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에 대한 오해들: (3) 심리학을 배우면 독심술을 할 수 있다?

위와 같은 글을 적은 적이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독심술'을 키워드로 검색하여 방문하는 분들이 꽤 많이 있는 듯 합니다. 오랜만에 예전 글을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있는데, 아뿔사. 여태까지 제가 제대로 된 결론을 안 적어 놨었더군요. 그래서 이번에 결론을 내려 드리겠습니다.


심리학을 배워도 독심술은 배울 수 없습니다. 있는 걸 안가르쳐 주는 게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읽는 법칙'이란게 없기 때문이죠.


이전 글에서 말했듯이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봅니다. 우리는 문화와 관습, 교육, 경험을 통해서 각 개인의 기준과 규율 등을 맞춰나갑니다. 그렇지만 겨우겨우 비슷한 군집에 가까워지거나 '유효한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것일 뿐, 모두가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바라보는 것이 아닙니다. 흔히 사람들은 '자신이 보는 것'의 객관성 만큼은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보는 것마저 자기 의도대로 조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억이나 추론의 편향은 말할 것도 없지요.


이러한 '상대성'이 '독심술'이란 것을 여태까지 세상에 존재하게 한 이유인 동시에, 논리적으로 존재 할 수 없게 하는 이유가 됩니다.

어떤 사람이 독심술이란 게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에게는 세상에 독심술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믿고 싶은 이유는 각각 다르겠죠. 그렇지만 동기야 어떻든 계속해서 그런 사고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할테니 점점 그 기제가 강화될 것이고, 독심술을 믿는 사람에겐 그의 논리가 깨지지 않고 확신적으로 존재하는 근거들을 계속해서 스스로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이 다시 그것을 믿게 되는 동기를 강화시킬 것입니다. 때문에 '보고 싶은 걸 본다'라고 표현되는 거죠. (여기에 독심술 말고 다른 어떤 것도 대입이 가능합니다. '좌빨' '혈액형 성격' '인종주의' '지역주의' 등도 대입 가능하겠죠?)

그렇지만 좀 더 상위사고로 생각을 해보면, 모든 개인들의 심리가 주관적이고 상대적이기 때문에 독심술과 같이 '사람 마음을 읽는 절대적 법칙'이란 것은 있을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겉보기에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심적으로는 전혀 다른 상황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은 개인이 가진 기질, 성격, 경험이 다르며 또한 상황을 해석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결국 누군가의 마음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파악해야 될 변수가 우주에 널린 별들의 수만큼 될 것 입니다. 또한 한 개인은 자기 자신의 기질, 성격, 경험, 처리방식으로 타인을 바라보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변수는 제곱이 됩니다. 어떤 개인의 마음이나 정신 자체에 접속해서 온전히 그 자체의 관점에서 살펴보지 않는 이상, 독심술이란 것은 불가능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이 타인의 마음을 절대로 읽지 못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의 행동에는 어떤 식으로든 원인이 작용하기 마련입니다. 다시 말해 추론과 예측 가능한 요소가 있다는 것이죠. 심리적, 생리적, 환경적, 유전적 원인들이 존재하며 문화, 경험, 편견, 고정관념, 방어기제 등의 잣대를 이용해서, 또는 미디어나 술(?)등의 여러 도구를 이용해서 우리는 때때로 타인의 마음과 생각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또 지나치게 시니컬하게 보면, 우리는 공감하고 있다고 생각할 뿐인거죠.

제가 지금 '독심술'로 검색해서 들어온 분들이 어떤 분들인지 한번 알아 맞춰볼까요? (그냥 글 구경하러 오신 분들은 제외;)

아마 신경쓰이는 이성이 있어서 독심술을 배우고 싶어하실 겁니다. 아닌가요?

'독심술'이란 게 타인들과 어울리는 게 싫거나 혼자 있는 게 편한 사람들, 즉 타인의 마음을 읽을 동기가 없는 사람에게는 필요가 없겠죠? 대인관계를 원하지만 아마도 능력이 부족해서 고민하거나 누군가의 마음을 쉽게 얻고 싶을 때 필요성을 느낄 것입니다.

특히 그 대상은, 동성보다는 이성이겠죠? 동성친구끼리는 대부분 대화를 털어놓고 하는 편이니고 크게 고민되거나 중요한 사안이 아니니까요.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가장 분명하고 커다랗게 동기화 되는 사안은, 이성문제 입니다. 특히나 관심있는 이성에게는 괜한 이야기를 해서 실망시키거나 오해를 사지 않을까 두려움이 크죠. 그러다보니 항상 '그 남자가 내게 반하게 할 방법은 무엇일까?' '그 여자가 오늘은 나에게 왜 그런 행동을 한 것일까?'와 같은 의문들이 강하게 퍼지게 됩니다. 인간은 의문시되는 상황을 막연하게 놔두지 않습니다. 답을 내려야 합니다. 그게 미신이라고 할지라도 말이죠. 그러다보면 독심술적 사고에 관심이 자꾸 가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점쟁이 같은 썰을 한번 풀어놓아 본 것입니다. (아 물론 아니어도 별 수 없습니다. 저는 무당이 아니니. 정말 그렇게 잘 맞는다면 이미 점집 차렸겠죠.)

누군가에겐 귀신같이 맞고 누군가에게는 허튼소리처럼 맞지 않았을 이런 설명은, 독심술이 아니라 그냥 유추입니다. 당연히 이것들은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우연보다 높은 확률을 가질 뿐인거죠. 가끔은 공감하고 이해했다는 기분을 느끼게도 합니다. 그러나 마음을 이해한 것과는 조금 다른 것이죠.

만약 언제 어디서나 확신할만한, 아니 동전던지기 이상의 확률을 가진 그런 독심술적 추론법이 있다면 이미 심리학 법칙으로서 유명해져 있을 겁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사람들은 점차 그 법칙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방식으로 행동하겠죠? 시간이 흘러가면 유행도 바뀌듯이 세상의 풍조도 바뀌죠. 결국 그 법칙은 무용지물화 되게 되어있습니다. 이것이 독심술적 법칙이 설령 있더라도 쓸모가 없는 마지막 이유입니다.


임상적으로 보자면, 정신분열병 환자들의 초발 증상 중 하나가 과대망상과 피해망상인데, 주요 근거가 '독심술적 사고'입니다. 남이 자신을 좋아한다거나, 싫어한다는 걸... 자긴 안다는 거죠. 자꾸 '독심술적 사고'를 하다보니 의사소통이 필요없게 되고 결국 자기 자신의 세계에 몰입하게 되는 경향이 커집니다. 유지되면 관계 기술은 점차 떨어지고 타인들과 핀트가 어긋나게 되다보니 사회적 철수가 일어납니다. 자기 안에서 망상적 대상들과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타인이 필요없게 되는 거죠. 그렇게 악순환이 반복되다보면 일상 기능을 할 수 없는 수준까지 되겠죠.

정신분열병이라는 질병의 발생 자체는 유전적이고 신경적인 원인이 존재하는 것이기에 아무나 걸리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들이 겪는 심리적 문제의 일부와 대인관계적 문제의 중심은 그들이 보이게 되는 '독심술적 사고'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문제는 정도 차이는 있지만 우울증, 사회공포증, 공황장애 및 경계선 성격장애 같은 여러 신경증 수준의 문제들에서도 유사하게 발견되는 것입니다. 자신의 생각을 타인의 생각인 것처럼 대입하거나, "남들이 날 우습게 볼거야." 같은 자신이 확신할 수 없는 타인의 관점을 의심치 않게 되는 문제들이요. 

이건 약간 반 장난으로 겁 좀 줄라고 한 이야기지만, 독심술적 사고는 오히려 문제가 될 경우가 많은 것으로 원래 없는 분들이라면 굳이 그런 식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독심술을 찾는 분들께, 그것보다 훨씬 유익하면서도 현실적인 방법이 있는데, 그건 적절한 공감과 이해, 그리고 쾌적한 의사소통 능력입니다. 잘 모르겠더라도 그냥 알아들었다는 척이라도 하는 게 좋으며(^ㅅ^;), 그게 마음에 안들면 그냥 말로 물어보는 게 젤 좋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타인 입장에서 항상 생각하고 배려할 수 있는 건데... 뭐 이게 잘 되는 사람이면 독심술 따위 검색할 필요가 없겠죠. 그래도 저는 타인들에 대한 관대한 자세를 챙기는게 무엇보다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원활한 감정표현과 의사소통이 필요하겠죠. 독심술을 배우고 싶은 분들은 아마 대인관계에서 공감, 이해,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니까 쉬운 편법을 배우고 싶은 것일 겁니다.

세상의 이치에 따르면 '편법'이란 건 결국 사기이거나, 쉽게 밑천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어렵고 힘들겠지만 부딪히고 깨지고 좌절하면서 배우는 것이 가장 올바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도움 되는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저도 일상에서 매일매일 그렇게 살고 있답니다... ;; 아마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ㅅ^

타인의 기분을 공감하고, 타인의 마음을 떠보고, 타인의 감정에 직면하는 것이 무척 어렵고 두려운 일이기에 '독심술'이 있으면 참 편해질 것입니다. 물론  있지도 않지만 사실 그걸 찾는 것이 참 이기적인 생각입니다. 다들 그런 두려움을 감당하면서 관계를 하고, 용기를 내서 다가가고, 싸우고, 섞이고, 시도하기 때문이죠. 용기가 없으면 원하는 걸 얻을 수도 없는 게 당연한 것입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용기만 충분해도 '독심술'보다 오히려 나은 재주를 가진 셈이 될 것입니다.

Posted by feveri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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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06 10:41 신고

    액스맨에서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자가 있다조 ㅎ
    그런능력이 있다해도 장단점이 있을것 같아요..

