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포증, 과연 남 이야기?

미국에서, 특정 공포증의 평생 유병률은 2.5% 또는 6~23%, 사회 공포증의 평생 유병률은 2~19%라고 합니다. 유병률의 변동폭이 이렇게 큰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전에도 말씀 드렸다시피 공포증의 기제는 특별한 것이 아니며, 본래는 삶에 필수적인 적응 기제이지만  과잉 작동하거나 오작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다보니 일반인들에게서도 흔하게 발견되어 유병률이 전체적으로 높아지게 됩니다. 

2. 그러나 '흔하다'는 질병의 성격상 또한 대수롭지 않게 생각되어서, 환자의 많은 수가 치료를 받으러 오지 않거나 또는 오더라도 일차적으로 다른 장애를 호소하여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유병률의 변동폭이 커지게 됩니다. (즉, 공포증은 1차 장애보다는 2차 장애나 동반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25세 이전 어린 시절 또는 사춘기에 일어나는 공포증은 자연스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신체적으로 약한 편이고 위기 대처능력과 판단력도 떨어지는 상태이므로, 그 시기에 위협에 대한 주요 대처는 회피와 도피, 즉 만나기 전에 미리 피하거나 도망가는게 상책이기 때문이죠.   

무서워하는 것 하나 씩은 가지고 있는 것이 어린 시절의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때문에 그 시기에 나타나는 공포증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고, 성장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둔화되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취급되기도 합니다. 일종의 '통과의례'로 취급되는 거죠. 

바꿔 말하면 공포증 학습은 중년기나 노년기에 비해서,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상대적으로 더 잘 나타날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성인 이후에는 대부분의 일반적 공포 자극들에는 충분히 적응된 후거나 둔감화된 후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성인들도 공포증에 새롭게 걸리는 경우가 있으나 보통은 어린 시절이후 둔화된 공포증이 다시 발현되는 것일 가능성이 높으며, 완전히 새로운 공포를 습득한 걸로 보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고소공포증에 걸린 주인공이 나오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현기증' VERTIGO



특히 사회공포증의 경우 청소년기와 초기 성인기에 가장 발병률이 높습니다. 아무래도 본격적인 사회생활이 시작되기 때문이고 주변 평가에 예민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자에게 특정공포증은 우울증을 제외하고 가장 흔한 정신장애라고 하며, 남자에게도 우울증, 알코올 남용을 제외하면 가장 흔한 것이 사회공포증이라고 합니다.

주변에서 벌레만 보면 소리를 지르는 사람, 높은 곳에 올라가지 못하는 사람, 공포영화를 보지 못하는 사람, 어둠 속에 혼자 있지 못하는 사람 등은 많이 보셨을 겁니다.





저 자신의 어린 시절만 생각해도 참 안쓰러운 기억이 많습니다.

밤에 화장실에 혼자 가지 못하던 기억, 개에 쫓겨 놀라서 울며 도망가던 기억, 이후로 개만 보면 가슴이 쿵쾅대던 기억, <전설의 고향>을 보고 무서워서 불 켜고 자던 기억, 놀이공원서 바이킹 타다가 눈물 짓던 기억 등이 남아있네요. 으하핫. 

물론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현재는 나름의 적응기제를 발달시켰기 때문에 지금은 어린 시절의 추억일 뿐이죠.

어린 시절 우연히 보고 화장실을 가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 고전 공포 영화, '여곡성'. 어른이 된 지금은 덜무서울 것 같아 보질 않고 있습니다.



◇ 공포증, 저의 이야기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현재 저는 이토준지를 비롯해서 공포미디어의 팬을 자청하고 있습니다. 만화책도 거의 수집해뒀고, 만화 원작을 각색한 영화들도 대부분 보았죠. 

발간되자 마자 구입해 읽었던 이토 준지의 '신 어둠의 목소리: 궤담' 입니다. 고딩 때는 자기 전에 이토준지 공포컬렉션을 한 권씩 읽고 자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재밌는 꿈을 꾸면 좋겠다는 생각에...

무서운 이야기도 좋아해서 '더링'님이 운영하시는, 국내 최고의 괴담블로그인 <잠들 수 없는 밤의 기묘한 이야기>에도 자주 들리구요. 공포영화를 보거나 무서운 이야기를 들으면 매우 신이 납니다. 가끔 남들은 무서워하는 것을 보고 웃음이 날 때도 있죠.

