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면치료, 속칭 최면술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신비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을 걸로 압니다. 물론 효과가 있으니 여태까지 이뤄지고 있는 것이겠지만 최면을 받아보시고 싶은 분들이 알아두셔야 할 점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1. 비용 문제
- 유명한 최면치료자들은 1회 최면 비용이 수십만원을 넘어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최면술 비용이 1회 치료 비용 치고는 상당히 비쌉니다. 비급여이기 때문에 보험적용도 당연히 안됩니다. 때문에 비용상으로만 보면 흔히 비싸다고들 하는 약물치료나 상담치료보다도 훨씬 비싼 방법이 됩니다.

2. 최면감수성 문제
- 최면은 성공확률이 사람마다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쉽게 빠져드는 경우가 있지만 어떤 사람은 아무리 해도 안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개인의 차이를 최면감수성이라 부릅니다. 쉽게 말해 귀가 얇은 사람이 최면감수성이 높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아무튼 치료 이전에 최면 자체도 성공 여부에 개인차가 있다는 것입니다.

3. 최면에 대한 허상적 인식
- 최면의 효과는 TV를 포함한 미디어들로 인해 상당히 과장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최면을 실시하면 과거의 시점으로 돌아가서 기억을 수정해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것으로 생각하곤 합니다. 이러한 인식에서 일반적 전제는 '최면술'이 '과거의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입니다. 물론 최면에 빠져든 경우 트랜스 상황에서 과거 시점으로 상황을 보고하기도 합니다. 동시에 최면은 '우리 무의식을 자유롭게 온전히 탐색하는 상태'로 생각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최면은 무조건적인 과거로의 퇴행도 아니고, 완전한 무의식 상태인 것도 아닙니다. 일종의 '다른 형태의 의식상태'일 뿐입니다. 과거 기억을 보다 잘 살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회상된 기억들에 대해서 100% 진실성을 부과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기억 증후군에서 알수 있듯이, 암시에 의해서 쉽게 오염될 수 있기도 합니다. 최면을 통해 얻은 기억들은 절대로 무조건 신뢰할만한 것들이 아닙니다. 전생퇴행 최면이라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4. 최면의 역사적 고찰
- 정신분석학의 거장 프로이트도 사실 초기에는 최면을 주치료 기법으로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생각하기에는 최면에는 극명한 한계가 있었습니다(그 자신이 좋은 최면술사가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신분석에서는 분석을 통한 경험적 통찰과 훈습이 치료의 주 목표인데, 최면을 실시한 경우, 환자 스스로가 최면에서 일어난 일이나 언급한 내용에 대한 기억이 없기 때문에, 최면 후에 아무런 통찰을 얻지 못한 경우가 많았던 것입니다.

정신분석을 하지 않더라도 프로이트의 발견이 현재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최면 후에 환자 자신은 아무런 통찰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인간은 경험의 원인과 결과를 분석하면서 환경에 적응하고 조절해나가는 개체이며,그 안에서 문제가 생기면 괴로움이 발생하게 됩니다. 최면은 그러한 괴로움을 극복하게 하지 않습니다. 고통스런 경험에서 일시적으로 이탈시켜 주는 것입니다. 스트레스로부터 느껴지는 감각을 잠깐 도피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죠. 따지고 보면 우리가 술을 마시는 이유, 중독 행위에 빠지는 이유나 크게 다름 없겠습니다.

5. 결론: 최면의 본질적 효과
- 위에서 이야기 했다시피 최면에는 제한점이 존재합니다만, 최면의 효과는 존재합니다. 최면을 하고 나서 극도의 안도감과 편안함을 맛볼 수 있는 이들이 많고 고민과 문제가 마음에서 싹 지워진듯한 기분을 가지기도 합니다. 허나 최면의 한계는 일시적입니다.

비유를 하자면 최면은 잠깐 잠을 잤다가 좋은 꿈을 꾸고 일어난 것과 같습니다. 걱정과 고민으로 가득차 있는 상태라고 해도 단잠을 자고 나면 머리 속이 일시적으로 개운해지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그러나 고민의 원인이 된 현실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걱정과 고민은 사라지지 않고 머리가 다시 아파지게 되어 있습니다. 최면이 아무리 순식간에 마법과 같은 안도감을 맛보게 하더라도 본질적 문제 자체를 해결해주지는 못합니다. 물론 다른 심리치료도 유사한 한계가 있기는 합니다만, 최면은 문제 자체를 다루는 방법이 아니면서 해결되었다는 기분만 줄 수 있기 때문에 더 나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치료'라면 보통 무언가 개선되었어야 하는데, 최면 후에 변한 것이 아무 것도 없을 수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인 예로, 발표하면 심장이 떨리고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쓰여 죽을 것 같은 사회공포증 환자가 있다고 예를 들까요. 이 사람이 최면을 받고 효과가 있었다면 여태까지 느껴졌던 불안과 신경쓰이는 느낌들이 싸악 사라지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면이 발표 중 긴장을 없애주지 못할 뿐더러 그 사람의 관점 자체를 바꿔주는 것도 아닙니다. 발표 중에 긴장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사람의 관점이란 여태까지 살아온 경험과 기억들의 집합체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사회공포증 환자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발표를 하게되면 얼마 못가서 결국 이전보다 더 심한 공포에 빠지게 될 거라고 예견할 수 있습니다. 문제가 악화될 것이라 예상하는 것은 그 경험이 '재실패 경험'이자 자신의 증상이 '최면으로도 해결될 수 없는 극심하고 고질적인 문제'라고 생각해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볼 때 이 환자를 치료하려면, 방법은 한 가지입니다. 비유를 먼저 하죠. 물에 빠져서 허우적 대지 않으려면? 수영하는 법을 배우면 됩니다. 수영선수가 되라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물 위에 뜨는 법을 배우고, 물 위에서 움직이는 법을 배우고, 숨을 쉬는 법을 배우면 됩니다. 자, 수영을 배우려면? 가장 먼저 물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렇게 한 가지씩 실천하다보면 어느새 자신을 익사시킬 수도 있을만큼 공포스러운 물이, 무섭지 않은 존재가 될 것입니다. 불안도 마찬가지입니다.

