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ychology : taste/pathologic : clinical] - 로르샤흐 검사 오해 정리 및 정확하게 알기 (1)


조금 여유있게 글을 쓰고 싶었는데, 아침부터 로르샤흐 공개 뉴스가 네이버에 뜬 것을 본 이후로 상당히 흥분상태에 가까워서 뭔가 계속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전 글에서 이어서 계속해서 논란들을 좀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미 네이버나 다음, 구글 등으로 통해서도 상당부분 로르샤하 검사 카드들이 공개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하나 둘 씩 자기는 이러저러하게 보이니 뭔지 해석해달라, 식의 이야길 하는 얼라들이 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일단 검색되는 사진들을 얼른 전부 뒤엎어버리고 싶지만, 제가 어찌할 수 없으니 참 인터넷이 무섭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뭐든 공개되면 좋은 줄만 알았어요.

아무튼 현재 걱정스러운 것은 로르샤흐 검사가 인터넷에 난립하는 '심리테스트'나 '사이코패스 테스트'처럼 아무나 접해보고 자기는 뭘로 보인다, 뭐가 생각난다 이런 식으로 게시판에 글을 적고 알리는 행위가 늘어나고 있는 점입니다. 자기들이 그러고 싶어하는 걸 제가 말릴 수도 없는 법이니 그냥 차분하게 그런 짓이 얼마나 무의미한 지만 설명하겠습니다.

이미지를 몇 장 추가할까도 생각했는데, 아무리 인터넷에 널렸다고 해서 그걸 게시하는 건 역시나 미친 짓 같습니다. 가능하시면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검색이나 게시를 자제해주시길 부탁드릴 뿐입니다. 사실 저작권법 개정 때문에 사진 올리는 거 신중할 땐데... 위키가 뭐라 해도 아직 상품으로써 저작권이 분명히 존재하는 사진들입니다.

(로르샤흐 검사에 오염을 일으킬 수 있는 정보는 최대한 배제를 하는 한에서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Q: "저는 이 그림을 보고 이게 떠오릅니다. 이러면 무슨 성격인가효?"

이런 분들이 상당히 많아 보입니다. 외국 웹에서는 줄줄히 댓글 달아놓으며 장난치는 거 보고 기가 찼습니다. 근데 어느새 반나절만에 한국 웹에서도 상당히 많이 보이게 됐어요.

뭐 뉴스 보고 관심이 간거야 당연합니다. 역시나 조선일보 답게 아주 이야기를 호기심 당기게 써놨어요. 카드 공개 논란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떡하니 크게 사진도 박아놓는 역설적 모습을 보여주는 걸 보니 역시나 대한민국 1등 신문 조선일보 답더군요. (링크: 이 그림에서 뭐가 떠오르시나요?)

심리테스트나 혈액형 성격이 호기심 가는 것 다 이해합니다. 더구나 로르샤흐 검사처럼 뭔가 있어 보이는 검사에는 더더욱 그렇겠죠. 대부분의 검사는 안면타당도가 높습니다. 누구든지 자꾸 하다보면 뭘 검사하려고 하는지를 대충이라도 알 수 있게 되죠. 그렇지만 로르샤흐 검사는 안면타당도가 낮아요. 뭘 어떻게 재는 건지 참 알 수가 없습니다. 검사를 공부하는 입장이 아니라 단순히 받는 입장에서는 도무지 납득이 안될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단순히 로르샤흐 검사에 대한 이야길 접하고 그에 대한 흥미나 해석을 받고 싶은 욕구는 이해가 되요.

근데 이렇게 모두 볼 수 있게 인터넷에 떡하니 올려놓는 건 대체 무슨 이야길 듣고 싶은 건가요? '미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듣고 싶은 건지 '천재'라는 이야기가 듣고 싶은 건지?

잘못된 부분부터 지적하겠습니다. '연상'했다는 것 부터가 틀렸어요. 로르샤흐는 뭘 '떠올리게' 하거나 '연상'을 시키는 검사가 아닙니다.

