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6.28 오쇠동 방문기 (8)
  2. 2009.03.01 무한도전 정신감정편, 임상심리 특집?! (18)
2009.06.28 01:00
한도전 팬인 덕에 지난주 '여드름 브레이크'를 재밌게 봤는데, 거기나온 오쇠동 모습(아래 사진)을 보고 제 마음 속의 무언가가 확 당기듯이 빠져들었습니다.

그 이유는 여기로
[diary : thinking] - 근접 비행 올려다 보기
(내용이 좀 뜬금없이 분리되는 것 같아보여서 글을 나눴습니다)


비행기가 이렇게 가까이 나는 곳이 우리나라에 있는 줄을 몰랐네요. 아니, 생각해보면 이륙과 착륙을 해야하니까 공항 근처에서 지면과 가까이 나는 게 당연한 거지만 그런 생각을 여태 못했습니다.



가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찾아보니 오쇠동 사진도 꽤 많이 검색할 수 있었고, 관련된 글들을 찾아보면서 여러가지 사연이 많은 곳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과연 무한도전하는 생각도 들었죠.

'죽은 마을' 오쇠동에도 봄은 올까 - 오마이뉴스
‘무도’ 촬영지 비화는 철거민의 아픔이었다
무한도전, 시사고발 프로보다 더 빛났다
무한도전 여드름 브레이크편 다음 로드뷰로 직접 가보기

'오쇠삼거리' 다음 로드뷰로 보기

얼른 방문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오쇠동은 서울과 경계를 이루는 부천 끝자락에 있었습니다. 친구와 함께 방문하기로 하였죠. 부천에서 출발하여 고강동으로 가는 5번 버스를 타고 고강주유소에서 50-1번 버스로 갈아탔습니다. 생각보다 가까워서 도합 30분 정도만에 도착하더군요.

버스에서 내린 곳은 인도도 없는 허허벌판. 차들이 쌩쌩 지나다니는 것만 빼면 시골길 그대로 였습니다. 오쇠동 입구에서 내렸는데 한 정거장 더 가서 오쇠삼거리에서 내리는 게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길을 걸어가다보니, 잡초와 수풀이 무성한 곳이 사실은 전부 건물 터였는지 시멘트 잔해들이 쭈욱 이어져서 남아있더군요.

오쇠삼거리에 도착했는데도 여전히 허허벌판이었습니다. 오쇠동 입구나 오쇠삼거리나 전부 사람이 내릴 만한 이유가 전혀 없는 곳이었습니다. 저처럼 굳이 이곳을 찾아오지 않는다면요.

예상했던 것보다도 더 황폐했기 때문에 건물터에 서서 친구와 잡담이나 나누고 있었죠. 출발하기 전에 찾아봤던 오쇠동 출사 사진들에서는 몇몇 건물이나 큰 건물 흔적들을 볼 수 있었는데, 가서 보니 사진 속의 건물들은 수풀과 잡초가 대신하고 있었고, 건물은 단 하나만 남아있었습니다.

무한도전을 통해서 어느정도 철거가 되어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다음 로드뷰에서 나왔던 거리 분위기와 전혀 달라서 당황스러웠습니다.
거의 아무것도 없어요. 꽤 넓은 지대에 퍼져있는 건물 잔해들과 잡초 밑에 깔린 보도블럭들은 오쇠동이 지금 눈에 보이는 것과 같이 허허벌판이 아니었을 거라는 시공간적 연상을 가능케 하긴 했는데, 뭔가 좀 서글프고 애석한 마음이 들더군요.


남아있는 단 한 건물. 겉보기엔 사람이 살지 않는 것으로 보였는데, 의문인 것은 건물 방충망에 동물들이 들어가서 울고 있더군요. 누군가 거주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천둥소리같은 굉음이 울리길래 쳐다보니 김포공항쪽에서 비행기가 이륙하는 소리더군요. 높은 언덕이 없어서 김포공항을 내려 보기에는 그다지 시야가 좋지 않았습니다. 김포공항 외벽이나 바라보며 걸었죠.



한참 쳐다보고 있으니 또 한번 가까이에서 더 큰 굉음이 울렸습니다. 착륙을 하기위해 지나가는 비행기였죠. 순식간에 저희 위로 근접 비행하여 날라가는 모습을 친구가 재빠르게 카메라를 꺼내 촬영을 했습니다.


