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문쿨루스.12
카테고리 만화 > SF/판타지
지은이 YAMAMOTO HIDEO (대원씨아이(주),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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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문쿨루스에 대해서는 그 전에도 포스팅이 있습니다만
최근 신간을 보고 나서 다시 한번 확신이 강해져서 분명히 쓰고 싶었습니다.
말하고 싶었던 것은 단 한 가지.

 "호문쿨루스는 은유적으로 임상심리학을 전달하고 있는 만화"

임상심리? 뭘까요? 거기 전공자들 손 내리구요.
일반인들이 알기에는 너무 낯설고 어려운 '임상심리학'. 현실에서 상당히 동떨어진 느낌이죠...
심리치료사 상담심리사 이러면 무슨 일을 하는지 왠지 얼핏 느낌이 오니까 아~ 하겠는데...

지극히 제 주관적 견해라는 사견을 전제로 하고, 만화를 읽었던 분들에게 논설문을 좀 펼쳐보자면...
제가 볼 때ㅡ 호문쿨루스 주인공 니코시가 겪는 스토리가, '임상심리학자'가 하는 일의 본질이자 인생의 핵심 테마와 거의 일맥상통합니다.

'호문쿨루스'는 겉보기에는 매우 비과학적인 오컬트를 다룬 만화처럼 보이고, 또는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SF처럼 보이는 만화지만, 보면 볼 수록 이 만화가 그려내는 이야기가 공상 속의 판타지를 주제로 한 게 아니라 '인간에 대한 고찰'을 다룬 것임을 알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뭐 모든 만화가, 모든 문화가 인간을 다루고 있지만요. 다른 것들과 구분되는 점이라면, 만화 속의 이야기가 전반적인 인간성을 다룬 게 아니라 특정 유형의 '병리적 인격'을 다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호문쿨루스'라는 소재를 사용해서 '상징적'으로 묘사하면서 말이죠. '임상심리학'이 심리적,정신적,정서적 질병을 다루고 있는 것임을 안다면, 왜 제가 이런 주장을 하는지도 금방 이해 되시겠죠.

(전에도 언급했다시피. 다른 심리학적 만화인 '사이코닥터'나 '어둠의 임상심리사'보다 이쪽이 훨씬 임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만약 '임상심리학'을 다룬 만화를 추천한다면 다른 무엇보다 이 호문쿨루스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사이코닥터'나 '어둠의 임상심리사'는 기본적으로 추리만화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나치게 정신분석적 상징화를 이용해서 이야기를 풀어내고, 너무 빠르게 전개되는 특징을 보입니다. 너무 비현실적입니다. 정신분석이라서 무작정 싫다는 게 아니고, 정신분석 자체가 오랜시간 공 들여서 무의식의 의식화를 이루는 과정인데, 만화에서는 너무 쉽게 통찰이 이뤄지고 큰 저항없이 의식화가 되어버리며 순식간에 사람이 행복하게 바뀌어 버립니다. 그런 정신분석 기법이 있었다면 심리치료 시장은 정신분석이 제패했을 겁니다. 이야기에서 정신분석을 추가함으로 개연성을 이끌어내고 있으나, 실제로는 만화 속의 정신분석적 과정 자체가 현실의 정신분석치료와 동떨어져 있다는 게 제 요지입니다. '사이코닥터'를 통해 정신분석 사례를 경험하는 것은 '역전재판'을 통해서 법률 사례를 배우겠다는 것과 다를바 없습니다.)

<추가로, 가끔 무섭기도 해요. 제가 볼 때, 사이코 닥터에서 해피엔딩으로 에피소드를 끝내는 주인공의 시선이, 혼이 빠져 버린 모양새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아무튼 심리학, 특히 임상 or 상담 쪽 학문을 어느 정도 배웠고, 이야기에 대한 분석 능력을 어느 정도 보유한 심리학자라면, 이 만화가 임상심리학적 관점을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알아챌 거라 생각하는데요. 서두가 너무 길어지고 있으니 일단 제 주장 속으로 들어가보죠.

1. 작가의 전작들
- 다른 작품들이 더 있는지 모르겠으나 제가 확인한 것은 '고로시야 이치'와 '엿보기 가게'입니다.
'신 엿보기 가게(nozokiya)는 다소 알려져 있지 않은 만화로 정발이 되지 않아 저도 인터넷을 통해서 정보를 접했습니다. 사실 나온지 너무 오래된 만화이고 그림체로는 같은 작가인지 조차 알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그러나 는 이 작가의 만화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시놉시스와 소재입니다. 제가 일본어를 잘 몰라서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긴 어려웠지만 관음증을 소재로 하여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은 확실했습니다. 관음증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보통 '딸기 100%'  같은 일본 만화처럼 경우 극단적인 속옷 노출이 주요 세일즈 포인트로 하며 독자들의 관음 욕구를 충족시키는 만화가 아닐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작가의 만화에는 노출은 있으나 독자들의 관음욕구를 충족시킬 만한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의 관음증이라는 주제도 팔아먹기 위해 선정된 주제가 아닙니다. 

