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에 대한 오해들: (3) 심리학을 배우면 독심술을 할 수 있다?
위와 같은 글을 적은 적이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독심술'을 키워드로 검색하여 방문하는 분들이 꽤 많이 있는 듯 합니다. 오랜만에 예전 글을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있는데, 아뿔사. 여태까지 제가 제대로 된 결론을 안 적어 놨었더군요. 그래서 이번에 결론을 내려 드리겠습니다.
심리학을 배워도 독심술은 배울 수 없습니다. 있는 걸 안가르쳐 주는 게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읽는 법칙'이란게 없기 때문이죠.
이전 글에서 말했듯이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봅니다. 우리는 문화와 관습, 교육, 경험을 통해서 각 개인의 기준과 규율 등을 맞춰나갑니다. 그렇지만 겨우겨우 비슷한 군집에 가까워지거나 '유효한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것일 뿐, 모두가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바라보는 것이 아닙니다. 흔히 사람들은 '자신이 보는 것'의 객관성 만큼은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보는 것마저 자기 의도대로 조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억이나 추론의 편향은 말할 것도 없지요.
이러한 '상대성'이 '독심술'이란 것을 여태까지 세상에 존재하게 한 이유인 동시에, 존재 못하게 하는 이유가 됩니다.
어떤 사람이 독심술이란 게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에게는 세상에
독심술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믿고 싶은 이유는 각각 다르겠죠. 그렇지만 동기야 어떻든 계속해서 그런 사고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할테니 점점 그 기제가 강화될 것이고, 독심술을 믿는 사람에겐 그의 논리가 깨지지 않고 확신적으로 존재하는 근거를 스스로 갖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이 다시 그것을 믿게 되는 동기를 강화시킬 것입니다. 때문에 '보고 싶은 걸 본다'라고 표현되는 거죠. (여기에 독심술 말고 다른 어떤 것도 대입이 가능합니다. '좌빨' '혈액형 성격' '인종주의' '지역주의' 등도 대입 가능하겠죠?)
그렇지만 좀 더 상위사고로 생각을 해보면, 모든 개인들의 심리가 주관적이고 상대적이기 때문에 독심술과 같이 '사람 마음을 읽는 절대적 법칙'이란 것은 있을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겉보기에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심적으로는 전혀 다른 상황에 있는 경우가 많으며 그것은 개인이 가진 기질, 성격, 경험이 다르며 또한 상황을 해석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결국 누군가 마음을 예언하기 위해서는 파악해야 될 변인이 우주의 행성 수만큼 될 것이라는 겁니다.
물론 이것이 타인의 마음을 절대 읽지 못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의 행동에는 어떤 식으로든 심리적 원인이 있게 마련입니다. 다시 말해 추론과 예측 가능한 요소가 있다는 것이죠. 문화, 경험, 편견, 고정관념, 방어기제 등의 잣대를 이용해서, 또는 미디어나 술(?)등의 여러 도구를 이용해서 우리는 때때로 타인의 마음과 생각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제가 지금 '독심술'로 검색해서 들어온 분들이 어떤 분들인지 한번 알아 맞춰볼까요? (그냥 글 구경하러 오신 분들은 제외;)
아마 신경쓰이는 이성이 있어서 독심술을 배우고 싶어하실 겁니다. 아닌가요?
'독심술'이란 게 정말로 타인들과 어울리는 게 싫거나 혼자 있는 게 편한 사람에게는 필요가 없겠죠? 대인관계를 원하지만 아마도 능력이 부족해서 고민하거나 누군가의 마음을 쉽게 얻고 싶을 때 필요성을 느낄 것입니다.
특히 그 대상은, 동성보다는 이성이겠죠? 동성친구끼리는 대부분 털어놓고 이야기하는 편이니고 크게 고민되거나 중요한 사안이 아니니까요. 항상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크게 동기화 되는 건 이성문제죠. 누군가에겐 맞고 누군가에게는 맞지 않았을 이런 설명은, 독심술이 아니라 유추입니다.
다만 이것들 역시 절대적이지 않으며 사실 우연보다 높은 확률을 가질 뿐이거나, 또는 공감하고 이해했다는 기분을 느끼게 할 뿐인 것이죠. 언제 어디서나 확신할만한 그런 추론이 있다면 법칙이 만들어 질 겁니다.
임상적으로 보자면, 정신분열병 환자들의 초발 증상 중 하나가 과대망상과 피해망상인데, 주요 근거가 '독심술적 사고'입니다. 남이 자신을 좋아한다거나, 싫어한다는 걸... 자긴 안다는 거죠. 자꾸 '독심술적 사고'를 하다보니 의사소통이 필요없게 되고 결국 자기 자신의 세계에 몰입하게 되고... 관계 기술이 떨어지고 사회적 철수를 하게 됩니다. 자기 안에서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타인이 필요없게 되기 때문이죠. 그렇게 악순환이 반복되다보면 일상 기능을 할 수 없는 수준까지 되는 거죠.
정신분열병이라는 질병의 발생 자체는 유전적이고 신경적인 원인이 존재하는 것이기에 아무나 걸리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들이 겪는 심리적 문제와 대인관계적 문제의 원인은 그들이 보이게 되는 '독심술적 사고'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문제는 정도 차이는 있지만 우울증, 사회공포증, 공황장애 및 경계선 성격장애 같은 여러 신경증 수준의 문제들에서도 유사하게 발견되는 것입니다. 자신의 생각을 타인의 생각인 것처럼 대입하거나 "남들이 날 우습게 볼거야." 같은 생각처럼 자신이 알 수 없는 타인의 관점을 근거없이 확신하게 되는 문제들이요.
이건 약간 반 장난으로 겁 좀 줄라고 한 이야기지만, 독심술적 사고는 오히려 문제가 될 경우가 많은 것으로 원래 없는 분들이라면 굳이 그런 식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독심술을 찾는 분들께, 그것보다 훨씬 유익하면서도 현실적인 방법이 있는데, 그건 적절한 공감과 이해, 그리고 쾌적한 의사소통 능력입니다. 잘 모르겠더라도 그냥 알아들었다는 척이라도 하는 게 좋으며(^ㅅ^;), 그게 마음에 안들면 그냥 말로 물어보는 게 젤 좋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타인 입장에서 항상 생각하고 배려할 수 있는 건데 이게 잘 되는 사람이면 독심술 따위 검색할 필요가 없겠죠.
아무튼 원활한 감정표현과 의사소통이 필요하겠죠. 독심술을 배우고 싶은 분들은 아마 대인관계에서 공감, 이해,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니까 쉬운 편법을 배우고 싶은 것일 겁니다.
세상의 이치에 따르면 '편법'이란 건 결국 사기이거나, 쉽게 밑천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어렵고 힘들겠지만 부딪히고 깨지고 좌절하면서 배우는 것이 가장 올바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도움 되는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저도 일상에서 매일매일 그렇게 살고 있답니다... ;; 아마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ㅅ^
타인의 기분을 공감하고, 타인의 마음을 떠보고, 타인의 감정에 직면하는 것이 무척 어렵고 두려운 일이기에 '독심술'이 있으면 참 편해질 것입니다. 물론 있지도 않지만 사실 그걸 찾는 것이 참 이기적인 생각입니다. 다들 그런 두려움을 감당하면서 관계를 하고, 용기를 내서 다가가고, 싸우고, 섞이고, 시도하기 때문이죠. 용기가 없으면 원하는 걸 얻을 수도 없는 게 당연한 것입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용기만 충분해도 '독심술'보다 오히려 나은 재주를 가진 셈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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