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리학 서적의 성공 신화, 설득의 심리학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은 심리학 서적이 대중서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책입니다. 재밌으면서도, 정말 유익한 내용을 담고 있죠. 6가지 큰 명제를 통해서, 우리가 물건을 '구입하는 이유'와 물건을 '구입하게 만드는 이유'를 효과적으로 설명해줬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지도 벌써 한참이 지났으니 <설득의 심리학>에 관한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불필요 할 것 같습니다. 읽어볼만한 좋은 책이라는 점은 확실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설득의 심리학>을 읽을 때부터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이 책 이후에 여러 팝사이콜로지 서적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죠.


◆ 설득의 심리학이 가르쳐 준 것

물론 <설득의 심리학>이 전해준 지식은 거대합니다. 간단하게 말해 <설득의 심리학>은 우리가 왜 개떡같은 마케터들의 사류전략에도 불구하고 돈을 쏟아붓는지, 마케터들이 어떻게 소비자들의 기분을 우쭐대게 해서 돈을 가로채는지를 잘 설명해줬다고 생각합니다.

책에서 말하는 저자의 핵심 의도 역시, 독자들이 원리를 모르고 있거나 심지어 자신이 당하고 있다는 사실 마저 모르고 있던 마케터들의 교묘한 설득법을 알리고, 독자들이 상술에 흔들리지 않는 소신을 가진 소비자가 되도록 하는 것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챕터의 뒷부분에는 설득 전략에 저항하는 방법을 제시해서 우리가 쉽게 당하고 있지 않게 설명해 둔 부분이 특히 좋았죠.

그렇지만, 실제로 이 책이 히트를 친 이유, 즉 독자들이 책에서 얻고자 하는 진짜 정보가 과연 위에서 설명한 그런 것이었을까요? 저는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은밀히 또는 노골적으로 원했던 것, 그것은 바로 위에서 묘사된 개떡같은 마케터들의 전략 원리 자체였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 자신들도 좀 더 개떡같은 유능한 마케터가 되어, 다른 사람에게 똑같은 방법을 써먹고 더 사람들을 이용해보고자 하는 심보였을 거라는 거죠. 

제가 읽으면서도 저를 마케터의 관점으로 두고 일반적인 관계에서 충분히 써먹을 수 있는 광경이 풍부하게 그려졌기에 아마 그것이 제가 책을 읽으면서 불편했던 이유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타인에게 수작을 부리는 입장에서는 별로 나쁠 게 없지만, 당하는 입장의 기분도 상상이 되니까요. 그건 정말 불쾌합니다.

물론 앞서 말한 독자들의 그러한 동기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책에서 배운 전략을 써서 정말로 실생활에서 타인을 조종, 통제하거나 착취하고자 한다면, 저는 아주 완곡하게 표현해서 개떡같은 심보라고 말하겠습니다.
('개떡'이라는 표현은 <소프트웨어, 누가 이렇게 개떡 같이 만든거야>라는 책을 보고 그 느낌을 빌려왔습니다. 꽤 적절한 표현인듯.)

정말 유익하고 유쾌한 책입니다!

여기서는 마케터들이 더 나은 마케터가 되기 위한 노력을 나무라는 것이 아닙니다. 치알디니가 이야기한 '불로소득자'에 해당하는 마케터들, 좋은 마케터든 구린 마케터들 모두 기본적으로 개떡같다고 생각하니까요. (진담입니다.) 그래도 그들 각자의 직업적 유능성은 필요하겠죠.


◆ 설득의 심리학이 불편한 이유

제가 제기하는 것은 일반인들이 자신의 가족, 친구, 지인 등을 대상으로 이러한 술수를 써대는 것에 있어서의 문제입니다. 설득의 심리학에서 밝힌 대로, 6가지 명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적용가능한 것으로, 다시 말하자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인간의 기본적 특성을 이용한 전략이라는 뜻입니다. 하기에 따라서는 우리 주변의 사람을 부리는 전략이 될 수도 있겠죠. 

이전에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타인의 도움을 받는 방법은 '요청'이나 '부탁'이었으며, 그것은 요청받는 사람이나 요청하는 사람이나 마음이 따라야지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선택은 자신이 하는 거였고, 최소한 그것을 의심하진 않았죠. 즉 능동적으로 '하는 것'이었지 수동적으로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었죠.

그렇지만 이제는 어설프게 인간 관계에서 이런 설득 전략을 부리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가까이에서 보자면, 마치 foot-in-the-door기술을 쓰는 것 처럼, 부탁할 때 용건은 숨겨둔 채 아무렇지 않은 채 일단  "시간이 있느냐" "여유가 있냐" 부터 물어보는 경우가 많죠. 혹은 사소한 부탁을 들어주게끔 유도하고, 점점 요구가 커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누구는 또 당연히 거절할 수 밖에 없는 부탁을 통해 일부러 죄책감을 유발하여 부탁하죠. 효과는 물론 있습니다. 알면서도 당하게 되죠. 저는 이건 '설득'이 아니라 '조종'이라고 봅니다.

◆ 설득이 아닌 조종 전략을 통해 불로이득을 노리는 이들

특별한 수고 없이 설득 전략만으로 더 큰 이득을 얻는 '불로소득자'들처럼, 특별한 수고 없이 사람을 이용하여 관계에서 자신의 이득을 취하는 사람 역시 이와 비슷한 '불로이득자'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적절한 지칭을 생각해봤는데, 잘 생각나지 않네요.)

기본적으로 설득 전략을 부리는 게 편한 일일 수는 있습니다. 분명한 이익이 있으니 그렇게 행동하게 되겠지요. 그렇지만 관계에서 의도적으로 설득 전략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저는 경고 하고 싶습니다. 설득 전략을 부리는 사람은 절대 남들에게 '사랑' 받을 수 없다고요. 

개인적으로, 인간과 인간 사이 관계를 '전략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전략이 개입해야'한다는 관점에 대해서는 부정적입니다. 그건 계획적인 조종이죠. '조종'당하는 그런 기분을 느끼는 것 자체가 한 마디로 개떡같아요. 그 어떤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부탁'받는 느낌보다 '조종'받는 느낌을 싫어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겉으로 아무리 '부탁'하는 것처럼 꾸미더라도, 반복되는 관계 속에서는 그 양상이 발견되기 마련입니다. 자꾸 만나다보면, 왠지 '조종'받는 느낌을 받게 되는 사람이 있죠. 노골적이지 않고 표현되지 않지만 은밀하게 사람을 조종하는 사람이 과연 어딨겠냐구요? 


◆ 타인 조종, 성격장애로써의 특성

이것은 '연극성 성격장애'와 '경계선 성격장애'에서 발견될 수 있는 중요한 성격 특질로써, 그런 경향성이 상당히 큰 경우 성격장애 진단이 의심될 수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겪는 스트레스의 상당부분도 그런 특질 때문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타인을 노골적으로 착취하는 수준이라면, 그건 이미 로버트 D. 헤어의 기준에 따른 '사이코패스'구요.

아마 주변에 '왜인지 이유는 모르지만 만날수록 마음이 찜찜하고 불편한 친구나 지인' 또는 '왜인지 모르게 억울함이 늘어가고, 만날수록 뭔가 피해의식을 유발케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이의 관계를 한 번 주의 깊게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사실은 그런 불편함과 피해의식을 느끼는 본인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문제는 그 대상에게 있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자신은 통찰이 있고 노력하는데 여전히 상황이나 관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상황의 본질이 위에서 설명된 종류의 성격장애자들을 상대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 사람들이 <설득의 심리학>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있었으니까요. 또한 <설득의 심리학>에서 적은 내용도 독자들이 이것을 아무데서나 남용하라고 적은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책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든, 사용하는 사람의 문제입니다.