'고로시야 이치'는 고어무비로 유명한 '이치 더 킬러'의 원작으로 알려져 있는 만화입니다. (스포일러 있음) 
영화만 보면 사이코패스 살인범 '이치'를 중심으로 한 피칠갑 잔혹 살인극으로만 생각될 수 있는데, 이는 이치의 개인적 일화가 대폭 축소되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만화를 보면 생각이 많이 달라지게 됩니다. 물론 만화도 성인용으로 매우 잔인한 묘사들이 있으며 여태 정발로 나오지도 못한 이유가 있긴 있습니다.
그러나 원작 '고로시야 이치'는 주로 주인공 '이치'가 어떤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지, 트라우마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어떤 외상적 이유로 살인을 저지르는지, 어떤 방식으로 조종당하는지가 중요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영화와 비교해 만화 속의 이치는 단순한 울보가 아니고, 외상과 뒤섞여 삐뚤어져 있는 주관적 현실이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고로시야 이치에서 강조되는 주제는 폭력과 섹스, 사디즘과 매저키즘 입니다. 만화로만 보면 DSM-IV의 변태 성욕에 해당되는 행위들이겠습니다. 영화에서 시각적으로 선명하게 강조된 부분은 사디즘과 매저키즘이겠죠. 영화는 시각적으로 그 부분을 강조했으며 원작에서도 살인과 섹스는 극한의 가학성으로 그려지지만, 영화보다 원작은 폭력성이나 선정성을 세일즈 포인트로 삼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선혈이 낭자한 장면을 보여주기만 하는 영화와 달리 만화에서는 그 가학성과 피학성의 상징적 이유들이 나열되고 있습니다('설명'이 아니라 나열이요.).  '이치'라는, '트라우마에 빠져 있다고 스스로 믿고 있는 살인기계'가 어떤 결과를 맺느냐를 연출한 드라마인거죠.
이 정도로만 봤을 때도, 작가의 임상심리학적 관심과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라는 것에 대해서는 의심할 바가 없습니다.

2. 인상
사실 제가 '호문쿨루스'란 만화를 임상심리학적 주제를 다루는 것으로 보게 된 것은 제 경험이 가장 큽니다.

얼마 전에 한 환자의 인물화 검사를 해석하면서, 갑자기 떠오른 게 호문쿨루스였습니다. 그것을 그린 환자는 매우 유약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사람이었으며, 불안하고 초조해 하며 억압되어 있는 인상을 보이는 사람이었습니다. 성격장애로 분류하자면 C군으로 보이는 사람이었죠. 

그림은 나름 성의를 기울여 열심히 그려진 것이었습니다. 얼핏 보면 그림 실력의 부족으로 부적절하게 묘사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어찌 된 것인지 그 그림을 보면 볼수록 회피하고 싶을 정도로 기괴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이토준지' 만화에 나오는 듯한 괴기스런 형상이었죠. 

그렇다면 그 그림이 그 자신의 무의식을 투영한 호문쿨루스일까요? 물론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면 그것은 그  자신일수도 있지만, 만화 호문쿨루스에서도 나오듯이 "자신의 눈을 통해 본 다른 사람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심리 평가 결과들은 그 환자가 paranoid한 특성을 보여주고 있는 여러 sign들이 나타났습니다. 저로써는 제게 보여주었던 인상과 다른 평가 결과들에 당황스러웠었죠. 그런데 실제로 제가 겉으로 받았던 인상과 다르게, 다르게 병동 내에서 이 환자는 다른 환자들을 뒤에서 조종하였으며, 간호사들에게 은근히 요구를 드러내는 스타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요구사항은 자신의 가족에게 연락을 취하는 것이었죠. 담당의와 이야기를 해보니 겉으로 유약해보이고 순응적인 아버지로 보이기만 했던 그 환자는, 사실은 가족들에게 폭력을 일삼고 극단적인 행동을 오갔던 환자였습니다. 심리평가 sign보다 제 인상을 우선시하는 경향은 그 뒤로 많이 사라졌죠. 

3. 내용
암튼 임상심리학회 홈페이지에 가보시면 임상심리학자가 하는 일이 '연구, 치료, 평가, 교육, 자문'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자, 그럼 호문쿨루스라는 만화에서, 저 중에서 어떤 일이 해당되는 걸까요?
제가 볼 때는 다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핵심이고 인상적인 부분, 즉 '평가'와 '치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 라고 쓰고는 몇 개월째 쓰질 않았습니다. 10권을 읽고 나서 썼던 글인데 그 사이 11권과 12권이 나왔네요.



여기에 관해서는 이후에 추가로 여유가 있을 때 적어보고자 합니다. (즉, 1부 끝)

일단 글의 결론만 내리기로 하죠.
'트리퍼네이션을 하지 않고도 호문쿨루스를 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답을 제시하겠습니다.
임상심리학자가 되면 됩니다. 임상심리학자가 하는 주요 업무가 호문쿨루스에는 상상력이 가미되어 잘 묘사되어 있다, 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ps - 혹시나 제가 이야기한 게 임상심리학자의 어떤 '특별한' 능력을 소개한 것처럼 느껴지셨나요?  그랬다면 제 글실력이 부족해서 핀트가 다소 벗어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오히려 임상심리학을 하는 이들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혹독한 현실에 뒹굴면서, 매일 온갖 불평을 마음에 쌓으면서도 임상심리학자로써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사람들 말이죠. 호문쿨루스를 보고 싶지 않아도 보일 수 밖에 없는 주인공 니코시처럼.
Posted by feveriot
리나라는 오늘에서야 네이버에 뜨면서 이슈가 되었기에 아직 큰 논란이 일어나진 않았습니다만, 외국에서는 이미 상당한 논란과 함께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부터 위키의 카드 공개와 관련된 글을 쓴 외국 웹을 검색해본 결과 여기에 관한 사람들의 반응을 대충이나마 몇 가지로 나눠볼 수 있었습니다.

