심리검사를 직접 실시하거나 보고서를 쓰는 경우는 없을 겁니다.

* 참고로 웩슬러 지능검사 외에 법적 공신력을 지닌 지능검사는 없으며, 통칭 IQ를 부를 때 웩슬러 지능검사의 점수를 말하는 편입니다. 이것은 쉽게 130~150 사이 점수가 나오는, 초중고등학교에서 집단으로 행해지는 지능 검사와는 다릅니다. 실제로 무한도전 멤버들의 지능은 접대 멘트가 아니라 일반인 표준 또는 조금 우수한 수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 본격 사이코드라마 방송! 

사이코드라마를 시도했던 부분은 정말 재밌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흔히 가질 수 있는 잘못된 이해 중 하나인데, 사이코드라마는 "미친 짓 하는 연극"이란 뜻이 아닙니다. 여기서 psycho는 심리, 즉 심리극이란 뜻 입니다.

개인적으로, 학부 때 사이코드라마를 아주 살짝 했었기 때문에, 낯설지 않아서 더 재밌게 느껴졌죠. 아마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사이코드라마가 낯설기 때문에, 단순한 꽁트나 상황극으로 보였을 겁니다. 그 부분은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충분히 감안할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등장 인물들이 모두 웃길려고 준비하고 있으면 그게 꽁트죠 ^^;

저 개인적으로는 사이코드라마의 주인공이 되는 경험은 '여러 명 앞에서 스트립 쇼를 하는 기분'으로 기억하는데, 이는 자신의 고민과 문제를 여럿 앞에서 진솔하게 드러낸다는게 그 정도로 부끄럽고 어렵기 때문이죠.

그만큼 주변 상황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너무 아는 사람이 많거나 많은 이들한테 공개된 상태에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불안이 심하게 유발되거나, 또는 진짜 핵심 감정에 다가가지 못하고 회피하고자 해서 도저히 극을 진행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극을 지켜보는 관객들이 오늘 방송에서처럼 이래라 저래라 한다거나 하면 주인공이 아주 심각하게 상처를 받을 수 있죠. (이 경우 사진 속 박명수가 말한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다른 측면으로 보면 그것이 치료과정이기도 하지만요.)

아마 방송임을 어느 정도 감안하고 진행했기에 정신과 의사 분도 어느 정도 재밌게 진행하려고 했고, 또 편집과정에서 김태호 PD의 재밌는 멘트가 분위기를 유쾌하게 이끌었던 것 같습니다. 솔직히 멤버들의 사이코드라마 과정은 사이코드라마라기 보다는 상황극으로 생각하고 봤기에 일단 재밌었습니다.

* 만약 분위기가 잘 잡힌다면, 저 개인적으로는 전진과 노홍철이 주인공인 사이코드라마가 가장 보고 싶습니다. 


♣ 사이코드라마? 

사이코드라마는 '집단 상담' 기법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 상담 기법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집단 상담 역시 여러 가지가 있죠. 그 중에서도 아마 가장 유명한 상담 기법 중 하나일 것입니다. 개인의 핵심적인 문제와 그와 관련된 심리를 관계를 통해 역동적으로 드러내고 감정을 상징적으로 해소하는 과정을 그리는 하나의 상담 치료법입니다. 

주로 정신과 입원 병동에서 많이 사용하는 편이지만, 사실 일반인들에게 더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는 기법입니다. 예전에는 대학로 근처 소극장에서 일반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사이코드라마가 정기적으로 열려서 참가 해 본적이 있는데요. 지금은 그렇게 정기적으로 하는 곳이 있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정신과 의사들도 이 같은 상담 기법을 자주 사용하는 편이지만, 사실 대부분의 의사들이 그렇듯이 정신과 의사들도 매우 바쁘기 때문에, 상담 및 심리치료를 도맡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반면에 상담전문가들은 검사나 진단 보다는 상담치료 과정에 보다 전문적으로 개입합니다. 임상심리학자들은 처방만 빼면 정신과 의사와 상담자들이 하는 것들 대부분을 공유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런 권한이 무조건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충분한 교육과 수련을 받아야 가능한 일이죠.


◆ 아쉬웠던 점

물론 아쉬웠던 점도 아주 약간 있었는데요.