사실 제목은 "<설득의 심리학>이 불편한 이유"지만,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설득의 심리학>을 멋대로 남용하는 사람들이 불편한 이유"가 되겠네요. 책에 경고문이 있으면 좋을텐데요. 'Don't try this in your society.'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타인을 자기 의도대로 '조종'하려는 사람은 장기적으로 절대 '사랑'받지 못합니다. 또한 그러한 '설득 전략'이 들통났을 경우, 더 큰 댓가를 분명히 치루게 된다는 점을 아셔야 될 겁니다.


ps. 만약 설득의 심리학의 후속 연구가 나온다면, 설득의 심리학에서 제시한 마케터들의 술수를 아는 상태에서 그것을 당하는 소비자들의 심리에 대한 효과 연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개떡같은 기분이 마케팅에 다시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말이죠. 저는 제 기분을 망치는 회사들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해두는 편이거든요.

ps.2 진짜 설득의 심리학2도 나왔죠. <설득의 심리학>에서 경고한 내용을 적용하여 비판적 관점으로 후속편의 노골적인 부실함을 뜯어보면, <설득의 심리학> 1편을 읽은 독자가 2편을 산다는 것은 여전히 소비자로써 의식의 발전이 없었음을 뜻하겠네요. 한 마디로 팔아먹으려고 급조한 티가 풀풀나니 2편은 안보셔도 된다는 뜻입니다.

설득의 심리학에서 설명하는, '마케팅 수작의 개떡같은 한 가지 사례'로 이런게 있다라는 것만 알고 계시면 될 것 같습니다.

Posted by feveri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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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28 11:41 신고

    저는 예전에 두번정도 사기 당한다음부턴 조금이라도 의심가는 부분이 있으면
    상대가 조금 기분나쁠지라도 궁금한건 반드시 물어본다는 설득의 기술을 사용해서
    사람을 이용하는것이 개떡같다는 표현에 공감 합니당 사람한테 속았다는 기분은 참...뭐 합니다

    • 2009.03.01 01:25 신고

      누구도 속임 당하는 걸 좋아하지 않으며, 동시에 조종당하는 것도 싫어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속임수 당하면 분노를 두 번 느끼기 때문입니다.

      속임수를 쓴 개떡같은 인간에 대한 분노, 속아버린 어리석은 자신에 대한 분노...

      정말 사기꾼들이 제일 밉습니다. 의심하면서 피곤하게 살 수 밖에 없게 만드는...

  2. 2009.03.03 09:09

    좋은글 읽고갑니다.
    설득의 심리학 지나치기만 했는데
    이번기회에 읽어보고싶은 마음이생겼네요
    즐거운하루되세요

    • 2009.04.05 00:06 신고

      제 불찰로 답글이 늦었습니다.
      제가 이래저래 시비조로 글을 쓰긴 했지만;;
      <설득의 심리학>은 꼭 읽어볼 책임이 확실합니다 ^^
      즐거운 하루 되세용


극장을 자주 찾는 편은 아니기에 다크나이트 이후 본 영화가 한 편도 없었습니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영화를 보기로 했는데 딱히 보고 싶은 영화가 없더라구요. 

고만고만한 것들 중에서 뭘 볼까 고민하던 중에, 그나마 보고 싶다는 느낌이 든 게 [미스 홍당무]였습니다. 사실 진즉 보고 싶었는데, 시기를 놓친 터라 아직 상영하나? 해서 찾아봤더니 다행히도 일부 극장에서 하더라구요. ([도쿄!]도 보고 싶었는데, 이건 보러 가기가 너무 귀찮아서 포기.)
무튼 그렇게 [미스 홍당무]를 보고 왔습니다.
보고도 리뷰 안하는 경우도 많지만, 제가 이야길 해보고 싶은 리뷰 관점은 두 가지 입니다. 


주인공인 양미숙의 심리 이해해보기, 

그리고 영화가 재미없다고 악평을 달고 다니는 이들 이해해보기.


재미없다고? <미쓰 홍당무>가 뭐 어때서?!


◇ 양미숙 이해1: 수치심

양미숙을 이해하기 어려운 분들이 많이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도 완전히 공감이 되는 건 아닌데, 아무래도 배운게 배운거다 보니... 어떻게든 심리적으로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이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꽤 공감하는 부분이 '수치심'이고, 조금 공감 어려운 부분이 '애정망상'입니다.

양미숙은 '안면홍조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많은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증후군은 현상을 모아놓은 것이니까, '안면홍조증'을 가진 사람도 있겠죠.
볼이 빨개지는 것은 자율신경의 활동이니 스스로는 어떻게 조정할 수 없는 기제일 겁니다.

처음엔 수치심이 느껴져서 볼이 빨개졌을테지만, 이후에는 볼이 빨개져서 수치심을 느낄 수도 있는거죠. 자율신경은 말 그대로 자율이라 항상 생리적 원인에 따라 반응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오히려 '남들이 날 이상하게 볼거야'라고 생각하게 되었을 때, 볼이 붉어지는 결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클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인지가 원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어떤 상황에서 자율 반응을 결정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 '도식', 즉 '틀'과 관련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울한 사람들이 꺼내놓는 인지 삼제(우울증 걸린 사람들이 꺼내놓는 대표적인 사고 패턴 3가지. 자신에 대한 부정적 사고, 세상에 대한 부정적 사고, 미래에 대한 부정적 사고)도 원인이기보다는 결과에 가깝습니다. 외부자극에 대한 반응 양상으로 나타나는 부정적 사고일 뿐이지, 부정적 사고가 다시 부정적 사고를 낳는 것은 아니라는 거죠.  

그들이 낳는 부정적 사고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자신과, 세상과, 미래에 대한 신념에 근거한 것입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죠? 그렇지만 그러한 신념들은 사실 의식되지 못할 때가 더 많습니다. 

'신념'은 거기에 분명하게 구속되어 있으면서도 자각하기 어려운 것, 즉 '프레임' 입니다. 왜 자각이 어려울까요? 아마 자신이 가진 프레임을 파악하고 그것을 비교해가면서 살아가야 한다면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문제가 없을 때는 그것은 당연히 합목적적이고 순기능을 합니다. 때문에 프레임이 잘 기능하는지를 비교하는 것은 비효율적이죠. 그렇지만 서서히 변형이 이뤄지거나, 갑작스런 외상 경험으로 인해 큰 왜곡이 생길 수 있을테죠. 

일단 그렇게 되고 나면 원래의 프레임으로 돌아가는 일은 상당히 어렵고, 그 과정에서 큰 어려움이 생깁니다. 아무리 없애려고 애쓰고 노력해도 마음의 흉터는 영원히 남습니다. 그러한 결과가 우울증을 비롯한 여타의 '신경증'들로 나타날 수 있는거죠. 

여기에서 제가 비유하고 있는 '프레임'은 말만 다르지 인지행동치료(CBT)에서 말하는 핵심신념(core belief), 또는 도식(shcema)에 가깝습니다. 

(인지행동치료의 분파로써 도식치료라는 것이 있으며 거기서 사용되는 설명을 차용하되, 좀 더 이해하기 쉬운 비유를 들기 위해서, '프레임'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관점'이나 '틀'이라고 생각하시면 사실 편할 것 같습니다.)

우울증의 예를 계속 이어보자면,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자신들의 그 '프레임'이 심하게 왜곡되어 있다는 것을 모릅니다. 아마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의 프레임은 시간과 환경, 타인같은 여러 자극들을 압도적 크기로 과장하고 자신의 능력을 크게 위축하도록 조정되었을 겁니다. 왜곡된 정보를 받아들이는 우울증 환자들은 그것이 왜곡되었음을 절대 모르기 때문에 그들이 느끼는 압도감과 무력감은 진짜 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거지요. 