1) 로르샤흐 검사 자체에 대한 회의론자들
2) 로르샤흐에 대해 잘 모르면서 아는 체하고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이들 (주로 찌질이들)
3) 자기는 이렇게 저렇게 보인다면서 어떻게 해석되냐고 물어보는 사람들
4) 카드 공개에 대해서 걱정하는 사람들 (주로 심리학자들)

일반인들도 상당히 호기심이 이는 뉴스거리인데, 현재 외국 웹에서는 무분별하게 거짓되고 왜곡된 정보가 돌아다니는 것 같아서, 저라도 이번 사안에 대해서 일반인들이 가능한한 이해하기 쉽고 간단하게 정리 해보겠습니다.

(미국에서는 로르샤흐를 로어셰크란 발음으로 읽습니다.
네, 와치맨의 로어셰크란 캐릭터 자체가 로르샤흐 검사를 패러디한 겁니다.)


Q: 로르샤흐 검사는 무엇이고 어떻게 발전했나? 과연 믿을만한 검사인가?

20세기 초에 유행했던 데칼 꼬마니를 이용해서 스위스의 헤르만 로르샤흐란 인지심리학자가 만든 잉크반점 검사입니다. 로르샤흐 검사는 여러가지 굴곡의 역사가 많은 검사입니다.

로르샤흐는 처음에 정신분열병 환자들이 잉크반점의 영역을 보고 특이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발견하고 검사를 개발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리 선호되는 검사가 아니었습니다. 때문에 어떤 출판사도 출판을 해주려 하지 않다가 작은 출판사에서 출판을 해주기로 했는데, 로르샤흐 본인이 제대로 된 연구도 없이 일찍 사망해버린 데다가 출판사가 망한 탓에 출판사 창고에 그대로 쭈욱 잠들어 있게 됩니다. 그러다가 독일의 대형 출판사가 망한 출판사를 인수하면서 다시 빛을 보게 된 것입니다. (그 출판사가 현재 위키에 저작권 고소를 한 호그레페 후버 출판사입니다. 여전히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 정신분석학이 한창 인기던 미국에서, 스위스에 다녀온 한 학자가 로르샤흐 검사를 정신분석적 검사 용도로 미국에 도입하기로 합니다. 당시 미국은 유럽 못지 않게 정신분석학 상담이 대세를 이루었기에 로르샤흐 검사 역시 빠르게 퍼지며 유행하게 됩니다. 약간 신비한 듯 하면서 안면 타당도가 높지 않은 검사였기에 정신분석 학자들이 투사검사로 선호할 만했을 겁니다.

그렇지만 점차 정신분석에 대한 논란과 반감이 증가하면서, 이와 동시에 로르샤흐 검사에 대한 비판 역시 제기됩니다. 검사자마다 통일되어 있지 않고 제각각인 시행 절차, 거의 무용지물인 채점 절차, '보고한 내용'이 정신분석적 성적 상징들로 해석되어 정신분석적 이론에 입각해 되는데로 이야길 늘어놓는 해석 절차, 규준의 부재와 타당도의 의심 등 심각한 결함들로 인해, 상당한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고 일부 심리학자들은 로르샤흐 검사를 공공연하게 쓰레기 취급하기도 했습니다. 최면, 강령술, 꿈의 분석 등과 함께 유사심리학으로 취급하며 정신분석을 배척할 때 같이 몰아내버리려 했던 거죠.

> 로르샤흐 검사를 대표로 해서 일반인들에게 심리검사에 대한 고정관념적 인상이 결정된 것은 이때 입니다. 한 때 인기가 있었기에 로르샤흐 검사는 TV에도 나오는 등 유명세를 떨쳤습니다. 사람들은 로르샤흐 검사를 '신비하고' '겉보기에 알 수 없으며'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보게 되고, 정신분석과 동일 선상에 놓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 정신분석이 심리학 역사의 뒷길로 내몰리면서 로르샤흐 검사 역시 쇠퇴하게 됩니다. 결국 임상가들도 점차 로르샤흐 검사를 사용하지 않게 되었으며 대신 객관적 검사를 대표하는 MMPI가 그 위치를 차지하게 됩니다.


아마도 쭈욱 그렇게 되었으면 아마 로르샤흐 검사는 정신분석과 같이 이름값만 남은 존재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Exner라는 심리학자가 로르샤흐 검사를 살리기 위해 대대적인 경험적 연구를 시행합니다. Exner는 정신분석적 이론에 입각한 검사의 시행과 해석을 최대한 배제하고, 경험적 연구에 근거해서 시행 절차와 채점 절차, 해석 절차를 정립하고 이를 발표합니다. 이전에 정신분석적 용도로 로르샤흐 검사를 사용하던 이들이 반발을 했지만, 그들과 달리 Exner는 연구한 데이터를 근거로 들이대기에 모두가 수긍하고 따라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Exner 종합체계'라는 것을 만들었고 현재의 로르샤흐 검사는 대부분 이것을 따라 시행하고, 채점되고, 해석되는 절차를 따르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계속된 경험적 연구와 수정으로 이전엔 정신분석적 상징의 근거 도구 정도로 밖에 사용되지 않았던 로르샤흐 검사를 MMPI와 함께 대표적인 성격검사 도구로 발전시킵니다.