    • 2009.07.12 02:05 신고

      엑스맨을 안봐서 잘 모르겠습니다 (^^;;)

      제가 알기론 '사토라레'쪽이 반대의 경우긴 하지만
      텔레파시나 독심술이 그리 좋은 현상이 아니란 점을 이야기해 주는 좋은 사례가 아닐까 싶어요.
      '스프리건'에도 그런 에피소드가 나오기도 하고.

  2. 2009.07.10 12:13 신고

    전 심리학과 학부생인데 저희 동기들이 군대에서 심리학과라는 이유로 선임들이 마음을 읽어보라고 해서 굉장히 곤란함을 겪는답니다 -_-;;

    • 2009.07.12 02:07 신고

      아하 군대에서는 별 수 없는 현상이죠 ^^;;

      성악과 학생 불러서는 피아노 옮기라고 하고
      디자인과 학생 불러서는 운동장 선 긋게 하고
      건축과 학생 불러서는 땅파게 한다는 그런 농담이 있지 않겠습니까 ^^

어느날 문득 '영화 vs. 영화'가 있었던 것처럼, 비슷한 소재나 컨셉을 가진 책들을 비교하는 '책 vs. 책'은 어떨까 싶었습니다. 


2008년에 나온 [위험한 호기심 : 짝짓기부터 죽음까지 세상의 거의 모든 심리실험]과 [괴짜심리학]. 두 책은 컨셉이 매우 비슷합니다. 그래서 '책 vs. 책'의 첫 소재로 정했습니다.

두 책은 모두 심리학 관련 실험 중에서도 특이하거나; 웃기거나; 괴상한 소재의 연구들을 요약해서 간단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두 책의 컨셉도 비슷하고, 두 저자 모두 약간 'skeptics' 논조를 드러낸다는 점도 유사하고, 그러다보니 중복해서 언급하는 연구들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실은 꽤 다른 특징을 가진 책들입니다.


저자부터 살펴볼까요?
[괴짜심리학]의 저자는 마술사로도 유명한 심리학자 리처드 와이즈먼(Richard Wiseman)입니다. 그는 TV프로그램 자문을 맡으며 알려졌고, 인터넷에서 여러가지 재미난 실험이나 마술 동영상을 통해서도 알려졌죠.

아래는 가장 잘 알려진 리처드 와이즈먼의 트릭 동영상입니다.


그가 사용하는 마술 자체가 주로 인지적 지각적 착각이나 오류를 이용한 게 많아서 더 재미난 듯 싶습니다. 블로그와 홈페이지에서는 재미난 퀴즈와 동영상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게 많아서 기회가 되면 소개를 해보고 싶네요.)
리처드 와이즈먼 홈페이지
리처드 와이즈먼 블로그
Quirkology 홈페이지

리처드 와이즈먼이 블로그에 올리는 글들이나 책에서의 어투를 볼 때, 조금 장난스러운 느낌을 받습니다. 특히 책에서 나오는 '농담'에 관한 그의 고집스런(?) 연구에서 잘 드러나죠.

[위험한 호기심]의 저자 알렉스 보즈(Alex Boese) 역시 책과 홈페이지에서 농담을 많이 사용하긴 하는데, 약간은 조롱끼와 냉소적인 의도가 섞여있는 느낌입니다. 그가 운영하는 Museum of Hoaxes 는 세상에 알려져 있는 루머나 잘못된 오해 등의 진실을 밝히는 사이트입니다. 'hoax'는 '날조', '기만', '속임' 등을 뜻하는데, 주로 인터넷에 퍼진 위조된 사진이나 루머 등을 말합니다. 가장 유명한 hoax 떡밥으로 '달착륙 조작설'이 있겠네요.  의 사이트에 가면 Hoax Photo Test Gullibility Test 를 할 수 있습니다. 전자는 인터넷에 퍼진 사진들의 날조 여부를 따지는 거고, 후자는 얼마나 잘 속는지를 검사하는 겁니다. 물론 영어로... (이 사이트의 가장 최근 포스트는 '마이클 잭슨의 마지막 리허설 사진은 가짜인가?'네요.)

그럼 제목을 살펴볼까요?

[괴짜 심리학]의 원제는 [Quirkology]로, 리처드 와이즈먼이 만들어낸 신조어입니다. 그에 의하면 ‘신기한 것들(quirk)을 연구하는 새로운 학문’이라서 쿼콜로지(Quirkology)라고 붙였다고 하네요. 뭐 번역 제목인 '괴짜심리학'보다는 '괴짜학'이라고 해야 맞는 듯한데 말이죠. 심리학 논문이 많이 인용되긴 해도 '괴짜심리학' 하면 의미가 약간 축소되는 느낌이기도 하고...  근데 무엇보다 제가 마음에 안드는 건 '괴짜 심리학'이라는 제목이 '괴짜 경제학'을 따라한 것 같기 때문입니다. 뭔가 시리즈인 듯, 뭔가 비슷한 느낌의 책인듯 제목 지어서 팔아먹게 하려는 싸구려 상술의 느낌이랄까. (잠깐 딴소리; 그거 아세요? 모두가 아시는 클럽박스 사이트는 clubbox.co.kr이지만 또 다른 클럽박스 clubbox.com가 있답니다. 서로 상관이 없다죠. 후자는 서비스 종료했다지만.)

[위험한 호기심]의 원제는 [ELEPHANTS on ACID and Other Bizarre Experiments]로, 예상보다 그리 재치있는 제목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 책의 경우엔 번역해놓은 제목이 더 낫다고 보이네요. 왜냐면 이런 제목으로는 뭔가 '위험한 책' 느낌이 나서 더 안팔릴 것 같은 느낌이라... 용감해서 더 높은 평가를 주고 싶달까. (물론 따지고 보면 이 책도 [위험한 생각들]을 따라한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만, 그래도 팔아먹기 위한 제목으론 둘 다 어울리지 않는달까; 개인적 의견입니다.)

제목에서부터 두 책의 특징이 다르게 드러난다고 할 수 있는데요. 이는 책의 특징과 연관되어 집니다. [위험한 호기심]의 저자 알렉스 보즈Alex Boese는 좀 더 직설적이고 논박적이고 냉소적인 논조를 드러내는 데 비해서, 리처드 와이즈먼은 전형적인 다른 마술사들처럼 장난끼 섞였고 사람들을 놀라게 하면서도 크게 도발적이거나 부담스럽지 않은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음... 저자와 제목을 비교하는 것 만으로 글이 길어졌군요.


다음 글에서 이어서 쓰도록 하겠습니다 ^ㅅ^
Posted by feveri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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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04 10:17 신고

    이제목 어때요? "사악한 호기심"

    .....

    죄송합니다 (__) ㅋㅋㅋ

    • 2009.07.12 02:07 신고

      사실 이 책 내용으로만 보자면
      그렇게 제목을 지어도 크게 무리가 없기도 하네요.

      상당히 쎈 내용들이 많이 들어가 있거든요.

◆ 심리학 서적의 성공 신화, 설득의 심리학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은 심리학 서적이 대중서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책입니다. 재밌으면서도, 정말 유익한 내용을 담고 있죠. 6가지 큰 명제를 통해서, 우리가 물건을 '구입하는 이유'와 물건을 '구입하게 만드는 이유'를 효과적으로 설명해줬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지도 벌써 한참이 지났으니 <설득의 심리학>에 관한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불필요 할 것 같습니다. 읽어볼만한 좋은 책이라는 점은 확실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설득의 심리학>을 읽을 때부터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이 책 이후에 여러 팝사이콜로지 서적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죠.


◆ 설득의 심리학이 가르쳐 준 것

물론 <설득의 심리학>이 전해준 지식은 거대합니다. 간단하게 말해 <설득의 심리학>은 우리가 왜 개떡같은 마케터들의 사류전략에도 불구하고 돈을 쏟아붓는지, 마케터들이 어떻게 소비자들의 기분을 우쭐대게 해서 돈을 가로채는지를 잘 설명해줬다고 생각합니다.

책에서 말하는 저자의 핵심 의도 역시, 독자들이 원리를 모르고 있거나 심지어 자신이 당하고 있다는 사실 마저 모르고 있던 마케터들의 교묘한 설득법을 알리고, 독자들이 상술에 흔들리지 않는 소신을 가진 소비자가 되도록 하는 것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챕터의 뒷부분에는 설득 전략에 저항하는 방법을 제시해서 우리가 쉽게 당하고 있지 않게 설명해 둔 부분이 특히 좋았죠.

그렇지만, 실제로 이 책이 히트를 친 이유, 즉 독자들이 책에서 얻고자 하는 진짜 정보가 과연 위에서 설명한 그런 것이었을까요? 저는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은밀히 또는 노골적으로 원했던 것, 그것은 바로 위에서 묘사된 개떡같은 마케터들의 전략 원리 자체였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 자신들도 좀 더 개떡같은 유능한 마케터가 되어, 다른 사람에게 똑같은 방법을 써먹고 더 사람들을 이용해보고자 하는 심보였을 거라는 거죠. 

제가 읽으면서도 저를 마케터의 관점으로 두고 일반적인 관계에서 충분히 써먹을 수 있는 광경이 풍부하게 그려졌기에 아마 그것이 제가 책을 읽으면서 불편했던 이유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타인에게 수작을 부리는 입장에서는 별로 나쁠 게 없지만, 당하는 입장의 기분도 상상이 되니까요. 그건 정말 불쾌합니다.