프레임 이야기는 비유지만, 모두가 그 프레임에 원인이 있고 그것을 고쳐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실 겁니다. 그렇지만 환자들 스스로는 절대 그것을 깨닫지 못하며, 바꾸려고 생각하지도 못합니다. 오히려 그 프레임이 자신을 구성하고 있고, 상당부분 도움을 주고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왜곡된 프레임의 결과로 나타나는 자율신경의 반응과 정서, 기분이라는 결과는 왜곡된 게 아니라 진짜입니다. 그것은 프레임이 정상적으로 작용할 때와 달라진 게 없습니다. 정서적 각성은 신체적인 것이기에 왜곡이 낄 수가 없는 상당히 순진하고 진솔한 반응이라는 거죠. 

바깥 이야기가 너무 길었는데,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볼에 빨개지는 것은 아마 가장 확인이 쉬운 정서적 각성 상태일 겁니다. 일반인도 볼에 빨개지고 달아오르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죠. 일반인도 그것 자체를 컨트롤 하긴 어렵죠. 기제 자체는 정상인이라면 다 똑같은 거니까요. 

그렇다면 양미숙과 다른 사람이 다른 점은 뭘까요? 아마 양미숙이 '부끄러움'을 많이 느끼기 때문이겠죠.
볼이 빨개지는 것은 대체로 사회적으로 수치심이나 부끄러움을 느낄 때 일어나는 현상이죠. 

양미숙은 남들보다 볼이 잘 빨개지는 신체적 특성도 가지긴 했겠지만, 남들보다 특히 심한 것은 볼이 빨개지는 신체적 반응이기보단, 쉽게 발동되는 심리적 특성, 즉 수치심이었을 겁니다. 수치심을 자주 느끼고, '얼굴을 들지 못할 만큼 심각한 것'으로 자각하니까 계속 반복해서 각성이 일어나고 금새 볼이 빨개지게 되는 게 당연하겠죠. 

물론 그 둘은 따로 구별해서 말하긴 어렵죠. 따로 따로 오는게 아니라 동시에 벌어지니까요. 순서도 사실 어느게 먼저 인지 말하긴 어렵겠죠. 그 반응 자체는 거의 자동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양미숙의 그 심리적 특성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사실 그 부분은 영화 속 이야기를 통해서 충분히 드러납니다. 양미숙의 배경, 양미숙이 가진 열등감, 양미숙이 원하는 소망, 양미숙이 느낀 서러움. 영화 속 양미숙의 행동을 전혀 공감하지 못했더라도, 양미숙이 느낀 열등감이나 서러움, 관객들도 대략 짐작하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일 겁니다. 그게 안되는 분들있다구요? 기다려보세요. 잠깐 따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 양미숙 이해2: 애정망상 + 분열형 성격장애

공감 못할 양미숙의 심리. 분명 있습니다. 정확하게 진단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DSM-IV의 축1 진단을 따르자면 망상장애의 애정망상 진단을 내릴 수 있고 축2 진단을 내리자면 분열형 성격장애를 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다지 진지하게 판단한 건 아닙니다.) 

분열형 성격장애는 약간 남들과 다른, 특이한 사람들의 경우 어느 정도 해당될 가능성이 있는데요. 일단 양미숙이 기본적 삶(의식주)에서 남들과 아주 다른 삶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의심이 되구요. 특히 그녀가 타인과 관계하고 싶은 깊은 욕망에도 불구하고 관계기술의 결여와 공감의 결여로 인해 현실에서 제대로 관계를 맺지 못하고 자신의 머릿 속으로 타인들의 표상을 끌어들여와서 논다는 점에서 분열형 성격장애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어보입니다. 

아멜리아의 주인공 '오드리 토투'가 나오는 <히 러브스 미>.
로맨틱 드라마로 착각하고 본다면 깜짝 놀랄 영화. 

애정망상은 편집망상, 과대망상, 피해망상, 신체망상 등과 함께 망상장애의 하나죠. 양미숙에게 망상장애를 내리자면 좀 심한 것 아니냐,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망상장애는 정신분열증과는 구별되는 것입니다. 망상장애는 환각과 환청 등이 없고 다른 지적 기능과 인지 기능은 거의 정상에 속합니다. 때문에 일반인들과 다른 점은 대체로 단 하나, 망상적 사고를 근거없이 맹신한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사실 양미숙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면 그렇게 된 심리 이해하는게 어렵진 않습니다. 그리고 측은해 지는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해프닝으로 치기엔 결과가 좀 심각했죠. (같은 소재의 다른 영화, <히 러브스 미> 보시면 아실 겁니다.)

이야기 속 양미숙도 사실 상 스토킹을 한 거고...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특히 서선생의 관점에서) 정말 무서운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혹자는 스토커의 죄는 너무 사랑한 것뿐 아니냐고 하지만 누가봐도 로맨티스트도 아니고 그건 사랑이 아닙니다.

서선생에 대한 애정은 학생 때부터 이미 있었던 것이고, 누군가와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관계적 고립 상태에 있는 양미숙으로써는 자기 안에서 끝없이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리게 되는 데, 대체로 어린 아이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게 됩니다. 어린 아이들을 보면,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남들도 당연히 좋아할 것이라고 쉽게 오해하죠. 자기 감정을 타인의 감정과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보는 것, 양미숙이 가진 서선생에 관한 애정은 사실 자신의 감정을 타인의의 것인양 '투사'한 결과로써 나온 것입니다. 

특히 동기화된 것들에 대해서만 엄청나게 기억력이 좋아지는 전형적인 망상장애의 패턴을 보이고 있는데요. 그런 특성은 아마 수치심을 증폭시키는 데도 일조했을 거라고 생각되네요. 동기화시키는 것은 자신이 소망하는 것도 포함되지만 피하고 싶거나 두려워하는 것도 포함되니까요. 아무튼 자기가 좋아하니까 모든 상황들이 중요하게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습니다. 양미숙은 자기 상태를 알면서 그러는지 몰라서 그러는지, 남들에게 충고할 때는 참 충고 잘해줍니다. 그게 또 코미디죠. 근데 망상장애의 경우, 진짜 그럴 수 있을겁니다.

일단 이야기가 코미디였고 결과가 나름의 해피엔딩이라서 그렇지, 현실감을 좀 만 부여하자면 꽤 파국으로 치닫을 수도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누가 그런 생각을 하겠냐마나는, <소림축구>의 씽씽이 결국에는 쓰레기주으면서 계속 살았거나, <E.T>가 51에리어에서 해부되었다거나, <매트릭스>의 네오가 빨간약을 먹었다거나... 이런 생각을 해보는 저로써는 말이죠. 흠흠.

주성치는 항상 불쌍한/거만한 연기를 너무 잘하죠.
..아니, 거만한 건 그냥 원래 삶인가?;



◇ 재미없다는 이들 이해하기


일단 저는 아주 재밌게 보았습니다. 저렇게 생각할 것들을 많이 주는데 재미가 없을리 있나요? 아무튼 일단 무척 웃겼어요. 저는 희극지왕은 말그대로 주성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요. :D
이야기 플롯을 보았을 때는 제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영화, '어바웃 어 보이'와 닮아 있지만, <미쓰 홍당무>는 '코미디' 장르임이 확실합니다. 
한국 코미디 중에서 '주성치 영화'에 비유할 수 있는 영화는 장진표 영화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네요.

