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ychology : taste/pathologic : clinical] - 로르샤흐 검사 오해 정리 및 정확하게 알기 (1)


조금 여유있게 글을 쓰고 싶었는데, 아침부터 로르샤흐 공개 뉴스가 네이버에 뜬 것을 본 이후로 상당히 흥분상태에 가까워서 뭔가 계속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전 글에서 이어서 계속해서 논란들을 좀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미 네이버나 다음, 구글 등으로 통해서도 상당부분 로르샤하 검사 카드들이 공개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하나 둘 씩 자기는 이러저러하게 보이니 뭔지 해석해달라, 식의 이야길 하는 얼라들이 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일단 검색되는 사진들을 얼른 전부 뒤엎어버리고 싶지만, 제가 어찌할 수 없으니 참 인터넷이 무섭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뭐든 공개되면 좋은 줄만 알았어요.

아무튼 현재 걱정스러운 것은 로르샤흐 검사가 인터넷에 난립하는 '심리테스트'나 '사이코패스 테스트'처럼 아무나 접해보고 자기는 뭘로 보인다, 뭐가 생각난다 이런 식으로 게시판에 글을 적고 알리는 행위가 늘어나고 있는 점입니다. 자기들이 그러고 싶어하는 걸 제가 말릴 수도 없는 법이니 그냥 차분하게 그런 짓이 얼마나 무의미한 지만 설명하겠습니다.

이미지를 몇 장 추가할까도 생각했는데, 아무리 인터넷에 널렸다고 해서 그걸 게시하는 건 역시나 미친 짓 같습니다. 가능하시면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검색이나 게시를 자제해주시길 부탁드릴 뿐입니다. 사실 저작권법 개정 때문에 사진 올리는 거 신중할 땐데... 위키가 뭐라 해도 아직 상품으로써 저작권이 분명히 존재하는 사진들입니다.

(로르샤흐 검사에 오염을 일으킬 수 있는 정보는 최대한 배제를 하는 한에서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Q: "저는 이 그림을 보고 이게 떠오릅니다. 이러면 무슨 성격인가효?"

이런 분들이 상당히 많아 보입니다. 외국 웹에서는 줄줄히 댓글 달아놓으며 장난치는 거 보고 기가 찼습니다. 근데 어느새 반나절만에 한국 웹에서도 상당히 많이 보이게 됐어요.

뭐 뉴스 보고 관심이 간거야 당연합니다. 역시나 조선일보 답게 아주 이야기를 호기심 당기게 써놨어요. 카드 공개 논란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떡하니 크게 사진도 박아놓는 역설적 모습을 보여주는 걸 보니 역시나 대한민국 1등 신문 조선일보 답더군요. (링크: 이 그림에서 뭐가 떠오르시나요?)

심리테스트나 혈액형 성격이 호기심 가는 것 다 이해합니다. 더구나 로르샤흐 검사처럼 뭔가 있어 보이는 검사에는 더더욱 그렇겠죠. 대부분의 검사는 안면타당도가 높습니다. 누구든지 자꾸 하다보면 뭘 검사하려고 하는지를 대충이라도 알 수 있게 되죠. 그렇지만 로르샤흐 검사는 안면타당도가 낮아요. 뭘 어떻게 재는 건지 참 알 수가 없습니다. 검사를 공부하는 입장이 아니라 단순히 받는 입장에서는 도무지 납득이 안될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단순히 로르샤흐 검사에 대한 이야길 접하고 그에 대한 흥미나 해석을 받고 싶은 욕구는 이해가 되요.

근데 이렇게 모두 볼 수 있게 인터넷에 떡하니 올려놓는 건 대체 무슨 이야길 듣고 싶은 건가요? '미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듣고 싶은 건지 '천재'라는 이야기가 듣고 싶은 건지?

잘못된 부분부터 지적하겠습니다. '연상'했다는 것 부터가 틀렸어요. 로르샤흐는 뭘 '떠올리게' 하거나 '연상'을 시키는 검사가 아닙니다.

단언하지만, 그런 식으로 인터넷에 어쩐다 저쩐다 아무리 보고해봤자 제대로 분석해 줄 수 있는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이런 저런 의미라며 해석해 줄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데, 아마도 제 생각엔 허풍쟁이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칭 정신분석가, 자칭 심리분석가, 자칭 독심술사 같은 사람들이 나서서 뭐라고 이야길 해댈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전문가라면 절대 그런 몰상식한 짓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검사를 아직 덜 깊게 배운 학부생들이 아는 체하려다가 무리하게 적용하지 않을까.. 그런 걱정은 좀 듭니다만.)

아마 사이코패스 테스트를 만들었다는 홉킨스 박사라면 아주 멋진 해석을 해주지 않을까 싶네요. '세상에서 2%의 사람만 이걸 사람으로 보는데 당신은 그렇게 이야기했으니 사이코패스다'식으로 말이죠. (쩝..농담이니 재미없어도 넘어가주세요.)


앞선 글 에서도 언급했지만, 영문 위키피디아에서 '이렇게 저렇게 라고 이야길 해야 정상이고 뭐라 이야길 하면 비정상이라 진단받는다'라는 이야기는 거의 허튼 소리에 가깝습니다. (한국 위키피디아는 정보가 간단하게 정리된 편이라서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림만 떡하니 올려둔 걸 보니 위키가 뭔가 작정하거나 홀린 것 같은 느낌이네요.)

또한 이렇게 저렇게 보고하면 성격적으로 어떤 의미를 뜻한다, 뭐 이런 식으로 설명해둔 블로그도 있긴 한데,  로르샤흐는 개인의 주관적 경험을 기준으로 결과를 해석하며 실제로는 매우 복잡한 체계를 거쳐야 개인에 적합한 해석을 할 수 있게 되므로 단순히 그런 포괄적인 설명으로는 개인에게는 거의 의미가 없습니다. A형이 이렇다 B형이 저렇다 식의 이야기와 별 다를 바가 없단 거죠.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로르샤흐가 그냥 단순한 그림 검사 같아 보이고, 정신분석에 심취한 심리학자에게 뭐가 보인다고 이야길 해주면 그 심리학자는 고민을 하면서, '그건 당신의 정신이 어쩌고 무의식이 어쩌고 리비도가 저꺼고 이런 상징을 말합니다'라고 말해줄 것 같은 고정관념이 있을 수 있겠죠... 물론 아주 옛날에 그런 방식으로 사용된 적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앞선 글 참조)

그렇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아요. 앞선 글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로르샤흐 검사는 중간에 검사체계의 혁신을 거쳤습니다. 현재 로르샤흐 검사자들은 표준화된 절차를 밟아 시행된 검사에 대해서 복잡한 기호화 체계와 채점 계산 체계를 거쳐서야 겨우겨우 해석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대학원 수준에서 전문적으로 심리학과 심리평가를 전반적으로 공부 한 학생이 아니라면 해석은 커녕 사용되는 언어나 원리를 이해하는 것조차 어렵습니다. 임상가들이 풀배터리 검사 후 결과보고서를 쓸 때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게 아마도 로르샤흐 검사일 겁니다.

