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이 난 줄 알았던 타블로 사건이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일명 타진요 패거리는 지난 주말 있었던 일종의 학력 인증에도 끄덕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꼬투리에 꼬투리를 잡는 양상입니다. 혼자서는 못할 짓이지만 여러명의 의심 많은 이들이 모여서 무얼 잘못하나 실수하나 꼬투리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으며, 갖은 새로운 의혹들을 제시해내고 있습니다.

말그대로 의심병 입니다. 그렇지만 그들 나름의 논리가 있습니다. 인터뷰 상에서 말하는 걸 보면 겉보기에 정신 말짱한 사람들 같습니다. 카페 주인장이라는 왓비컴즈는 이야길 들을수록 단순 편집증 수준이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자기 정체를 알면 이명박이 자기에게 인사를 할 거라는 둥, 현실감 떨어지는 자기에 대한 과대망상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사람 이외에는 나름의 논리에 빠져서 타블로에 대한 의혹들을 제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인지부조화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합니다.

물론 일반적인 사람들이 보자면 그 의심의 정도가 보통 수준을 넘어서서 심각한 수준이니 만큼 온라인에서도 그들은 확연히 드러나고도 남을 정도입니다. 댓글로 이야기를 하는 경우에도 남들 의견에 대해서는 도무지 듣지를 않으며, 자기 자신의 생각만이 맞고, 타블로를 방어하는 이들은 타블로 빠거나 생각의 수준이 떨어지는 이들이며,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고 언젠가 반드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거듭 주장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실제 그들의 논리가 비약적이거나 완전히 말이 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보이는 점을 요약하면 인지적 융통성이 결여되어 있고, 아집에 빠져 있으며, 남의 논리는 무시하고 자신의 논리를 우선하며, 주변을 살피지 않고 지나치게 논쟁을 조장하는 모습으로, 한 마디로 '광적'이라는 말이 딱 맞게 느껴지는 양상입니다.

그들의 결론은 일종의 음모론의 일환으로써, '타블로(와 가족)가 스탠포드 대학과 대한민국 국민을 대상으로 학력 사기를 쳤다"라는 것인데, 초등학생 고학년만 되더라도 이 음모가 현실화 될 것에 대한 가능성이 얼마나 희박한지, 그 어려운 점들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들은 본인들의 의심이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며 '남들보다 뛰어나게 허점을 탐지해내는' 추리관찰력에 기반하고 있다 믿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지만 남들 보기에 본인들이 얼마나 소모적이고 우습고 뻘짓을 하고 있는지를 모르고 있죠. 지나치게 낮은 확률의 음모에 집착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가설이 틀렸을 수 있는 단서들도 지극히 많이 퍼져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은 전부 타블로가 세상과 언론을 속이기 위해 흘리는 단서들일 뿐이라고 가치를 지극히 축소시킵니다. 다시 말해 그들이 단서들을 다루는 방식이 매우 자기중심적이고 작위적이기 때문에 '논리'와 '합리'를 다룰 수 있는 사람들이 애초에 아니라는 거죠.

더구나, 과연 보통 사람들이 그럴 능력이 없어서 저렇게 집착을 안할까요? 그런 짓을 해봤자 남는 것도 없고 본인에게 도움도 안되고 도무지 쓰잘데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스스로를 양심적이고 도덕적인 사람으로 생각할 것입니다. 아무런 이득없이 그저 사회 도덕과 법을 지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목적은 타블로가 진실을 밝히는 것(자신이 사기꾼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일 뿐, 어떤 이득이나 가치를 위해 모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더 경건하고 중요한 작업일 것입니다.

오히려 자신들은 '타블로'같은 양심없는 나쁜 놈들에 의해 심각한 피해를 받았으며, 이런 것이 용인되는 사회 역시 성실하고 순진한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거대한 음모론적 존재로 생각할 것입니다. 자신들은 이 땅의 부도덕을 벌하고 정의를 지키기 위해 모인 선구자들로써, 다른 사람들이 무심하고 무식할 뿐 언젠가 '악당 타블로'가 어떤 방식으로는 패배를 인정할 날 이 올 것이며, 사람들이 자신들이 노력한 것을 알아줄 날이 올 것이라고 믿으며 계속 열심히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할 것입니다.