자, 어릴 적 그렇게 겁 많던 아이가 어떻게 하다 이리 됐을까요?



◇ 공포증 극복, 저의 이야기


저같은 경우 스스로 상당히 노력을 많이 한 결과입니다. 저는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어린 시절부터 소심하고 겁이 많았는데요. 혼자 화장실도 못가고 낯선 곳에 혼자 있으면 울어버렸으며 전설의 고향을 무척 무서워 하고, 놀이기구도 못 타던 유치원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습니다. 

중학생이 된 이후에는 사회적 관계에서 예민해지면서 사회 공포가 시작되었는데, 낯선 사람들 앞에서는 말을 버벅 거리며 우물쭈물 거렸고 말도 못 걸었습니다. 특히 여자 아이들만 보면 얼굴이 빨개졌기 때문에 고개를 숙여버리고 걸었고, 사람이 다섯명 이상인 곳에 가면 온몸에 땀이 줄줄 흐를 정도였습니다. 

이러한 사실들이 매우 부끄러웠고 스트레스 요인이었기에, 이것들만 극복하면 삶이 바뀌고 마음이 개운해 지고 자신감이 충만해 질 것 같았죠. 이러한 행동들이 저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과 함께, 그다지 불안해 할만한 근거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래도 힘들고 저래도 힘들고,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즐긴다고 생각하자!'라고 믿고 계속해서 자발적으로 도전했습니다. 어떤 의미로 자신을 궁쥐로 내몰았습니다. 그렇게 학창시절 공포영화 호러영화를 즐겨 보았고 성인이 되서는 약간의 고어영화도 호기심에 살펴보기도 했죠.

공포물 같은 경우는 사실 금방 해결이 된 경우입니다. 애초에 호기심이 많았으니까요. 놀이공원은 고딩 이후 해결 되었구요. 사람들이 재밌어 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그렇게 재밌게 생각하고 싶다는 소망이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사회불안 같은 경우, 사회적 관계의 기회가 늘어나면서 해결되었고, 현재는 예전같은 극심한 불안과 우울을 동반한 신체 증상은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오히려 주위 사람들로부터 너무 뻔뻔하다는 이야길 들어서 문제지만요. ^^;

그렇게 계속해서 무서운 대상이나 피하고 싶은 상황들에 자발적으로 뛰어들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언젠가부터 공포 자극들에 대해서 둔감해지고, 오히려 그것들에 담겨진 재미와 즐거움을 알게 된 것입니다. 

오히려 이제는 자극에 너무 둔해진 것 같아서 그 점이 더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공포 영화들을 봐도 무덤덤한 경우가 많구요. 손가락 다쳐서 피를 봤을 때도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진정되더군요.

 

◇ 그래서, 치료는?


이전까지 약물 치료를 포함한 여러 가지 기법들이 있었지만, 실제적 노출 기법이 체계화된 이후에는 이 기법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공포증 치료 기법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다음 글에서, 노출치료를 중심으로 해서 치료 방법을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저 자체가 임상적으로 공포증을 경험했다가 탈출한 경우이기 때문에, 다음 글에서는 최대한 제가 겪었던 불안과 공포들의 사례들을 적용해서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예고했던 글인데도 참 많이 늦었네요. 11월에 써둔 글을 지금 올리는 제 심정도 무겁습니다. 아무튼 기다리셨던 분들께는 정말 죄송합니다.


지난 글을 확인하실 분들은...

[psychology : taste/pathologic : clinical] - 공포증: 난.. 그냥 무서울 뿐이고! (1)
[psychology : taste/pathologic : clinical] - 공포증: 난.. 그냥 무서울 뿐이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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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포증 왜 생길까?

이전 글 공포증: 난.. 그냥 무서울 뿐이고! (1) 에서도 살펴보았지만, 공포증이라고 이름 붙는 종류는 어마어마합니다. 물론 그 많은 공포증들이 공식적인 진단명인 것은 아닙니다. 공식적으로는 특정공포증, 사회공포증, 광장공포증의 형태로 나눠지며, 이하에 세분화된 공포증들을 포함하고 있는 형태입니다.

아무튼 그렇게나 많은 공포증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요?