단언하지만, 그런 식으로 인터넷에 어쩐다 저쩐다 아무리 보고해봤자 제대로 분석해 줄 수 있는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이런 저런 의미라며 해석해 줄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데, 아마도 제 생각엔 허풍쟁이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칭 정신분석가, 자칭 심리분석가, 자칭 독심술사 같은 사람들이 나서서 뭐라고 이야길 해댈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전문가라면 절대 그런 몰상식한 짓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검사를 아직 덜 깊게 배운 학부생들이 아는 체하려다가 무리하게 적용하지 않을까.. 그런 걱정은 좀 듭니다만.)

아마 사이코패스 테스트를 만들었다는 홉킨스 박사라면 아주 멋진 해석을 해주지 않을까 싶네요. '세상에서 2%의 사람만 이걸 사람으로 보는데 당신은 그렇게 이야기했으니 사이코패스다'식으로 말이죠. (쩝..농담이니 재미없어도 넘어가주세요.)


앞선 글 에서도 언급했지만, 영문 위키피디아에서 '이렇게 저렇게 라고 이야길 해야 정상이고 뭐라 이야길 하면 비정상이라 진단받는다'라는 이야기는 거의 허튼 소리에 가깝습니다. (한국 위키피디아는 정보가 간단하게 정리된 편이라서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림만 떡하니 올려둔 걸 보니 위키가 뭔가 작정하거나 홀린 것 같은 느낌이네요.)

또한 이렇게 저렇게 보고하면 성격적으로 어떤 의미를 뜻한다, 뭐 이런 식으로 설명해둔 블로그도 있긴 한데,  로르샤흐는 개인의 주관적 경험을 기준으로 결과를 해석하며 실제로는 매우 복잡한 체계를 거쳐야 개인에 적합한 해석을 할 수 있게 되므로 단순히 그런 포괄적인 설명으로는 개인에게는 거의 의미가 없습니다. A형이 이렇다 B형이 저렇다 식의 이야기와 별 다를 바가 없단 거죠.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로르샤흐가 그냥 단순한 그림 검사 같아 보이고, 정신분석에 심취한 심리학자에게 뭐가 보인다고 이야길 해주면 그 심리학자는 고민을 하면서, '그건 당신의 정신이 어쩌고 무의식이 어쩌고 리비도가 저꺼고 이런 상징을 말합니다'라고 말해줄 것 같은 고정관념이 있을 수 있겠죠... 물론 아주 옛날에 그런 방식으로 사용된 적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앞선 글 참조)

그렇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아요. 앞선 글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로르샤흐 검사는 중간에 검사체계의 혁신을 거쳤습니다. 현재 로르샤흐 검사자들은 표준화된 절차를 밟아 시행된 검사에 대해서 복잡한 기호화 체계와 채점 계산 체계를 거쳐서야 겨우겨우 해석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대학원 수준에서 전문적으로 심리학과 심리평가를 전반적으로 공부 한 학생이 아니라면 해석은 커녕 사용되는 언어나 원리를 이해하는 것조차 어렵습니다. 임상가들이 풀배터리 검사 후 결과보고서를 쓸 때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게 아마도 로르샤흐 검사일 겁니다.

그만큼 전문가들도 어렵고, 공을 들이고, 조심스럽게 해석하는 검사입니다. 타당도나 신뢰도에 대한 논란이 있기 때문에 그만큼 임상가들도 충분히 주의하면서 더 조심스럽게 행하려고 하죠. 해석자가 자칫 잘못하면 검사를 수행한 고객에 대한 상당한 오해를 가중시킬 수도 있으니까요.

단순하게 결론을 말씀 드릴게요. 로르샤흐는 아무리 허투로라도 인터넷에서 그림 좀 보고 뭐라 이야기했다고 해서 결과를 해석해 줄 수 있는 검사가 아닙니다. 아마 그건 결과라고 이야기할 수도 없을 겁니다. 검사를 정식 절차를 밟아서 시행했을 때도 의미있게 해석할 수 없는 '무효 프로토콜'의 경우가 생기는데 하물며 이런 식으로는... 한 마디로 인터넷에 올려놓는 걸로는 해석이 불가능하고, 행여 해석해주는 이가 있어도 대체로 허풍쟁이일 것이라는 결론입니다.