그만큼 전문가들도 어렵고, 공을 들이고, 조심스럽게 해석하는 검사입니다. 타당도나 신뢰도에 대한 논란이 있기 때문에 그만큼 임상가들도 충분히 주의하면서 더 조심스럽게 행하려고 하죠. 해석자가 자칫 잘못하면 검사를 수행한 고객에 대한 상당한 오해를 가중시킬 수도 있으니까요.

단순하게 결론을 말씀 드릴게요. 로르샤흐는 아무리 허투로라도 인터넷에서 그림 좀 보고 뭐라 이야기했다고 해서 결과를 해석해 줄 수 있는 검사가 아닙니다. 아마 그건 결과라고 이야기할 수도 없을 겁니다. 검사를 정식 절차를 밟아서 시행했을 때도 의미있게 해석할 수 없는 '무효 프로토콜'의 경우가 생기는데 하물며 이런 식으로는... 한 마디로 인터넷에 올려놓는 걸로는 해석이 불가능하고, 행여 해석해주는 이가 있어도 대체로 허풍쟁이일 것이라는 결론입니다.



Q : "뭐 올려두면 누가 해석해줄 수도 있을텐데, 올려두면 뭐 어때요?"

어떤 생각을 하든 자기 마음이고 자기가 올리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그렇지만 저는 가끔 보면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MBTI나 MMPI자료를 올려놓는 사람도 봤는데 솔직히 저는 그 사람들이 노출증이 있지 않나 싶었습니다.

물론 저희들도 검사 공부를 하거나 재미삼아 서로 MBTI가 무슨 유형인지 알아보기도 하고, MMPI 프로파일이 어떤지 비교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저희는 일반인의 경우와는 좀 다르죠. 검사나 결과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알게 되고 또 어찌보면 많이 알아야 되는 입장이니까요.

그렇지만 공공연하게 프로파일이나 검사결과를 올려놓는 것은 글쎄요... 보통 사람이라면 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알아주길 바라는 건가요?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 "A형 여자는요..."라는  글들을 열심히 스크랩하는 사람들 처럼?

혈액형 심리학은 어차피 타당도가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접근하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MBTI나 MMPI 결과를 비롯한 심리검사 결과는 본인이 검사를 해서 도출된 결과이기 때문에 결과 프로파일은 전적으로 자기 자신의 어떤 사적인 부분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되는 겁니다. 설령 대충했다거나, 거짓으로 했다고 해도 말이죠.

주민등록번호나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생일, 가족, 인간 관계, 성격. 누구에게 쉽게 알려주려 하나요? 보통은 쉽게 알려주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전부 중요한 개인의 사적 정보들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자신의 검사 결과는 자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지 마음껏 올려놓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볼 때마다 너무 안타깝습니다.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되어서 중국에서 보이스피싱에 남용되는 것처럼, 검사 결과도 하나의 개인 정보로써 그걸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징 사람들이 보면 쉽게 이용당할 수 있습니다. 주의가 필요한 일입니다.

로르샤흐도 마찬가지입니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기본적으로 그런 식의 반응으로는 정식 해석 체계의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 불충분하고 타당하지 못한 결과 프로토콜이기 때문에 해석을 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나 Exner 체계의 해석은 일정한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 경우 검사결과의 해석 자체를 하질 않습니다. 하지만 정식 절차에 따라 해석 될 수 없다고 해서 그것들이 개인 프라이버시에 포함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로르샤흐 카드는 개인 고유의 주관적 경험을 이끌어 내는 것이 목적이므로, 다시 말해서 로르샤흐 그림을 보고 만들어 낸 어떤 언급조차도 이미 개인 고유의 프라이버시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니홈피나 블로그, 카페에 자기 반응를 적어서 공개해놓은 사람들은, 결국 해석하기에 불충분해서 누구도 해석해주지 못할 텐데, 괜히 개인 프라이버시만 공개하는 꼴이 되는 겁니다.

제대로 된 검사를 받을 경우, 검사에 대한 반응들은 남들과 공유할 만한 게 절대 아닙니다. 아무리 친하고 가까운 사람이라고 하더라도요. 때문에 심리학자들의 윤리강령에도 내담자와 내담자의 정보에 대한 비밀 유지가 포함되어 있는 거구요. 그런 걸 인터넷 상에 올려두는 게 어떤 의미인지 좀 더 생각을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로르샤흐 검사는 인터넷에 널린 재미로 하는 심리테스트가 아니니까요.
Posted by feveri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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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27 18:59 신고

    잘 읽고 갑니다.. 심리검사에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리나라는 오늘에서야 네이버에 뜨면서 이슈가 되었기에 아직 큰 논란이 일어나진 않았습니다만, 외국에서는 이미 상당한 논란과 함께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부터 위키의 카드 공개와 관련된 글을 쓴 외국 웹을 검색해본 결과 여기에 관한 사람들의 반응을 대충이나마 몇 가지로 나눠볼 수 있었습니다.

1) 로르샤흐 검사 자체에 대한 회의론자들
2) 로르샤흐에 대해 잘 모르면서 아는 체하고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이들 (주로 찌질이들)
3) 자기는 이렇게 저렇게 보인다면서 어떻게 해석되냐고 물어보는 사람들
4) 카드 공개에 대해서 걱정하는 사람들 (주로 심리학자들)

일반인들도 상당히 호기심이 이는 뉴스거리인데, 현재 외국 웹에서는 무분별하게 거짓되고 왜곡된 정보가 돌아다니는 것 같아서, 저라도 이번 사안에 대해서 일반인들이 가능한한 이해하기 쉽고 간단하게 정리 해보겠습니다.

(미국에서는 로르샤흐를 로어셰크란 발음으로 읽습니다.
네, 와치맨의 로어셰크란 캐릭터 자체가 로르샤흐 검사를 패러디한 겁니다.)


Q: 로르샤흐 검사는 무엇이고 어떻게 발전했나? 과연 믿을만한 검사인가?