◇ 공포증은 조건형성의 결과

학습 이론을 통해 공포증의 발병을 설명하려고 했던 연구자들의 의견을 따르자면, 공포증은 개인이 가진 생활기제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단순한 조건형성의 결과입니다. 학습 심리학자들은 파블로프와 스키너의 개념을 토대로 인간의 지식 습득을 '조건화'로 설명합니다. 이에 따르면 공포나 불안 반응 역시 인간이 가진 정상적 기제로서 자신에게 위협적인 환경적 자극들을 선별하고 회피하는 지식 습득의 결과입니다. 단지 그 기제가 과도하게 작동하거나, 남발되거나, 통제 불가능 할 경우 문제가 된다는 것이었죠.

이야기가 길어지니 간단하게 예를 들어서 설명하겠습니다. 바로 행동주의 심리학자 Watson이 행한 실험으로, Little Albert 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실험입니다. (왼쪽에 보이는 아이가 Albert에요.)

처음, Albert에게 종소리를 크게 울려줬더니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동시에 왼쪽에서 보시다시피, 흰쥐를 풀어놨을 때는 처음에는 전혀 무서워 하지 않았었죠. 그 다음, 흰쥐를 보여주면서 종소리를 땡땡 울려줬습니다. 그렇게 흰쥐가 제시될 때마다 큰 종소리를 울리는 것을 반복해서 '연합'시켰더니, 어느새 Albert는 흰쥐만 봐도 무서워하는 반응을 보이게 되었다는 겁니다. 또한 그 뒤에는 흰쥐와 유사하게 생긴 것들, 예를 들어 토끼, 흰 코트, 흰 솜, 산타클로즈 복장의 흰 수염까지 무서워하게 되어버렸습니다.

왼쪽: 알버트와 흰 생쥐. 
아래: 실험을 묘사한 장면

이것은 파블로프로부터 기인한 '고전적-반응적 조건형성'의 좋은 사례이자, 자극 일반화의 논증이기도 합니다. 또한 '공포증'을 어떻게 학습하는지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실험이었습니다.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이와 반대되는 양식의 치료방법을 개발하게 되었던 거구요.

이러한 조건형성 원리를 따르자면, 공포증이라고 이름 붙은 것들이 왜 그렇게 다양하게 존재하는지 잘 설명해줄 수 있습니다. 공포 조건형성 반응에서 원인이 되는 '자극' 들은 어떤 것이든지 상관없기 때문입니다.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완전히 무관한 것은 아닙니다.)

Little Albert 실험은 어떤 것은 분명하게 설명해주었지만, 모든 공포증이 직접적 경험과 학습을 통해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일부 의문이 제기되었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연합될 만큼 자주 접하지 않거나 단 번에 공포증이 만들어지는 경우는 어떻게 된거냐?"입니다. 왜냐면 위에서 설명한 학습 원리를 따르자면, 자극과 반응은 여러 번에 걸쳐서 짝지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질문은 "연합은 커녕 자신이 경험한 적도 없는 것을 무서워하는 것은 왜냐?" 였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뱀을 실제로 본 적이 없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실체가 없더라도 (귀신을 본 적이 없더라도) 무서워서 덜덜 떨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파블로프와 스키너 중심의 이론을 가지고는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해서 해명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때 마침 학습이론에 새롭게 대두되던,  Bandura의 사회학습 이론 덕에 이런 의문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 공포증은 관찰학습의 결과

Bandura의 사회학습 이론은 자신이 경험하지 않고 단지 보고 듣고 하는 것만으로도 학습이 가능하다는 관찰학습, 즉 모델링을 실험적으로 증명하면서 기존 학습 심리학자들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였습니다.

Bandura가 행했던 관찰학습 실험.
어른이 인형을 때리는 비디오를 본 아이들(남아, 여아)은 어른의 행동을 거의 그대로 따라했습니다.
물론 이전에는 이런 행동을 보이지 않던 아이들이죠.

관찰학습의 명백한 실험 증명을 통해, 공포증 역시 같은 기제로 설명 할 수 있었는데요. 특히 1950년대 이후 미국에서 TV가 보급되면서 그와 관련된 사회적 현상들은 이러한 이론을 증명해주기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이와 관련된 재밌는 일례로, 한 남성이 히치콕 감독에게 편지를 썼는데 영화 '싸이코' 때문에 자신의 딸이 샤워를 할 수 없게 되었다며 히치콕 감독에게 항의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그 유명한 '싸이코'의 끔직한 샤워 씬을 보고는 샤워 공포증을 학습하고 말았던 거죠. (히치콕 감독은 이렇게 답장했다고 합니다. '드라이클리닝 하시죠'.)