사진으로 표현될지 모르겠지만 제가 기대했던 그대로의 압도감, 비현실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번 지나가기 시작하니 몇분 간격으로 계속해서 등장하더군요.



아무래도 이 사진들으로는 항공기와 비교할만한 크기의 건물들이 나와있지 않으니 제가 느낀 기분이 전해지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저 자신도 처음에 봤던 비행기 이후에는 다 멀찍이 지나가서 처음의 엔돌핀을 다시 느끼긴 어려웠습니다.

이후 친구와 함께 수풀 사이를 걸으며 잡담을 하였는데 어느새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까지 걸어가게 되더군요. 김포공항에 도착하고 보니 8시 50분 정도 되었으니 대략 사오십분 정도 걸어서 도착했던 것 같습니다. 버스타고 가면 얼마 걸리지도 않아 보이는 가까운 거리였어요. 짧았지만 마치 국토대장정의 도보유람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렇게 오쇠동 방문은 여러가지 여운을 남기며 끝이 났습니다. 분명 비행기가 지나다니며 내는 굉음들은 대단하긴 했지만, 과연 이곳이 인적이 이렇게 끊길 정도로 사람들이 살 수 없는 곳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갈 곳 없는 이들을 그렇게 쫓아내야 했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들구요. 언젠가는 다시 오쇠동에 사람들이 정착하고 인적이 잦아지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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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feveri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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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29 20:37 신고

    전 로드뷰로 보기만했는데 직접 갔다오시다니 대단하시네요

    철거민같은 약자들의 삶은 참 안타깝습니다

    좀더 좋아져야 할텐데요....

    • 2009.07.02 00:06 신고

      답글감사드립니다.
      다음 로드뷰의 사진이 오래된건지 아니면 최근에 철거가 완료된건지 모르겠지만 이미 인적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나 다름없었기에 오히려 별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있었으면 뭔가 복잡했겠지만요.
      애초에 저도 단순히 비행기가 가까이 나는 광경을 보고 싶었던 것도 있구요 ^^;

      오쇠동이라는 이름이 완전히 사라지지만 않는다면 언젠가 그곳에도 좋은 날이 오겠죠..

  2. 2009.07.04 01:26 신고

    잘 보구 갑니다.
    근접 비행 한번 직접 보고 싶네요.
    제가 사는 동네에선 비행기 볼일이 없어서 ㅎㅎ
    즐거운 주말 되세요~

    • 2009.07.12 02:10 신고

      저도 이제서야 안 사실이지만 공항에 가시면 쉽게 보실 수 있죠. ^^;;
      생각보다 공항이 좋은 놀이터더군요. 멀리 놀러가신다고 생각하시고 공항에 괜히 한번 다녀오시는 건 어떨까요? ^^;;

  3. 2009.08.10 10:56

    언제 가신건가요?
    전 예전부터 오쇠동을 알고 있어서 사진찍으러 몇 번 갔었는데
    (대략 2년전 부터요)
    그런데 작년부터는 오쇠동쪽이 비행기가 이륙장소로 바뀌어서
    제가 갈 때마다 이륙만 하더라고요
    착륙에 비해 이륙은 높이 날아서 더 작게 보이고요.
    그런데 얼마전에 무한도전에서 오쇠동이 나오는데
    비행기가 착륙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어제 또 갔었는데 다시 이륙 .. ㅡㅡ
    날마다 바뀌는건지 어쩐건지 모르겠네요.

    • 2009.08.10 23:24 신고

      다녀와서 바로 썼던 글입니다. 올해 6월 말 정도죠.

      흠.. 아마도 사진찍으러 가신 장소가 저랑 다르시지 않을까 합니다. 오쇠동이 동네 자체는 꽤 큰데 전부 철거되서 사람이 살질 않기 때문에 어디가 어딘지 잘 확인하기 어렵겠더군요.

      제가 간 곳과 다른 곳으로 가셨을 가능성이 높으신데 제 기억으론 이륙과 착륙 비율이 비슷했거든요. 10분~15분에 한 대씩은 지나갔던 것 같습니다. 한 시간 조금 넘게 기다렸는데 착륙하는 비행기를 6대 정도 보았거든요.