장진 영화가 '선리기연', '식신'이나 '희극지왕'처럼 은근한 정서적 감동이 곁들어진 주성치 영화라면, '미스 홍당무'는 그리 거창한 담론을 담아내기 보다 캐릭터와 상황, 저질 개그를 이용해서 별 감동 없이 정신없이 웃겨만 대는 예전의 주성치 영화들과 닮았습니다. ('홍콩 레옹'같은) 약간 성인적 개그 요소가 있지만 그건 에피소드 하나에 불과하니까 섹스코미디냐 하면...흠, 그것도 아니란 말이죠.

그렇지만 아는 이들에게서 '재미없었다'는 수준이 아니라 '최악이다' '영화도 아니다'라는 이야기도 들었고, 네이버나 다음 영화 평점을 살펴 보면 0점을 주는 이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불쾌한 기분을 느껴서 뛰쳐나왔단 이들도 많은 것 같은데, 제가 관람했던 극장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저뿐 아니라 주변에서도 보는 내내 웃음이 터져나왔구요. 중간에 나가거나 하는 사람도 없었구요. 

사실 저도 이 영화가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할만한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 공감대를 좀 거스르는 부분이 꽤 많다고 봅니다. 그래도 자기 취향이 아니라고 0점을 찍어대는 그런 극단적이고 상식없는 심보는 꽤 거슬립니다. 관점이 다른 건 이해하지만 말이죠. 

아무튼 그렇게 어떻게든 그 심리를 이해해보려는 관점, 크게 두 가지가 떠오르네요.

한 가지는 앞서서 이야기를 했던, 양미숙이라는, 또는 그런 류의 인간 이야기에 관심이 없는 사람입니다. 양미숙은 확연한 '신경증 환자'이기 때문에, 주로 비슷한 심리를 경험해보았거나, 세상에 다양한 사람이 있다는 관점을 가질 수 있어야 공감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이런 '신경증'영화에 공감이 안되는 사람은 비슷한 심리를 경험해 본 적이 없거나, 나와 다른 인간들의 삶을 타자의 관점으로 볼수 있는 능력이나 관심이 부족한 거죠. 그건 뭐 그들 탓을 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공감 안되면 재미가 없는 거니까요. 

원래 좋아하는 것이 뚜렷하지 않더라도 싫어하는 것이 뚜렷한 이들은 많이 있죠. 특히 이런 류의 이야기에 관심없는 이들은 꽤 많이 있습니다. <복수는 나의 것>이나 <지구를 지켜라>를 보기 괴로워 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이유는 별 다름이 아닙니다. 어떤 영화가 재미 없는 이유, 그건 그 영화 속 인간들 이야기에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현실적으로 보았을 때는 아무리 미움 받아도 정말 할말 없는 밉샹 진샹의 전형, 양미숙!

물론 모든 사람이 그런 건 또 아닐 겁니다. 
다른 대안적인 설명은, 어떤 상황에서 이 영화를 보았냐는 겁니다. 저는 아주 편한 친구와 함께 대충 약속 잡고 만나서 신나게 떠들다가 시간 되서 영화보고 나왔습니다. 때문에 영화를 보는 시간은 맘 편하게 즐기고 영화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죠. 영화 러닝 타임도 딱 적당했기에 지루함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데이트를 하러 만난 남녀가 이 영화를 봤다면? 심지어 로맨스를 기대하고 갔다면??
사귀기 전이나 또는 막 사귀기 시작한 연애 초기의 남녀가 데이트를 하기 위해 영화를 본다면, 어떤 영화를 보고 싶을까요? 대충 살짝 자극적이고 아주 감동적이되 즐거운 기분을 해치지 않는 영화여야 할 겁니다.

사실 저도 몰랐던 건데, 이 영화 무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입니다.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가요. 왠만한 여성의 노출이나 폭력적 장면, 욕설과 비속어에도 겨우 '고교생 관람가'라는 딱지 붙이는 세상아닌가요? 더구나 중학생이 주인공 중 한 명인 영화에서 '청소년 관람불가'라면, 뭔가 짐작을 해보아야 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젊은 남녀가 같이 보면 신경이 쓰일 만한 '대사'가 무척 많이 나왔죠. 저는 '라이타'의 러시아 뜻을 들으며 아주 크게 웃었지만, 제 웃음소리만 퍼지고 주변이 상당히 고요하거나 어색한 웃음만 들렸던 걸로 보아, 그 장면과 또 그것과 관련된 에피소드에서, 데이트 남녀들이 상당히 난감해 했던 것 같습니다. 

관객들에겐 죄가 없는 것이, 이분들은 아마 이런 영화인 줄 절대 모르고 관람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도 보면서 웃기긴 했지만 솔직히 약간 놀랍기도 했거든요. 그제서야 '이거 성인용인가?' 하는 생각들고. 

아, 갑자기 생각난건데 이유가 한 가지 더 있을 수도 있겠네요. 저는 영화의 주제를 찾는 강박관념 따위 버린 지 오래지만 주입식 고등학교 국어 교육의 편협함으로 인해, 이야기만 보면 피상적인 주제를 찾으려고 안달하는 사람들이 한국에 참 많은 걸 보면, 이런 영화를 보면서 시간낭비했다고 느낄 수 밖에 없겠죠. 영화보면서 그런 거나 찾고 있는 사람 보면 저는 솔직히 안타깝습니다. 굳이 찾으려고 한다면 '어바웃 어 보이'와 다를게 뭐 있겠냐마는.


◇ 나는 왜 이런 고민을 하지?

아마도 데이트 용으로 영화를 고르시는 분들은, 좀 더 숙고를 해서 영화를 선택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대체로 잘 만든 영화와 못 만든 영화는 평이 한쪽으로 쏠리게 되고, 어중간한 영화 역시 어중간한 평가를 받습니다. 그렇지만 한 영화의 평이 극단적으로 나뉘는 경우가 있는 데, 제가 볼 때 두 가지 경우라고 봅니다. 관객의 취향이 극단적으로 어긋나 있거나, 마케팅에 속아서 완전히 배반당하거나. 

원래 관객은 영화를 선택할 권리가 있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거죠. 그렇지만 누군가 사기를 쳐서, 제대로 알았다면 절대로 보지 않았을 영화를 보게 된다면, 억울함이 생기고 그 짜증과 분노를 어딘가에 토하려고 하는게 또 당연할 겁니다.

사실 <미스 홍당무>의 극단적 평가는 <디파티드>의 극단적 평가보다는 <미스트>의 극단적 평가에 가깝습니다. <디파티드>는 리메이크 영화인 동시에 아카데이 수상작이었던 탓에 대다수의 기대를 모으는 영화였으나, 원작을 경험한 관객의 취향에 따라 평가가 극단적인 경우가 되버린 것이죠. (물론 저는 둘다  재밌었지만, 우열을 가린다면 디파티드쪽을 택하겠죠. 그건 제 취향일 뿐이구요.) 그에 비해 <미스트>는 사실 별로 대중적인 작품이 아니었고, 이런 영화는 대개 처음부터 호불호가 분명히 갈려서, 어지간하면 안 봅니다. 볼 사람만 보고 아닌 사람은 보지 않을 영화지만, 한국의 전형적인 '왜곡/뻥튀기' 마케팅 수법을 써버린 탓에 흥행은 의외로 성공했지만 관객 평가는 엉망이 되버렸습니다. 