20세기 초에 유행했던 데칼 꼬마니를 이용해서 스위스의 헤르만 로르샤흐란 인지심리학자가 만든 잉크반점 검사입니다. 로르샤흐 검사는 여러가지 굴곡의 역사가 많은 검사입니다.

로르샤흐는 처음에 정신분열병 환자들이 잉크반점의 영역을 보고 특이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발견하고 검사를 개발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리 선호되는 검사가 아니었습니다. 때문에 어떤 출판사도 출판을 해주려 하지 않다가 작은 출판사에서 출판을 해주기로 했는데, 로르샤흐 본인이 제대로 된 연구도 없이 일찍 사망해버린 데다가 출판사가 망한 탓에 출판사 창고에 그대로 쭈욱 잠들어 있게 됩니다. 그러다가 독일의 대형 출판사가 망한 출판사를 인수하면서 다시 빛을 보게 된 것입니다. (그 출판사가 현재 위키에 저작권 고소를 한 호그레페 후버 출판사입니다. 여전히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 정신분석학이 한창 인기던 미국에서, 스위스에 다녀온 한 학자가 로르샤흐 검사를 정신분석적 검사 용도로 미국에 도입하기로 합니다. 당시 미국은 유럽 못지 않게 정신분석학 상담이 대세를 이루었기에 로르샤흐 검사 역시 빠르게 퍼지며 유행하게 됩니다. 약간 신비한 듯 하면서 안면 타당도가 높지 않은 검사였기에 정신분석 학자들이 투사검사로 선호할 만했을 겁니다.

그렇지만 점차 정신분석에 대한 논란과 반감이 증가하면서, 이와 동시에 로르샤흐 검사에 대한 비판 역시 제기됩니다. 검사자마다 통일되어 있지 않고 제각각인 시행 절차, 거의 무용지물인 채점 절차, '보고한 내용'이 정신분석적 성적 상징들로 해석되어 정신분석적 이론에 입각해 되는데로 이야길 늘어놓는 해석 절차, 규준의 부재와 타당도의 의심 등 심각한 결함들로 인해, 상당한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고 일부 심리학자들은 로르샤흐 검사를 공공연하게 쓰레기 취급하기도 했습니다. 최면, 강령술, 꿈의 분석 등과 함께 유사심리학으로 취급하며 정신분석을 배척할 때 같이 몰아내버리려 했던 거죠.

> 로르샤흐 검사를 대표로 해서 일반인들에게 심리검사에 대한 고정관념적 인상이 결정된 것은 이때 입니다. 한 때 인기가 있었기에 로르샤흐 검사는 TV에도 나오는 등 유명세를 떨쳤습니다. 사람들은 로르샤흐 검사를 '신비하고' '겉보기에 알 수 없으며'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보게 되고, 정신분석과 동일 선상에 놓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 정신분석이 심리학 역사의 뒷길로 내몰리면서 로르샤흐 검사 역시 쇠퇴하게 됩니다. 결국 임상가들도 점차 로르샤흐 검사를 사용하지 않게 되었으며 대신 객관적 검사를 대표하는 MMPI가 그 위치를 차지하게 됩니다.


아마도 쭈욱 그렇게 되었으면 아마 로르샤흐 검사는 정신분석과 같이 이름값만 남은 존재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Exner라는 심리학자가 로르샤흐 검사를 살리기 위해 대대적인 경험적 연구를 시행합니다. Exner는 정신분석적 이론에 입각한 검사의 시행과 해석을 최대한 배제하고, 경험적 연구에 근거해서 시행 절차와 채점 절차, 해석 절차를 정립하고 이를 발표합니다. 이전에 정신분석적 용도로 로르샤흐 검사를 사용하던 이들이 반발을 했지만, 그들과 달리 Exner는 연구한 데이터를 근거로 들이대기에 모두가 수긍하고 따라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Exner 종합체계'라는 것을 만들었고 현재의 로르샤흐 검사는 대부분 이것을 따라 시행하고, 채점되고, 해석되는 절차를 따르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계속된 경험적 연구와 수정으로 이전엔 정신분석적 상징의 근거 도구 정도로 밖에 사용되지 않았던 로르샤흐 검사를 MMPI와 함께 대표적인 성격검사 도구로 발전시킵니다.

미국에서는 한때 정신분석이 유행일 때는 로르샤흐 검사가 임상가들이 가장 즐겨 사용하는 검사 도구이기도 했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쇠퇴하고 난 뒤에는 선호 순위 20위 밖으로 밀려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차츰 순위를 회복해서 최근에는 8위 정도에 위치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1위는 MMPI-2). 검사에 대한 수많은 논란과 오해가 함께 해 왔으며, 무엇보다 다른 객관식 검사와 달리 임상가들이 시행하기에도 매우 오랜 시간과 큰 노력이 소모되는 것을 감안할 때, 상당히 높은 순위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Q: 심리학자들은 왜 이리 과민반응하는가?

심리학자들의 윤리강령에 검사도구에 대한 비밀을 유지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로르샤하 뿐만이 아니라 모든 검사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것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심리학자들이 무슨 비밀결사대도 아닌데 무슨 대단한 비밀이라고 이런 강령을 지키려고 할까요? 누구 말처럼 심리학자들이 검사를 '부두교 주문'처럼 지키려고 하는 걸까요?

사실 공부하면 다 알 수 있는 내용이니 완전한 비밀은 아닙니다. 어차피 심리학과 학부생들은 심리검사나 평가 수업을 듣게 되므로 수 많은 학생들이 심리검사의 과정이나 절차를 학습합니다.

그렇지만 심리학과 학생들은 검사의 이론적 원리나 해석의 절차에 관해서 배경 지식이 있는 상태이며, 발생할 수 있는 오해의 대부분 공부하는 과정에서 줄일 수 있습니다. 사실 저만 해도 배우기 전만 해도 로르샤흐 검사는 정신분석적 이론에 기반을 둔, 타로 카드와 별 다르지 않은 미신적 검사라고 생각했을 정도니까요. 물론 공부를 하더라도 각각의 선호나 취향은 남겠지만, 제가 가지고 있던 선입견과 같은 기본적 오해들은 씻겨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이와 달리 일반인들은 오해가 생기기도 쉽고 이를 해결하기도 어렵습니다. 더욱이 그게 본인이나 주변인에게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학부생들은 심리검사를 배우기 전에 미리 검사를 받아 보도록 권유받습니다. 왜냐면 검사의 과정이나 절차를 알아버리면 개인의 인지가 거기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위키에 이 정보를 공개했다고 하는 제임스 하일먼이라는 사람은 "시력 측정도구로 가장 유명한 스넬렌(Snellen) 시력검사표의 글자들도 모두 위키피디아에 공개돼 있다"하며 시력 측정자가 시력 검사표의 글자를 사전에 외우지 않듯이, 성격검사를 받고 싶은 사람은 로르샤흐 얼룩을 미리 보지 않으리라는 논리를 폈다."라고 합니다. (조선일보 인용)