      제가 내린 곳은 오쇠삼거리 정류장이었는데, 그 쪽에서는 비행기가 반대쪽을 향해서 이륙해서 소리만 나지 아주 작게 밖에 안보였습니다. 대신 착륙하는 비행기들이 바로 위로 지나가서 가까이 볼 수 있었고 착륙하려고 워낙 낮게 날다보니 저런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오쇠삼거리로 한번 가버세요~^^

  4. 2009.09.05 22:39 신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살아계실 적에 오쇠동에 제 외가댁이 있었습니다. 사랑방에 앉아 있다 보면 비행기 이착륙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외가댁은 나중에 쥐가 가스관을 갉아서 불이 나 버리는 바람에 잃었지만, 그게 아니었어도 아마 대한항공측에서 무언가를 짓는다고 그 일대를 전부 사 버리는 바람에 그 곳에 살던 분들이 전부 나가게 되었죠. 우리 가족 같은 경우엔 어차피 외할머니만 사시던 땅이었던 데다가 그나마도 불에 타서 집이 없어져 별 미련 없이(사실 어머니 등 외가댁 친척분들은 많이 안타까우셨겠지만 상대적으로...) 그 땅을 팔고 나왔는데 다른 철거민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그 이후에 오쇠동은 가 본적이 없는데, 그게 벌써 10년도 전에 있었던 일인데 아직까지 인근이 황량한 허허벌판이라는 소리를 들으니 좀 황당합니다. 대체 그곳을 산 사람들은 거기에 뭘 하려고 했길래 10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그곳을 벌판으로 놔둔 걸까요?

    • 2009.09.06 18:25 신고

      어린 시절을 그곳에서 보내셨군요. 저도 어린 시절 시골에서 보냈었고 오쇠동도 직접 다녀와서인지 왠지 제 머리 속에도 아련하게 그 시절의 오쇠동 풍경이 유추가 됩니다. 비행기가 내는 굉음만 빼면, 아니 비행기의 굉음까지도 한적한 어떤 분위기의 추억 한 자락이 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정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으니... 시간의 흐름이 애석할 뿐이네요.


◆ 무한도전 정신감정편!

평소에 무한도전을 즐겨보는 팬으로써, 개인적으론 여러가지 의미가 있었던 방송이었습니다.

블로그를 둘러보신 분들은 아실수도 있겠지만 제가 공부하고 있는 쪽이 임상심리학이다보니, 당연하게 이번 주(2/27) 방송 내용이 친숙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그렇지만 지난 주에 예고편을 볼 때 정신감정 특집으로 다뤄진다고 해서 기대 반 걱정 반이었던 게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대체로 그랬듯이, 방송에서는 이러한 민감한 분야들을 워낙 흥미 위주로 다루다보니(특히나 예능쪽임을 감안하면 더) TV를 보는 시청자들에게 어떤 오해를 항상 남기게 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죠.

결론적으로 방송을 시청하고 난 후 감상은, 정말 재밌었고, 다른 부분에서도 꽤 만족스러웠다는 생각입니다. 다시 한번 '김태호 PD'의 개념잡힌 방송에 찬사를 보냅니다.

무한도전은 리얼리티 버라이어티를 표방하고, 각 캐릭터들의 성격이 뚜렷하게 설정되어 있는 동시에, 그 캐릭터가 멤버들의 예능계에서의 성격을 대표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그들이 예능계에서 활약하는 아이덴디티를 분석해 보는 것은 충분히 재밌을 거라고 생각해왔습니다. 

노홍철의 경우 방송을 통해서만 보면 ADHD나 강박성격, 불안장애가 어느정도 유추되는 편입니다. 전진의 경우 공황장애를 겪었었다고 했었기에 그런 관점으로 보면 어느 정도 성격을 유추해볼 수도 있구요. 유재석이 보이는 캐릭터의 경우 상당히 복합적인 성격 구조를 가졌을 거라고 가정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멤버들 캐릭터의 성격이 워낙 뚜렷하기에 그 구조가 궁금하기도 한 거죠. 그렇지만 이렇게 하나의 특집으로 재미나게 구성해 놓을 줄은 몰랐기 때문에 놀랍기도 했고, 이번에도 "역시나 김태호 PD구나" 싶을 정도로 즐겁게 시청했던 것 같습니다.