Q : "뭐 올려두면 누가 해석해줄 수도 있을텐데, 올려두면 뭐 어때요?"

어떤 생각을 하든 자기 마음이고 자기가 올리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그렇지만 저는 가끔 보면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MBTI나 MMPI자료를 올려놓는 사람도 봤는데 솔직히 저는 그 사람들이 노출증이 있지 않나 싶었습니다.

물론 저희들도 검사 공부를 하거나 재미삼아 서로 MBTI가 무슨 유형인지 알아보기도 하고, MMPI 프로파일이 어떤지 비교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저희는 일반인의 경우와는 좀 다르죠. 검사나 결과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알게 되고 또 어찌보면 많이 알아야 되는 입장이니까요.

그렇지만 공공연하게 프로파일이나 검사결과를 올려놓는 것은 글쎄요... 보통 사람이라면 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알아주길 바라는 건가요?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 "A형 여자는요..."라는  글들을 열심히 스크랩하는 사람들 처럼?

혈액형 심리학은 어차피 타당도가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접근하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MBTI나 MMPI 결과를 비롯한 심리검사 결과는 본인이 검사를 해서 도출된 결과이기 때문에 결과 프로파일은 전적으로 자기 자신의 어떤 사적인 부분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되는 겁니다. 설령 대충했다거나, 거짓으로 했다고 해도 말이죠.

주민등록번호나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생일, 가족, 인간 관계, 성격. 누구에게 쉽게 알려주려 하나요? 보통은 쉽게 알려주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전부 중요한 개인의 사적 정보들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자신의 검사 결과는 자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지 마음껏 올려놓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볼 때마다 너무 안타깝습니다.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되어서 중국에서 보이스피싱에 남용되는 것처럼, 검사 결과도 하나의 개인 정보로써 그걸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징 사람들이 보면 쉽게 이용당할 수 있습니다. 주의가 필요한 일입니다.

로르샤흐도 마찬가지입니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기본적으로 그런 식의 반응으로는 정식 해석 체계의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 불충분하고 타당하지 못한 결과 프로토콜이기 때문에 해석을 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나 Exner 체계의 해석은 일정한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 경우 검사결과의 해석 자체를 하질 않습니다. 하지만 정식 절차에 따라 해석 될 수 없다고 해서 그것들이 개인 프라이버시에 포함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로르샤흐 카드는 개인 고유의 주관적 경험을 이끌어 내는 것이 목적이므로, 다시 말해서 로르샤흐 그림을 보고 만들어 낸 어떤 언급조차도 이미 개인 고유의 프라이버시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니홈피나 블로그, 카페에 자기 반응를 적어서 공개해놓은 사람들은, 결국 해석하기에 불충분해서 누구도 해석해주지 못할 텐데, 괜히 개인 프라이버시만 공개하는 꼴이 되는 겁니다.

제대로 된 검사를 받을 경우, 검사에 대한 반응들은 남들과 공유할 만한 게 절대 아닙니다. 아무리 친하고 가까운 사람이라고 하더라도요. 때문에 심리학자들의 윤리강령에도 내담자와 내담자의 정보에 대한 비밀 유지가 포함되어 있는 거구요. 그런 걸 인터넷 상에 올려두는 게 어떤 의미인지 좀 더 생각을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로르샤흐 검사는 인터넷에 널린 재미로 하는 심리테스트가 아니니까요.
Posted by feveri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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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27 18:59 신고

    잘 읽고 갑니다.. 심리검사에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리나라는 오늘에서야 네이버에 뜨면서 이슈가 되었기에 아직 큰 논란이 일어나진 않았습니다만, 외국에서는 이미 상당한 논란과 함께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부터 위키의 카드 공개와 관련된 글을 쓴 외국 웹을 검색해본 결과 여기에 관한 사람들의 반응을 대충이나마 몇 가지로 나눠볼 수 있었습니다.