<미쓰 홍당무>가 흥행에 어느 정도 성공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성인용이다보니 일단 관객이 적었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중딩들이 공감하고, 즐길만한 개그가 많았다고 보는데 말이죠.) 정말 재밌는 영화였기에 흥행이든 평가든 어느 한 쪽은 나름의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미스트>에서도 그랬지만, 요즘의 영화마케팅 회사들은 믿을 게 못되니까, 영화를 선택하시는 분들이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왜 이렇게 까지 이야길 하냐면, 솔직히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 팬으로써 제가 정말 재밌어 하고 좋아하는 영화에 대놓고 누군가 '최악'이라고 하면 짜증도 나고, 그런 표현을 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한심해 보이거든요. '별로 재미없었다.' '나에게 맞지 않았다'라고도 표현할 수 있는 것이고, 또는 '나는 이러이러한 점이 너무 싫고, 너무 불쾌했기 때문에 최악이었다'라고 한다면 아 그런가 보다하고 이해라도 하겠죠.

그렇지만! 무턱대고 최악이라고 하면 그건 상식 없는 걸로 밖에 안 보이고!! 
결국 그럼 자기 얼굴에 침뱉는 걸로 생각될 뿐이고!!! 나는 답답하고!! 으악!


◇ 아무튼 추천작!

저 개인적인 올해의 한국영화를 뽑는다면, 많이 보진 않았기는 해도 단연코 <미쓰 홍당무> 뽑겠습니다. 
'코미디'라는 장르에서 빗나가지 않고 이야기를 일관성 있게 재밌게 유지시켰던 점, 무엇보다 밉샹 진샹의 믹스 자체인 '양미숙'이라는 캐릭터를 잘 묘사해내면서도 사랑스럽게 만들어버린 공효진의 열연, 불쑥 등장하는 친숙한 얼굴이름들에 더해서 웃긴 엔딩까지. 
아주 전형적인 '재밌는 영화'를 본 기분이었습니다. 공효진씨! 앞으로 완전 좋아할 것 같아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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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12 09:05 신고

    참 매력적인 배우입니다.
    뭐 영화는 원체 안보다보니 잘 모르겠습니다만 지금가지 영화관 봐서 본것중 재미없게 본 건 없는 것 같습니다.

    • 2008.11.12 11:54 신고

      솔직히 저는 공효진이란 배우 약간 비호감이었습니다. 맨날 투정부리고 있는 듯한 그 표정때문에. 근데 앤걸.엄청 예쁘네요.^^

  2. 2008.11.12 16:04 신고

    저도 공효진이란 배우가 아주 싫어하는 배우중 하나인데..(별 이유 없습니다. 준거 없이 미운사람 ㅋ 이런건 심리학적으로 어떤 상태인가요? ㅋ) 피버리엇님이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걸로 봐서 저도 비디오로 나오게 되면 함 봐야 겠습니다.

    근데 한국 영화 마케팅에 낚시질이 꽤 많지요.. ㅋ 공감합니다. 그거에 속아서 영화보다 더 화나는 경우도 있지요.. ㅋ

    • 2008.11.12 20:52 신고

      그런 현상을 심리학적으로 '미운털 증후군'이라고 합니다 (뻥입니다)
      저도 솔직히 말해서 이유를 따지자면 생긴 걸 가지고 비호감이다고 할 수 밖에 없는데요. 어찌보면 역할들이 항상 그런 역할들이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약간 쎄보이고 촌스러워 보이는.

      미쓰 홍당무에서도 캐릭터는 비슷한데.. 뭔가 측은해서 그러는지 웃겨서 그런지, 보다보니 너무 귀여워지더라구요. 공효진 뿐만 아니라 서우와 황우슬혜라는 예쁜 배우들도 덩달아 알게 되었네요. 미녀가 많이 나오는 영화에요 ^^

  3. 2008.11.15 22:22 신고

    글을 읽다보니 우리는 같은곳에 살지만 서로 다른세상에 사는듯 싶습니다 ㅋ
    어찌보면 정말 끔찍하도록 외롭고 잔인한 세상구조 인것 같아요..
    책에서 봤는데 인간은 상상하는데로 실제로 이루어 지게 된다고 그러더군요
    그 상상이 암울하고 자신의 한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면 그사람은 고통스러운
    삶을 오랫동안 살아야 되는것인데 그 생각이라는 것이 한번 자신을 지배하게되면
    그 생각밖으로 나가기란 참으로 어려운것 같아요..

    상대방의 세상속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가서 이해해주고 어루만져 준다면 서로 다른세상이 조금씩
    연결될것 같은데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도 너무나 차이가 많은 삶은 정말 어떻게 해석해야하는건지 ㅋ

    • 2008.11.17 23:45 신고

      답변이 늦었네요.

      생각이 다른 것은 따져보면 관점이 다른거고, 관점이 다른 이유를 따져보면 기질과 경험이 다른 것이 됩니다.

      가족이라해도 같은 걸 경험하지 않고 결국엔 서로 기질도 다르니까요.

      심리학이 좋은 건 그런 차이들을 어떻게든 설명하고 납득하다보면
      결국에는 수용이 된다는 겁니다.
      누군가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경험을 쌓다보면 그게 더 잘되겠죠.
      그렇게 타인의 관점을 바라보는 경험을 늘리는게 영화나 이야기라고 봅니다 ^^

  4. 2008.11.15 23:19 신고

    오 저는 공효진을 비슷한 이유에서 좋아합니다; 그 까칠한 면이 저에게는 참 매력적으로 보이더라구요 허허ㅋ 그래서 더 보고 싶은 영화였는데 극장에서는 슬슬 막을 내리는 분위기네요ㅠ 나중에 DVD로라도 꼭 한 번 보아야겠습니다.

    • 2008.11.17 23:50 신고

      답변이 늦었습니다.

      까칠한 여성 저도 원래는 되게 좋아하는데요. 그 전에는 제게 까칠하다기 보다는 불량스럽기만한 이미지였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홍당무에서는 까칠하기도 하지만 애쓰고 노력하는 모습이
      더 눈에 들어와서 참 매력적으로 보였던 것 같아요.

      아쉽게도 관객들 탓인지 마케팅 회사탓인지 괜찮은 영화 하나가 또 이러니 저러니 묻히는 것 같아요. 전도 유망한 감독이니 앞으로도 기대해야 될 것 같습니다.


◆ 우울증에 관한 이야기

21세기에 인류를 멸망시킬 지 모르는 가장 강력한 질병 중의 하나가 무언지 아세요?

예상하셨겠지만 바로 '우울증'입니다. 우울증은 대부분의 자살 사고 원인이 되며, 타살이나 문제 행동에도 관련되고, 스트레스, 신체적 질병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인입니다. 이건 겁줄려고 만들어낸 '도시괴담'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수많은 연구들이 축적되고 검증되며 밝혀진 '사실'입니다. 자신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까지 전파하는 그 파괴력에 비하면 오히려 경각심이 낮은 경향이 있죠.[각주:1]

 

그렇지만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우울증'은 사실 공식적인 진단명으로는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진단범주가 체계화되고, 증상의 다른 양상에 따라 상세하게 분화되면서 ‘기분장애’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이름의 진단 범주가 나타났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주요우울장애’, ‘기분부전장애’, ‘양극성 장애’ 그리고 ‘우울성 성격장애’입니다. (물론 세세하게 보면 더 많습니다.) 








대표적인 우울성 
성격 어린이, 

이카리 신지.




우리가 흔히 부르는 우울증은 이것들을 통틀어서 말하는 우울'증후군'을 의미하기도 하고, 가장 심한 주요우울장애를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반인들에게 실질 가까이에 있고 해당되기 쉽지만, 동시에 스스로는 깨닫기 어려운 것이 바로 '우울성 성격장애'와 '기분부전장애'입니다. 때문에 이 두 가지 내용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볼까합니다. 스스로가 우울하다고 느껴지시는 분이든 아닌 분이든 너무 부담갖지 마시고 가볍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 우울성 성격장애의 기원


우울성 성격장애(depressive personality disorder, 이하 DPD)는 다양한 상황 하에서 시작되는 우울한 인지와 행동패턴이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것이 핵심특성인 정신장애입니다.