방송에서는 주로 정신과 의사 분이 나오셔서 결과 해석과 사이코드라마 진행을 맡으셨기 때문에, '임상심리'가 어디에 나왔는지 궁금해 하실 것도 같습니다. 


◆ 무한도전 임상심리 특집?

임상심리가 뭐냐? 하면 일반인들은 그게 뭔지 모르거나, 정신과 또는 상담치료와 구분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가장 큰 차이는 '인간을 보는 관점'의 차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야기가 길어지므로 패스하고 ^^; 좀 더 쉽게 설명하기 위해 하는 일의 차이로 보자면.. 상호 간에 공유하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구분하기 어려운 점도 많긴 합니다. 그래서 어떤 부분이 다른지 오늘 보신 방송을 언급하면서 이야기드릴까 합니다. 

일단 멤버들의 지능검사와 심리검사를 맡았던 분들은 아마도 임상심리 전문가 또는 정신보건 임상심리사였을 거고, 다시 말해 임상심리학자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임상심리학자가 가장 활발하게 활약하는 분야가 심리검사 분야거든요. 지능검사를 왜 심리학자가 하느냐면, 지능도 심리 및 성격과 밀접하게 관련맺는 중요한 구성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며 장애를 판단하는 데도 주요하게 영향 미치기 때문이죠.

그리고 방송에서 드러나는 것은 아니지만, 검사의 해석을 맡는 것도 임상심리학자가 하는 일입니다. 여러 검사의 실시와 결과 분석을 통해서 각 정보들을 통합하고, 결과 해석을 통해 결론적인 보고서를 제출하는 일까지 임상심리학자의 주업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방송에서 정신과 의사 분께서 했던 멤버들의 성격에 관한 해석들은 대부분 임상심리학자로부터 제출된 보고서를 바탕으로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신과 의사들은 주로 의학적 지식과 약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진단과 처방, 치료를 도맡아 하기 때문에,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정신과 의사가 심리검사를 직접 실시하거나 보고서를 쓰는 경우는 없을 겁니다.

* 참고로 웩슬러 지능검사 외에 법적 공신력을 지닌 지능검사는 없으며, 통칭 IQ를 부를 때 웩슬러 지능검사의 점수를 말하는 편입니다. 이것은 쉽게 130~150 사이 점수가 나오는, 초중고등학교에서 집단으로 행해지는 지능 검사와는 다릅니다. 실제로 무한도전 멤버들의 지능은 접대 멘트가 아니라 일반인 표준 또는 조금 우수한 수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 본격 사이코드라마 방송! 

사이코드라마를 시도했던 부분은 정말 재밌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흔히 가질 수 있는 잘못된 이해 중 하나인데, 사이코드라마는 "미친 짓 하는 연극"이란 뜻이 아닙니다. 여기서 psycho는 심리, 즉 심리극이란 뜻 입니다.

개인적으로, 학부 때 사이코드라마를 아주 살짝 했었기 때문에, 낯설지 않아서 더 재밌게 느껴졌죠. 아마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사이코드라마가 낯설기 때문에, 단순한 꽁트나 상황극으로 보였을 겁니다. 그 부분은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충분히 감안할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등장 인물들이 모두 웃길려고 준비하고 있으면 그게 꽁트죠 ^^;

저 개인적으로는 사이코드라마의 주인공이 되는 경험은 '여러 명 앞에서 스트립 쇼를 하는 기분'으로 기억하는데, 이는 자신의 고민과 문제를 여럿 앞에서 진솔하게 드러낸다는게 그 정도로 부끄럽고 어렵기 때문이죠.

그만큼 주변 상황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너무 아는 사람이 많거나 많은 이들한테 공개된 상태에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불안이 심하게 유발되거나, 또는 진짜 핵심 감정에 다가가지 못하고 회피하고자 해서 도저히 극을 진행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극을 지켜보는 관객들이 오늘 방송에서처럼 이래라 저래라 한다거나 하면 주인공이 아주 심각하게 상처를 받을 수 있죠. (이 경우 사진 속 박명수가 말한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다른 측면으로 보면 그것이 치료과정이기도 하지만요.)