1) 로르샤흐 검사 자체에 대한 회의론자들
2) 로르샤흐에 대해 잘 모르면서 아는 체하고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이들 (주로 찌질이들)
3) 자기는 이렇게 저렇게 보인다면서 어떻게 해석되냐고 물어보는 사람들
4) 카드 공개에 대해서 걱정하는 사람들 (주로 심리학자들)

일반인들도 상당히 호기심이 이는 뉴스거리인데, 현재 외국 웹에서는 무분별하게 거짓되고 왜곡된 정보가 돌아다니는 것 같아서, 저라도 이번 사안에 대해서 일반인들이 가능한한 이해하기 쉽고 간단하게 정리 해보겠습니다.

(미국에서는 로르샤흐를 로어셰크란 발음으로 읽습니다.
네, 와치맨의 로어셰크란 캐릭터 자체가 로르샤흐 검사를 패러디한 겁니다.)


Q: 로르샤흐 검사는 무엇이고 어떻게 발전했나? 과연 믿을만한 검사인가?

20세기 초에 유행했던 데칼 꼬마니를 이용해서 스위스의 헤르만 로르샤흐란 인지심리학자가 만든 잉크반점 검사입니다. 로르샤흐 검사는 여러가지 굴곡의 역사가 많은 검사입니다.

로르샤흐는 처음에 정신분열병 환자들이 잉크반점의 영역을 보고 특이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발견하고 검사를 개발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리 선호되는 검사가 아니었습니다. 때문에 어떤 출판사도 출판을 해주려 하지 않다가 작은 출판사에서 출판을 해주기로 했는데, 로르샤흐 본인이 제대로 된 연구도 없이 일찍 사망해버린 데다가 출판사가 망한 탓에 출판사 창고에 그대로 쭈욱 잠들어 있게 됩니다. 그러다가 독일의 대형 출판사가 망한 출판사를 인수하면서 다시 빛을 보게 된 것입니다. (그 출판사가 현재 위키에 저작권 고소를 한 호그레페 후버 출판사입니다. 여전히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 정신분석학이 한창 인기던 미국에서, 스위스에 다녀온 한 학자가 로르샤흐 검사를 정신분석적 검사 용도로 미국에 도입하기로 합니다. 당시 미국은 유럽 못지 않게 정신분석학 상담이 대세를 이루었기에 로르샤흐 검사 역시 빠르게 퍼지며 유행하게 됩니다. 약간 신비한 듯 하면서 안면 타당도가 높지 않은 검사였기에 정신분석 학자들이 투사검사로 선호할 만했을 겁니다.

그렇지만 점차 정신분석에 대한 논란과 반감이 증가하면서, 이와 동시에 로르샤흐 검사에 대한 비판 역시 제기됩니다. 검사자마다 통일되어 있지 않고 제각각인 시행 절차, 거의 무용지물인 채점 절차, '보고한 내용'이 정신분석적 성적 상징들로 해석되어 정신분석적 이론에 입각해 되는데로 이야길 늘어놓는 해석 절차, 규준의 부재와 타당도의 의심 등 심각한 결함들로 인해, 상당한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고 일부 심리학자들은 로르샤흐 검사를 공공연하게 쓰레기 취급하기도 했습니다. 최면, 강령술, 꿈의 분석 등과 함께 유사심리학으로 취급하며 정신분석을 배척할 때 같이 몰아내버리려 했던 거죠.

> 로르샤흐 검사를 대표로 해서 일반인들에게 심리검사에 대한 고정관념적 인상이 결정된 것은 이때 입니다. 한 때 인기가 있었기에 로르샤흐 검사는 TV에도 나오는 등 유명세를 떨쳤습니다. 사람들은 로르샤흐 검사를 '신비하고' '겉보기에 알 수 없으며'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보게 되고, 정신분석과 동일 선상에 놓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 정신분석이 심리학 역사의 뒷길로 내몰리면서 로르샤흐 검사 역시 쇠퇴하게 됩니다. 결국 임상가들도 점차 로르샤흐 검사를 사용하지 않게 되었으며 대신 객관적 검사를 대표하는 MMPI가 그 위치를 차지하게 됩니다.