같은 논리로 이 사람의 주장을 비판해 보겠습니다. 시력을 측정하려는 사람이 시력 검사표 글자를 사전에 외울 만한 필요나 동기가 있다면 외우려 하지 않겠습니까? 시력이 낮으면 입시나 취업에 손해를 받는다건가 하는 경우처럼요. 그럼 그 사람은 당연히 슬쩍 시력 검사표를 보고 외워서 둘러대겠죠. 또한 우연히라도 미리 검사표를 보게 된다면, 예를 들어 안경을 쓴 상태에서 검사를 하고 이후에 안경을 벗고 시력 검사를 한다면, 그게 제대로 된 시력 검사일까요? 결국 시력검사조차도 선행된 정보에 쉽게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동기만 충분하다면 결과가 오염될 가능성은 풍부하다는 거죠.

무엇보다 다른 무엇보다 로르샤흐 검사는 '개인의 주관적 경험'을 파악하기 위해 마련된 검사이기 때문에, 타인들이 보고하는 내용이나 반응하는 방식 등을 미리 알게 된다던가 하는 경우, 그만큼 오염되는 부분이 커지게 되고 개인의 정보를 타당하게 파악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시력이 나쁜 사람이 시력이 좋게 나오게 되면, 결국 그건 누구에게 안좋은 일입니까? 다른 동기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거짓을 말한 자기 자신에게 부정직한 일이자 검사를 시행한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게되어 좋지 않은 일입니다.

이처럼 검사가 사전에 노출되게 되면 검사를 가지고 개인의 심리적 정보를 파악하려는 심리학자들에게 큰 리스크를 가중시킵니다. 검사를 통한 성격 파악 자체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닐진데 거기에 검사 왜곡의 가능성을 높힌다면 당연히 결과 해석이 더 어려워지는 거죠. 이는 검사를 받는 사람들에게도 바람직한 결과가 아닌 것이죠. 잠재적으로 어떤 목적으로 검사를 받을 지 모른 상황에서 인터넷을 통해서 부정확한 검사 정보가 남용되어서는 결국 개인들 모두에게 손해입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아마 심리학자들도 무언가 방도를 생각하긴 해야할 것 같습니다.)



Q: 위키피디아의 정보 공개, 무엇이 문제인가?!

일부에서는 여전히 자기 나름의 해석 방식이나 정신분석적 해석 방식을 유지하기도 합니다. Exner 체계를 따르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죠. 검사의 채점과정보다 보고한 반응의 내용에 중심을 두고 해석하는 방식이죠. 마치 '굴뚝이나 솟대'는 남자 성기를 상징하고 '동굴'은 여자 성기를 상징한다고 해석하는 정신분석적 해석과 같습니다(아주 극단적이고 나이브한 해석 예죠. 실제로 이렇게 하진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그리고 현재 위키에서 '로르샤흐 검사 정답 반응'이라고 올라온 내용이 거의 이러한 방식으로 해석하는 것을 두고 이야기되는 것입니다. 결국 위키에 올라온 내용은 60년대 수준의 해석 방식이란 것입니다. 거의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심리테스트나 사이코패스 테스트에 가까운 유치한 수준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설명을 하고 있어서 거의  '도시괴담'에 가까운 내용입니다.

또한 위키의 정답으로 제시된 것들은 대중적 반응을 이야기하며 정상 비정상이 나눠진다고 이야기 하는데, 당연하지만 이것만 가지고 정상 비정상을 나누지 않습니다. 혈액형처럼 사람 성격이 그렇게 쉽고 확실하게 구분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은, 실제 새상이 그렇질 않잖아요? Exner 체계에서는 복잡하되 체계화된 방식으로 로르샤흐 검사를 개선시켰습니다. 복합적인 성격 양상을 검사를 통해 반영하려고 했기 때문에 쉽게 해석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습니다!

로르샤흐 검사는 매우 복잡한 기호화 절차 및 채점 및 계산 절차, 계열적 해석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시간도 오래걸리고 상당히 피곤한 절차지만 최소한 이 방식이 위에서 제시된 것과 같은 방식보다는 훨씬 의미있는 정보를 주기 때문이죠.(유능하고 경험많은 임상가들은 당연히 초보자들보다는 더 능숙하게 하겠지만요)

검사를 가지고 진단이 결정되는 것처럼 설명한 것도 위키의 문제입니다. 물론 어떤 수준낮은 검사자들은 MBTI만 가지고도 성격을 규정짓기도 하고 MMPI만 가지고도 진단을 확정하기도 합니다. 그건 그 검사자들의 질이 떨어지는 문제이지 검사가 가진 문제가 아니죠.
 

그렇지만 일부에서는 이런 이유(하나의 검사가 완전하지 않다는 점) 때문에 심리검사들에 대해서 적대감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때문에 심리검사들을 무용지물로 만들려는 목적으로 전형화된 반응 정답들을 외워서 검사를 받겠다는 사람들이 있는거죠. 저는 이게 다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심리검사 하나 가지고 진단이 결정될 리가 없습니다.

또한 검사만 가지고 진단이 결정되지도 않구요. 
보통 검사는 하나만 시행되기보단 풀배터리로 시행됩니다. 풀배터리를 시행하고, 거기에 면담까지 진행하는 이유는 모두 임상가들이 기본적으로 하나의 검사 결과에 대해서 보수적이고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예전에는 오해했었기에 그런 관점을 이해하기 때문에, 오히려 분명하게 말씀드립니다.
사람들의 오해와 달리, 로르샤흐 검사는 매우 상식적인 검사입니다.

또 이어서 쓰도록 하겠습니다.



Posted by feveri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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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08 23:55

    검사에 대해 비전공자에게 유익한 글이네.
    주위 사람 중 괜한 오해 가진 사람 있으면 권해주고 싶다.
    동시에 평가도구에 대한 윤리적인 사용에 대해 더 많은 논의가
    일어나면 좋겠다. 미국에선 MMPI-2 같은 것을 사용할 때 상당히
    신중하게 하는데에 비해 한국은 너무 남발하고 기업체에서 인성
    검사랍시고 문항을 오용하는 경우도 많지. 중요한 문제인데 활발한
    논의가 일어나지 않아서 아쉽다.
    대학원 상담실의 평가 도구 사용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봐.