아마 방송임을 어느 정도 감안하고 진행했기에 정신과 의사 분도 어느 정도 재밌게 진행하려고 했고, 또 편집과정에서 김태호 PD의 재밌는 멘트가 분위기를 유쾌하게 이끌었던 것 같습니다. 솔직히 멤버들의 사이코드라마 과정은 사이코드라마라기 보다는 상황극으로 생각하고 봤기에 일단 재밌었습니다.

* 만약 분위기가 잘 잡힌다면, 저 개인적으로는 전진과 노홍철이 주인공인 사이코드라마가 가장 보고 싶습니다. 


♣ 사이코드라마? 

사이코드라마는 '집단 상담' 기법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 상담 기법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집단 상담 역시 여러 가지가 있죠. 그 중에서도 아마 가장 유명한 상담 기법 중 하나일 것입니다. 개인의 핵심적인 문제와 그와 관련된 심리를 관계를 통해 역동적으로 드러내고 감정을 상징적으로 해소하는 과정을 그리는 하나의 상담 치료법입니다. 

주로 정신과 입원 병동에서 많이 사용하는 편이지만, 사실 일반인들에게 더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는 기법입니다. 예전에는 대학로 근처 소극장에서 일반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사이코드라마가 정기적으로 열려서 참가 해 본적이 있는데요. 지금은 그렇게 정기적으로 하는 곳이 있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정신과 의사들도 이 같은 상담 기법을 자주 사용하는 편이지만, 사실 대부분의 의사들이 그렇듯이 정신과 의사들도 매우 바쁘기 때문에, 상담 및 심리치료를 도맡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반면에 상담전문가들은 검사나 진단 보다는 상담치료 과정에 보다 전문적으로 개입합니다. 임상심리학자들은 처방만 빼면 정신과 의사와 상담자들이 하는 것들 대부분을 공유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런 권한이 무조건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충분한 교육과 수련을 받아야 가능한 일이죠.


◆ 아쉬웠던 점

물론 아쉬웠던 점도 아주 약간 있었는데요.

로르샤하 검사와 MMPI-2를 실시하지 않은 것입니다. 아무래도 시간이 더욱 오래걸리게 되고 그것들을 가지고는 방송을 재밌게 이끌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 부분까지 포함되었다면 멤버들의 좀 더 정확하고 통찰력 있게 심리를 파헤칠 수 있지 않았을까 해요. 물론 다른 정보가 이미 많이 있긴 했지만, 오늘 방송에서는 멤버들의 자료 해석에 있어서 약간 '바넘효과'가 보이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지능 검사의 일부 문제가 방송 상에서 공개되었습니다. 지능검사 문제 특성상 문제나 답안에 노출되면 어느 정도 영향 받을 수는 있기 마련입니다. 물론 노출 되지 않는 게 더 나았을 거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전체 문제가 공개 된 것도 아니고, 몇 문제 노출된 것 가지고 전체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칠 거라고는 생각하진 않기 때문에 큰 상관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노홍철과 정형돈의 하룻 밤은 치료라기 보다는 둘 만의 <1박 2일>이었달까요. 김태호 PD의 패러디 재능을 익히 알기에, 사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의 패러디를 시도하지 않을까 했는데 그냥 노홍철을 좀 괴롭히고 끝나더군요. 

약간 벗어난 이야기지만, 노홍철은 자신의 강박성격을 상당히 적응적으로 패턴화시킨 유형이라고 보기 때문에, 가만히 있는데 그것을 일부러 괴롭힐 필요가 있을까 싶었어요. 너무 깔끔떤다? 그런 비슷한 사람이나 좋아하는 사람도 많죠. 개인 성격이기야 하지만 노홍철의 정돈 강박 패턴보다는 정형돈의 규칙없고 책임감 부족하고 정리하지 않는 패턴이 좀 더 부적응적이고 남들을 피곤하게 하는 패턴이니까요. 또한 홍수법이 여기서 효과가 있을만한 것이었는지 의심스러웠습니다. 결과적으로 정형돈이라는 공포자극에 대한 혐오적 조건형성이 더 강해졌겠죠.


◆ 마치며

너무 재밌게 봤기 때문에 사실 더 이상의 사족을 다는 게 더 불필요할 것 같기도 합니다. 