로르샤하 검사와 MMPI-2를 실시하지 않은 것입니다. 아무래도 시간이 더욱 오래걸리게 되고 그것들을 가지고는 방송을 재밌게 이끌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 부분까지 포함되었다면 멤버들의 좀 더 정확하고 통찰력 있게 심리를 파헤칠 수 있지 않았을까 해요. 물론 다른 정보가 이미 많이 있긴 했지만, 오늘 방송에서는 멤버들의 자료 해석에 있어서 약간 '바넘효과'가 보이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지능 검사의 일부 문제가 방송 상에서 공개되었습니다. 지능검사 문제 특성상 문제나 답안에 노출되면 어느 정도 영향 받을 수는 있기 마련입니다. 물론 노출 되지 않는 게 더 나았을 거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전체 문제가 공개 된 것도 아니고, 몇 문제 노출된 것 가지고 전체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칠 거라고는 생각하진 않기 때문에 큰 상관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노홍철과 정형돈의 하룻 밤은 치료라기 보다는 둘 만의 <1박 2일>이었달까요. 김태호 PD의 패러디 재능을 익히 알기에, 사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의 패러디를 시도하지 않을까 했는데 그냥 노홍철을 좀 괴롭히고 끝나더군요. 

약간 벗어난 이야기지만, 노홍철은 자신의 강박성격을 상당히 적응적으로 패턴화시킨 유형이라고 보기 때문에, 가만히 있는데 그것을 일부러 괴롭힐 필요가 있을까 싶었어요. 너무 깔끔떤다? 그런 비슷한 사람이나 좋아하는 사람도 많죠. 개인 성격이기야 하지만 노홍철의 정돈 강박 패턴보다는 정형돈의 규칙없고 책임감 부족하고 정리하지 않는 패턴이 좀 더 부적응적이고 남들을 피곤하게 하는 패턴이니까요. 또한 홍수법이 여기서 효과가 있을만한 것이었는지 의심스러웠습니다. 결과적으로 정형돈이라는 공포자극에 대한 혐오적 조건형성이 더 강해졌겠죠.


◆ 마치며

너무 재밌게 봤기 때문에 사실 더 이상의 사족을 다는 게 더 불필요할 것 같기도 합니다. 

예전에 쓴 글에서 적었지만(한국인의 정신과에 대한 일반적 인식?), 우리나라의 경우 여전히 정신건강에 관한 인식이 다른 나라에 비해 특히 떨어지는 편이며, 임상심리학자라는 직업에 대한 인지도 역시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때문에 저조차도 임상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사람들에게 그리 환영받는 분야가 아닌 것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무한도전을 통해서 재미나게 다뤄지고 나니, 하기 나름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좀 더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 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또한 무한도전이 하기에 따라서는 문과 특집, 이공계 특집이라든가 (기본적으로 예체능이니까 예체능 특집은 필요없겠죠 ^^) 여러가지 학문적 접합 시도가 나타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무한도전과 김태호 PD의 이번 시도에도 열렬한 박수를 보내며, 다음에도 더 재밌는 방송 기대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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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과 '악플러'라는 말은 일종의 사회 현상이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네티즌들만 쓰는 단순한 인터넷 용어였었죠. 

2000년대 초만 해도 악플 스트레스로 인해 스타가 자살한다든가 악플러를 고소한다든가 하는 일은 매우 생소한 일이었을테지만, 알다시피 수많은 사건을 겪고 난 지금은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 더 이상 이것들을 생소하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인터넷이 전국민적인 커뮤니케이션과 정보통로가 된 현 시점에서 이제는 악플로 인한 스트레스 역시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부분입니다. 악플은 현재 우리 사회가 가진 분명한 현상이자 심각한 문제인 것이죠.

악플과 관련된 연구들은 어떨까요? 찾아볼 수 있는 접근은 상당히 많습니다.
이미 악플로 인한 스트레스가 고소 사유가 되고 배상 책임이 있다는 것이 인정된 것처럼, 외국에서도 법적 영역에서 Internet Troll에 관한 문헌들은 존재합니다.

일종의 사회 현상이기 때문에 국내외 사회학 영역에서도 문헌들이 존재하며, 주로 청소년들이 인터넷을 많이 사용하고 충동적으로 악플을 단다는 선입견 때문인지 교육학 분야에서도 문헌들이 존재하는 편이죠. (청소년 악플러가 많긴 하지만 사실 어른들 중에서도 상당히 많다는 것이 알려졌죠.)