물론 앞서 말한 독자들의 그러한 동기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책에서 배운 전략을 써서 정말로 실생활에서 타인을 조종, 통제하거나 착취하고자 한다면, 저는 아주 완곡하게 표현해서 개떡같은 심보라고 말하겠습니다.
('개떡'이라는 표현은 <소프트웨어, 누가 이렇게 개떡 같이 만든거야>라는 책을 보고 그 느낌을 빌려왔습니다. 꽤 적절한 표현인듯.)

정말 유익하고 유쾌한 책입니다!

여기서는 마케터들이 더 나은 마케터가 되기 위한 노력을 나무라는 것이 아닙니다. 치알디니가 이야기한 '불로소득자'에 해당하는 마케터들, 좋은 마케터든 구린 마케터들 모두 기본적으로 개떡같다고 생각하니까요. (진담입니다.) 그래도 그들 각자의 직업적 유능성은 필요하겠죠.


◆ 설득의 심리학이 불편한 이유

제가 제기하는 것은 일반인들이 자신의 가족, 친구, 지인 등을 대상으로 이러한 술수를 써대는 것에 있어서의 문제입니다. 설득의 심리학에서 밝힌 대로, 6가지 명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적용가능한 것으로, 다시 말하자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인간의 기본적 특성을 이용한 전략이라는 뜻입니다. 하기에 따라서는 우리 주변의 사람을 부리는 전략이 될 수도 있겠죠. 

이전에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타인의 도움을 받는 방법은 '요청'이나 '부탁'이었으며, 그것은 요청받는 사람이나 요청하는 사람이나 마음이 따라야지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선택은 자신이 하는 거였고, 최소한 그것을 의심하진 않았죠. 즉 능동적으로 '하는 것'이었지 수동적으로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었죠.

그렇지만 이제는 어설프게 인간 관계에서 이런 설득 전략을 부리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가까이에서 보자면, 마치 foot-in-the-door기술을 쓰는 것 처럼, 부탁할 때 용건은 숨겨둔 채 아무렇지 않은 채 일단  "시간이 있느냐" "여유가 있냐" 부터 물어보는 경우가 많죠. 혹은 사소한 부탁을 들어주게끔 유도하고, 점점 요구가 커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누구는 또 당연히 거절할 수 밖에 없는 부탁을 통해 일부러 죄책감을 유발하여 부탁하죠. 효과는 물론 있습니다. 알면서도 당하게 되죠. 저는 이건 '설득'이 아니라 '조종'이라고 봅니다.

◆ 설득이 아닌 조종 전략을 통해 불로이득을 노리는 이들

특별한 수고 없이 설득 전략만으로 더 큰 이득을 얻는 '불로소득자'들처럼, 특별한 수고 없이 사람을 이용하여 관계에서 자신의 이득을 취하는 사람 역시 이와 비슷한 '불로이득자'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적절한 지칭을 생각해봤는데, 잘 생각나지 않네요.)

기본적으로 설득 전략을 부리는 게 편한 일일 수는 있습니다. 분명한 이익이 있으니 그렇게 행동하게 되겠지요. 그렇지만 관계에서 의도적으로 설득 전략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저는 경고 하고 싶습니다. 설득 전략을 부리는 사람은 절대 남들에게 '사랑' 받을 수 없다고요. 

개인적으로, 인간과 인간 사이 관계를 '전략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전략이 개입해야'한다는 관점에 대해서는 부정적입니다. 그건 계획적인 조종이죠. '조종'당하는 그런 기분을 느끼는 것 자체가 한 마디로 개떡같아요. 그 어떤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부탁'받는 느낌보다 '조종'받는 느낌을 싫어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겉으로 아무리 '부탁'하는 것처럼 꾸미더라도, 반복되는 관계 속에서는 그 양상이 발견되기 마련입니다. 자꾸 만나다보면, 왠지 '조종'받는 느낌을 받게 되는 사람이 있죠. 노골적이지 않고 표현되지 않지만 은밀하게 사람을 조종하는 사람이 과연 어딨겠냐구요? 


◆ 타인 조종, 성격장애로써의 특성

이것은 '연극성 성격장애'와 '경계선 성격장애'에서 발견될 수 있는 중요한 성격 특질로써, 그런 경향성이 상당히 큰 경우 성격장애 진단이 의심될 수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겪는 스트레스의 상당부분도 그런 특질 때문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타인을 노골적으로 착취하는 수준이라면, 그건 이미 로버트 D. 헤어의 기준에 따른 '사이코패스'구요.

아마 주변에 '왜인지 이유는 모르지만 만날수록 마음이 찜찜하고 불편한 친구나 지인' 또는 '왜인지 모르게 억울함이 늘어가고, 만날수록 뭔가 피해의식을 유발케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이의 관계를 한 번 주의 깊게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사실은 그런 불편함과 피해의식을 느끼는 본인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문제는 그 대상에게 있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자신은 통찰이 있고 노력하는데 여전히 상황이나 관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상황의 본질이 위에서 설명된 종류의 성격장애자들을 상대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 사람들이 <설득의 심리학>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있었으니까요. 또한 <설득의 심리학>에서 적은 내용도 독자들이 이것을 아무데서나 남용하라고 적은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책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든, 사용하는 사람의 문제입니다.

사실 제목은 "<설득의 심리학>이 불편한 이유"지만,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설득의 심리학>을 멋대로 남용하는 사람들이 불편한 이유"가 되겠네요. 책에 경고문이 있으면 좋을텐데요. 'Don't try this in your society.'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타인을 자기 의도대로 '조종'하려는 사람은 장기적으로 절대 '사랑'받지 못합니다. 또한 그러한 '설득 전략'이 들통났을 경우, 더 큰 댓가를 분명히 치루게 된다는 점을 아셔야 될 겁니다.


ps. 만약 설득의 심리학의 후속 연구가 나온다면, 설득의 심리학에서 제시한 마케터들의 술수를 아는 상태에서 그것을 당하는 소비자들의 심리에 대한 효과 연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개떡같은 기분이 마케팅에 다시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말이죠. 저는 제 기분을 망치는 회사들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해두는 편이거든요.

ps.2 진짜 설득의 심리학2도 나왔죠. <설득의 심리학>에서 경고한 내용을 적용하여 비판적 관점으로 후속편의 노골적인 부실함을 뜯어보면, <설득의 심리학> 1편을 읽은 독자가 2편을 산다는 것은 여전히 소비자로써 의식의 발전이 없었음을 뜻하겠네요. 한 마디로 팔아먹으려고 급조한 티가 풀풀나니 2편은 안보셔도 된다는 뜻입니다.

설득의 심리학에서 설명하는, '마케팅 수작의 개떡같은 한 가지 사례'로 이런게 있다라는 것만 알고 계시면 될 것 같습니다.

Posted by feveri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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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28 11:41 신고

    저는 예전에 두번정도 사기 당한다음부턴 조금이라도 의심가는 부분이 있으면
    상대가 조금 기분나쁠지라도 궁금한건 반드시 물어본다는 설득의 기술을 사용해서
    사람을 이용하는것이 개떡같다는 표현에 공감 합니당 사람한테 속았다는 기분은 참...뭐 합니다

    • 2009.03.01 01:25 신고

      누구도 속임 당하는 걸 좋아하지 않으며, 동시에 조종당하는 것도 싫어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속임수 당하면 분노를 두 번 느끼기 때문입니다.

      속임수를 쓴 개떡같은 인간에 대한 분노, 속아버린 어리석은 자신에 대한 분노...

      정말 사기꾼들이 제일 밉습니다. 의심하면서 피곤하게 살 수 밖에 없게 만드는...

  2. 2009.03.03 09:09

    좋은글 읽고갑니다.
    설득의 심리학 지나치기만 했는데
    이번기회에 읽어보고싶은 마음이생겼네요
    즐거운하루되세요

    • 2009.04.05 00:06 신고

      제 불찰로 답글이 늦었습니다.
      제가 이래저래 시비조로 글을 쓰긴 했지만;;
      <설득의 심리학>은 꼭 읽어볼 책임이 확실합니다 ^^
      즐거운 하루 되세용

그 전부터 책에 관한 소감은 여기저기서 언급했었지만,
본격적으로 책 자체를 소개하는 건 처음이라서 약간 어색하네요. 저는 심리학이 재밌고, 주변에 항상 재밌다고 이야길하지만, 공감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심리학이 어렵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죠. 심리학에 대한 오해들: (2) 심리학은 생물학이다?)

그래서, 심리학이 어렵다는 그런 생각들도 살짝 뒤로 제쳐두고, 심리학에 빠져드는 쉬운 지름길을 하나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바로 왼쪽에 소개해놓은 바로 이 책, <그림으로 읽는 생생 심리학(이후 줄여서 생생 심리학)>
입니다. 오래 전부터 한번 소개해보려고 마음 먹고 있던 책입니다.


이 책을 쓴 장본인은, 아마 어쩌면 심리학 관련 블로그 중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끌었을, Sora의 심리학 개론
 주인장 소라양입니다.

위 링크된 블로그를 가보시면 기본적으로 이 책의 구성을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생생 심리학> 역시 웹툰을 서적으로 옮겨 놓은 형태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약간 고지식한 관점으로 이 책을 얼핏 평가하자면, 여백이 너무 많다거나, 글과 만화의 배합이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습니다.

또한, 고양이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이론을 설명한다든지, 여러가지 코믹한 개그를 통해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것에서 어린 학생들을 타깃으로 했다는 생각도 들게 마련입니다.

참고하시라고 만화 하나를 발췌해봤습니다.