아마도 쭈욱 그렇게 되었으면 아마 로르샤흐 검사는 정신분석과 같이 이름값만 남은 존재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Exner라는 심리학자가 로르샤흐 검사를 살리기 위해 대대적인 경험적 연구를 시행합니다. Exner는 정신분석적 이론에 입각한 검사의 시행과 해석을 최대한 배제하고, 경험적 연구에 근거해서 시행 절차와 채점 절차, 해석 절차를 정립하고 이를 발표합니다. 이전에 정신분석적 용도로 로르샤흐 검사를 사용하던 이들이 반발을 했지만, 그들과 달리 Exner는 연구한 데이터를 근거로 들이대기에 모두가 수긍하고 따라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Exner 종합체계'라는 것을 만들었고 현재의 로르샤흐 검사는 대부분 이것을 따라 시행하고, 채점되고, 해석되는 절차를 따르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계속된 경험적 연구와 수정으로 이전엔 정신분석적 상징의 근거 도구 정도로 밖에 사용되지 않았던 로르샤흐 검사를 MMPI와 함께 대표적인 성격검사 도구로 발전시킵니다.

미국에서는 한때 정신분석이 유행일 때는 로르샤흐 검사가 임상가들이 가장 즐겨 사용하는 검사 도구이기도 했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쇠퇴하고 난 뒤에는 선호 순위 20위 밖으로 밀려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차츰 순위를 회복해서 최근에는 8위 정도에 위치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1위는 MMPI-2). 검사에 대한 수많은 논란과 오해가 함께 해 왔으며, 무엇보다 다른 객관식 검사와 달리 임상가들이 시행하기에도 매우 오랜 시간과 큰 노력이 소모되는 것을 감안할 때, 상당히 높은 순위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Q: 심리학자들은 왜 이리 과민반응하는가?

심리학자들의 윤리강령에 검사도구에 대한 비밀을 유지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로르샤하 뿐만이 아니라 모든 검사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것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심리학자들이 무슨 비밀결사대도 아닌데 무슨 대단한 비밀이라고 이런 강령을 지키려고 할까요? 누구 말처럼 심리학자들이 검사를 '부두교 주문'처럼 지키려고 하는 걸까요?

사실 공부하면 다 알 수 있는 내용이니 완전한 비밀은 아닙니다. 어차피 심리학과 학부생들은 심리검사나 평가 수업을 듣게 되므로 수 많은 학생들이 심리검사의 과정이나 절차를 학습합니다.

그렇지만 심리학과 학생들은 검사의 이론적 원리나 해석의 절차에 관해서 배경 지식이 있는 상태이며, 발생할 수 있는 오해의 대부분 공부하는 과정에서 줄일 수 있습니다. 사실 저만 해도 배우기 전만 해도 로르샤흐 검사는 정신분석적 이론에 기반을 둔, 타로 카드와 별 다르지 않은 미신적 검사라고 생각했을 정도니까요. 물론 공부를 하더라도 각각의 선호나 취향은 남겠지만, 제가 가지고 있던 선입견과 같은 기본적 오해들은 씻겨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이와 달리 일반인들은 오해가 생기기도 쉽고 이를 해결하기도 어렵습니다. 더욱이 그게 본인이나 주변인에게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학부생들은 심리검사를 배우기 전에 미리 검사를 받아 보도록 권유받습니다. 왜냐면 검사의 과정이나 절차를 알아버리면 개인의 인지가 거기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위키에 이 정보를 공개했다고 하는 제임스 하일먼이라는 사람은 "시력 측정도구로 가장 유명한 스넬렌(Snellen) 시력검사표의 글자들도 모두 위키피디아에 공개돼 있다"하며 시력 측정자가 시력 검사표의 글자를 사전에 외우지 않듯이, 성격검사를 받고 싶은 사람은 로르샤흐 얼룩을 미리 보지 않으리라는 논리를 폈다."라고 합니다. (조선일보 인용)

같은 논리로 이 사람의 주장을 비판해 보겠습니다. 시력을 측정하려는 사람이 시력 검사표 글자를 사전에 외울 만한 필요나 동기가 있다면 외우려 하지 않겠습니까? 시력이 낮으면 입시나 취업에 손해를 받는다건가 하는 경우처럼요. 그럼 그 사람은 당연히 슬쩍 시력 검사표를 보고 외워서 둘러대겠죠. 또한 우연히라도 미리 검사표를 보게 된다면, 예를 들어 안경을 쓴 상태에서 검사를 하고 이후에 안경을 벗고 시력 검사를 한다면, 그게 제대로 된 시력 검사일까요? 결국 시력검사조차도 선행된 정보에 쉽게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동기만 충분하다면 결과가 오염될 가능성은 풍부하다는 거죠.