    • 2009.08.10 23:37 신고

      사실 저도 '언행일치하나?' '윤리적인 면에서 완전한가?' 하면 아니기 때문에 글을 쓰면서도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집니다.

      아직도 기본적으로 인간적으로 덜 성숙했기 때문인지... 심리학을 하는 학도로써 덜 성숙했기 때문인지... 구분이 안가기 때문에... 앞으로 가야할 길만 한참 남은 듯 싶네요.

      점점 고민이 많아지는 여름입니당.

◇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사이코 (Psycho, 1960)

현대적 서스펜스의 거장이자 스릴러라는 장르를 창조한 것으로 불리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대표작, [사이코]가 '사이코 스릴러‘의 고전명작이라는 것에 전 세계 영화 팬 누구도 이의를 제기 하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여주인공인 자넷 리가 욕실에서 끔찍하게 살해당하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가장 충격적인 반전이자, 고어가 나오지 않는 가장 끔찍한 장면으로 기억되며, 이후에도 수많은 오마쥬를 통해 반복되고 있습니다.  

 히치콕 감독은 프로이트 정신분석 이론에 매료되어 있었다는데요. [사이코]를 보면, 프로이트의 이론 없이 히치콕 감독이 과연 이 시나리오를 쓸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정신분석적인 내용이 많이 발견됩니다.  그 중에서도 프로이트가 아들러와 융 등의 비판에도 절대로 포기 못했던, 프로이트 정신분석의 '성적 성격 발달 이론'은 [사이코]를 통해서 전형적으로 드러납니다. 그 증거가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입니다.


 ◇ 오이디푸스 신화?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오이디푸스 신화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고대 그리스 테베의 왕 라이오스는 아들을 낳을 수 없다는 신탁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아들을 낳아서 아폴론의 미움을 받게 됩니다. 신탁을 받은 결과 아이가 장차 커서 자신을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할 운명이라는 이야길 들은 아버지 라이오스는, 목동을 불러서 이 아이를 산에 데려가 죽이라고 명령합니다. 그러나 아이를 불쌍하게 여긴 목동은 이웃나라 코린토스의 목동에게 아이를 건네주고, 또 이 목동은 아이를 왕실로 보내게 되어 그곳에서 오이디푸스[각주:1]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출생의 비밀을 모르고 지내게 됩니다.
  성장한 오이디푸스가 신탁을 받아보니 자신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리라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받아, 예언을 피하기 위해 코린토스의 왕실을 나오게 됩니다. 그러던 중 노상에서 어느 무리와 시비가 붙어서 싸움을 하게 되는데 한 노인을 칼로 찔러 살해하게 됩니다. 그 후 테베 앞에는 스핑크스라는 괴물이 길을 가로막고 사람들에게 수수께끼를 던지고 있다는 이야길 듣고, 오이디푸스는 그 수수께끼를 풀어서 스핑크스가 분개하여 자살하게 함으로써 고통 받고 있던 테베를 구출하게 됩니다. 마침 전왕이 신탁을 받으러 갔다가 의문사를 당해서 왕이 없던 테베의 신하들은 새로운 구세주 오이디푸스를 새 국왕으로 추대하게 되고, 오이디푸스는 관례대로 전왕의 부인인 이오카스테와 결혼하여 아들을 낳으며 살게 됩니다.  
베를 잘 통치하였음에도 온갖 재앙이 끊이지 않자, 오이디푸스는 아폴론의 신탁을 듣는데,  전왕을 죽인 자 때문이라는 이야길 듣고 백성에게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러나 사건을 추적한 결과 자신이 죽인 노인이 전왕이자 자신의 친아버지인 라이오스라는 것과 왕비인 이오카스테가 자신의 어머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눈을 칼로 찔러 실명시키고 왕위에서 불러나 딸과 방랑을 하다가 세상을 뜹니다.
   


◇ 프로이트와 '성적 발달 단계'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란, 앞서 말했듯이 정신분석에서 보는 성격 발달 이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적 성격발달'이라는 이론명에서도 볼 수 있듯이, 프로이트 이론의 바탕은 인간이 '리비도'라는 성적 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며, 이렇게 리비도가 부착[각주:2]되는 신체 부위에 따라 인간 성격이 발달되는 단계를 5단계로 구분했습니다. 프로이트가 어떻게 설명했는지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중심으로 살피겠습니다. 

구강기와 항문기를 거쳐서 3단계인 성기기에 이르면 리비도 에너지는 아동의 성기에 이르게 되는데, 이 시기에 아동은 일종의 자위행위와 같은 놀이를 하면서 자신의 성기에 관한 강한 호기심과 집착을 보입니다. 이러한 과정과 함께 아이는 이성 부모(남자애는 어머니)에게 강한 애착을 가지면서 이성 부모의 애정을 이등분하는 동성의 부모(남자애는 아버지)를 라이벌로 간주하고 강한 질투심과 경쟁의식을 보이게 되죠. 이것이 바로 프로이트가 이야기한 "오이디푸스 삼각관계"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남자애(하단)와 여자애(상단)의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대칭적으로 보여준 그림입니다.
이 그림만으로도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구조의 대부분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http://courses.washington.edu/freudlit/oedipus_complex.jpg 가 원 출처입니다.


남자애의 경우, 처음에는 어머니에 대한 강한 애정으로 인해 아버지에 대한 강한 경쟁의식을 불태우지만, 이후 아버지의 힘으로 인해 거세불안을 경험하고 어머니의 1차 애정대상이 아버지임을 확인하고 굴복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아이는 '과연 아버지에겐 있고 나에겐 없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되며, 이 의문을 풀기 위해 아버지를 관찰하고 동일시하기 시작함으로써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해결해나간다는 설명입니다.


프로이트가 오디이푸스 설명 대부분을 할애한 것은 남자애입니다. 여자애도 비슷한 내용을 적용하여 설명하였지만 여성에게 '남근'이 없다는 큰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리뭉실하게 설명하고 넘어갑니다. 후에 카를 융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여자아이 관점에 대해서 따로 엘렉트라 콤플렉스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만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만큼 극적인 의미는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영화 스토리는 따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영화 정보가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참고하세요.