그렇지만 여백이 많아서 부담스럽지 않은 편한 구성과 재밌는 코믹 만화는 오히려 이 책의 장점을 더 부각시켜주는 점입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심리학의 여러 실험과 이론들을 아주 이해하기 쉽게 전달해 놓았다는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호기심이 왕성한 초등학생 고학년 정도만 되도, 푹 빠져서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이것은 대상 연령이 어리다는 것이 아니라, 책이 그만큼 쉽게 쓰여졌다는 이야기 입니다. 사실, 심리학 이론들, 다시 말해 원 출처가 되는 논문들과 교재들은 어떤 것이든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써진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결국 <생생심리학>의 쉬운 전개는 해석과 필터링을 거쳐서 간결하고 쉽게 뽑아놓은 결과라는 것이죠. 저 개인적으로는 마치 어릴 적에 재미나게 읽던 '만화 학습 대백과' '만화로 된 과학백과사전' 등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흥미진진 그 자체 말이죠.

아무래도 흥미를 끄는 영역의 실험들이 사회심리학 쪽 실험들이 많기 때문에 책에서도 사회심리 내용들 위주로 다루어지긴 했지만, 단순한 심리학 개론 수준의 나열이 아니라, 다양한 이론과 현상들을 폭 넓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심리학을 공부하면서도 설명이 잘 와닿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재미난 사례 적용을 통해서 생활에 밀착시켜 이해시켜 주므로 말그대로 생활 속의 심리학이 됩니다. 

위에서 이야기 했다시피, 심리학은 대중들의 관심 대상은 곧 잘 되지만 일반적으로 실제 심리학 자체보다는 '유사심리학'에 더 관심을 갖는 경향이 큽니다.. 혈액형 성격유형, 애니어그램처럼  이해 쉽고 적용 쉬운 '유사심리학'들에 비해서, 심리학은 학문이다보니 방대하고 어렵게 느껴지는게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내용들을 많이 다루기 때문에, 아무리 재미난 이론이라도 전달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이 블로그를 통해서 여러가지 심리학 개념을 가져와서 설명해보려고 애쓰고 있는데, 제가 쓰면서도 허무맹랑하거나 또는 반대로 너무 뻔하고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합니다. 그만큼 심리학 이론의 효과적 '전달'에서 큰 어려움을 느낍니다. <제가 유멘시아를 운영하시는 Rokea님을 존경하는 이유기도 합니다:D>

'유멘시아' 운영자이시자 현역 사회심리학자이신 Rokea님의 책입니다.

저도 나름 심리학 블로그를 지향하는데, 이들 블로그를 통해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전에는 '팝 사이콜로지'라는 영역을 부정적인 경향으로 보기도 했습니다. 자기 개발서와 뒤섞여서 대충 대충 써놓은 책들도 많이 봤기 때문이고, 그런 책들을 구입하고 돈 아까웠던 적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런 책들은 여전히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주의하는 수 밖에 없죠.)

좋은 책이라면 그게 어떤 책이고 어떤 내용을 담고 있든 지식과 호기심, 즐거움을 모두 만족시켜 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볼 때 심리학 영역의 책들 중 그런 책들은 솔직히 많이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어떤 건 그냥 교재거나, 어떤 건 그냥 에세이였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원래 이론에 충실한 정통적 방법을 고수하면서 전달 방법만을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바꿔놓는 책들을 발견하면서 팝 사이콜로지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고, 저 역시 제가 블로그를 통해서 지향해야 할 점이 어떤 것인가 답을 얻기도 했습니다. 저 역시 노력하고 있구요.


그런 관점에서 위 책들은 매우 훌륭한 '팝 사이콜로지' 서적입니다. 워낙 유명해서 설명이 불필요한, '설득의 심리학'이나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같은 책들과 비교해서 보아도 좋은 책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 책들은
심리학을 적용한 대중서로써 꽤 괜찮은 책이기도 하지만, 심리학이라는 학문 자체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는 면에서, 저는 무척 좋은 '팝 사이콜로지' 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심리학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흥미로운 현상들에 관심은 있지만, 막연한 어려움을 느끼시는 분들께 권해드리고픈 책들 이었습니다.

이외에도 블로그 포스트 하단에 간접 광고 형식으로 소개해놓은 책들은, 단순히 광고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제가 읽으면서 재밌게 보았고, 정말 괜찮다고 생각한 책들이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재밌고 흥미롭고 지식도 꽉꽉 채워주는 그런 책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

Posted by feveri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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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25 09:40

    비밀댓글입니다

  2. 2008.11.25 18:18 신고

    한 번 읽어보아야겠네요. 추천 감사합니다^^

    • 2008.11.26 09:19 신고

      헌책방에서 발견하실 수 있을지도.. ㅎㅎ 농담이고
      가볍게 읽기 좋은 책입니다.
      이후에도 또 다른 책들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동영상을 이용한 간단한 주의력 실험입니다.

아래 동영상에는 흰 옷을 입은 팀원 4명과 검은 옷을 입은 팀원 4명이
패스를 주고 받는 영상이 담겨 있습니다.

지시는 간단합니다.

흰 옷을 입은 팀은 패스를 몇 번이나 주고 받을까요?

지시를 이해하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 그럼 영상을 재생하고 흰 옷을 입은 팀이 패스를 몇 번이나 주고 받는지 세어주세요.

동영상을 중간 정도까지 보시고, 리와인드 될 때 멈춰서 아래 글을 읽어주세요.

(동영상을 끝까지 보시면 답이 제시되므로 영상을 통해서 답을 확인하셔도 되지만,
기왕이면 제 지시에 따라주세요 ^^)




자, 흰 옷을 입은 팀원은 몇 번의 패스를 주고 받던가요?

아래 정답을 게시해 놓겠습니다.

























정답은 13번입니다.







그러나, '속여서' 죄송하단 말씀 먼저 드릴게요.

사실대로 말하자면 패스를 몇 번 주고 받았는지는 여기에서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는 패스를 주고 받는 중간에 슬쩍 나타나던 '춤을 추는 고릴라'를 인지했는지의 문제입니다.

인지하셨나요? 무슨 소리냐구요? 그런 게 언제 있었냐구요?
처음부터 다시 동영상을 재생해보세요. (영상을 끝까지 다 보셨다면 이미 아셨겠죠?)

... 이제는 확인하셨죠?

사실 저도 못봤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인지 하고 못하고가 실제 주의력 능력을 반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실험을 재현하기 위한 약간의 트릭이었을 뿐입니다. 마술할 때 처럼요.

이것은 인간 지각에 있어서의 '선택적 주의selective attention'를 드러내주는 재밌는 현상입니다.

위 영상의 목적은 사실 자전거 타는 사람들을 주의깊게 살피라는 공익 광고영상이며(그렇게 목적과 일치하는 광고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이 영상의 원조는 1979년 Neisser라는 연구자가 행한 실험입니다.

Neisser의 실험 역시 동영상 내용과 거의 똑같지만, 가로 질러 가는 것이 고릴라가 아니라 우산을 든 여자였다는 것이 달랐습니다. 그리고 실험 참가자의 10명 중 9명은 지나가는 사람을 발견 못했다고 하니, 이는 단순한 개개인의 주의력 능력 차이가 아니라 인간 다수에게서 발견되는 일반적 현상이었던 거죠.

선택적 주의란, 우리가 지각적으로 경험하는 모든 것을 의식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지는 자극들 중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일부만을' 의식한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유사한 다른 실험을 통해서도 이는 충분히 입증이 되었습니다.

그나마 우리가 눈치 못 챘던 고릴라는 검은색 옷을 입어서 헷갈렸다고 생각할 여지라도 있지만, 우산을 들고 있는 여자가 성큼성큼 지나가는 걸 못 봤던 실험 참가자들은 알고나서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요?


이와 관련된 비슷한 현상이 '칵테일 파티 효과'인데요. 이는 실험이라기 보다 우리가 경험했던 것들이죠.
사람들이 많아서 시끄럽고 소란스러운 칵테일 파티장에서도 자신과 관련된 정보가 나오면 신경이 그쪽으로 쏠려서 귀기울여 이야기를 듣게 된다는 거죠.

우리나라에서는 칵테일 파티보다는 술자리나 회식자리, 시끄러운 교실이나 운동장 같은 경우를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자기 이름이 나오거나 자신이 흥미있어하는 이야기가 들리면 귀가 번쩍 뜨이는 경험 한 번 정도는 해보셨을 거에요.

이러한 경험도 자신에게 동기화된 자극을 우선적으로 지각하게 되는 현상을 잘 설명하는 것 같습니다.

심리학 개론을 배운 분들은 이론적으로 알던 내용일 거에요. 

아무튼 재밌는 실험이었죠? :D

Posted by feveri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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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28 23:09 신고

    저는 13번 맞추고 좋아했는데 문제가 그게 아니였군요 ㅋㅋ
    전혀 모르겠던데요 ㅎ 만약 검은옷을 입은 팀으로 주의하고 흰색고릴라였으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무척궁금한데요 ㅋ 즐거운 실험 이였습니다 ~3~

    • 2008.10.29 02:43 신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인지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인지 하지 못하는 것이 일반인들 표준이죠. ^^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 검은 옷을 입은 흰색 고릴라였더라도 비슷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Neisser의 실험에서 지나가는 여성은 흰옷을 입은 여성이었다고 하거든요.

  2. 2008.10.29 00:59 신고

    나다!
    나도 이거...전에 네 미니홈피 게시판에서 보고
    내 블로그에 포스팅 했더랬지-!

    트랙백을 걸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어..ㅎㅎ
    걸까? 말까?

    사람들이 내 욕 하는 소리는 최고로 잘 들리지..^^

  3. 2008.10.31 12:32 신고

    성질급해서 바로 스크롤 다운 해버린 나 ㅡㅡ;;;;;

    그런데 그전에 스펀지에서 비슷한 내용은 봐서 그닥 억울하지는 않았습니다. ㅋ

    • 2008.10.31 20:42 신고

      네 ^^ 저도 봤었어요.