그렇지만 의외로 심리학 영역에서 '악플' 자체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인 것 같습니다. 아마 '악플러의 심리' 또는 '악플을 다는 행동의 동기와 목적성' 등을 연구하기에는 심리학의 연구방법으로는 상당한 난점들이 많기 때문일 것 같네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심리학을 통해서 악플러의 심리를 설명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심리학과 임상심리학 영역의 기존 연구를 통해서 설명할 수 있는 가능성은 많이 있다고 봅니다.

악플이라는 현상을 사회심리와 임상심리 영역을 통해 크게 두 관점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본격적으로 연구를 찾아본 건 아닙니다 ^^;)


첫 번째는 악플을 다는 것이 특수한 행동이 아니며 모든 이가 잠재적으로 악플을 다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회심리학적 관점, 두 번째는 악플을 다는 것은 특정한 성격 장애나 병리적인 심리 역동을 가진(한 마디로 말해 성격이 꼬인) 이들이 보이는 문제 행동의 한 가지라는 정신병리학적 관점입니다.

사회심리학적 관점에서 악플을 설명해볼까요? 먼저 왜 여태껏 심리학에서의 연구가 부족했는지 이해해봐야겠죠.

아마도 여태 악플에 대한 심리학적 연구가 부족한 것은 악플를 구성는 필요 조건이 '익명성'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악플은 사회적으로 환영받지 못하는 '부정적 행위'이며, 악플러 역시 분명하게 '나쁜 놈' 취급받는 존재입니다.

때문에 오프라인에서는 누구도 자신이 악플러임을 인정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온라인에서의 악플러들이 오프라인 상에서도 악담을 쉽게하는 사람들일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결국 악플을 연구하기 위한 악플러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연구가 어려운 것이죠. 악플러들이 자처해서 연구를 수행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신뢰성이 심각하게 의심되기 때문에, 개별적인 사례로 접근하지 않는 이상 그 연구 데이터는 타당성에서 의심받아 쓸모없게 될 겁니다. 

이러한 '익명성'과 관련된 심리학 연구에서 언급될 수 있는 건, 아마 Milgram의 복종 연구 한 토막일 듯 합니다. 실험 참가자들의 2/3 정도가 권위자의 명령에 따라 다른 참가자에게 생명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전기 충격을 주었다는, Milgram의 '권위에 대한 복종'이란 그의 연구는 이미 꽤 유명한 이야기가 되었죠.

이 실험의 다른 버젼에서, 다른 실험 참가자의 얼굴을 대면시키거나 같은 공간에서 명령했을 때보다, 서로 다른 공간에서 수행하거나 목소리를 듣지 않았을 때 명령에 더 많이 복종하거나 더 심한 정도까지 복종했다고 합니다. 이는 익명성이 인간의 잔인성에 어떤 효과를 갖는지에 말해주는 결과입니다.

이러한 결과들은 2차 대전의 나치 수용소 학살에 대한 설명으로도 받아들여지고 있죠. 물론 이러한 연구 결과들이 나치의 행동을 합리화해주는 것은 아닌 것처럼, 인터넷의 익명성에 기대서 벌이는 악플러들의 행동에 대한 합리화가 되지는 못합니다.

'익명성'은 또한 다른 부정적 효과를 파생합니다. 또 뭐가 있을까요?
표적인 것은 '책임감 분산'일 것입니다. '동조'현상 역시 악플과 관련된 루머 양산에 영향을 미칠 거구요.

다음 글에 계속해서 이어서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Posted by feveriot
동영상을 이용한 간단한 주의력 실험입니다.

아래 동영상에는 흰 옷을 입은 팀원 4명과 검은 옷을 입은 팀원 4명이
패스를 주고 받는 영상이 담겨 있습니다.

지시는 간단합니다.

흰 옷을 입은 팀은 패스를 몇 번이나 주고 받을까요?

지시를 이해하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 그럼 영상을 재생하고 흰 옷을 입은 팀이 패스를 몇 번이나 주고 받는지 세어주세요.

동영상을 중간 정도까지 보시고, 리와인드 될 때 멈춰서 아래 글을 읽어주세요.

(동영상을 끝까지 보시면 답이 제시되므로 영상을 통해서 답을 확인하셔도 되지만,
기왕이면 제 지시에 따라주세요 ^^)




자, 흰 옷을 입은 팀원은 몇 번의 패스를 주고 받던가요?