우울성 성격장애의 역사는 20세기 초의 유명한 질병분류학자 Kraepelin에게서 기인합니다. 그는 사실상 거의 최초의 본격적인 임상심리학자로,Kraepelin은 조발성 치매, 조울증 등의 현대적 진단 범주(요즘말로 바꾸면 각각 정신분열증, 양극성 장애의 시초가 됩니다.)를 고안한 사람입니다. Kraepelin은 '우울증'과 구별되는 ‘우울한 기질(depressive temperament)’을 소개하면서, 그들이 일생 동안 지속적인 우울, 슬픔, 무기력, 절망, 낙담으로 인한 정서적 스트레스를 겪는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그들이 자기 확신이 부족하고 죄책감과 자기 비난을 쉽게 사용하는 양상을 보인다고 기술하며, 결과적으로 그들은 인생에서 생기가 부족하고 쉽게 피로하며 매사에 실망하는 모습을 보이기 쉽다고 하였습니다. 그에 따르면 ‘우울한 기질’은 유전적이며 잘 변화하지 않는 특성이었죠. 

Kretschmer라는 학자 역시 ‘우울한 기질’에 대한 Kraepelin의 견해와 대체로 동일한 관찰을 보고하였으나, 주요 기분에 대해서는 ‘만성적인 슬픔’으로 해석하기보다 단지 남들보다 덜 생기 있고 덜 즐거워하는 경향을 보일 뿐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Kraepelin과 Kretschmer 두 학자 모두 이러한 성격을 ‘기질’, 즉 유전적 원인과 천성으로 보았으며 이러한 기질이 우울증을 발달시키는 주요 원인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이후 정신병질자(psychopathy) 및 여러 성격장애 진단을 최초로 제안한 Schneider라는 학자는 ‘우울성 정신병질자(depressive psychopathy)'에 대해 소개하면서, 그들이 침울하고, 회의적이며, 자신을 내세우길 꺼려하며, 매사에 걱정스럽고, 기쁨을 느끼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고(마치 제 이야기 같습니다;)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특히 그들이 자신을 과대평가하며, 남들이 느끼는 행복이나 기쁨을 오히려 피상적으로 여기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신 Schneider는 그것의 원인을 ’기질‘로써 설명하려 하지는 않았으며,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성격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이후 DPD는 몇몇 연구자들의 연구를 통해 DSM-III와 DSM-III-R에서 우울증과 구별되는 기분부전장애(dysthymic disorder) 범주에 포함되었고, DSM-IV에서는 기분부전장애와도 구별된다는 증거로 인해 정식진단 범주에서는 제외되고 DSM-IV 부록에 포함되었습니다. (부록은 대체로 진단용이기보다는 연구용으로 사용되는 진단기준입니다. 현재 연구 중이라는 이야기죠.)


DPD는 주로 성인초기에 나타난다고 하며, 광범위한 우울성 사고와 행동 양상을 보이게 되며 주로 다음 형태로 나타납니다.


1) 특별한 일이 없어도 대체로 낙담, 침울, 불행하며, 행복감과 기쁨의 부재,
2) 무가치감, 낮은 자존심, 극도로 낮은 자기평가,

3) 빈번한 반추적 사고[각주:2] 경향,

4) 타인과 미래에 대한 전반적이고 만성화된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믿음,

5) 매사에 흔하게 드러나는 죄책감과 후회.

  

주요우울장애나 양극성 장애, 기분부전장애에는 해당이 되지 않으나, 위 특징이 드러난다면 DPD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때요? 이러한 경우에 해당되는 분들 주변에 꽤 있는 것 같지 않으신지요? 


◆ 우울성 성격장애와 주요우울장애/기분부전장애 차이

 

사실 DPD와 변별해 내기 어려운 것은 우울증, 즉 ‘주요우울장애’ 보다는 오히려 ‘기분부전장애’ 쪽입니다. ‘단일 우울’ 기분장애에서 가장 심각한 것이 주요우울장애이고 좀 덜 심각한 것이 기분부전장애인데요. 주변에서 흔히 우울하다, 우울증 걸렸다고 이야기 하는 경우는 사실 증상의 다양성이나 심각도 면에서 주요우울장애에 해당되기 보다는 그보다 좀 더 낮은 단계인 기분부전장애나 DPD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향후 악화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DPD는 만성적인 성격적인 특징이다 보니 대체로 자신의 상태를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자신의 성격적 특성을 스스로 바꾸려 하는 노력이 적습니다. 불편함을 느끼더라도 거기에서 빠져나오는 것에 더 큰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죠. 그 점이 기분부전장애와 구별되는 점입니다. 기분부전장애는 좀 더 ‘일시적인 질환‘으로 꼭 성인 초기에 나타나는 것도 아닙니다. 

더 심각한 주요우울장애는 눈에 띌 정도로 심각한 장애이며, 인지장해와 최종적으로 자살 시도 및 자살 실현까지 나타나는 경우죠. 대부분의 자살 시도는 주요우울장애 수준에 이르러서 드러납니다.

 

또한 주요우울장애나 기분부전장애는 신경학적 문제가 있는 경우가 흔하며 그로 인해 자신이 불편감을 느끼는 게 흔한데 비해, DPD는 신경학적 문제나 불편감이 없거나 혹시나 있더라도 자신에겐 익숙한 것이기에 만성화 되어 있고 대단하게 생각하질 않기 때문에 자각을 하기 어렵습니다. (신경학적 문제라는 것은 뇌 신경전달물질 상의 이상을 이야기합니다. 심각한 우울증의 경우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는 약을 투여하게 되는 거죠.)

 

◆ 마치며

 

간단하게 설명했지만 물론 실제 진단 시에는 더 복잡하며 더 많은 조사가 필요합니다. 말은 쉽지만 사실 만성적인 것인지 일시적인 것인지를 알아내기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울은 즐거움, 기쁨, 슬픔, 분노처럼 기본적으로는 정상적인 정서 중 하나입니다. 때문에 단순히 우울함을 느낀다고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준이나 정도를 초과했을 때 문제라고 보는 것이구요. (상담을 할 때 기분점수란 것을 흔히 이용합니다. 인터넷에도 우울증 테스트같은 게 있으니 자신의 기분 상태를 알아보는 것은 그리 어렵진 않습니다.)

 

행여나 자신의 상태가 많이 거론된 것 같아 ^^;; 걱정이 되시는 분들은 반드시 진료기관을 찾아가 검사 및 상담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요즘은 대부분의 지역에 정신보건센터가 있으니 거리감이 느껴지는 병원보단 그쪽으로 문의하시는게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른 질병도 마찬가지겠지만 마음이 관계된 질병은 말 그대로 마음먹기에 달려있는 일입니다.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병명을 알아야하는 것처럼, 모든 문제의 치료와 극복의 시작점에는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고 덧붙여 스스로가 인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기패배적 성격장애에 대해 알고싶으면!
[psychology : taste/pathologic : clinical] - 자기패배적 성격장애: 우울성 성격장애와의 차이

  1. 연이은 연예인들의 자살 사건으로 우울증의 위험성이 부각되기 전에 작성되었던 글입니다. [본문으로]
  2. repetitive thought. 반복적이고 통제하기 어려운 집착적 사고를 지칭합니다. 긍정적 영향도 있지만 대체로 부정적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본문으로]
Posted by feveri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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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15 02:18

    좋은 내용 정말 잘 읽었습니다.
    저장해놓고 두고 두고 찾아보고 싶은데 주인장님의 허락을 구합니다.