      아마 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길 물어보는 실험이었을거에요.

      길을 설명해주는 도중에 질문자와 답변자 사이로
      유리벽을 들고 지나가도록 시키고
      그 사이에 질문자를 바꿔치기 하죠.

      근데 길을 설명하던 답변자는 질문자가 바뀐 걸 눈치도 못챘었죠.
      정말 재밌던 실험이었죠.

      리처드 와이즈먼이라고 약간 웃긴 실험을 많이 한 연구자가 있는데
      그 사람이 하는 마술 동영상도 꽤나 재밌습니다. ^^

  4. 2008.11.20 00:20 신고

    아!!!!

    재밌는 실험이네요. 두번째 동영상 볼때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하얀 옷 팀이 몇번 패스 하나 보지 않고, 편안하게 화면을 보니 저렇게 선명하게도 춤추는 곰이 보이는군요.

    살면서 이거랑 비슷한 경험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아둥바둥 살때는 눈에 띄지 않던 소중한 것들이 마음을 가라앉히고 돌아보면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 나이를 먹어서 보는 눈이 변하면 같은 사물, 같은 책이라도 전혀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구요.
    사는데는 하나만 보지 말고, 전체를 보는 눈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음..

    • 2008.11.20 00:29 신고

      네. 이런 신기한 실험들이 심리학이 던져주는 소소한 즐거움 중의 하나죠.

      재밌으면서 항상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도 던져주니까요. ^^


4. 심리학과 학생들은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다?

사실 심리학과에 갈 때까지는 이런 이야길 들어보지 못했고 스스로 생각해 본적도 없었습니다. 심리학과에 와서 저를 비롯한 심리학과 학생들이 다른 학과 학생들과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심리학과 학생들을 오히려 '심리적 미숙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게 됐구요, 제가 볼 때도 그런 점들이 발견되긴 하더라구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완전히 틀리다고 말하기도 어렵고, 완전히 맞다고도 하기 어렵습니다. 그건 심리학을 공부하는 동기적 특성이라서, 어쩔 수가 없는 부분인 것 같거든요.

먼저 제 의견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공부를 하고 학과 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심리학과 학생들이 가진 진학의 목적은  

1) 심리학에 관심이 있어서, 심리에 흥미가 있어서.
2) 심리학 관련 전문 자격이나 직업을 얻고 싶어서.
3) 심리학이 적성에 맞아서, 그런 이야길 들어와서.

대체로 이 세 가지로 귀결 되더군요. 그리고 사실 이것들은 다르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1) 심리학과 학생들은 주 관심사가 자기 자신에게 향해있고, 에너지를 자신에게 쏟아 온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 자신, 좀 더 구체적으로는 흔히 '자기 자신의 문제'에 집중하는 경향이 많죠. 그러다보면 당연히 자신의 관심사인 자기 자신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고, 강조하고, 배려해주는 '심리학'에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는 것이죠.

3) 더불어서 '자신의 심리'라는 대상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고민을 많이 하고 생각을 많이 해온 만큼, 주변에서 그런 피드백을 듣거나, 심리학을 공부하며 적성에 맞는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2) 이러한 심리학을 통해서 직업을 얻어 일을 할 수 있고, 전문가로서 명예를 얻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선택이 있을 수 없겠죠? 자신의 적성에 맞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면서, 직업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삶일 테니까요.

대체로 심리학과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이 세 종류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자신의 외상적 경험이나 종교적 경험, 치료적 경험 등 개인적 동기와 함께 상호작용하는 경우가 있구요. 위 목적들을 보면 아시겠지만 전부 명분 상 그리 나쁜 것들은 아닙니다. 자기 향상 동기와 목표 성취 동기가 모두 포함되어 있죠. 때문에 심리학과에 진학하려는 학생들도 많아지고,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심리학과 진학을 준비하시는 분들도 많이 생기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쉽게 이야기를 해버리면 단순히 '문제가 있어서'라고 말해버릴 수 있는 부분이지만, 사실은 좀 더 복잡한 동기가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일부 학생들에게 약간의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성격이 좀 복잡한 경향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 비율이 심리학과 학생들이 다른 학과 학생들보다 조금 높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구요.

그렇지만 심리학과 학생들 전부가 문제가 있다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그렇게 보이는 것 역시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일단 관심사가 자기 자신에게 향해 있기 때문에, 일반인들 관점에서는 조금 다르게 느껴지거나 '더 문제가 있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일 뿐. 고민의 대상이 다르고 고민하는 방법, 해결하는 방법이 다른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행여나 많고 복잡한 문제를 가지고 있더라도, 그런 사람들이 기본적인 배경에 더해 심리학을 공부함으로써 면역력을 가지게 되면, 임상이나 상담심리를 전공함으로써 현장에서의 문제에 대한 인식의 깊이나 넓이도 더 넓어질 수 있다는 생각도 들구요.

제 결론은 심리학과 학생들을 '심리적 미숙아, 문제아'로 보는 건 대상을 지각하는 각자의 관점에 달렸지만 거기에 대한 복잡한 인과관계를 좀 더 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입시와 취업은 물론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입니다. 심리학에서도 청년기의 중요 과업으로 진학, 취업, 연애, 결혼 등을 필수적인 것으로 놓지요. 그렇지만 어린 나이에서부터 아무런 배려도 받지 못 하고 고민할 시간도 없이 입시와 취업에 목매달며 자기 삶의 우선 순위에 있어서 각 개인의 실존적 고민을 뒷전으로 내몰도록 강요하는, 우리나라의 교육 제도와 사회 분위기가 이러한 '심리적 미숙아'를 낳는 '배후'는 아닐지요...?

오히려 자기 문제를 자각하지도 못한 채 사회에 해를 끼치는 '사이코패스'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최소한 자기 문제를 자각하고 고치려고 노력하는 '심리적 미숙아'들이 저로써는 더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Posted by feveri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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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22 19:29 신고

    동의합니다. ^^
    심리학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제 스스로 마음속의 나를 찾기 위해서 심리학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서적도 많이 찾아 읽곤 하는데, 자기 자신의 문제로 고민하던 사람은 해결책을 찾아 더 나은 사람이 되기도 하고, 타인이 고민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 같아요.

    새글 목록에서 심리학 관련 이야기가 떠서 관심이 가서 찾아와 봤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2008.10.22 20:24 신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철학을 배우지 않아도 사실 모든 사람이 철학을 하는 것처럼, 심리학을 전공하지 않아도 사실 모든 사람들은 자신 만의 심리학 이론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책으로 배우는 심리학 이론보다 훨씬 많은 것이 있겠죠. 때문에 자신만의 이론을 풍부하게 만든 이들은 심리학을 전공하지 않았어도 충분히 자신과 타인에게 도움을 주면서 살 수 있을 것 같네요. 달팽가족님은 그런 길을 걷고 계신 것 같습니다. :D


3. 심리학을 배우면 독심술을 할 수 있다?


"심리학과라고? 그럼 지금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맞출 수 있어?"

보통 심리학과 학생이 심리학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들을 만나면 이런 이야길 많이 듣는다고 하죠. 소개팅 나가면 항상 그런 이야기 듣는다는 친구들도 있었구요. 랩퍼들은 어딜 가기만 하면 랩해보라고 시킨다는 이야기가... 갑자기 생각나더군요. 상관없나;

아무튼 혹시나 '독심술' 또는 그 비슷한 것을 심리학과에서 배우지 않느냐, 라고 묻을수도 있겠네요. 확실하게 말해서 교과과정에서 그런 내용을 배우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아, 배우긴 하네요. 인지치료에서 말하는 '인지왜곡'의 한 종류로... 그에 따르면, 독심술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인지왜곡 증상의 하나로써, 자신이 타인의 마음을 알 수 있다거나 타인이 자신의 마음을 알 수 있으리란 비합리적 기대를 갖습니다.)

물론 임상심리나 상담심리에서 어떤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한 목적으로 행동을 관찰하고 그 사람의 생각이나 정서 상태를 추측해야 하는 경우는 있습니다. (가끔 전문 상담심리학자나 임상심리학자들을 보면 탐정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셜록 홈즈나 에큘 포와르처럼 연역적인 추리를 해나가고 또 어떤 사람들은 콜롬보처럼 귀납적 추리를 해나가죠.)

그런 현상학적인 연구보고나 행동심리적 보고를 배우기도 하지만, 그것들도 심리학을 배우는 사람들만 아는 어떤 특별한 법칙이나 룰이 있다기 보다는 인과관계적인 법칙이거나, 관찰과 연구보고에 따른 것들이 대부분입니다.(여기에서 말하는 특별한 법칙은 사주팔자, 관상, 손금, 타로카드, 혈액형 성격같은 유사심리학들이 가진 특성을 말한다고 보셔도 됩니다.)

다른 예로 사회심리학에서는 사람들이 특정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게 되는지 예측하고 실험해서 그걸 나름의 이론을 가지고 설명하려 합니다. ([설득의 심리학]같은 책을 보면 그런 예가 많죠.) 특히 비언어적 의사소통 도구로써 사람들의 인상이나 표정, 어조, 행동 등을 분석해 놓은 경우를 알면 유용하죠. 

그러나, 임상심리든 사회심리든 신경심리든 '어떤 상황에서 어떤 사람들은' '대체로 통계적으로' 그렇게 행동하더라... 이런 것을 배우는게 모든 상황에서 사람들은 무조건 이렇게 한다라고 대치될 수는 없는 것이기에 마구 적용하기엔 어려움이 있는거죠. 