미국에서는 한때 정신분석이 유행일 때는 로르샤흐 검사가 임상가들이 가장 즐겨 사용하는 검사 도구이기도 했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쇠퇴하고 난 뒤에는 선호 순위 20위 밖으로 밀려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차츰 순위를 회복해서 최근에는 8위 정도에 위치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1위는 MMPI-2). 검사에 대한 수많은 논란과 오해가 함께 해 왔으며, 무엇보다 다른 객관식 검사와 달리 임상가들이 시행하기에도 매우 오랜 시간과 큰 노력이 소모되는 것을 감안할 때, 상당히 높은 순위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Q: 심리학자들은 왜 이리 과민반응하는가?

심리학자들의 윤리강령에 검사도구에 대한 비밀을 유지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로르샤하 뿐만이 아니라 모든 검사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것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심리학자들이 무슨 비밀결사대도 아닌데 무슨 대단한 비밀이라고 이런 강령을 지키려고 할까요? 누구 말처럼 심리학자들이 검사를 '부두교 주문'처럼 지키려고 하는 걸까요?

사실 공부하면 다 알 수 있는 내용이니 완전한 비밀은 아닙니다. 어차피 심리학과 학부생들은 심리검사나 평가 수업을 듣게 되므로 수 많은 학생들이 심리검사의 과정이나 절차를 학습합니다.

그렇지만 심리학과 학생들은 검사의 이론적 원리나 해석의 절차에 관해서 배경 지식이 있는 상태이며, 발생할 수 있는 오해의 대부분 공부하는 과정에서 줄일 수 있습니다. 사실 저만 해도 배우기 전만 해도 로르샤흐 검사는 정신분석적 이론에 기반을 둔, 타로 카드와 별 다르지 않은 미신적 검사라고 생각했을 정도니까요. 물론 공부를 하더라도 각각의 선호나 취향은 남겠지만, 제가 가지고 있던 선입견과 같은 기본적 오해들은 씻겨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이와 달리 일반인들은 오해가 생기기도 쉽고 이를 해결하기도 어렵습니다. 더욱이 그게 본인이나 주변인에게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학부생들은 심리검사를 배우기 전에 미리 검사를 받아 보도록 권유받습니다. 왜냐면 검사의 과정이나 절차를 알아버리면 개인의 인지가 거기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위키에 이 정보를 공개했다고 하는 제임스 하일먼이라는 사람은 "시력 측정도구로 가장 유명한 스넬렌(Snellen) 시력검사표의 글자들도 모두 위키피디아에 공개돼 있다"하며 시력 측정자가 시력 검사표의 글자를 사전에 외우지 않듯이, 성격검사를 받고 싶은 사람은 로르샤흐 얼룩을 미리 보지 않으리라는 논리를 폈다."라고 합니다. (조선일보 인용)

같은 논리로 이 사람의 주장을 비판해 보겠습니다. 시력을 측정하려는 사람이 시력 검사표 글자를 사전에 외울 만한 필요나 동기가 있다면 외우려 하지 않겠습니까? 시력이 낮으면 입시나 취업에 손해를 받는다건가 하는 경우처럼요. 그럼 그 사람은 당연히 슬쩍 시력 검사표를 보고 외워서 둘러대겠죠. 또한 우연히라도 미리 검사표를 보게 된다면, 예를 들어 안경을 쓴 상태에서 검사를 하고 이후에 안경을 벗고 시력 검사를 한다면, 그게 제대로 된 시력 검사일까요? 결국 시력검사조차도 선행된 정보에 쉽게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동기만 충분하다면 결과가 오염될 가능성은 풍부하다는 거죠.

무엇보다 다른 무엇보다 로르샤흐 검사는 '개인의 주관적 경험'을 파악하기 위해 마련된 검사이기 때문에, 타인들이 보고하는 내용이나 반응하는 방식 등을 미리 알게 된다던가 하는 경우, 그만큼 오염되는 부분이 커지게 되고 개인의 정보를 타당하게 파악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시력이 나쁜 사람이 시력이 좋게 나오게 되면, 결국 그건 누구에게 안좋은 일입니까? 다른 동기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거짓을 말한 자기 자신에게 부정직한 일이자 검사를 시행한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게되어 좋지 않은 일입니다.

이처럼 검사가 사전에 노출되게 되면 검사를 가지고 개인의 심리적 정보를 파악하려는 심리학자들에게 큰 리스크를 가중시킵니다. 검사를 통한 성격 파악 자체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닐진데 거기에 검사 왜곡의 가능성을 높힌다면 당연히 결과 해석이 더 어려워지는 거죠. 이는 검사를 받는 사람들에게도 바람직한 결과가 아닌 것이죠. 잠재적으로 어떤 목적으로 검사를 받을 지 모른 상황에서 인터넷을 통해서 부정확한 검사 정보가 남용되어서는 결국 개인들 모두에게 손해입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아마 심리학자들도 무언가 방도를 생각하긴 해야할 것 같습니다.)



Q: 위키피디아의 정보 공개, 무엇이 문제인가?!