무엇보다 다른 무엇보다 로르샤흐 검사는 '개인의 주관적 경험'을 파악하기 위해 마련된 검사이기 때문에, 타인들이 보고하는 내용이나 반응하는 방식 등을 미리 알게 된다던가 하는 경우, 그만큼 오염되는 부분이 커지게 되고 개인의 정보를 타당하게 파악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시력이 나쁜 사람이 시력이 좋게 나오게 되면, 결국 그건 누구에게 안좋은 일입니까? 다른 동기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거짓을 말한 자기 자신에게 부정직한 일이자 검사를 시행한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게되어 좋지 않은 일입니다.

이처럼 검사가 사전에 노출되게 되면 검사를 가지고 개인의 심리적 정보를 파악하려는 심리학자들에게 큰 리스크를 가중시킵니다. 검사를 통한 성격 파악 자체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닐진데 거기에 검사 왜곡의 가능성을 높힌다면 당연히 결과 해석이 더 어려워지는 거죠. 이는 검사를 받는 사람들에게도 바람직한 결과가 아닌 것이죠. 잠재적으로 어떤 목적으로 검사를 받을 지 모른 상황에서 인터넷을 통해서 부정확한 검사 정보가 남용되어서는 결국 개인들 모두에게 손해입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아마 심리학자들도 무언가 방도를 생각하긴 해야할 것 같습니다.)



Q: 위키피디아의 정보 공개, 무엇이 문제인가?!

일부에서는 여전히 자기 나름의 해석 방식이나 정신분석적 해석 방식을 유지하기도 합니다. Exner 체계를 따르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죠. 검사의 채점과정보다 보고한 반응의 내용에 중심을 두고 해석하는 방식이죠. 마치 '굴뚝이나 솟대'는 남자 성기를 상징하고 '동굴'은 여자 성기를 상징한다고 해석하는 정신분석적 해석과 같습니다(아주 극단적이고 나이브한 해석 예죠. 실제로 이렇게 하진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그리고 현재 위키에서 '로르샤흐 검사 정답 반응'이라고 올라온 내용이 거의 이러한 방식으로 해석하는 것을 두고 이야기되는 것입니다. 결국 위키에 올라온 내용은 60년대 수준의 해석 방식이란 것입니다. 거의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심리테스트나 사이코패스 테스트에 가까운 유치한 수준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설명을 하고 있어서 거의  '도시괴담'에 가까운 내용입니다.

또한 위키의 정답으로 제시된 것들은 대중적 반응을 이야기하며 정상 비정상이 나눠진다고 이야기 하는데, 당연하지만 이것만 가지고 정상 비정상을 나누지 않습니다. 혈액형처럼 사람 성격이 그렇게 쉽고 확실하게 구분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은, 실제 새상이 그렇질 않잖아요? Exner 체계에서는 복잡하되 체계화된 방식으로 로르샤흐 검사를 개선시켰습니다. 복합적인 성격 양상을 검사를 통해 반영하려고 했기 때문에 쉽게 해석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습니다!

로르샤흐 검사는 매우 복잡한 기호화 절차 및 채점 및 계산 절차, 계열적 해석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시간도 오래걸리고 상당히 피곤한 절차지만 최소한 이 방식이 위에서 제시된 것과 같은 방식보다는 훨씬 의미있는 정보를 주기 때문이죠.(유능하고 경험많은 임상가들은 당연히 초보자들보다는 더 능숙하게 하겠지만요)

검사를 가지고 진단이 결정되는 것처럼 설명한 것도 위키의 문제입니다. 물론 어떤 수준낮은 검사자들은 MBTI만 가지고도 성격을 규정짓기도 하고 MMPI만 가지고도 진단을 확정하기도 합니다. 그건 그 검사자들의 질이 떨어지는 문제이지 검사가 가진 문제가 아니죠.
 