여기에서 다른 학문과 다른 심리학의 특성이 좀 들어납니다. 예를 들어 물리학을 도가 트도록 배운다면 현상을 물리학에 적용하는 당연한 것이겠죠. 그렇지만 아무리 심리학을 도가 트도록 배워도 사람들의 심리를 잘 알 수가 있냐하면 아마도 어려울 것이라는 겁니다. 

타인의 심리를 받아들이는 '나'라는 수용자 역시 자신의 심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주관적으로 보고 듣고 판단하게 됩니다. 결국 인지심리학의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보는 것' 입니다. 심리학을 배워서 자기 자신만 잘 알아도 심리학 더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하시던 교수님 말씀이 생각나네요.

사람의 심리라는 건 배우면 배울수록, 마치 우주나 해저처럼.. 아직도 미개척 세계가 무궁무진하게 많고 수많은 요인이 작용하는 복잡한 과정이기 때문에, 절대적이고 결정론적으로 이야길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다고 봅니다. (아마 신경심리와 유전행동학이 훨씬 발전한 미래의 어느 날에는 조금 많이 달라지겠지만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답답해 하는 사람도 많지만, 단지 제가 분명하게 심리학을 통해 얻는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폭을 넓힐 수 있도록 심리학이 광범위한 도움을 준다는 것입니다.

Posted by feveri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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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22 19:40 신고

    심리학이라.. 정말 심리학 하면 뭘 알게되는건지 궁금하네요.
    개인적으로 프로이트 전집을 재밋게 읽었는데..
    읽고 나니 별반 다른건 없더군요.. :)

    • 2008.10.22 20:30 신고

      저도 꿈의 해석과 정신분석을 다 읽으면 무언가 엄청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었죠. 아무 일 없더군요. ^^;

      프로이트가 알아낸 것은 오늘날 심리학이 부흥하는 기초를 제공한 것이지만, 그 이후로 더 많은 연구들로 인해서 맞는 부분도 틀린 부분도 많다는 걸 밝혀냈습니다.

      오히려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놀랄 수 있는 부분은 정신분석보다는 사회심리학이나 신경심리, 인지심리 영역에서의 발견들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쪽에 관심 가져보시면 인간의 새로운 면들을 많이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2. 2008.10.24 16:01 신고

    그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늘 있는 것 같아요. 경제학과 학생에게 제테크비법을 전수해달라고 하는 사람들도 그렇고요; 너무 피상적으로 세상일을 대하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요? 생각해보면 저도 약간은 그렇습니다만...

    • 2008.10.24 19:12 신고

      네. 사실 저도 그렇습니다 ^^;; 경제학 하면 무조건 경제현상으로만 생각할 것 같고, 철학하면 왠지 무조건 논리적일 것 같고.;;
      아무래도 대학교 가서는 자기 전공 위주로만 배우게 되니까 다른 전공의 전문 지식에 대해서는 잘 모르죠. 아마 전공마다 이런 비슷한 류의 오해들은 다 있을 것 같습니다. ^^;;


2. 심리학은 생물학이다?

이러한 인식은 아마 심리학을 전공하진 않지만 심리학 개론을 수강한 대학생들이 흔히 가지는 생각같습니다. 우리나라의 심리학 개론 책들은 대부분 '생물심리' 챕터가 초반에 나옵니다. 여기에서 다뤄지는 것은 뇌, 시냅스, 신경전달물질, 호르몬, 신경계 등이죠.  '생물심리' '신경심리' 분야의 교과내용인데 실질상 '생리학'이나 '생화학'에 종속되는 과목이라고 볼 수 있죠. 

나름 흥미를 가지고 수강한 심리학 수업에서 초반부터 이런 내용이 나와버리니 실망감이 좀 큰 것 같습니다. 어떤 학생들은 이 부분에서 그냥 심리학 개론 수강을 포기하는 학생도 있더군요. 제 기억에도 주변 친구들 중 ~내가 생각한 심리학은 이런게 아니야!!~ 라던 여자애도 있었고요.    

이건 심리학이 생화학이란 걸 말해주는 그림이죠.
바로 시냅스 간 정보전달.

그림만 봐도 짜증난다구요? ^^;;

아무튼 그런 어려움으로 인해 심리학이 생물학이라는 오해가 생긴 것 같아요. 사실 대체로 문과 출신들인 심리학과 학생들로서도 그리 쉽지 않은 내용입니다. 저로서도 이런 부분이 우선적으로 다뤄져야 하는지 약간 의심이 들긴 합니다. 

물론 아주아주 중요한 부분이고, 또 공부하다보면 재밌는 내용이며, 사실 미국의 심리학 개론 원서들도 생물학 챕터가 초반에 나오긴 하지요. 다만 그 전에 Introduction에서 심리학의 역사와 영역에 대한 포괄적인 논의가 먼저 제시되죠. 우리나라의 교재에서도 초반부에 역사와 조망 부분을 좀 더 넓은 페이지를 할애에서 다뤄준다면 이런 단편적인 오해는 없어지진 않더라도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합니다.

ps.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라는 말처럼... 독파한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공부하다보면, 오마나! 심리학의 새로운 재미에 눈뜬답니다. 신경심리학의 재미는 기본적인 뇌 해부학 지도와 신경전달물질들이 머리 속에 그려졌을 때부터 시작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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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심리학에서 점술, 사주를 공부한다?

아주 오래된 이야긴데, 제가 심리학과에 처음 진학한다고 했을 때 친척들한테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그럼 앞으로 점쟁이 되는 거냐?" "심리학? 관상보고 사주보는 거 아니냐?" 뭐 그외에도 만나본 좀 나이드신 어른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꽤 있더라구요.  

점술, 사주, 관상, 손금, 별자리, 타로카드 등등. 여기에 전부 넣겠습니다. 아마 이 중에 몇 가지 흥미삼아 정도는 해본 분들 많을 겁니다. 이것들은 대표적인 '유사상담'의 사례들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주나 관상, 점술은 주로 나이드신 분들이 하는 반면, 타로카드는 젊은 층에서 인기가 많죠. 심지어 심리학과 학생들도 좋아라 합니다.

저것들을 폄하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일단 심리학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라고 이야길 해야겠네요. 일단
 교과내용에서 저런 걸 배우는 일은 없구요, 학문적으로 저 종류들에 특히 거리를 둡니다. 기본적인 심리학의 연구적 방법적 접근에 맞지 않거든요. 물론 개인적 취향까지는 어떻게 할 수 없죠.

저것들에 텔레파시, 예지력, 투사력, 전생체험, 심령술, 최면, 혈액형 성격 등을 더해서 함께 묶으면 '유사심리학'이 됩니다. (귀신, UFO 등이 포함되면 '유사과학'이 되죠.) 최면은 다른 것과 달리 허황된 것은 아닙니다만 아무래도 여전히 연구가 부족하고 미스테리한 측면과 오해도 많은 탓에 함께 분류되는 것 같습니다.  

왜 유사'심리학'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정신을 사용하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기인한 것 아닐까 싶네요. 심리학의 역사 초기에는 실제로 저들과 심리학이 잘 구분되어 있지 않았었죠. 정신분석의 역사 초기에 최면술이 포함되어 있었고, 특히 초기 정신분석의 거두 프로이트나 융은 '초심리학'을 주창하기도 했고, 많은 문헌에서 심령술에 심취해 있었다는 이야기가 발견됩니다.

요즘은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는데, 서구나 국내 의학계 모두가 정신의학과 심리학쪽을 좀 폄하해서 본다고도 하고요. (연구방법과 연구대상 및 치료에 접근하는 방법이 다른면이 많긴 많죠.)

이런 과거 때문인지 몰라도 현대의 심리학자들은 현대의 연구자들 중 오히려 '가장 회의적인의식 구조를 가진 사람들'입니다. 미국에서 초능력이나 한의학처럼 여태까지 기존 과학으로부터 유사과학 취급을 받던 대상들에 대한 연구자들의 의식을 조사한 적이 있었다는데요, 물리학자, 생화학자 같은 기초과학자들은 대상에 따라 개방적이기도 하고 부정적이기도 하고 의견이 대체로 분분했는데, 심리학자들은 거의 하나같이 부정적이었다고 합니다. 평균 점수가 가장 낮은 집단 역시 심리학자들이었다고 하네요.

물론 이건 미국이야기고 한국은 조금 다르겠죠. 한국에서는 여전히 심리학에 대한 일반적 인식이 약간은 과거 시점에 머물러 있는 것 같습니다. 심리학자라고 해서 딱히 더 유사과학에 회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구요. 솔직히 저도 학창시절 호기심이 많아 유사과학들에 관심 갖다가 심리학으로 왔으니까요 ^^;;

조금씩 변화되고 있는 것은 분명 느끼지만 지금 심리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사회 곳곳에 많이 퍼져서 심리학에 대한 오해를 해소시키기 전까지는 이런 오해는 여전히 남아있을 듯 하네요. 앞서서 심리학이 발전했던 나라들 역시 그런 오해 또한 하나씩 해소해 나가면서 발전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심리학을 공부하는 학생들과 심리학자들 모두 노력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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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psychotherapy란 말을 정의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특히 일상에서나 미디어에서 상담counselling이란 말과 심리치료를 잘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더 혼동이 옵니다. 그렇지만 일반명사가 아닌 전문적 용어로써 보자면 둘은 서로 차이가 있는 용어이며, 분명히 구분될 수 있는 용어 입니다.


◆ 상담과 상담심리의 차이?

'상담'은 넓은 의미와 좁은 의미가 있습니다. 넓은 의미에서의 상담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논하는 것"으로써 낱말의 사전적 의미를 충족하는 모든 상황을 말합니다. 의논하는 문제 종류나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이름붙여 질 수 있습니다. 즉, 논의 대상이 '심리'가 아니어도 되지요. 법률상담, 진로상담 등이 있으며, 사전적 의미로 대출상담도 상담이고 운세상담도 상담입니다. 이외에도 이름만 붙이면 모두 상담이 됩니다.