일부에서는 여전히 자기 나름의 해석 방식이나 정신분석적 해석 방식을 유지하기도 합니다. Exner 체계를 따르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죠. 검사의 채점과정보다 보고한 반응의 내용에 중심을 두고 해석하는 방식이죠. 마치 '굴뚝이나 솟대'는 남자 성기를 상징하고 '동굴'은 여자 성기를 상징한다고 해석하는 정신분석적 해석과 같습니다(아주 극단적이고 나이브한 해석 예죠. 실제로 이렇게 하진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그리고 현재 위키에서 '로르샤흐 검사 정답 반응'이라고 올라온 내용이 거의 이러한 방식으로 해석하는 것을 두고 이야기되는 것입니다. 결국 위키에 올라온 내용은 60년대 수준의 해석 방식이란 것입니다. 거의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심리테스트나 사이코패스 테스트에 가까운 유치한 수준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설명을 하고 있어서 거의  '도시괴담'에 가까운 내용입니다.

또한 위키의 정답으로 제시된 것들은 대중적 반응을 이야기하며 정상 비정상이 나눠진다고 이야기 하는데, 당연하지만 이것만 가지고 정상 비정상을 나누지 않습니다. 혈액형처럼 사람 성격이 그렇게 쉽고 확실하게 구분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은, 실제 새상이 그렇질 않잖아요? Exner 체계에서는 복잡하되 체계화된 방식으로 로르샤흐 검사를 개선시켰습니다. 복합적인 성격 양상을 검사를 통해 반영하려고 했기 때문에 쉽게 해석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습니다!

로르샤흐 검사는 매우 복잡한 기호화 절차 및 채점 및 계산 절차, 계열적 해석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시간도 오래걸리고 상당히 피곤한 절차지만 최소한 이 방식이 위에서 제시된 것과 같은 방식보다는 훨씬 의미있는 정보를 주기 때문이죠.(유능하고 경험많은 임상가들은 당연히 초보자들보다는 더 능숙하게 하겠지만요)

검사를 가지고 진단이 결정되는 것처럼 설명한 것도 위키의 문제입니다. 물론 어떤 수준낮은 검사자들은 MBTI만 가지고도 성격을 규정짓기도 하고 MMPI만 가지고도 진단을 확정하기도 합니다. 그건 그 검사자들의 질이 떨어지는 문제이지 검사가 가진 문제가 아니죠.
 

그렇지만 일부에서는 이런 이유(하나의 검사가 완전하지 않다는 점) 때문에 심리검사들에 대해서 적대감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때문에 심리검사들을 무용지물로 만들려는 목적으로 전형화된 반응 정답들을 외워서 검사를 받겠다는 사람들이 있는거죠. 저는 이게 다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심리검사 하나 가지고 진단이 결정될 리가 없습니다.

또한 검사만 가지고 진단이 결정되지도 않구요. 
보통 검사는 하나만 시행되기보단 풀배터리로 시행됩니다. 풀배터리를 시행하고, 거기에 면담까지 진행하는 이유는 모두 임상가들이 기본적으로 하나의 검사 결과에 대해서 보수적이고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예전에는 오해했었기에 그런 관점을 이해하기 때문에, 오히려 분명하게 말씀드립니다.
사람들의 오해와 달리, 로르샤흐 검사는 매우 상식적인 검사입니다.

또 이어서 쓰도록 하겠습니다.



Posted by feveriot

풀배터리(full-battery)란, 간단하게 설명해서 "심리검사 종합 선물세트" 입니다. 정신건강용 종합검진이라고 보시면 될 듯 싶네요.

국내에서 실시되는 성인용 풀배터리 검사에는 K-WAIS, MMPI, 로르샤하, SCT, HTP, BGT, MBTI 총 7 가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말 간단하게 요약해서 K-WAIS는 지능검사, MMPI는 다면적성격검사, 로르샤하는 투사검사, SCT는 문장완성검사, HTP는 그림검사, BGT는 지각검사, MBTI는 성격유형검사라고 설명될 수 있겠습니다.

일반인이 정신과나 신경정신과, 심리상담소를 찾아가면 심리검사를 하게 되는데, 풀배터리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다면 왜 풀배터리 검사를 할까요?

본질적으로 종합검진을 하는 이유와 같습니다. 한 개인의 신체적 생리적인 건강 상태와 건강을 다각적인 측면에서 측정하는 것이 종합검진입니다. 혈압도 재고, 피도 뽑고, 심박도 측정하고, MRI도 찍고, 내시경도 합니다. 급한 중병에 대한 검사라기 보다는 잠재적인 위험요인이나 질병을 발견하고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종합검진을 실시하죠. 

그렇다면 과연 혈액 검사만 해서 그 사람의 전체 상태를 알 수 있을까요? MRI만 찍으면 끝날까요? 내시경만 하면 될까요? 각각의 검사로 파악할 수 있는 지점과 내용에 한계가 있는 게 당연합니다.

심리검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심리검사는 종류가 아주 많지만, 배터리에 포함된 검사들은 모두 어떤 한 인간에 대해서 여러가지 개별적 측면의 정보를 제공하는 점에서 대표성을 띠고 있는 검사들입니다. 서로 조금씩 중복된 부분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다른 측면의 정보를 제공합니다. 

때문에 한 검사에서 나온 결과와 다른 검사에서 나온 결과가 상반될 수도 있고, 그에 따라 또 다른 추론이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처음 정신과나 상담소를 찾는 내담자들에게는 풀배터리라고 불리는 심리 종합검진을 시도하는 것입니다.