그렇지만 일부에서는 이런 이유(하나의 검사가 완전하지 않다는 점) 때문에 심리검사들에 대해서 적대감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때문에 심리검사들을 무용지물로 만들려는 목적으로 전형화된 반응 정답들을 외워서 검사를 받겠다는 사람들이 있는거죠. 저는 이게 다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심리검사 하나 가지고 진단이 결정될 리가 없습니다.

또한 검사만 가지고 진단이 결정되지도 않구요. 
보통 검사는 하나만 시행되기보단 풀배터리로 시행됩니다. 풀배터리를 시행하고, 거기에 면담까지 진행하는 이유는 모두 임상가들이 기본적으로 하나의 검사 결과에 대해서 보수적이고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예전에는 오해했었기에 그런 관점을 이해하기 때문에, 오히려 분명하게 말씀드립니다.
사람들의 오해와 달리, 로르샤흐 검사는 매우 상식적인 검사입니다.

또 이어서 쓰도록 하겠습니다.



Posted by feveri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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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08 23:55

    검사에 대해 비전공자에게 유익한 글이네.
    주위 사람 중 괜한 오해 가진 사람 있으면 권해주고 싶다.
    동시에 평가도구에 대한 윤리적인 사용에 대해 더 많은 논의가
    일어나면 좋겠다. 미국에선 MMPI-2 같은 것을 사용할 때 상당히
    신중하게 하는데에 비해 한국은 너무 남발하고 기업체에서 인성
    검사랍시고 문항을 오용하는 경우도 많지. 중요한 문제인데 활발한
    논의가 일어나지 않아서 아쉽다.
    대학원 상담실의 평가 도구 사용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봐.

    • 2009.08.10 23:37 신고

      사실 저도 '언행일치하나?' '윤리적인 면에서 완전한가?' 하면 아니기 때문에 글을 쓰면서도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집니다.

      아직도 기본적으로 인간적으로 덜 성숙했기 때문인지... 심리학을 하는 학도로써 덜 성숙했기 때문인지... 구분이 안가기 때문에... 앞으로 가야할 길만 한참 남은 듯 싶네요.

      점점 고민이 많아지는 여름입니당.

풀배터리(full-battery)란, 간단하게 설명해서 "심리검사 종합 선물세트" 입니다. 정신건강용 종합검진이라고 보시면 될 듯 싶네요.

국내에서 실시되는 성인용 풀배터리 검사에는 K-WAIS, MMPI, 로르샤하, SCT, HTP, BGT, MBTI 총 7 가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말 간단하게 요약해서 K-WAIS는 지능검사, MMPI는 다면적성격검사, 로르샤하는 투사검사, SCT는 문장완성검사, HTP는 그림검사, BGT는 지각검사, MBTI는 성격유형검사라고 설명될 수 있겠습니다.

일반인이 정신과나 신경정신과, 심리상담소를 찾아가면 심리검사를 하게 되는데, 풀배터리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다면 왜 풀배터리 검사를 할까요?

본질적으로 종합검진을 하는 이유와 같습니다. 한 개인의 신체적 생리적인 건강 상태와 건강을 다각적인 측면에서 측정하는 것이 종합검진입니다. 혈압도 재고, 피도 뽑고, 심박도 측정하고, MRI도 찍고, 내시경도 합니다. 급한 중병에 대한 검사라기 보다는 잠재적인 위험요인이나 질병을 발견하고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종합검진을 실시하죠. 

그렇다면 과연 혈액 검사만 해서 그 사람의 전체 상태를 알 수 있을까요? MRI만 찍으면 끝날까요? 내시경만 하면 될까요? 각각의 검사로 파악할 수 있는 지점과 내용에 한계가 있는 게 당연합니다.

심리검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심리검사는 종류가 아주 많지만, 배터리에 포함된 검사들은 모두 어떤 한 인간에 대해서 여러가지 개별적 측면의 정보를 제공하는 점에서 대표성을 띠고 있는 검사들입니다. 서로 조금씩 중복된 부분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다른 측면의 정보를 제공합니다. 