좁은 의미의 상담은 심리학에서의 상담을 이야기합니다. '인간심리'를 논의 대상으로 하여 이뤄지는 상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심리로 한정했지만 사실 심리란 것이 한 개인의 성격과 타인들과의 관계, 환경 스트레스 등 모든 요소들을 포괄하는 것이므로, 오히려 논의의 깊이를 말하자면 훨씬 더 큰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정의하자면 "'심리학'을 전제로 하여 인간의 성격과 관계에 관해 논의되는, 집단 또는 개인을 내담자로 하는 특정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당연하게 상담심리학자들이 활약하는 영역이 됩니다. 위에서 밝힌 정의를 따르자면 대체로 상담은 교육적이며 문제 지향적입니다. 때문에 교육학자들 역시 상담심리학자와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 상담과 심리치료의 차이?

그렇다면 심리치료는 무엇일까요? 심리치료 역시 넓은 의미가 있습니다. 넓은 의미의 심리치료는 글자 뜻 자체처럼, '어떤 문제가 있는 인간심리'라는 대상을 변화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넓은 의미로 사용하자면 많은 상황이 심리치료 상황이 될 수 있고, 수많은 사람이 심리치료자가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넓은 의미의 심리치료 정의에 따르자면 '좁은 의미의 상담' 역시 심리치료의 일환이 됩니다. 때문에 상담심리학자들도 넓은 의미의 심리치료를 하는 것이 되며, 동시에 수많은 유사치료자들(음악치료, 미술치료, 예술치료, 최면치료, 독서치료, 영화치료, 이야기치료, 영성치료 등등.. 모든 자칭 치료들) 역시 이 영역의 활동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과업의 측면에서요.

그렇지만 좁은 의미의 심리치료는 '어떠한 문제행동을 보이고 있는 대상의 문제원인을 추적하고, 전문적이고 일관성있는 틀을 사용하여 문제를 체계적으로 감소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때문에 좁은 의미의 심리치료에서는 대상들이 가진 문제가 무엇인지 '진단'을 하고 거기에 적합한 치료를 수행하는 것이 목적이 됩니다. 이 영역의 작업은 정신과 의사나 임상심리학자가 하게 됩니다. 앞서 말했듯이 필수적으로 '진단' 과정을 거치게 되며, 문제의 종류와 심각성에 따라 대상들을 '환자'로 구분하게 됩니다. 이에 비해 상담에서는 논의할 문제를 가지고 오는 대상을 '내담자client(고객과 같은 말이죠)'라고 부릅니다. 또한 상담장면에서는 대개 일반인들이 찾아오고 비구조적면담을 진행하는 것에 반해, 임상장면에서는 대개 병원을 배경으로 신경증이나 정신건강에 얽힌 이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현상학적인 행동의학을 기초로 하여 접근하게 됩니다.


◆ 정신과 의사와 임상심리학자의 차이?


물론 정신과 의사와 임상심리학자가 하는 일에도 차이는 있습니다. 대개의 정신과 의사는 문제를 발견하고 진단하는 활동보다는 치료 활동에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신경과에서도 뇌손상이나 치매 같은 뇌신경과 관련된 문제에 대한 치료를 집중적으로 다루게 됩니다. 대조적으로 임상심리학자는 진단을 위한 다양한 심리검사를 수행하고, 면접과 행동평가를 통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과 성격을 파악하는데 주안점을 둡니다. 때문에 정신과 의사와의 면담은 수십분 정도로 짧은 경우가 많지만, 임상심리학자와의 면담은 심리검사 시간을 포함해서 몇 시간씩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반드시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개개인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치료를 수행하는 방법에도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정신과 의사들은 '의사'이기 때문에 생리학적 이론과 생화학요법에 정통해 있으며, 주로 약물치료에 주안점을 두게 됩니다. 항정신제 약물을 처방하기 위한 유일한 허가를 가지고 있는 이들은 정신과 의사들입니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 임상심리학자들에게 약물처방을 허가하기도 했지만, 아직은 정신과 의사의 고유 권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임상심리학자들의 치료활동은 사실 상담심리학자들과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정신분석, 인지행동치료, 인간중심치료, 게슈탈트치료, 실존주의치료 등등 다양한 상담 및 심리치료 이론을 배경으로 하여 접근을 하게 되지요. 물론 같은 내용을 배우더라도 기초로 하고 있는 토대가 다르므로 차이가 없다고 볼 순 없습니다. 임상심리학자들은 의사들과 유사하게 병원에서의 실습수련 과정을 거치게 되며, 의사들의 임상적 판단에 따라 환자들에게 요구되는 치료활동을 수행하는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단에 따르는 자발적인 치료활동도 전문적 지식을 습득하고 자격을 부여받으면 가능하게 됩니다. 정신과 의사들도 심리치료 기법을 사용하여 활동을 하기도 합니다만, 기본적인 기초가 다르기에 같은 걸 배웠더라도 이해하는 맥락에서 차이가 나므로 적용하는 방식 역시 다른 방향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 '상담'과 '치료' 과연 누구나 할 수 있나?

우리나라처럼, 서구권에서도 치료therapy라는 용어는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돈 버는데 더 좋은 방법이 되기 때문이죠. '상담'이나 '도움'이란 말보다 '치료'라는 말이 훨씬 파워풀하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서구권에서는 심리치료psychotherapy라는 말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전문가 자격이 필요한데, 그것을 수행할 수 있는 허가된 전문가가 바로 임상심리학자clinical psycologist입니다. 결국 임상심리학자가 수행하는 일이 심리치료가 되는 것이며, 서구에서 치료자clinician을 지칭할 때, 대개는 임상심리학자를 말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정신과 의사는 psychiatrist, 상담자는 counseller로 분명히 구분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심리치료'란 말을 들으면 그걸 수행하는 사람이 '심리치료사'가 될 것이라고 오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는 심리치료사란 말 역시 생소하기 때문에 심리치료에 있어서 특정 전문가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상담가나 정신과 의사들이 하는 일이라고 오해받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마도 아직까지는 임상심리학자들이 수적으로 정신과의사나 상담가 숫자에 비해 모자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상담'과 관련된 국가 전문 자격증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반면에, 임상심리학과 관련된 국가 전문 자격증은 '정신보건 임상심리사'와 '임상심리사' 두 가지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또한 여기저기에서 '상담'과 '심리치료' 협회자격증 발급이 난무하고 있는 현실에서, 임상심리 관련 협회자격증은 한국임상심리학회에서 관리하고 있는 '임상심리 전문가' 하나 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담이나 치료를 하는 역할이 분명하게 구분되어 있지 않습니다. 사실상 말만 할수 있으면 모두 '상담'이라는 이름을 붙여 돈을 벌고 있으며, '치료'도 이론만 가져다 붙일 수 있으면 '치료'라는 이름을 붙여서 쓰고 있습니다. (모든 상담자나 치료자들을 대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적절한 자격이 없는 '사이비' 상담자와 치료자에 한정해서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솔직히 저는 그런 사람을 몇몇 보아왔습니다.) 정책적으로 확실하게 정리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현재로써는 고객, 즉 상담이나 치료를 받는 이들이 어떤 것이 좋은 상담이고 좋은 치료인지를 구분하는 비판적인 능력이 필요한 현실입니다.

여태까지 '상담'의 넓은 의미와 좁은 의미, '심리치료'의 넓은 의미와 좁은 의미를 정의한 것는, 각각 영역의 전문가들과 그들이 하는 일을 구분짓는 역할도 하지만, 실제로 무엇을 하느냐에 대한 개개인의 각성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사실대로 말해서, 주도자가 누가 됐든 간에 대상의 문제가 해결되고 변화된다면, 그것은 궁극적 의미의 치료가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좀 더 체계적인 변화를 위한다면 각 영역에 맞는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들을 찾아가는 것이 당연히 좋습니다. 최소한 전문가들은 그 영역에 있어서는 이론적 학습과 실습 경험을 쌓은 사람들이니까요. 제 개인적 의견이지만,  기본적으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는 의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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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05 01:22

    와 이거 네가 쓴거?*.* 멋지네.

얼마 전 뉴스를 보니 정신과 진료명을 바꾸는 것에 대해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향후 바뀔 가능성이 꽤 높아보입니다.

기사에 나온 것처럼, 분명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여전히 정신과 정신의학, 정신보건에 대해서 긍정적 인식을 많이 가지고 있지 못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고 봅니다.

사실 저 어릴 적 때만 해도 친구가 정신과에 다녀왔다는 이야길 들으면 그 친구가 무척 무섭게 보였습니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그 친구가 심각한 무언가 '병'을 가졌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요. 요즘 아이들의 경우엔 어떨까요? 아니, 요새 학부모들은 '정신과'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정신과를 보는 두 가지 대조적인 관점이 드러난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와 <패치 아담스>

제 개인적 경험을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얼마 전 한 시립 소아청소년 정신보건 센터에서 일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학교 정신보건 사업의 일환으로써 검사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일에 참여했었는데요. 

센터에서 하는 일이 일종의 정신보건 복지 사업이었기 때문에 무료로 검사와 치료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고, 그에 따라 1차 검사에서 선별된 학생들의 가정으로 검사 협조 연락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과연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러한 종류의 검사나 진료, 치료, 상담 등에 쉽게 응할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계속 심리학쪽 지식에 파묻히다 보니 이쪽 과업을 일반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는게 더 어려워졌거든요. 제 추측으론 절반 정도나 응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제 예상과 달리 2차검사가 요구되는 학생들 중 대략 70%정도가 검사에 응했고 절반 이상이 부모님과 함께 방문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방문한 학생들이나 부모님들도 어느 정도 걱정을 가지고 있었지만, 오히려 방문하고 나서 돌아갈 때 한결 가벼운 표정으로 가시는 걸 보며 우리나라에서 정신보건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화되었고, 앞으로도 변화될 수 있겠다는 것을 분명히 체험했습니다.