◇ 공포증은 진화적으로 준비된 것

관찰학습 역시 모든 걸 설명하기에는 불충분한 여지가 있었습니다. 관찰학습 역시 어느 정도 반복적으로 제시되어야 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또 다른 실험을 통해 살이 붙습니다. 그것이 Seligman의 준비성 이론과 Reiss의 불안 민감성 이론입니다. 이와 관련된 동물 실험을 Cook과 Mineka라는 연구자들이 행했습니다.

한 원숭이가 장난감 악어나 장난감 뱀을 보고 크게 놀라 도망가는 장면을 촬영해서, 이 비디오를 다른 원숭이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결과는 앞서 설명되었던 관찰학습의 원리와 일치했는데요, 자신이 직접 경험한 적은 없았지만 비디오를 통해 다른 원숭이가 놀라는 것을 본 원숭이도 장난감 뱀에 대해서 공포증을 학습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전에는 무서워하지 않았었죠.)

이것은 관찰학습의 강력한 효과를 보여준 실험입니다. 단 한번 비디오를 본 것만으로 이 원숭이들은 장난감 뱀을 무서워하게 되었으니까요. 여기서 끝나면 이는 관찰학습 이론의 지지밖에 되지 못할 겁니다. 

추가 실험에서 장난감 뱀과 악어 대신, 장난감 토끼나 조화를 사용해서 원숭이가 크게 놀라 도망가는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그리고 이 비디오를 역시 다른 원숭이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원숭이는 장난감 토끼나 꽃에 대해서는 공포증을 학습하지 않았습니다. 이 경우 아무리 보여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또한 토끼나 꽃 같은 대상들은 대체로 공포학습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물론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당연하게 생각되는 결과이기는 하지만, 연구자들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 이러한 공포증의 선택적 형성은 풀어내야할 고민거리였습니다. Seligman은 이러한 선택적인 공포증 학습 현상을, 경험과 학습 이전 단계에 존재하고 인간 진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유기체의 ‘준비된 본성’을 가정하여 설명했습니다. Reiss는 그것을 개인 특정적으로 만들어진 ‘불안민감성’으로 설명한 것이구요.
(불안민감성은 쉽게 말해서 공포증에 개인차가 존재하는 이유가 개인 각자의 불안 민감성이 다르기 때문이란 설명입니다.) 

이것은 결국 인간이 벌레, 동물, 옥상 등에 대해서는 쉽게 공포증을 잘 학습하면서, 총과 칼, 전기믹서 등에는 공포증을 학습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벌레는 사진만 보여줘도 싫지만, 총 사진을 보면서 무서워하는 이가 얼마나 될까요?

무엇이 인간에게 더 위협적인지를 판단했을 때, 명백하게 더 위험한 쪽은 칼이나 총입니다. 그러나, 벌레나 동물, 높은 곳에 대한 공포증은 아주 흔하디 흔하지만, 총 공포증, 칼 공포증, 전기믹서 공포증... 이런 경우는 상대적으로 아주 희귀합니다.



이외에도 인지신경과학 연구를 통해 공포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편도체의 활성화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편도체의 기능을 통해 볼 때 공포증은 진화적인 의미를 가졌음이 거의 확실해 보입니다.

결국 공포증의 발병 이유를 요약하면, 1) 직접적 경험을 통한 학습; 2) 간접적 경험을 통한 학습; 3) 진화적으로 존재하는 본성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다음에는 공포증의 치료와 관련된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Posted by feveriot

◇ 공포증?

‘공포증’이라고 많이 들어보셨죠? 그런데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공포증은 단일한 장애가 아닙니다. 아주 여러 가지의 세분화된 공포증들이 많이 있죠. 그런 공포의 대상과 증상에 따라 공포증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사회공포증, 광장공포증, 특정공포증이죠. 이 세 가지에 대해서 알아보기에 앞서, 전반적 의미의 공포증에 대해서 먼저 알아보겠습니다.