아래 정답을 게시해 놓겠습니다.

























정답은 13번입니다.







그러나, '속여서' 죄송하단 말씀 먼저 드릴게요.

사실대로 말하자면 패스를 몇 번 주고 받았는지는 여기에서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는 패스를 주고 받는 중간에 슬쩍 나타나던 '춤을 추는 고릴라'를 인지했는지의 문제입니다.

인지하셨나요? 무슨 소리냐구요? 그런 게 언제 있었냐구요?
처음부터 다시 동영상을 재생해보세요. (영상을 끝까지 다 보셨다면 이미 아셨겠죠?)

... 이제는 확인하셨죠?

사실 저도 못봤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인지 하고 못하고가 실제 주의력 능력을 반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실험을 재현하기 위한 약간의 트릭이었을 뿐입니다. 마술할 때 처럼요.

이것은 인간 지각에 있어서의 '선택적 주의selective attention'를 드러내주는 재밌는 현상입니다.

위 영상의 목적은 사실 자전거 타는 사람들을 주의깊게 살피라는 공익 광고영상이며(그렇게 목적과 일치하는 광고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이 영상의 원조는 1979년 Neisser라는 연구자가 행한 실험입니다.

Neisser의 실험 역시 동영상 내용과 거의 똑같지만, 가로 질러 가는 것이 고릴라가 아니라 우산을 든 여자였다는 것이 달랐습니다. 그리고 실험 참가자의 10명 중 9명은 지나가는 사람을 발견 못했다고 하니, 이는 단순한 개개인의 주의력 능력 차이가 아니라 인간 다수에게서 발견되는 일반적 현상이었던 거죠.

선택적 주의란, 우리가 지각적으로 경험하는 모든 것을 의식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지는 자극들 중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일부만을' 의식한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유사한 다른 실험을 통해서도 이는 충분히 입증이 되었습니다.

그나마 우리가 눈치 못 챘던 고릴라는 검은색 옷을 입어서 헷갈렸다고 생각할 여지라도 있지만, 우산을 들고 있는 여자가 성큼성큼 지나가는 걸 못 봤던 실험 참가자들은 알고나서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요?


이와 관련된 비슷한 현상이 '칵테일 파티 효과'인데요. 이는 실험이라기 보다 우리가 경험했던 것들이죠.
사람들이 많아서 시끄럽고 소란스러운 칵테일 파티장에서도 자신과 관련된 정보가 나오면 신경이 그쪽으로 쏠려서 귀기울여 이야기를 듣게 된다는 거죠.

우리나라에서는 칵테일 파티보다는 술자리나 회식자리, 시끄러운 교실이나 운동장 같은 경우를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자기 이름이 나오거나 자신이 흥미있어하는 이야기가 들리면 귀가 번쩍 뜨이는 경험 한 번 정도는 해보셨을 거에요.

이러한 경험도 자신에게 동기화된 자극을 우선적으로 지각하게 되는 현상을 잘 설명하는 것 같습니다.

심리학 개론을 배운 분들은 이론적으로 알던 내용일 거에요. 

아무튼 재밌는 실험이었죠? :D

Posted by feveriot

"현대심리치료"라는 유명한 심리학 교재의 저자이자 심리학자, 심리학 교수인 코시니(Raymond J. Corsini)는, 책에서 자신이 경험했던 특이한 심리치료의 예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그 사례를 전해 드리겠습니다.



코시니는 젊은 시절 심리학자로써 주로 교도소에서 일하며 범죄자들의 심리검사와 면담을 도맡아 했었습니다.그가 뉴욕의 한 교도소에서 일하던 시절, 한 수감자가 사무실에 찾아와서 코시니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고 합니다. 영문을 몰랐던 코시니는 사정을 자세하게 물었죠.


그 사내는 본래 매우 많은 사고를 쳤던 남자였지만, 완전히 바뀐 모습으로 결국 가석방이 결정된 상태였습니다. 그는 교도소에서 출소하기 전에, 코시니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 위해 왔다면서, 자신의 사고와 행동을 변화시키고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던 이유가 전부 코시니에게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내가 표현하는 희망찬 이야기와 감사의 말에 감동한 코시니였지만, 사실 코시니는 자신이 이 사내에게 무엇을 어떻게 도왔는지 전혀 생각이 나질 않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이 사내를 만난 적이 있었는지조차 의심이 들었던 코시니는 결국 사내에게 솔직하게 고백했다고 합니다.