때문에 한 검사에서 나온 결과와 다른 검사에서 나온 결과가 상반될 수도 있고, 그에 따라 또 다른 추론이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처음 정신과나 상담소를 찾는 내담자들에게는 풀배터리라고 불리는 심리 종합검진을 시도하는 것입니다.

추가적으로, 병에 걸리거나 외상이 존재하는 외과 환자의 경우에는 진찰이나 검사를 통해 보고 찾을 수 있지만, 심리적 문제의 경우에는 겉으로 눈에 띄게 드러나 있는 경우가 드물고 타인이 관찰한다고 쉽게 발견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어디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더 많은 정보의 출처가 필요합니다. 인터뷰만 가지고 환자의 모든 것을 파악해낼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심리검사가 남용되거나, 클라이언트에게 강요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란 점은 분명합니다. 내담자나 환자에게 비용과 시간적 측면에서 부담이 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며, 사실은 치료자나 면담자에게도 마찬가지 일이기 때문입니다. 숙련된 의사들의 경우에 손으로 만져보지 않고 단순한 질답만으로도 진단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보다 전문적인 검사자나 치료자의 경우에는 풀배터리를 시행하지 않고도 의뢰 목적에 맞게 어떤 사람의 상태에 대한 가설을 체계적으로 세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검사에서 미처 발견되지 못한 악성종양이 후에 큰 화가 되어 돌아오는 것처럼, 검사에서 정확하게 문제를 파악하지 못한 경우, 적절하지 못한 치료시도로 인해 효과가 떨어지거나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으며, 그 경우 비용과 시간 소모에 있어서 풀배터리 시행으로 인한 것보다 더 큰 낭비가 될 수 있으므로 일반적으로는 풀배터리를 시행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소한 경우라도 뇌에 충격이 가해지거나 병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조금 비싸지만 MRI검사를 하도록 하죠. 그와 같은 이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Posted by feveri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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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30 00:52

    혹시
    CDR Computerized Assessment라고 아시나요?
    http://en.wikipedia.org/wiki/CDR_Computerized_Assessment_System
    혹시 일반적인 PC에서 실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나요?
    저는 특히 CFFT(Critical Flicker Fusion Threshold) Test에 관심이 있는데..
    http://en.wikipedia.org/wiki/Flicker_fusion_threshold
    그것만이라도 PC에서 실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나 궁금하네요.. ^^

    • 2009.03.30 19:37 신고

      임상용 '심리검사'라기 보다는 측정용 '실험'이네요. 주로 인지 심리학 영역에서 많이 사용되는 실험 검사를 이야기하는 듯 합니다.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저는 잘 모릅니다. 심리검사와 심리측정은 좀 다른 분야라서요.

      예전에 심리측정을 공부하는 선배가 PC로 실험용 프로그램을 조작하는 것을 본 적은 있죠. 다른 선배는 프로그래밍을 해서 직접 만든 경우도 있었구요.

      일단 PC용 범용 프로그램 툴이 있긴 있을텐데, 할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고, 대부분 실험용은 개별적으로 프로그래밍해서 쓰는 경우가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범용 프로그램 툴도 막 돌아다니지는 않겠지만... 인터넷에 어딘가 잘 찾아보시면 구하실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2. 2009.03.30 09:12 신고

    어찌보면 세상이라는것이 몸보다 마음으로 살아가는것인데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받아본다면 매우 좋을것 같습니다
    그런데 비용이 초큼 되나보네요..ㅎㅎ

    • 2009.03.30 19:39 신고

      병원이나 상담소에 따라서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뭐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지역 정신보건 센터나 사회복지 시설에서도 심리검사를 실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신 그런 경우에는 조금은 가벼운 기분으로 가시는 게 좋죠. ^^

  3. 2009.03.31 01:23

    답변 감사합니다.

    범용 프로그램 툴이 있다면, 어떤 식으로 검색해야 할지, 검색어만이라도
    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영어로 뭐라고 번역해야 할 지 난감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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