공포증의 영어 단어인 Phobia는 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공포의 신 포보스 Phobos의 이름에서 연유된 것입니다. Phobia는 공포의 대상이나 상황을 나타내는, 즉 공포증을 설명해주는 단어의 끝에 붙어 하나의 ‘공포증후군’ 용어를 만들어 냅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용어인 사회공포증social phobia, 광장공포증agoraphobia 등과 더불어, 폐쇄공포증claustrophobia, 고소공포증acrophobia 등이 있습니다. 이 용어들이 어떤 것을 나타내는지 금새 짐작할 수 있죠. 이외에도 학교공포증, 시험공포증, 혈액공포증, 어둠공포증, 동물공포증, 질식공포증, 생매장공포증 등 무수히 많은 공포증이 존재합니다. (http://phobialist.com/에 가시면 공포증의 광대한 목록을 보실 수 있습니다.)

폐쇄공포증 환자들의 기분을 짐작할 만큼, 폐쇄된 공간에 대한 공포를 묘사했던 영화. <큐브>

공포증이 있는 사람이 느끼는 불안의 정체는, ‘특정한 상황이나 대상’에 직면했을 때 일어나는 것으로써, 결과적으로 이러한 ‘상황이나 대상’을 미리 회피하도록 반응하게 되거나 공포 반응을 일으키게 되는 증상을 동반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동반되는 신체적, 정서적, 인지적, 행동적 증상이 사회적, 직업적, 일상생활적 측면에서 문제를 일으키거나 자신에게 심각한 스트레스로 작용할 때, 공포증으로 진단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특정한 상황이나 대상’은 위에서 알아보았듯이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공포증 환자가 과도하게 무서워하는 ‘상황이나 대상’은, 대체로 객관적인 근거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공포증 환자가 그것을 허위로 보고하거나 환상을 경험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주변에서 보기에는 답답하고 황당할수도 있겠지만, 환자가 경험하는 실제적 현상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단지 그 경험이 남들과 다른, 주관적이고 개인 특정적인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환자들이 느끼는 이차적 고통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 일반인과 공포증 환자의 차이?

예를 들어, 벌레 공포증에 걸린 여성이 있다고 해볼까요? 여성들의 경우에는 벌레를 무서워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아마 곤충학자나 애완용으로 기르지 않는 이상 벌레를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위에서 예로 든 분은 다른 양상에서는 모두 다른 일반인과 차이가 없는 정상인입니다. 그렇지만 집에서 바퀴벌레가 한 마리 발견되었을 때, 아마 경악과 함께 엄청난 신체항진 반응을 보이게 될 것이고, 벌레 한 마리를 죽이지 못해 안절부절 못하며, 아예 집에서 뛰쳐나와 다시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 도 있습니다. 

벌레를 무서워하는 여성이 흔하긴 하지만, 이 사례에서 보이듯이 극단적인 신체적 각성과 행동적 증상을 보이는 경우는 드물겁니다. 대개는, 어떻게든 약을 뿌려서 죽이던가 하겠죠. 그렇지만 공포증이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무서워하는 대상에 대면해서는 '도망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게 거의 없는 무기력한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미스트>의 한 장면. 저런 거미가 실제로 존재하면 거미 공포증이 안생길 수 없겠죠.

이러한 차이가 일반인들과 공포증 환자를 구분하는 차이입니다. 주변에서 이런 사람을 실제로 본다면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오바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시트콤처럼 웃길 수도 있고, 뒤치닥거리를 하다보니 피곤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그 개인이 경험하는 주관적 세계에서, 고통은 분명히 존재하는 것입니다. 만약 주변에서 이 공포증 환자를 나무라거나 근거가 불충분하고 정도가 과하다는 식으로 상대해주지 않는다면, 이차적 고통이 유발 될 수 있습니다. 

일차적 고통으로 벌레에 대한 공포반응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이 여성은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고통을 호소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위축될 것이며, 자신이 문제 있고 이상하다는 식으로 생각하게 될 수 있다는 거죠. 그렇게 심리 상태가 꼬이기 시작하면 만성적인 신경증의 지름길로 가는 급행열차를 타게 됩니다. 그 뒤엔 공포증이 문제가 아니라 다른 문제들이 꼬리를 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공포증의 유병률이 왔다갔다 하는 이유입니다.

대개, 누구나 무섭고 두려워하는 대상과 상황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단지 그로 인한 두려움과 스트레스 정도가 과도하다면, 공포증으로 진단 되는 것입니다.

다음에는 공포증이 왜 일어나는지에 대해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바로가기 - <공포증: 난.. 그냥 무서울 뿐이고! (2)>

Posted by feveri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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