"저는 심리치료자가 아닙니다. 저는 당신과 이야기한 기억조차 없어요. 당신이 말한 행동과 성격 변화는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한 작업인데, 저는 분명 그런 일을 한 적이 없습니다."

"선생님이 틀림없습니다. 저는 선생님의 이야길 되새기며 생활했고, 앞으로도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그 말이 제 삶을 변화시켰으니까요."

"대체 어떤 말을 했죠?

그 사내가 대답했습니다.

"선생님은 저의 IQ가 높다고 말씀하셨어요."


이 일화는 여러 곳에서 인용되며 유명한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심리학 공부하는 사람들 중에서 이 이야기를 접하지 않은 이들이 없을 정도로요. 상담과 심리치료 영역 뿐 만 아니라 심리검사 영역을 비롯해, 심리학이라는 학문의 전반적 역할을 대변할 수 있는 중요한 사례로 생각되어졌습니다.

조금은 이해가 안되시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마지막 사내의 이야기를 듣고 무언가 전율을 느끼신 분이라면 심리치료의 자질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건 제 생각이 아니고, 코시니가 한 말입니다.)

사실 코시니가 했던 것은 그 사내의 지능검사를 실시하고, 검사 결과를 보고해 준 것 뿐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사내는 그 한 마디의 말로써, 자신이 여태까지 저질렀던 모든 과오와 자신이 억압하고 있던 자신의 잠재력을 다시 해석하게 됨으로써, 자신이 포기하고 있던 삶을 이겨낼 새로운 힘을 얻게 된 것이죠.

이 이야기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우연적으로 심리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 아닙니다. 심리치료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극적인 힘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례는 정말 보기 드물고 앞으로 다시 또 나타날지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많은 이가 마음에 새겨두어야 할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란, 자기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고, 어떤 목적을 가지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현실을 극복하고 뛰어넘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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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심리학과 학생들은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다?

사실 심리학과에 갈 때까지는 이런 이야길 들어보지 못했고 스스로 생각해 본적도 없었습니다. 심리학과에 와서 저를 비롯한 심리학과 학생들이 다른 학과 학생들과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심리학과 학생들을 오히려 '심리적 미숙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게 됐구요, 제가 볼 때도 그런 점들이 발견되긴 하더라구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완전히 틀리다고 말하기도 어렵고, 완전히 맞다고도 하기 어렵습니다. 그건 심리학을 공부하는 동기적 특성이라서, 어쩔 수가 없는 부분인 것 같거든요.

먼저 제 의견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공부를 하고 학과 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심리학과 학생들이 가진 진학의 목적은  

1) 심리학에 관심이 있어서, 심리에 흥미가 있어서.
2) 심리학 관련 전문 자격이나 직업을 얻고 싶어서.
3) 심리학이 적성에 맞아서, 그런 이야길 들어와서.

대체로 이 세 가지로 귀결 되더군요. 그리고 사실 이것들은 다르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1) 심리학과 학생들은 주 관심사가 자기 자신에게 향해있고, 에너지를 자신에게 쏟아 온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 자신, 좀 더 구체적으로는 흔히 '자기 자신의 문제'에 집중하는 경향이 많죠. 그러다보면 당연히 자신의 관심사인 자기 자신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고, 강조하고, 배려해주는 '심리학'에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는 것이죠.

3) 더불어서 '자신의 심리'라는 대상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고민을 많이 하고 생각을 많이 해온 만큼, 주변에서 그런 피드백을 듣거나, 심리학을 공부하며 적성에 맞는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2) 이러한 심리학을 통해서 직업을 얻어 일을 할 수 있고, 전문가로서 명예를 얻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선택이 있을 수 없겠죠? 자신의 적성에 맞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면서, 직업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삶일 테니까요.