DAUM 영화 '싸이코' 정보보기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Main.do?movieId=1899

지금부터 전개되는 설명을 잘 이해하기 위한 전제는, 1)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조금이나마 이해한 상태에서, 2) 영화 '싸이코'를 관람하고, 3) 마지막으로 저의 글을 읽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영화 속 주인공 '노먼 베이츠'의 정신분석이므로 최소한 영화를 관람해야 하는 것이 필수전제조건입니다. 
제가 정신분석 전문가가 아니고 기본적인 이론을 단순하게 적용한 수준이기 때문에, 기초적 내용만 이해하셨다면, 설명 자체는 어렵지 않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겁먹지 마시길 ^^;;




 명탐정 프로이트의 데뷔작, 살인의 해석


<사이코>를 이해하는 방식으로 머리를 쓸 수 있는 또 다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살인의 해석 The Interpretation of Murder>라는 소설은 프로이트와 융을 등장시킨 것으로 꽤 유명한 소설입니다. 정신분석 이론을 몰라도 이야기의 재미는 유지되만, 사건의 실마리를 얻기위해서는 프로이트의 고전적인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을 알아두는 것이 편합니다.

<살인의 해석>과 <사이코>의 결정적 차이는 프로이트와 융이 나오느냐 안나오냐의 차이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야기 속 살인 사건의 핵심을 이루는 인간 동기와 그 심리에는 정신분석학이 있습니다. 사실 <살인의 해석>은 제가 보기에 이론을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그려낸 것 같아서 그렇게 신기하지도 않고 그다지 재밌지도 않았습니다. ^^; (프로이트도 실상 거의 나오지도 않죠.)

정신분석학 이론의 과학적 근거는 사실 입증하는 노력을 포기했다고 봐야하지요. 또한 치료적 적용 범위에 관해서도 사실 말이 많습니다만, 이미 프로이트와 융의 사상은 철학적인 부분으로 넘어가서 이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나 영화는 상당히 많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관점에서는 정신분석의 이해도 필요한 것으로 봅니다.


 개인적 잡담

정신분석은 사실 아무렇게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론을 피상적으로 다루면 그냥 프로이트 철학이야기가 되어버리고, 무턱대고 없이 이론을 적용해버리면 망상계 상상계 공상소설을 쓰는게 됩니다.

사실 영화 줄거리나 인물들에 대해서도 마구잡이로 적용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히치콕 감독은 분명하게 프로이트나 융의 정신분석 이론을 적용해서 인물을 창조해내고 정신분석적 관점의 신경증 이야기를 영화 소재로 즐겨 다루었다고 하기에 한 번 목적과 의도성을 가지고 적용해본 것입니다. 사실 제가 적은 내용은 현실에서는 전혀 뜬금없는 이야기일 가능성이 큽니다. 저 나름대로는 노력해서 쓰긴 했지만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것은 아니기에 이런 해석도 있다고 참고만 해주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D

  1. '부풀어 오른 발'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아이를 버리러 갈 때 발목을 못으로 박아서 잡고 갔기 때문에 오이디푸스의 발목이 부풀어 있었다고 하죠. [본문으로]
  2. cathexis. 성적 에너지가 특정 대상에 집중하여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보통 특정 인물이나 신체 부위에 부착된다고 보았으며 그 변화 과정이 성적 발달단계입니다. [본문으로]
Posted by feveri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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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22 15:38 신고

    심리학이나 정신학적 얘기들이 많네요.. 저도 관심 있는 얘기들인데 ^^

    인터넷 악플러들의 정신상태에 대해서 한번 포스트 써주시면 어떨런지요?
    종종 들리겠습니다 ^^

    • 2008.10.22 15:45 신고

      인터넷 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민해보고는 있는데요. 그런 사람을 직접 만나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최소한의 추리라도 하려면, 인터넷에서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현실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해서 알아야 할텐데 그런 정보는 얻기가 어렵다보니;;

      언젠가 시도할 수 있도록 고민해두고 있겠습니다 :D

◆ 호문쿨루스?

Homunculus: 호문쿨루스.  

'작은 사람', 즉 중세에 요정을 부르는 말이었던 이 라틴어는 심리학에서도 나름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아주 기초적인 내용으로, 심리학 개론에도 나오죠.

심리학 개론을 공부하신 분은 'Homunculus'라는 말보다는 '신체운동뇌도' '신체감각뇌도'라는 말이 더 익숙하실 겁니다. (아마 시험 공부하느라 열심히 외우셨을거에요 ^^)

대뇌 피질 전두엽과 두정엽 각각에 운동과 감각 관련 담당 피질들이 모여있는 걸 발견한 사람은 신경외과 의사였던 펜필드Penfield 인데요. 그는 살아있는 뇌를 가지고 다양한 실험과 연구를 하여 결과를 보고 했습니다. 피질에는 고통을 느끼는 통각 수용기가 없기 때문에, 국소마취를 통해 머리 뚜껑을 열어서(^^;;) 대뇌 피질에 침들을 꽂고 전기적인 자극을 주었습니다. 이 연구를 통해 각각의 운동/ 감각피질 영역과 민감한 부분이 그만큼 더 넓은 피질을 차지 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예를 들어, 운동피질은 손가락과 입, 입술, 혀, 눈을 담당하는 부분의 피질이 넓고, 감각피질은 손과 혀 등이 넓은 것이죠.  그 비율을 본떠서 재구성한 인간 모형이 아래 사진입니다.








빨간 게 감각 호문쿨루스 모형이고, 파란게 운동 호문쿨루스 모형입니다.

 

 

여기에 누군가가 Homunculus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머리 속에 저렇게 웃기고 재밌게 생긴 사람이 살고 있다는 생각의 기원이죠. '신체운동뇌도' '신체감각뇌도' 물론 이러한 표현도 맞긴 하지만 번역 과정에서 본래의 그 재치있는 은유는 사라져버린 듯 해서 개인적으론 아쉬운 느낌이네요. 아무튼 인지심리나 신경심리학에만 관련되어있을 것만 같은 저 모형이 임상심리와 과연 관련이 있을까요?

 전혀 상관없어 보이던 아이디어에 접점을 그리도록 해 준 것이 <호문쿨루스>라는 만화였습니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 만화의 중요한 아이디어가 바로 여태 이야기했던 'Homunculus'죠. 기본적으로 '우리 머리 속의 Homunculus'는 저 사진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민감한 감각기관이나 잘 돌아가는 운동기관이 조금 다를 수도 있고, 사고로 운동기관을 손실한 경우에는 피질영역의 감각뇌도에도 이상이 생기게 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누구나 대충 저런 모습의 '작은 인간'이 피질 속에 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만화에서는 그러한 '뇌 속의 작은 인간, 즉 호문쿨루스의 모습이 사람마다 완전히 다를 수 있다'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모티브로 삼죠.