    • 2008.10.15 02:32 신고

      네 저야 괜찮습니다. ^^

      저도 스크랩 허용을 해두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직 블로그 이용 툴을 정확히 몰라서요
      사실 스크랩 버튼이 어딨는지도 잘 모르겠거든요^^;;

      확인해보고 처리하겠습니다^^;;


◆ 마조히즘 성격?


피학적 성격장애(masochistic PD)라고도 불리는 자기-패배적 성격장애(self-defeating PD)는 DPD와 매우 유사한 장애입니다. 피학증(masochism)은 가학증의 상대적 개념으로 요즘 들어서는 그리 낯설지 않은 말입니다. 가학증과 반대로 성적 쾌락을 위해 자신을 괴롭히는 기괴한 행동을 이야기하죠.

그러한 양상이 일반적인 관계에서 나타날 때 피학적 성격장애, 또는 자기-패배적 성격장애라고 이야기합니다. 성적 가학증처럼 성적 피학증은 DSM-IV에 성도착증 범주에 여전히 존재하지만, 자기-패배적 성격장애는 연구가 아직 부족한 실정으로 정식 진단에선 누락되었습니다.


간략히 개괄하자면 1) 불필요한 상황에서의 과도한 자기-희생, 2) 타인의 호의와 친절에 대한 무시와 거절, 3) 달성될 수 있는 기회와 목표에 대한 지연과 포기, 4) 타인으로부터 무시, 거절, 분노를 유발하는 행동양식, 5) 즐거움과 기쁨에 대한 무의식적 회피 및 상처받음과 패배에 대한 무의식적 반김 등입니다.

분명히 진단 기준은 다르지만 당사자가 경험하는 정서적인 양상은 자기-패배적 성격장애와 DPD의 특징이 대체로 비슷합니다.

 

누가 생각나시나요?
저는 조제가 생각납니다. 
자세한 건 다르지만요.

  

다른 점이라면 그들은 자신들이 경험하는 낙담, 무기력, 비관주의, 즐거움의 상실 등을 자초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DPD들은 오히려 직업적으로는 성공적인 이들이 꽤 있습니다. 예술가들은 우울하다고 하잖아요? 또 그들은 공유되기 어려울지는 몰라도 자신만의 즐거움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거기에 몰두하다보면 성취가 나타나기도 하는거죠.

 

그렇지만 자기-패배적 성격장애는 대체로 다양한 영역에서 실패의 패턴을 보입니다. 그 사람이 가진 실제 능력과 무관하게 주로 자신들이 그런 상황을 자초해버리지요. 그들은 무의식적으로 남들로하여금, 또는 상황적으로 자신을 괴롭히도록 주문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에 비해 DPD는 타인에 의한 처벌에는 저항하며 자신을 괴롭히는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 뿐인, 즉 다시 말해 '자기-고문적' 성격인 거죠.

 

상담을 통해 자기 안의 패배적 성격을 극복하고 세상을 향해 뛰쳐 나가는 이야기,
굿 윌 헌팅.
우울성 성격장애와 주요우울장애의 차이를 알고 싶으면!
[psychology : taste/pathologic : clinical] - 우울성 성격장애: 주요우울장애와의 차이

Posted by feveri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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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02 09:24 신고

    보면서 " 나 이건가?"하고 한번 골똘히 생각하게 됩니다.

    • 2009.04.02 11:06 신고

      저도 이런 성향 발견되는 걸요 뭐 ^^;
      이런 성격이 완전히 다르게 구별되어서 동떨어져 존재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성격 성향'이나 '경향성'으로 판단해야지요.

      자기 자신을 감찰하다보면 아무래도 적용되는 것이 많아 보이게 마련입니다. 그렇지만 타인의 눈으로 보면 또 다를지도 모르죠.

      가끔 이런 진단적 증상을 설명할 때 걱정되는 것이, 여기에 몰입하다보면 그 때문에 합리화시켜버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인데요. 너무 깊게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가 그렇게 의심되고 판단된다면, 거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더 많이 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 사디스틱 성격?

반사회성 성격장애와 유사하지만 다른 것, DSM-III에는 있었지만 DSM-IV부터 사라진 것이 가학적 성격장애(sadistic personality disorder, 이하 SPD)입니다. 타인들에게 잔인하게 대함으로써 성적 쾌락을 추구하는 행동을 말하는 가학증(sadism)은 프랑스 소설가 Sade의 이름을 빌려 만들어진 용어로, 요즘에는 꽤 잘 알려진 용어일 것입니다. 별로 알고 싶지 않은 말이기도 하죠? (사진을 넣으려고 sadism검색해봤더니... 끔찍한 그림들만 나오더군요.)


본래 성적 쾌락을 추구하는 기이한 행동에 해당되는 말이었으나 성적 관계가 아닌 일반적 관계에서도 유사한 양상이 드러남을 알게 되면서 성격장애 진단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자기애적 가학 성격의 소유자. 새디스트 창이!

 SPD의 특징은 1) 우월성을 목적으로한 잔인한 행동과 협박, 2) 타인에 대한 비하 및 학대 3) 타인의 고통으로 느끼는 즐거움 등으로 간추릴 수 있습니다.

동시에 이들은 자신에게 이러한 특징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려하거나 감추려고 하는 경향이 있죠. 여기까지 보시면 아실겁니다. 진단 기준이나 설명하는 말은 다르지만, 타인이 경험하는 정서적 측면이나 본인의 행동 양상에서 가학적 성격장애와 반사회성 성격장애는 꽤 비슷하게 드러난다는 것을요.

◆ 가학적 성격 누가 있을까?


주로 역사상의 독재자와 학살자들이 여기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겠죠(진시황, 징기스칸, 히틀러, 스탈린 등등). 역시 추정이지만 잔인한 연쇄살인범의 경우에도 해당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표적인 가학성 성격의 학살자, 블라드 드라큘라 백작.

 가학증의 원조 개념인 성적 가학증은 성도착증 범주로 DSM-IV에도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SPD는 진단 유용성의 결여와 진단 남용의 가능성 때문에 공식적 진단에서는 사라졌습니다. SPD에 적용이 되는 경우라면 이미 APD에 적용이 될 터이니 따로 SPD를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이죠.

그렇다고 타인에게 잔인하게 대하고, 비하하고, 공격적으로 대하는 ‘가학적인 성격 특징’이란 것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대신, 아마도 그러한 특징이 법적이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정도로 드러난다면, 반사회성 성격장애나 사이코패스 진단을 받게 될 것입니다.



사이코패스와 반사회성 성격장애의 차이를 알고 싶으면!
[psychology : taste/pathologic : clinical] - 반사회성 성격장애: 사이코패스와 어떻게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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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사회성 성격? 사이코패스?


성격장애의 역사 중에 가장 기원이 오래된 것이 바로 반사회성 성격입니다. 반사회성 성격장애의 설명은 고대 그리스 문헌에까지 올라가는데요. 'psychopath' 라는 용어는 본래 일반적인 성격장애를 말하는 용어였는데, 언젠가부터 ‘반사회적 정신병질자’를 지칭하게 된 것은 그것이 성격장애의 대표적 표본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이코패스'란 말을 유행하게 만든 영화, '검은집'의 포스터. 로샤검사를 연상시키는 포스터에서 보듯이 심리학에 대한 고정관념을 이용한 마케팅임다.
일반인들의 오해 중 하나가 '사이코패스=연쇄살인마'라는 것인데, 그런 오해를 제공한 데에는 '검은집'도 책임이 있다고생각합니다.