대체로 심리학과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이 세 종류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자신의 외상적 경험이나 종교적 경험, 치료적 경험 등 개인적 동기와 함께 상호작용하는 경우가 있구요. 위 목적들을 보면 아시겠지만 전부 명분 상 그리 나쁜 것들은 아닙니다. 자기 향상 동기와 목표 성취 동기가 모두 포함되어 있죠. 때문에 심리학과에 진학하려는 학생들도 많아지고,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심리학과 진학을 준비하시는 분들도 많이 생기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쉽게 이야기를 해버리면 단순히 '문제가 있어서'라고 말해버릴 수 있는 부분이지만, 사실은 좀 더 복잡한 동기가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일부 학생들에게 약간의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성격이 좀 복잡한 경향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 비율이 심리학과 학생들이 다른 학과 학생들보다 조금 높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구요.

그렇지만 심리학과 학생들 전부가 문제가 있다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그렇게 보이는 것 역시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일단 관심사가 자기 자신에게 향해 있기 때문에, 일반인들 관점에서는 조금 다르게 느껴지거나 '더 문제가 있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일 뿐. 고민의 대상이 다르고 고민하는 방법, 해결하는 방법이 다른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행여나 많고 복잡한 문제를 가지고 있더라도, 그런 사람들이 기본적인 배경에 더해 심리학을 공부함으로써 면역력을 가지게 되면, 임상이나 상담심리를 전공함으로써 현장에서의 문제에 대한 인식의 깊이나 넓이도 더 넓어질 수 있다는 생각도 들구요.

제 결론은 심리학과 학생들을 '심리적 미숙아, 문제아'로 보는 건 대상을 지각하는 각자의 관점에 달렸지만 거기에 대한 복잡한 인과관계를 좀 더 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입시와 취업은 물론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입니다. 심리학에서도 청년기의 중요 과업으로 진학, 취업, 연애, 결혼 등을 필수적인 것으로 놓지요. 그렇지만 어린 나이에서부터 아무런 배려도 받지 못 하고 고민할 시간도 없이 입시와 취업에 목매달며 자기 삶의 우선 순위에 있어서 각 개인의 실존적 고민을 뒷전으로 내몰도록 강요하는, 우리나라의 교육 제도와 사회 분위기가 이러한 '심리적 미숙아'를 낳는 '배후'는 아닐지요...?

오히려 자기 문제를 자각하지도 못한 채 사회에 해를 끼치는 '사이코패스'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최소한 자기 문제를 자각하고 고치려고 노력하는 '심리적 미숙아'들이 저로써는 더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Posted by feveriot


3. 심리학을 배우면 독심술을 할 수 있다?


"심리학과라고? 그럼 지금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맞출 수 있어?"

보통 심리학과 학생이 심리학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들을 만나면 이런 이야길 많이 듣는다고 하죠. 소개팅 나가면 항상 그런 이야기 듣는다는 친구들도 있었구요. 랩퍼들은 어딜 가기만 하면 랩해보라고 시킨다는 이야기가... 갑자기 생각나더군요. 상관없나;

아무튼 혹시나 '독심술' 또는 그 비슷한 것을 심리학과에서 배우지 않느냐, 라고 묻을수도 있겠네요. 확실하게 말해서 교과과정에서 그런 내용을 배우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아, 배우긴 하네요. 인지치료에서 말하는 '인지왜곡'의 한 종류로... 그에 따르면, 독심술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인지왜곡 증상의 하나로써, 자신이 타인의 마음을 알 수 있다거나 타인이 자신의 마음을 알 수 있으리란 비합리적 기대를 갖습니다.)

물론 임상심리나 상담심리에서 어떤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한 목적으로 행동을 관찰하고 그 사람의 생각이나 정서 상태를 추측해야 하는 경우는 있습니다. (가끔 전문 상담심리학자나 임상심리학자들을 보면 탐정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셜록 홈즈나 에큘 포와르처럼 연역적인 추리를 해나가고 또 어떤 사람들은 콜롬보처럼 귀납적 추리를 해나가죠.)

그런 현상학적인 연구보고나 행동심리적 보고를 배우기도 하지만, 그것들도 심리학을 배우는 사람들만 아는 어떤 특별한 법칙이나 룰이 있다기 보다는 인과관계적인 법칙이거나, 관찰과 연구보고에 따른 것들이 대부분입니다.(여기에서 말하는 특별한 법칙은 사주팔자, 관상, 손금, 타로카드, 혈액형 성격같은 유사심리학들이 가진 특성을 말한다고 보셔도 됩니다.)