예전에 쓴 글에서 적었지만(한국인의 정신과에 대한 일반적 인식?), 우리나라의 경우 여전히 정신건강에 관한 인식이 다른 나라에 비해 특히 떨어지는 편이며, 임상심리학자라는 직업에 대한 인지도 역시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때문에 저조차도 임상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사람들에게 그리 환영받는 분야가 아닌 것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무한도전을 통해서 재미나게 다뤄지고 나니, 하기 나름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좀 더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 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또한 무한도전이 하기에 따라서는 문과 특집, 이공계 특집이라든가 (기본적으로 예체능이니까 예체능 특집은 필요없겠죠 ^^) 여러가지 학문적 접합 시도가 나타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무한도전과 김태호 PD의 이번 시도에도 열렬한 박수를 보내며, 다음에도 더 재밌는 방송 기대하겠습니다 ^^

Posted by feveri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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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01 05:39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2. 2009.03.01 10:08 신고

    상담심리를 준비하는 학생의 입장에서, 어제의 무한도전은 저도 더욱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ㅋㅋ 좋은 글 잘 읽었어요.

  3. 2009.03.01 12:04

    저도 같은 일을 하는 입장에서 어제 방송 참 흥미롭게 봤습니다. 방송내용을 임상심리학자의 관점에서 잘 설명해주시고 또 분석적으로 꼬집어 주신 것 같아서 깊이 탄복(?)하며 읽었습니다. ^^

    • 2009.03.01 12:27 신고

      사실 저도 <임상심리 관점에서 본 무한도전>이라고 제목을 달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제가 그런 위치가 되나 싶기도 하고,
      또'~관점에서 본'이란 문구가 너무 식상하더라구요 ^^;;

      아무튼 재밌게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

  4. 2009.03.07 12:14 신고

    이번 무한도전 feveriot 님은 특별하게 시청하셨겠네요^^
    초반에 그림으로 심리를 알아보는 장면들이 있었는데 흥미로웠고 전체적으로 너무 재밌었던
    무도 였던것 같아요 마지막에 정형돈 효과 어떻게 될지 기대했었는데 흐지부지 끝난듯 싶어서
    아쉽더군요..여튼 재밌게 읽었습니다용 ㅎ

  5. 2009.03.08 01:19

    재밌었다. 방송도.. 니 글도 ~ 다시 읽어보니 재밌네
    보고 배운게 그거라고 (물론 옆동네 전공이어도~) 나도 흥미롭더군~~~

    나도 잔진이 주인공으로 사이코 드라마 기대했는데..
    그게 좀 아쉽더라~~

    잘 읽고 간다..~ 그리고 어제 수고많았으~

    • 2009.03.20 17:01 신고

      그 사이 시간이 많이 지나버렸네.
      그 사이라 함은 글을 썼던 시간과 니가 댓글을 달았던 시간과 내가 다시 댓글을 달아야겠다고 생각한 시간.

      시간 진짜 빨리간다

  6. 2009.03.19 02:26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캬캬 손님흉내.

    잘 읽었어. 이거 꽤 괜찮았다고 이야기 들었는데.
    유재석의 뛰어난 공감능력이 나타났다고 하던데.
    암튼 잘 읽었어. 글 참 잘 쓴다니까.

    • 2009.03.20 16:58 신고

      칭찬해주셔서 고마와요. 형이 준 로샤 자료는 저에게 정말 중요한 자료라서 잘 쓰고 있답니다. 우연이 필연이 되고 있어요.

  7. 2009.03.20 18:03

    비밀댓글입니다

    • 2009.03.27 00:29 신고

      네. 어느새 대학원도 절반이 지나가서
      바쁘고 잠도 못자고 하는 시점이 되었답니다.

      비번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이미 확인했답니다 ^^;

  8. 2009.03.26 13:21

    사람의 지능이 물론 정신상태와 연관은 있지만
    정신감정을 할때는 시간 = 돈 이 들기때문에
    환자의 지능이 의심될때만 지능검사를 하는걸로 알고있는데요

    로샤크도;;; 음 전 믿지 않는 편입니다만은...

    방송에서 전 WAIS로 검사하는거 보고 놀랐습니다;;;
    나무랑 사람그리는것도 어린애들이나 범죄자들한테나 쓰이는건데;;;
    재미있게 하기위해서였겠지만
    오히려 무한도전이 전 심리학을 왜곡시킨것 같아 불쾌했습니다.