물론 제 기억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고, 정확한 통계를 낸게 아니라 인상에 기초한 것이므로 근거가 명확한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사실, 일부 연락을 받은 부모들이나 가정에서는 이상하게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폭언을 하는 사람들도 있긴 했었습니다. 그 경우 알았다고 정중하게 말하고 전화를 끊으려고 하면 오히려 자기들이 전화를 끊지 않고 매달리며 욕을 해대는 경우가 태반이었죠. 심리학을 안해도 이런 경우 생각나는 건 이 말밖에 없습니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여전히 심리학과 정신과에 대한 인식이 오해를 동반하고는 있지만, 앞으로 노력해볼만한 여지와 가치가 더 많다고 생각하게 된 경험이었습니다. 제가 정신과 진료를 받아본 것은 아닙니다만, 심리적인 맥락에서 관심을 받는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상황적 스트레스로 가득찬 나라에서는요.

개인적으로는 정신과 진료가 보험에 적용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상담도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보험을 적용할 수 있게 구체적인 제도적 장치나 법안이 마련되었으면 좋겠구요.

무엇보다 정신과 진료를 받는 것이 나 또는 내 아이에게 '정신병'이라는 '딱지'를 붙인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정신과 역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이지, '격리'하기 위한 것이 아니란 점을, 많은 분들이 알게 되길 기원합니다. 물론 점차로 그렇게 되리라 저는 분명히 믿습니다.
Posted by feveri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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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18 13:38 신고

    언젠가 우리 눈으로 보이지않는 심리라던가 기분이라는 것이 물질이나 어떤물리적인 형태로 구체화된다면 지금보다 많은 악순환(자살,범죄,배타적)들이 사라질거라 생각이드네요 그때에 다다르면 또다른 무언가가 우릴 괴롭히고 있겠조.. 아이디어가 지배하는 예술계라면 의학계도 optimist 님 말씀대로 정신이라는 분야에 초점이 점점 맞춰지는것 같습니다..

    • 2008.10.18 19:47 신고

      현재도 신경과학의 발전으로 심리현상을 뉴로이미징화해내고 있죠. fMRI같은 기계가 그런걸 위한 것이구요. 연구 한계도 많이 있지만 그와같은 발전도 대부분 최근에 이뤄진 것임을 생각하면 아마 우리가 살아있을 때 정말 그러한 뇌에서 벌어지는 '사이코이미징'을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릅니다.

    • 2008.10.18 19:50 신고

      아마 현재와 근 미래에 극단적으로 모든 행동과 생각 감정을 머리 속에서 벌어지는 생물학적-화학적 기제로 설명할 수도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그렇게 되면 예술계는 오히려 정신이나 심리를 '과학시간'으로 취급하고 따돌릴 수도 있겠죠 ^^;;

  2. 2008.10.18 22:48 신고

    과거 정혜영씨가 나왔던 아침드라마, 내마음에 보석상자라는 드라마에서 이런 대목이 있었죠. 몸이 아프면 병원가지 않는가, 마음이 아프니까 정신병원을 가는거다. 결코, 사회에서 손가락질 받는 "미쳤다"라는 말때문에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라! 라고 정혜영씨가 막 절규하며 울면서 대사를 읊었더랬죠. 아마 대략 정혜영씨역할이 당시 애딸린 남자하고 결혼을 했는데, 아이가 무슨 정신장애가 있어서 정신병원을 데리고 갔다왔더니 시아버지가 막 야단치자 그렇게 일갈했던걸로 기억하는데, 참으로 충격적이었서서 머릿속에 생생히 남아있습니다.

    정말 마음이 아파서 가는건데, 정말 딱지를 붙이지 않고 생각이 바뀌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 2008.10.18 23:13 신고

      감사합니다. 그런 드라마의 명대사가 있었군요.:D
      위에서도 묘사했듯이 정말 전달하기 어려울 정도로 격분하여
      전화에 대고 육두문자를 날려대는 사람들을 경험하고 나니
      드라마지만 현실적으로 충분히 일어나고도 남을 상황으로 보입니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어보이긴 합니다만, 그 길은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드라마를 잘 보지 않았는데 저도 앞으로 신경써서 봐야겠네요 :D

  3. 2008.10.18 23:47 신고

    무려 12년전 드라마 였네요..

    http://www.imbc.com/tv/drama/heartbox/index.html

    "내마음의 보석상자" .

    그러고보니 중학교 방학때 아침에 본것 같은데요. 하핫

    여튼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닭똥같은 눈물을 막 흘리는데 시아버지역할분(김용건씨)도 대꾸를 못하고 돌아서서 막 우시더군요. 그러면서 막 화목해지고 결국 아이도 마음을 열고 치유가 되서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아름다운 이야기 였습니다.

    다른이야기입니다만, 이제보니 안재환씨도 나왔었군요..흠.

    • 2008.10.19 00:15 신고

      제목은 저도 왠지 그리 낯설진 않네요. 이야기는 제가 본 기억이 없지만.. 올려 주신 링크를 읽어봤는데 꽤 흥미로운 드라마였을 것 같습니다.

      제가 흔히 알고 있는 아침드라마의 선정적인 공식들(이상야릇한 호적관계, 삼각을 넘어성 사차원 오차원 애정관계)에 부합하지 않는 정직한 드라마네요.

      이야기만 읽어도 그 캐릭터들의 심리나 역동이 어떻게 전개되었을지 나름 유추도 되고 또 궁금하기도 하고...분명 의미있는 이야기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옛날로 돌아가보는 건 참... 어색한 기분을 들게하네요.

  4. 2008.10.19 23:32 신고

    우리나라에서 정신과를 다닌다고 하면 정신이 이상하거나
    병이 있구나는 선입견을 가지고 보다보니 외국에서처럼 스트레스나 일시적 방황(?)등에 대해서 편안하게 상담을 받을 수 없는 거 같습니다. 그것이 나중에 커져서 문제가 될수도 있는데도 불구하고요.

    단순히 명칭을 바꾸는 것뿐만아니라 스트레스 치료등의 좀 더 다가가기 쉬운 진료등을 홍보하는 것도 필요치 않을 까 생각합니다.

    • 2008.10.20 09:44 신고

      제 생각에도 단순히 명칭을 변경하는 것만으로 전부 바뀔 만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구체적인 노력도 있어야겠지요. 말씀하신 방법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트레스 대처 전략같은 것은 상담장면에서 있긴 있는데 상담같은 경우 상담자에 따라 천차만별이란게 약간 문제입니다.

      외국의 경우에는 정신과나 상담, 심리치료가 한정적으로 보험적용이 되기 때문에 더 자주 찾을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것도 치료방법이 어느 정도는 일관적으로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겠죠. 우리나라도 보험적용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긴 한데 아직은 여러 어려움이 있죠.

      무엇보다 인식이 바뀌는게 우선이라고 봅니다. 단순하게 의지력이나 인내력의 약함으로 볼 게 아니라 심리적 장애도 다른 질병같이 치료해야 할 것이라는 점을요.

  5. 2008.10.20 20:58 신고

    정신과 진료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은 feveriot님이 받으신 인상처럼 점차 사라지는 중이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저는 환자의 입장에서 예전에 한 번 심리검사를 받으러 갔던 적이 있었는데요, 제 친구들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도 그렇고 진료가 어땠는지 호기심을 갖는 이들은 있어도 저를 이상하게 쳐다보거나, 예전과 달리 대하는 점은 거의 못 느꼈습니다.

    요즘 들어 더욱 간절히 느끼는 것이지만 이런 인식의 개선에서 더 나아가 하루빨리 정신과치료가 보편화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스로 감당하기에는 조금 벅찬 부분이 종종 느껴지긴 하지만 쉽사리 정신과에 찾아가기가 힘들더라구요. 그런 일은 사실 사람들의 눈초리보다는 아무래도 진료비 부담 탓이 더 큰 것 같지만요^^;

    • 2008.10.20 22:04 신고

      네. 요즘엔 오히려 진료비 때문에 꺼리게 되는 경우도 더 많다고 생각됩니다. 치과의 무서움에 비할 수 있을까요.
      정말 고민끝에 병원을 찾았는데 허걱할 정도의 명세서를 받게되니.. 더구나 치과와 달리 한 두번으로 끝나지도 않죠. 정말 진료비 때문에 도움받지 못하고 있는 분들도 많을텐데 아쉬운 현실이죠.

  6. 2008.10.25 17:14 신고

    미드 <몽크>나 혹은 다른 드라마를 보면서 정기적으로 상담치료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한번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생각이 맺혀 있을때 무시하고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정면으로 맞닥트려서 해결해보려는 적극적인 노력이라고 생각되니까요.
    내안의 나를 응시하는데, 함께 있어주고 도움을 주는 누군가가 옆에 있다면 나를 만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환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 2008.10.25 19:05 신고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무조건 좋다는 건 아니지만, 분명히 필요한 부분이 있고, 지금도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죠.환상이 아니라 충분히 그런 역할을 기대하고, 얻기 위해서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하는 거지요.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인식 문제나 비싼 진료비 등이 중요한 문제로 보입니다만, 그럼에도 경험을 해본 분들은 의미있는 삶에 좀 더 다가갈 수 있다고 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상담소를 찾아가는 것 뿐만이 아니라, 가족들과 배우자와 단순히 좋은 것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고, 여러가지 생각과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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