불안을 견딜 수 있게 불안한 상황 속으로 뛰어 들어가고 이를 반복해서 자신의 불안수용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당연히 오랜 시간이 들게 되어 있습니다. 쉽게 되지도 않죠. 그러나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그렇습니다. 정직한 방법은 오래 걸리고 노력이 필요합니다. 대체로 사이비들이 쉬운 길이 있다고 유도합니다. 물론 최면이 사이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최면술사들이 흔히 무분별하게 홍보하는 것처럼 아무 질환에나 특효약처럼 써도 좋을 '만사형통' 치료방법은 아니라는 거죠.

불안이라는 물 속에 단순히 뛰어들기만 하다가는 거기에 빠져 죽을 수가 있습니다. 인지행동치료는 수영방법과 같습니다. 본인에게 맞는 수영방법을 찾아야 하기는 하겠지만, 불안이라는 물 속에서는 인지행동치료가 가장 경험적으로 물에 효과적이고 빠르게 뜰 수 있음이 증명되어 있습니다. 무조건 인지행동치료가 최고라는 것도 아니고, 각기 질환에 적합한 치료방법이 선택되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최면이 필요한 경우라면, 심리적인 문제를 인정할만한 자기통찰이 부족하거나 신경과민이 심해서 약물치료나 심리치료를 거부하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최면을 통해서 심신을 안정상태로 만든 후에 다른 치료를 도입해야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생각은 제가 최면을 일종의 '이완기법'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최면 만큼의 효과는 아니겠습니다만 숨을 크게 들여마시면서 호흡을 가다듬는다거나 불안한 주의를 분산시키는 방법 역시 몸과 마음이 좀 더 평소의 상태로 돌아가게 유도한다는 점에서, 최면과 일맥상통하는 기법이라고 봅니다.)

심리적이고 성격적인 문제라면 본인의 뼈를 깎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문제이며, 뇌의 기질적 생리적 문제라면 진단에 적합한 약물의 처방이 필요한 문제입니다. 최면 한방으로 그런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지나치게 naive하고, TV의 연출을 맹신하시는 경향이 있는 것입니다.

ps . 추가로 몇 가지 인식을 환기 시키기 위해 의견을 좀 써보겠습니다.
일단 정신과가 아니라 어떤 질환이든 진료와 진단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알아두시는 게 분명히 필요합니다. 처방은 그 다음에 따라오는 것입니다. 치료가 잘 안되는 이유는? 여러 요인들을 찾아봐야겠지만 진단에서부터 다시 검토를 해봐야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만큼 진단이 중요합니다.

또 어떤 질병이든 예방이 초기 발견이 중요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현재 정신과에 대한 인식을 볼 때, 백번 강조해도 모자릅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정신과 치료는 커녕 방문하는 것조차 걱정하고 은폐하려고 하죠. 그래서 정신과를 방문하기 보다는 어떻게든 다른 방법으로 해결을 해보려고 합니다. 정신과적 징후가 분명한데도, 내과를 간다던가, 신경과를 간다던가, 한의원을 찾아가서 보약을 지어 먹으려 합니다.

더 나쁜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스스로 해결 방법을 찾으려고 자기계발 책들을 찾아서 본다던가, 종교에 의지한다던가, 술을 마신다던가, 점을 보러 간다거나, 치료방법을 받아보려고 합니다. 보고 들으면서 접했던 방법이 그것밖에 없기 때문이죠.

이런 무지함과 비합리적인 대처방식들 때문에 많은 사회적 비용이 낭비되고 있고 치료도 더 잘 안되는 지경에 있습니다. 그렇게 증상이 악화되도록 스스로 방치하다가, 만성화 된 상태에서야 병원에 옵니다. 당연히 잘 낫지가 않게 되죠. 그래서 인식이 더 나빠집니다. 악순환이라고 할 수 있죠. 무엇보다 환자 본인과 주변인들에게 가장 안좋은 결과입니다.

정신과에 갈 필요가 있다고 본인도 생각을 하지만 정신과라고 꺼리고 정신과에 다녀온 게 알려지면 해가 될 까 두려움에 떠는 경우, 사실은 그것이 현재 질병의 근본 원인이자 악화 요인일 수 있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ps. 사실 우리나라의 유명 연예인이나 공인들의 경우, 정신과 처방을 받고 약을 복용하거나 심리 상담을 받는 경우가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거의 알려져 있지 않지요. 역으로 말하자면 그만큼 비밀이 지켜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Posted by feveri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