추가적으로, 병에 걸리거나 외상이 존재하는 외과 환자의 경우에는 진찰이나 검사를 통해 보고 찾을 수 있지만, 심리적 문제의 경우에는 겉으로 눈에 띄게 드러나 있는 경우가 드물고 타인이 관찰한다고 쉽게 발견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어디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더 많은 정보의 출처가 필요합니다. 인터뷰만 가지고 환자의 모든 것을 파악해낼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심리검사가 남용되거나, 클라이언트에게 강요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란 점은 분명합니다. 내담자나 환자에게 비용과 시간적 측면에서 부담이 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며, 사실은 치료자나 면담자에게도 마찬가지 일이기 때문입니다. 숙련된 의사들의 경우에 손으로 만져보지 않고 단순한 질답만으로도 진단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보다 전문적인 검사자나 치료자의 경우에는 풀배터리를 시행하지 않고도 의뢰 목적에 맞게 어떤 사람의 상태에 대한 가설을 체계적으로 세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검사에서 미처 발견되지 못한 악성종양이 후에 큰 화가 되어 돌아오는 것처럼, 검사에서 정확하게 문제를 파악하지 못한 경우, 적절하지 못한 치료시도로 인해 효과가 떨어지거나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으며, 그 경우 비용과 시간 소모에 있어서 풀배터리 시행으로 인한 것보다 더 큰 낭비가 될 수 있으므로 일반적으로는 풀배터리를 시행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소한 경우라도 뇌에 충격이 가해지거나 병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조금 비싸지만 MRI검사를 하도록 하죠. 그와 같은 이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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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한도전 정신감정편!

평소에 무한도전을 즐겨보는 팬으로써, 개인적으론 여러가지 의미가 있었던 방송이었습니다.

블로그를 둘러보신 분들은 아실수도 있겠지만 제가 공부하고 있는 쪽이 임상심리학이다보니, 당연하게 이번 주(2/27) 방송 내용이 친숙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그렇지만 지난 주에 예고편을 볼 때 정신감정 특집으로 다뤄진다고 해서 기대 반 걱정 반이었던 게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대체로 그랬듯이, 방송에서는 이러한 민감한 분야들을 워낙 흥미 위주로 다루다보니(특히나 예능쪽임을 감안하면 더) TV를 보는 시청자들에게 어떤 오해를 항상 남기게 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죠.

결론적으로 방송을 시청하고 난 후 감상은, 정말 재밌었고, 다른 부분에서도 꽤 만족스러웠다는 생각입니다. 다시 한번 '김태호 PD'의 개념잡힌 방송에 찬사를 보냅니다.

무한도전은 리얼리티 버라이어티를 표방하고, 각 캐릭터들의 성격이 뚜렷하게 설정되어 있는 동시에, 그 캐릭터가 멤버들의 예능계에서의 성격을 대표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그들이 예능계에서 활약하는 아이덴디티를 분석해 보는 것은 충분히 재밌을 거라고 생각해왔습니다. 

노홍철의 경우 방송을 통해서만 보면 ADHD나 강박성격, 불안장애가 어느정도 유추되는 편입니다. 전진의 경우 공황장애를 겪었었다고 했었기에 그런 관점으로 보면 어느 정도 성격을 유추해볼 수도 있구요. 유재석이 보이는 캐릭터의 경우 상당히 복합적인 성격 구조를 가졌을 거라고 가정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멤버들 캐릭터의 성격이 워낙 뚜렷하기에 그 구조가 궁금하기도 한 거죠. 그렇지만 이렇게 하나의 특집으로 재미나게 구성해 놓을 줄은 몰랐기 때문에 놀랍기도 했고, 이번에도 "역시나 김태호 PD구나" 싶을 정도로 즐겁게 시청했던 것 같습니다.

방송에서는 주로 정신과 의사 분이 나오셔서 결과 해석과 사이코드라마 진행을 맡으셨기 때문에, '임상심리'가 어디에 나왔는지 궁금해 하실 것도 같습니다. 


◆ 무한도전 임상심리 특집?

임상심리가 뭐냐? 하면 일반인들은 그게 뭔지 모르거나, 정신과 또는 상담치료와 구분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가장 큰 차이는 '인간을 보는 관점'의 차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야기가 길어지므로 패스하고 ^^; 좀 더 쉽게 설명하기 위해 하는 일의 차이로 보자면.. 상호 간에 공유하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구분하기 어려운 점도 많긴 합니다. 그래서 어떤 부분이 다른지 오늘 보신 방송을 언급하면서 이야기드릴까 합니다. 

일단 멤버들의 지능검사와 심리검사를 맡았던 분들은 아마도 임상심리 전문가 또는 정신보건 임상심리사였을 거고, 다시 말해 임상심리학자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임상심리학자가 가장 활발하게 활약하는 분야가 심리검사 분야거든요. 지능검사를 왜 심리학자가 하느냐면, 지능도 심리 및 성격과 밀접하게 관련맺는 중요한 구성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며 장애를 판단하는 데도 주요하게 영향 미치기 때문이죠.

그리고 방송에서 드러나는 것은 아니지만, 검사의 해석을 맡는 것도 임상심리학자가 하는 일입니다. 여러 검사의 실시와 결과 분석을 통해서 각 정보들을 통합하고, 결과 해석을 통해 결론적인 보고서를 제출하는 일까지 임상심리학자의 주업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방송에서 정신과 의사 분께서 했던 멤버들의 성격에 관한 해석들은 대부분 임상심리학자로부터 제출된 보고서를 바탕으로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신과 의사들은 주로 의학적 지식과 약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진단과 처방, 치료를 도맡아 하기 때문에,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정신과 의사가 심리검사를 직접 실시하거나 보고서를 쓰는 경우는 없을 겁니다.