    • 2009.03.27 00:28 신고

      음, 무한도전에 대한 감상과는 별개로,
      몇 가지 잘못 알고 계신 부분이 있는 것 같아서 분명히 하겠습니다.

      1. 환자의 지능이 의심될 때만 지능검사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WAIS가 지능검사이긴 하지만 임상심리학자는 그것을 통해서 심리적이고 성격적인 측면에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합니다. 때문에 WAIS는 MMPI, 로르샤하와 함께 최소한, 반드시 해야하는 검사라고 생각합니다. 공부를 하게 되면 WAIS가 밝혀내는 정보의 양상이 단순한 학습이나 연산 능력만이 아니라 상당히 복잡한 것임을 알게 됩니다.

      물론 저도 심리검사가 남용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심리검사는 일단 현재로써는 문제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도 합니다. 아마 임상심리 공부를 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그리 생각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2. 로샤크가 아니라 로르샤흐(줄여서 로샤)입니다. 믿고 안 믿고는 개인의 지적 취향일 수 있습니다만 로르샤흐가 점술이나 사주팔자, 타로카드와 달리 심리검사의 중요한 파트를 담당하고 오랫동안 연구되어 왔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습니다. 로샤가 밝혀내는 심리적 정보의 측면은 임상심리학자들과 실험심리학자들이 수십년동안 계속 경험적으로 검증해온 부분이기 때문이죠.

      오히려 그 유명세와 아무나 이해하기 어려운 난해한 검사 원리 덕분에 일반인들이 가장 오해를 가지고 있고 어떤 의미로 두렵게 취급되어온 검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심리평가나 임상심리 분야를 공부하게 되면 로르샤흐 검사를 근거없다고 생각하거나 하찮게 취급할 수가 없습니다.

      3. 나무랑 사람 그리기. Home-Tree-Person 이라고 해서 HTP검사라고 합니다.
      어린애들한테 범죄자들한테나 쓰인다는 이야기는 어디서 접하셨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이야기를 함부로 하고 다니시는 건 곤란합니다.
      HTP도 기본적으로 검사 풀배터리에 포함되는 중요한 검사입니다. 애들용이나 범죄자용이라고 언급하시는 것이 오히려 일반인들이 가진 오해의 한 측면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HTP 시행을 하면 불쾌해하는 어른들이 있으니까요.

      일반인들은 아이들에 비해 심리적 측면이나 언어구사 능력이 더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HTP검사가 생략되어도 다른 검사들을 통해서 정보들이 충분히 발견될 수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HTP가 애들용이나 범죄자용이라고 규정짓는 근거가 될 수는 없겠죠. 일반적 세팅에서는 제대로 된 임상적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 필요한 기본적인 검사입니다.

  9. 2009.05.21 14:57

    심리검사 실시자의 윤리에 관한 발표를 하려고 무한도전 자료를 찾다가
    선생님의 블로그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무한도전의 지능검사 일부 문제 유출이 작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몇 문제 노출된 것 가지고 전체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다는 것은
    담뱃불 하나가 대형 산불을 만든다는 것을 간과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표준화 검사를 사용하고 신뢰할 수있는 이유 중에 하나가
    그 자료가 동일한 절차와 동일한 조건을 전제하여(물론 오차범위는 있겠지만)
    규준이라는 자료를 만들어 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심리검사를 믿고 그 결과를 신뢰하여 그 결과를 바탕으로
    상담이나 치료를 진행하는 것 아닌가요?
    만약 한 두 문항이라도 문제가 유출되어 참가자가 몰랐던 문항을 맞춘다면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있을까요?
    한국처럼 IQ라는 이론이 민감한 사회에서 문제 유출이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여 진다면
    처음에는 한두 문항이지만 나중에는 열문항 이십문항 나중에는 문항 전체 공개...
    강남의 일부 학부모는 영재 교육원에 들어가려고 지능검사를 통째로 사다가 연습시킨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미디어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는 말씀드리지 않아도 잘 아실겁니다.
    방송에서 이렇게 지능검사를 아무렇지 않게 더구나 답까지 공개한다는 것이
    (지능검사가 성향검사가 아니라 능력, 최대수행검사이기 때문에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냥 쉽게 웃으면서 지나갈 수 있는 문제만은 아닌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에
    실례인 줄 알면서도 글을 남깁니다. 기분 나쁘셨다면 용서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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