◆ 만화 <호문쿨루스> 내용

 <호문쿨루스>의 주인공은 '트리퍼네이션'이라는 뇌에 구멍을 내는 수술을 하게 되면서 일종의 육감에 눈을 뜨게 됩니다. 위에서 언급된 '각각의 인간들에게 잠재된 호문쿨루스'를 눈으로 볼 수 있게된 것입니다.   

트리퍼네이션의 원리를 설명하는 중.. 
사실 여부는 회의적이지만 왠지 설득력은 있네요.


이 <호문쿨루스>라는 만화에서 이야기하는 '호문쿨루스'는
'무의식적으로 투영되는, 개인에 대한 요약된 자기 보고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호문쿨루스'는 등장인물들 각자의 과거의 경험들과 약점, 내면의 본질 등이 함축된 결정체입니다. 만화는 그것이 외면화된 모습을 주인공이 볼 수 있게 되면서 생기는 이야기죠.  

저는 이 만화를 보면서 그러한 아이디어가 뇌 속에 꽂히는 순간, 머리 속에서 갑자기 엔돌핀이 파도치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런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더구나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접한게 너무 놀랍고 즐거웠습니다.   

등장인물들의 '호문쿨루스'에는 각자 그러한 모습을 갖게된 배경, 이유가 있고 동시에 그것이 드러나는 방식이 있습니다. 마치 임상심리학에서 말하는 내담자들의 '진단명'이나 '프로파일'처럼요. 무엇보다 '호문쿨루스'에는 개개인의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그 사람이 가장 원하는 것이 담겨져 있다는 것입니다.

   



 

주인공이 처음 목격하게 되는 지나가는 '호문쿨루스'들.

저런 걸 정말 보게 된다면 미쳤다고 생각하거나, 아무래도 무섭울 것 같네요.



◆ <호문쿨루스> 따져보기

공상으로 가득찬 것 같아 보이는 이 만화가 현실적인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요.단 '트리퍼네이션'이 허구가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시술임은 분명합니다. 중세 유럽이나 중남미 문명 등 몇몇 문화권에서 이을 통해 '특별한 정신세계'를 이룩하거나 '정신치료'의 역할을 한다고 믿어졌던 것도 맞구요. 현재도 아프리카 등지에서 하나의 치료법으로 취급되고 있다네요. (인터넷에 시술을 한 사람 이야기도 있습니다.물론 끔찍합니다 ^^;;)  ITAG라는 트리퍼네이션 보급 단체도 실존합니다. 그들은 트리퍼네이션이 현대의 항정신제 약물들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우울증을 치료하는데 트리퍼네이션보다 좋은게 없다고 주장하네요.

하지만 트리퍼네이션에 대한 신뢰성의 우려 역시 분명히 존재합니다. 첫째로 과학적 증거가 전혀 없는 상태이기에 현실에서도 의사과학으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정신병동 환자에게 관장을 행하고 피를 뽑고 굶기고 손발톱이빨을 뽑고 잠을 안재우고 의자에 않혀놓고 미칠듯이 돌리던 그런 18c의 치료법이나 동종요법, 안수기도요법과 큰 차이가 없어보입니다.  

두 번째로 트리퍼네이션은 너무 위험합니다. 요즘 누가 좀 우울하고 안절부절 못한다고 자기 뇌를 파내려고 하겠습니까? 누가 두개골에 구멍을 뚫겠습니까? 제가 보기엔 무차별적으로 행해졌던 '로보토미'나 '가축취급 정신병동'처럼 트리퍼네이션 역시 정신과학의 흑역사 중 하나로 취급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조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전혀 근거가 없는 '트리퍼네이션'과 달리, 사람들에게 뇌의 측두엽 특정 부위를 자극했을 때 '육감'이라고 칭해질만한 '영적 경험'을 한다는 것을 캐나다의 신경과학자 퍼싱거가 실험적으로 밝혀냈습니다.

원래 종교가 없었던 실험 참가자들은 그 부위의 자극을 통해 '어떠한 존재가 자신과 함께 있는 듯한'
'자신이 여태 느끼지 못했던 무엇인가를 느끼게 된 듯한' 경험을 했다고 보고하고 실험 후에 신앙을 가지게 된 사람도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결과 해석에 대한 약간의 논쟁거리도 있습니다만, 과학적 방법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트리퍼네이션보다는 신뢰가는 이야기죠.

그 이전에, 뇌 피질의 특정 부위를 자극하는 것만으로 사람의 경험을 바꿀 수 있다는 연구는 있었습니다. 펜필드의 실험이 사실상 그걸 증명했던 거구요. 그런데 영적 경험까지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점으로 봐서, 현실에서 만화같은 '호문쿨루스'를 보게 되는 일은 어려울지 몰라도 최소한 그런 기분을 내는 일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닐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그게 망상이든 뭐든 말이죠.


◆ <호문쿨루스> 심리학으로 뒤져 보기

여태까지는 사실적인 정보 내용을 파악하고 신경심리학적 연구와 관련해 이야길 해보았는데요. 이미 말했듯이 실상 '호문쿨루스'들이 임상적으로 사용되는 진단과 프로파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과 함께 임상심리학적 관점으로도 이야길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호문쿨루스'들의 상징성은 마치 프로이트 정신분석에서 꿈을 해석할 때 사용하는 상징의 해석과 비견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프로이트 정신분석에서는 꿈에서 나타나는 상징의 해석을 통해 내담자의 성적 무의식을 파악할 수 있다고 믿었죠.  

하지만 오히려 진단과 프로파일은 현재의 드러나는 증상과 행동 양상만을 가지고 판단할 수 밖에 없는 일시적이고 표면적인 것임에 비해서, 만화 속의 '호문쿨루스'는 쉽게 알아 볼 수 없는 미스터리 하긴 하지만 분명히 영속적인 가치가 있는 함축된 정보를 암시해준다는 점이 차이 같습니다.


또한 약간 뜬구름 잡는 것처럼 보이고 해석 자체가 환자에게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프로이트식 상징 해석과 달리 호문쿨루스는 분명히 실재하는 개인의 표상이면서 또한 시시각각 변화하는 것이니 치료적으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방법인 것이죠. (물론 만화 속에서의 이야기입니다.)

이 만화 속에서는 실제로 등장인물들에 대한 '치료'가 행해지게 됩니다. 만화이기에 그 방법이 조금 과격해 보이고 판타지성도 있기는 하지만,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공부해보신 분들은 그 방법이 실제로는 '직면적'이고 '현실역동적'인 상담 치료에 가까운 것임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제 관점에서는 아들러학파의 영향을 받은 방법에 가깝다고 보입니다.