* 참고로 웩슬러 지능검사 외에 법적 공신력을 지닌 지능검사는 없으며, 통칭 IQ를 부를 때 웩슬러 지능검사의 점수를 말하는 편입니다. 이것은 쉽게 130~150 사이 점수가 나오는, 초중고등학교에서 집단으로 행해지는 지능 검사와는 다릅니다. 실제로 무한도전 멤버들의 지능은 접대 멘트가 아니라 일반인 표준 또는 조금 우수한 수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 본격 사이코드라마 방송! 

사이코드라마를 시도했던 부분은 정말 재밌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흔히 가질 수 있는 잘못된 이해 중 하나인데, 사이코드라마는 "미친 짓 하는 연극"이란 뜻이 아닙니다. 여기서 psycho는 심리, 즉 심리극이란 뜻 입니다.

개인적으로, 학부 때 사이코드라마를 아주 살짝 했었기 때문에, 낯설지 않아서 더 재밌게 느껴졌죠. 아마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사이코드라마가 낯설기 때문에, 단순한 꽁트나 상황극으로 보였을 겁니다. 그 부분은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충분히 감안할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등장 인물들이 모두 웃길려고 준비하고 있으면 그게 꽁트죠 ^^;

저 개인적으로는 사이코드라마의 주인공이 되는 경험은 '여러 명 앞에서 스트립 쇼를 하는 기분'으로 기억하는데, 이는 자신의 고민과 문제를 여럿 앞에서 진솔하게 드러낸다는게 그 정도로 부끄럽고 어렵기 때문이죠.

그만큼 주변 상황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너무 아는 사람이 많거나 많은 이들한테 공개된 상태에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불안이 심하게 유발되거나, 또는 진짜 핵심 감정에 다가가지 못하고 회피하고자 해서 도저히 극을 진행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극을 지켜보는 관객들이 오늘 방송에서처럼 이래라 저래라 한다거나 하면 주인공이 아주 심각하게 상처를 받을 수 있죠. (이 경우 사진 속 박명수가 말한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다른 측면으로 보면 그것이 치료과정이기도 하지만요.)

아마 방송임을 어느 정도 감안하고 진행했기에 정신과 의사 분도 어느 정도 재밌게 진행하려고 했고, 또 편집과정에서 김태호 PD의 재밌는 멘트가 분위기를 유쾌하게 이끌었던 것 같습니다. 솔직히 멤버들의 사이코드라마 과정은 사이코드라마라기 보다는 상황극으로 생각하고 봤기에 일단 재밌었습니다.

* 만약 분위기가 잘 잡힌다면, 저 개인적으로는 전진과 노홍철이 주인공인 사이코드라마가 가장 보고 싶습니다. 


♣ 사이코드라마? 

사이코드라마는 '집단 상담' 기법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 상담 기법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집단 상담 역시 여러 가지가 있죠. 그 중에서도 아마 가장 유명한 상담 기법 중 하나일 것입니다. 개인의 핵심적인 문제와 그와 관련된 심리를 관계를 통해 역동적으로 드러내고 감정을 상징적으로 해소하는 과정을 그리는 하나의 상담 치료법입니다. 

주로 정신과 입원 병동에서 많이 사용하는 편이지만, 사실 일반인들에게 더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는 기법입니다. 예전에는 대학로 근처 소극장에서 일반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사이코드라마가 정기적으로 열려서 참가 해 본적이 있는데요. 지금은 그렇게 정기적으로 하는 곳이 있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정신과 의사들도 이 같은 상담 기법을 자주 사용하는 편이지만, 사실 대부분의 의사들이 그렇듯이 정신과 의사들도 매우 바쁘기 때문에, 상담 및 심리치료를 도맡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반면에 상담전문가들은 검사나 진단 보다는 상담치료 과정에 보다 전문적으로 개입합니다. 임상심리학자들은 처방만 빼면 정신과 의사와 상담자들이 하는 것들 대부분을 공유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런 권한이 무조건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충분한 교육과 수련을 받아야 가능한 일이죠.


◆ 아쉬웠던 점

물론 아쉬웠던 점도 아주 약간 있었는데요.

로르샤하 검사와 MMPI-2를 실시하지 않은 것입니다. 아무래도 시간이 더욱 오래걸리게 되고 그것들을 가지고는 방송을 재밌게 이끌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 부분까지 포함되었다면 멤버들의 좀 더 정확하고 통찰력 있게 심리를 파헤칠 수 있지 않았을까 해요. 물론 다른 정보가 이미 많이 있긴 했지만, 오늘 방송에서는 멤버들의 자료 해석에 있어서 약간 '바넘효과'가 보이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지능 검사의 일부 문제가 방송 상에서 공개되었습니다. 지능검사 문제 특성상 문제나 답안에 노출되면 어느 정도 영향 받을 수는 있기 마련입니다. 물론 노출 되지 않는 게 더 나았을 거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전체 문제가 공개 된 것도 아니고, 몇 문제 노출된 것 가지고 전체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칠 거라고는 생각하진 않기 때문에 큰 상관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노홍철과 정형돈의 하룻 밤은 치료라기 보다는 둘 만의 <1박 2일>이었달까요. 김태호 PD의 패러디 재능을 익히 알기에, 사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의 패러디를 시도하지 않을까 했는데 그냥 노홍철을 좀 괴롭히고 끝나더군요. 