DSM-IV에서 경험적 증거를 추가해 2000년 발행한 개정한 DSM-IV-TR부터 반사회성 성격장애(APD)라는 명칭이 확정되었으며 증상적 특징과 질병적 특징을 연결 지었지만, 반면 범죄적 행동에 대한 판단에서는 이전에 비해서 기준을 약화시킴으로써 기존에는 범죄자나 범법자들 위주로 진단하던 것에 비해 좀 더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성격장애 특징을 가지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사회성 성격장애는 남자가 여자에 비해 3배 정도 많으며, 사회적 경제적 수준이 낮은 도시지역에서 높은 편이구요. 특히 교도소 수감자의 절반이상(50~75%)이 APD라고 합니다. 유년기나 청소년기에 ADHD라고 불리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또는 품행장애를 진단받았을 경우  반사회성 성격장애로 발전할 가능성이 꽤 높다고 하구요. 대충 생각해보더라도 왠지 당연할 것 같은 내용들이죠.

  

반사회성 성격장애에 대한 진단기준은 DSM-IV-TR과 ICD-9-CM에서 구체적으로 찾을 수 있는데요,  둘을 요약해서 이야기하자면 "타인의 권리를 무시하고 침해하는 행동 패턴이,

1) 체포 근거가 되는 사회적 규범의 무시,

2) 이득을 위해 타인을 속이는 반복적 사기성,

3) 낮은 충동 인내와 사회적, 직업적 장면에서 지속적인 무책임성,

4) 타인 기분에 대한 공감 결여와 자기 행동에 대한 반성 결여

등 으로 나타난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물론 몇 가지 특징적인 면을 간추린 것이며 실제로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 판단을 한다면 좀 더 복잡한 기준을 따르게 됩니다. 심각도 역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정도보다 훨씬 높을 것입니다. 사고 좀 친다고 무조건 진단 받는 건 아니라는 거죠.  

 

반사회성(또는 반사회적) 성격장애(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 이후 줄여서 APD)는 정신장애진단편람 4판 개정판(DSM-IV-TR)에서 성격장애 범주에 포함된 ‘정신장애’입니다. 국제질병분류 10판(ICD-10)에는 비사회성 성격장애(dissocial personality disorder)라는 이름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위 사진은 본문과 '절대' 무관합니다. 부시대통령 방한기념 사진을 올리고 싶었을 뿐.



◆ 반사회성 성격장애와 사이코패스의 차이?


본래 반사회성 성격장애는 정신병질자(psychopath), 사회병질자(sociopath), 혹은 반사회적 성격(dyssocial personality)이라고 불렸습니다. 이제는 우리에게도 귀에 낯설지 않은 사이코패스란 말은 반사회적 성격장애의 용어적 기원인 것이죠. 물론 연구자에 따라 조금 다르게 보기도 하지만요.

 

‘사이코패스(psychopathy)’에 대한 연구는 Hervery Cleckley와 Robert D. Hare에 의해서 주로 행해졌습니다. Cleckley는 반사회성 성격장애에 대한 기준과 구별되는 사이코패스의 고유 특징을 공식화한 사람이고, Hare는 <진단명 사이코패스>와 <직장으로 간 사이코패스>란 책을 지은 사람입니다. Hare는 정신병질 진단 체크리스트를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넷 상에서 알려진 사이코패스 진단용으로 사용한다는 질문(자매가 있었는데 장례식장에서 멋진 남자를 만났다..로 시작되는)
은 거짓이지만, Hare의 체크리스트는 위 책에 소개되어 있으며 인터넷 상에서도 올려져 있을 겁니다. (혹시 찾아서 해보셨나요? 점수가 높게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어차피 자가 진단이므로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게 좋습니다. 참고로 저는 40점 만점에 32점인가 나왔어요 ^^;;; 한참 짜증날 때 했더니..) 
 

처음에 소개한 것처럼 psychopath는 APD의 용어적 기원이었으나 지금에 와서는 반사회성 성격장애와 사이코패스는 사실상 다른 진단으로 구분되고 있습니다. 유죄판결을 받은 중범죄자의 75~80%가 APD 진단에 해당되는데 비해, 사이코패스 진단에는 25%만이 해당된다는 연구가 있었거든요. (나머지 25%가 사이코패스란 이야기가 아닙니다.)

  


'대부2'의 알 파치노와 '스카페이스'의 알 파치노. 각 영화에서의 역할로 보았을 때 누가 APD고 누가 사이코패스일지 맞추실 수 있으실지?


반사회성 성격장애와 사이코패스를 구분하는 것은 "위험함을 얼마나 잘 숨기는가"입니다.

얼마나 '티 안나는' 가면을 쓰고 있느냐라고 할까요.

반사회성 성격장애도 일반적으로 매력적이며 활발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분명 일반인들보다 위험한 냄새, 즉 '티'가 납니다. 그에 비해 사이코패스는 일반인보다 오히려 더 유능하고, 호감있으며, 타인에게 비춰지는 자기 인상 관리에 철저함으로써 절대 나쁜 사람처럼 보이지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글을 쓸 때 쯤 유행해서 넣어봤던; 조인성의 사이코패스 CF 한 장면.>

 

Hare의 책 <직장으로 간 사이코패스>에서 보듯이 사이코패스는 더 이상 도심 어둑한 곳에서 칼을 들고 서있지 않고, 오히려 친구처럼 다가와 자신조차 당하는지 모르게 이득을 취해 버리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 정말로 직장 상사가 사이코패스?


제 사견이지만, Hare박사가 지나치게 사이코패스란 용어를 광범위한 영역에 사용함으로써 '일반적인 성격특성'과의 경계를 애매모호하게 만들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반사회적 성격장애'는 DSM-IV-TR에서 사용되는 정신장애 공식 진단 기준이지만, '사이코패스'는 공식 진단 기준도 없으며 체크리스트도 사실상 '경향성' 판단에 불과하기 때문에, 기준이 사실상 애매모호하죠. (소시오패스sociopath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는 다른 차원의 용어라기 보다는, 사이코패스보다 덜 심각한 상태를 소시오패스로 부르고 있는 듯한데, 둘이 분류되는 조건이나 그 정도를 구분하는 기준도 없습니다.)


더구나 용어가 미디어에 선정적으로 노출되기 시작하면서, 개념적 정의도 제대로 내리지 않은 채로 '이슈만들기'나 '겁주기'식으로 멋대로 용어를 '미친놈'이나 '천인공노할 놈'을 묘사하는데 사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실질적으로 미디어에서 사용되는 '사이코패스'란 말은 우리가 흔히 언급하던 '사이코'란 단어에 섞인 부정적 감정가들을 거의 그대로 가져다 쓴 것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이처럼 용어에 대한 여러 정보들이 뒤섞임으로써 '사이코패스'란 말은 함부로 사용하기 더 어렵게 되어버렸습니다. (오히려 일상에서 더 쉽게 사용하게 되어버렸네요. 그 때문에 '혈액형 심리학'처럼 별 고민없이 누군가를 낙인찍어서 욕하는 용도가 되어버린 듯.)


마지막으로 정리하자면 반사회성 성격장애과 사이코패스는 서로 비슷하지만 다른 진단 기준의 변별성으로 인해, 이제는 두 연구를 통합하려는 움직임보다 각자의 기준으로 독립적인 연구를 행하려는 움직임이 우세한 편입니다. 이 글을 읽으신 분들도 둘이 어떻게 구분되는지 정도는 알아두시면 좋겠습니다.



가학적성격장애와의 차이점이 궁금하시면!
[psychology : taste/pathologic : clinical] - 가학적 성격장애: 사이코패스와 어떻게 다를까?

Posted by feveri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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