만화에서 처럼 자신도 이유를 모르고 눈물을 흘리는 일이 있을까요? 있습니다. 꼭꼭 감추려고 피하려고 에너지를 많이 소비했던 만큼, 감정의 덩어리는 조금도 손상되지 않은채로 자신도 모르게 고이 남아있게 됩니다. 그것이 직면을 통해 피하지 못하고 드러나게 된다면, 그로 인해 감당해야할 감정의 위력도 큽니다. 일단 파헤쳐져 버린 감정은 인간 내부에서 순식간에 퍼져버려서 자신이 깨닫기도 전에 어떤 식으로든 홍수처럼 쏟아져 나와 버립니다. 

한 번 눈물을 쏟기 시작하면 쉽게 멈출 수가 없죠. 그 과정에서 이성은 별 역할을 못합니다. 한참 울고 나서야 왜 우는지 스스로 이유를 찾으려고 하죠. 그렇게 의미를 만들어 가는 거구요.

결국 <호문쿨루스>는 호문쿨루스를 볼 수 있게 된 주인공을 통해서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또는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고 피하고 싶은 약한 모습에 대해서 직면하게 되고 이를 통해 등장인물들이 자기를 규정짓는 '호문쿨루스'의 틀을 깨고 '진짜 살아있는 인간'으로 거듭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놀랍고 감동스럽지 않나요?

<사이코닥터>나 <어둠의 임상심리사> 같은 임상심리학 관련 만화를 전에도 본 적이 있습니다만, 그 만화들에서 다뤄지는 치료의 전형성과 비약성에 비해 오히려 SF같은 상상력을 지닌 이 만화가 훨씬 현실적이고 감동적이다!!(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저는 <사이코닥터>같은 경우, 선정적인 소재를 가지고 심리학과 정신분석에 대한 편견과 오해만 심어주는 만화라고 보거든요.)

이 만화가 현실적인 마지막 이유는, 실제로 Homunculus가 영속적인 것이 아니고 바뀌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유명한 신경과학자의 책인 <라마찬드란 박사의 두뇌실험실>을 보면 '환상사지'라는 희귀한 병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은 사고로 팔 다리를 잃은 후에도 팔 다리의 감각을 계속 갖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팔다리가 멀쩡한 사람들은 상상조차 어렵기에 일반적인 의사들과 심리학자들은 그들이 외상후 스트레스로 인한 해리증상이나 망상, 환각을 보인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그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은 라마찬드란 박사는 이 환자들을 데리고 직접 연구를 했고, 그 결과 실제로 그 사람들의 뇌는 그러한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고 합니다. 사지가 사라졌다고 해서 뇌의 피질 활성화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죠.

특히 사지 절단으로 인해서 사용되지 않게 되는 뇌의 감각피질(팔 다리)은 점차 가까운 곳에 위치한 피질(코 입)과 동화되어 가는데, 그 과정에서 원래 존재했었던 사지 감각(팔다리)과 새로 동화되는 감각(코나 입)이 혼선을 일으켰고 코나 입에 자극이 주어질 경우 아직 남아있는 팔다리의 감각을 느끼게 되었다는 거죠.

만약 그 사람의 대뇌 피질 감각 지도를 모형으로 만들어 본다면, 분명하게 일반인들과는 다른 모습이 되지 않을까요? 다른 연구에서도 음악가들의 뇌를 스캐닝했을 때 각 피질 영역의 차이가 발견됐는데요. 기타리스트들은 손가락에,  트롬본 연주자들은 입술에 더 많은 뉴런이 할당되어 있었답니다. 또한 지휘자들은 청각에 대해서 특수하게 발달되어 있었죠.

이처럼 뇌 안의 'Homunculus'는 실제로 삶의 과정에서 모습이 변형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감각, 운동 뿐만이 아니라 '특정한 주제'에 민감하거나 또는 반대로 '특정한 주제'에 약화된 누군가의 뇌가 있다면, 그 사람의 자기 표상은 그 사람이 가진 그 '특정한 주제'에 맞춰서 변형될 것임은 자명할 것입니다. 그게 꼭 만화와 같은 'Homunculus'가 아니더라도 말이죠.  


◆ 마치며

Homunculus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자기 표상, 즉 'self-image'를 가지고 있죠.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는 사람일 것이라는.. 그런 생각입니다. 물론 그런게 존재한다는 생리적이고 신경학적인 직접적 증거는 당장 없습니다만, 간접적으로 알 수는 있겠죠. 우울증이나 사회공포증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실제 모습을 왜곡합니다. 자기 스스로 '난 정말 못 생겨서 남들이 싫어해'라고 생각하고 거울을 보기조차 싫어하죠. '자신이 못 생겼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사람 중에서 저는 정말 예쁘고 잘 생긴 사람을 본 적도 있습니다. 약간 딴소리였나요..

이야기를 제대로 정리 못하고 마무리하는 느낌입니다만...위의 배경 지식들과 만화의 감동이 교차되면서 결론적으로 저에게 전달된 아이디어는 이것이었습니다. 

"만약 'Homunculus'처럼 뇌 안에 자기를 비추는 '작은 인간' 같은 기제가 정말 있다면? "
 

"그리고 그것을 만화 내용처럼 어떤 방법으로 방법이야 어떻든 '눈으로 볼 수 있게' 된다면?"

그런 상상을 하게 해줬다는 것만으로 저는 이 <호문쿨루스>만화에 대해서 경탄해 마지 않습니다. 언젠가 신경과학과 인지과학이 발달하고, 과학 기술이 발달하여... 그런 날이 분명히 오게 되리라고 믿습니다.

 ps. <호문쿨루스>는 아직 완결이 되지 않은 만화입니다.
현재까지도 충분히 재미있었는데, 왠지 조만간 결론이 나지 않을까 싶어서 더 기대중입니다.


Posted by feveri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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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22 15:39 신고

    호문쿨러스 만화는 저도 좋아 하는데.. 아직 완결이 안되서 완결되면 한번 처음부터 다시 읽어 볼까 해요^^

    • 2008.10.22 15:47 신고

      만화가 너무 뜨문뜨문 나와서 답답함이 크죠. 저도 항상 신간 나오면 예전 것부터 다시 봅니다. 그러다보니 언젠가부터는 완결되기 전에는 만화 재미가 떨어지더라구요. ^^;

  2. 2008.11.22 13:49 신고

    아, 이 작가의 또다른 명작인 고로시야 이치도 추천합니다.

    사디즘 대 마조히즘이라고 해야 할런지...

    혹시 못보셨다면 연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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