약간 벗어난 이야기지만, 노홍철은 자신의 강박성격을 상당히 적응적으로 패턴화시킨 유형이라고 보기 때문에, 가만히 있는데 그것을 일부러 괴롭힐 필요가 있을까 싶었어요. 너무 깔끔떤다? 그런 비슷한 사람이나 좋아하는 사람도 많죠. 개인 성격이기야 하지만 노홍철의 정돈 강박 패턴보다는 정형돈의 규칙없고 책임감 부족하고 정리하지 않는 패턴이 좀 더 부적응적이고 남들을 피곤하게 하는 패턴이니까요. 또한 홍수법이 여기서 효과가 있을만한 것이었는지 의심스러웠습니다. 결과적으로 정형돈이라는 공포자극에 대한 혐오적 조건형성이 더 강해졌겠죠.


◆ 마치며

너무 재밌게 봤기 때문에 사실 더 이상의 사족을 다는 게 더 불필요할 것 같기도 합니다. 

예전에 쓴 글에서 적었지만(한국인의 정신과에 대한 일반적 인식?), 우리나라의 경우 여전히 정신건강에 관한 인식이 다른 나라에 비해 특히 떨어지는 편이며, 임상심리학자라는 직업에 대한 인지도 역시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때문에 저조차도 임상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사람들에게 그리 환영받는 분야가 아닌 것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무한도전을 통해서 재미나게 다뤄지고 나니, 하기 나름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좀 더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 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또한 무한도전이 하기에 따라서는 문과 특집, 이공계 특집이라든가 (기본적으로 예체능이니까 예체능 특집은 필요없겠죠 ^^) 여러가지 학문적 접합 시도가 나타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무한도전과 김태호 PD의 이번 시도에도 열렬한 박수를 보내며, 다음에도 더 재밌는 방송 기대하겠습니다 ^^

Posted by feveriot
얼마 전 뉴스를 보니 정신과 진료명을 바꾸는 것에 대해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향후 바뀔 가능성이 꽤 높아보입니다.

기사에 나온 것처럼, 분명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여전히 정신과 정신의학, 정신보건에 대해서 긍정적 인식을 많이 가지고 있지 못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고 봅니다.

사실 저 어릴 적 때만 해도 친구가 정신과에 다녀왔다는 이야길 들으면 그 친구가 무척 무섭게 보였습니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그 친구가 심각한 무언가 '병'을 가졌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요. 요즘 아이들의 경우엔 어떨까요? 아니, 요새 학부모들은 '정신과'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정신과를 보는 두 가지 대조적인 관점이 드러난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와 <패치 아담스>

제 개인적 경험을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얼마 전 한 시립 소아청소년 정신보건 센터에서 일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학교 정신보건 사업의 일환으로써 검사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일에 참여했었는데요. 

센터에서 하는 일이 일종의 정신보건 복지 사업이었기 때문에 무료로 검사와 치료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고, 그에 따라 1차 검사에서 선별된 학생들의 가정으로 검사 협조 연락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과연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러한 종류의 검사나 진료, 치료, 상담 등에 쉽게 응할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계속 심리학쪽 지식에 파묻히다 보니 이쪽 과업을 일반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는게 더 어려워졌거든요. 제 추측으론 절반 정도나 응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제 예상과 달리 2차검사가 요구되는 학생들 중 대략 70%정도가 검사에 응했고 절반 이상이 부모님과 함께 방문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방문한 학생들이나 부모님들도 어느 정도 걱정을 가지고 있었지만, 오히려 방문하고 나서 돌아갈 때 한결 가벼운 표정으로 가시는 걸 보며 우리나라에서 정신보건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화되었고, 앞으로도 변화될 수 있겠다는 것을 분명히 체험했습니다.

물론 제 기억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고, 정확한 통계를 낸게 아니라 인상에 기초한 것이므로 근거가 명확한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사실, 일부 연락을 받은 부모들이나 가정에서는 이상하게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폭언을 하는 사람들도 있긴 했었습니다. 그 경우 알았다고 정중하게 말하고 전화를 끊으려고 하면 오히려 자기들이 전화를 끊지 않고 매달리며 욕을 해대는 경우가 태반이었죠. 심리학을 안해도 이런 경우 생각나는 건 이 말밖에 없습니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여전히 심리학과 정신과에 대한 인식이 오해를 동반하고는 있지만, 앞으로 노력해볼만한 여지와 가치가 더 많다고 생각하게 된 경험이었습니다. 제가 정신과 진료를 받아본 것은 아닙니다만, 심리적인 맥락에서 관심을 받는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상황적 스트레스로 가득찬 나라에서는요.

개인적으로는 정신과 진료가 보험에 적용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상담도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보험을 적용할 수 있게 구체적인 제도적 장치나 법안이 마련되었으면 좋겠구요.

무엇보다 정신과 진료를 받는 것이 나 또는 내 아이에게 '정신병'이라는 '딱지'를 붙인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정신과 역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이지, '격리'하기 위한 것이 아니란 점을, 많은 분들이 알게 되길 기원합니다. 물론 점차로 그렇게 되리라 저는 분명히 믿습니다.
Posted by feveri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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