다른 예로 사회심리학에서는 사람들이 특정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게 되는지 예측하고 실험해서 그걸 나름의 이론을 가지고 설명하려 합니다. ([설득의 심리학]같은 책을 보면 그런 예가 많죠.) 특히 비언어적 의사소통 도구로써 사람들의 인상이나 표정, 어조, 행동 등을 분석해 놓은 경우를 알면 유용하죠. 

그러나, 임상심리든 사회심리든 신경심리든 '어떤 상황에서 어떤 사람들은' '대체로 통계적으로' 그렇게 행동하더라... 이런 것을 배우는게 모든 상황에서 사람들은 무조건 이렇게 한다라고 대치될 수는 없는 것이기에 마구 적용하기엔 어려움이 있는거죠. 

여기에서 다른 학문과 다른 심리학의 특성이 좀 들어납니다. 예를 들어 물리학을 도가 트도록 배운다면 현상을 물리학에 적용하는 당연한 것이겠죠. 그렇지만 아무리 심리학을 도가 트도록 배워도 사람들의 심리를 잘 알 수가 있냐하면 아마도 어려울 것이라는 겁니다. 

타인의 심리를 받아들이는 '나'라는 수용자 역시 자신의 심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주관적으로 보고 듣고 판단하게 됩니다. 결국 인지심리학의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보는 것' 입니다. 심리학을 배워서 자기 자신만 잘 알아도 심리학 더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하시던 교수님 말씀이 생각나네요.

사람의 심리라는 건 배우면 배울수록, 마치 우주나 해저처럼.. 아직도 미개척 세계가 무궁무진하게 많고 수많은 요인이 작용하는 복잡한 과정이기 때문에, 절대적이고 결정론적으로 이야길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다고 봅니다. (아마 신경심리와 유전행동학이 훨씬 발전한 미래의 어느 날에는 조금 많이 달라지겠지만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답답해 하는 사람도 많지만, 단지 제가 분명하게 심리학을 통해 얻는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폭을 넓힐 수 있도록 심리학이 광범위한 도움을 준다는 것입니다.

Posted by feveriot


2. 심리학은 생물학이다?

이러한 인식은 아마 심리학을 전공하진 않지만 심리학 개론을 수강한 대학생들이 흔히 가지는 생각같습니다. 우리나라의 심리학 개론 책들은 대부분 '생물심리' 챕터가 초반에 나옵니다. 여기에서 다뤄지는 것은 뇌, 시냅스, 신경전달물질, 호르몬, 신경계 등이죠.  '생물심리' '신경심리' 분야의 교과내용인데 실질상 '생리학'이나 '생화학'에 종속되는 과목이라고 볼 수 있죠. 

나름 흥미를 가지고 수강한 심리학 수업에서 초반부터 이런 내용이 나와버리니 실망감이 좀 큰 것 같습니다. 어떤 학생들은 이 부분에서 그냥 심리학 개론 수강을 포기하는 학생도 있더군요. 제 기억에도 주변 친구들 중 ~내가 생각한 심리학은 이런게 아니야!!~ 라던 여자애도 있었고요.    

이건 심리학이 생화학이란 걸 말해주는 그림이죠.
바로 시냅스 간 정보전달.

그림만 봐도 짜증난다구요? ^^;;

아무튼 그런 어려움으로 인해 심리학이 생물학이라는 오해가 생긴 것 같아요. 사실 대체로 문과 출신들인 심리학과 학생들로서도 그리 쉽지 않은 내용입니다. 저로서도 이런 부분이 우선적으로 다뤄져야 하는지 약간 의심이 들긴 합니다. 

물론 아주아주 중요한 부분이고, 또 공부하다보면 재밌는 내용이며, 사실 미국의 심리학 개론 원서들도 생물학 챕터가 초반에 나오긴 하지요. 다만 그 전에 Introduction에서 심리학의 역사와 영역에 대한 포괄적인 논의가 먼저 제시되죠. 우리나라의 교재에서도 초반부에 역사와 조망 부분을 좀 더 넓은 페이지를 할애에서 다뤄준다면 이런 단편적인 오해는 없어지진 않더라도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합니다.

ps.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라는 말처럼... 독파한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공부하다보면, 오마나! 심리학의 새로운 재미에 눈뜬답니다. 신경심리학의 재미는 기본적인 뇌 해부학 지도와 신경전달물질들이 머리 속에 그려졌을 때부터 시작되죠. ^^

Posted by feveri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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