그들이 요구하는 진실은, 타블로가 "네, 제가 사기꾼이었습니다. 스탠포드 들어간 거 뻥이었어요."라고 인정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타블로가 입을 다무는 것입니다. 그들은 정말 단순한 논리,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와 "꺼리길 게 없으면 인증을 해라"를 순환하기 때문에, 아무리 해명을 해도 도무지 지치질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타블로가 포기하고 입을 다무는 것조차 승리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지치고 지쳐 도피하거나, 잠적하거나, 심지어 자살을 한다고 해도, 그들은 경건한 승리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후안무치"를 내세우면서요.

여기서 잠깐 끝없는 의심과 피해의식을 특징으로 하는 편집성 성격장애에 대한 묘사를 보시겠습니다.



편집증적 성격장애 (Paranoid Personality Disorder)의 주요 특징

1. suspicious(의심많은): 다른 사람의 분노, 악의, 이기적인 동기의 가능성에 대해서 과도하게 경계한다.

2. cynical(냉소적인): 모든 게 불공평한 세상 때문이라는 가설를 자주 사용한다.

3. rivalrous: 지나친 양심성.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관여한다.

4. 잘못된(wronged)/질투하는(jealous): 사회적 관점에서 남들과 자신을 비교할 때, 자신이 처한 상황은 자기에게 적합하지 않은 불충분한 결과로 생각하고, 불공평한 환경에 의한 희생자로써 자신을 바라본다.

5. 분노: 그릇된 이유로 분노를 경험하고, 그것을 쫓아 과도한 방식으로 행동한다.

6. guarded(조심성 있는): 자기-보호적인 자세를 유지한다, 모든 것에 비밀주의를 보이고, 다른 사람의 호의를 피하며, 호의를 그자체로 받아들이는 것조차 꺼린다.

7. rigid(융통성 없는): 새로운 자료를 토대로 하여 관점을 수정하지 않는다; 이전 관점과 일치하는 자료만 선택적으로 주목하여 기존 관점만을 지지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인다.

8. self-contained(터놓지 않는): 다른 사람의 관점을 통해서 자신의 관점을 수정하려 하지 않는다.

9. intolerant of ambiguity(애매모호함에 대한 인내력 부족):  애매함을 참지 못하고, 여러가지 그럴듯한 설명들 중의 하나에 지나치게 고정된다. 거기에 커다란 중요성을 부여하며 그 가설에 모든 것을 투자한다.

10. humorless(유머 없는): 과민하고, 완고하다. 모든 것을 심각하게 여긴다.  혼자서 웃을 수도 없다.

11. conspicuous(과시적인): 남들보다 우월한 존재이자 다른 사람의 주의를 끄는 대상으로써 자기 자신을 바라본다.

12. self-important(자부심이 강한): 자기 자신의 경험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중립적인 사건을 개인적인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취급한다.

13. self-righteous(독선적인): 자신이 남들보다 뛰어나고 더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확신하며, 거만하다.

14. self-justifying(자기정당화): 자신의 실수나 미숙한 행동들은 그럴 수밖에 없었던 독특한 곤경에 의한 것으로 해명하거나, 다른 사람의 악의에 찬 의도의 결과로써 합리화한다.





어떤가요? 보면서 뜨금하신 분들 있으신가요?

뭐, 저는 타진요가 완전히 남의 이야기라고만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타블로 사건에 수십만 네티즌들이 한 때나마 낚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솔직히 말할게요. 저 역시 블로그에서 퍼다나르는 자료를 보고 타블로가 인증을 해야한다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왜 발빠르게 대응하지 않는걸까 답답하기도 했어요. 가입까지는 안했지만 의혹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참으로 그럴 듯했습니다. 당시에는요. 이후 이슈화 되고 증거들이 나오면서 제 개인적으로는 이미 끝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제가 인증이 충분히 되었다 생각한 것은 신문에서 졸업증명서를 떼었을 때 였습니다. 왜냐면 그때 처음 블로그에서 봤던, 타진요들이 요구하던 것 중에 졸업증명서도 있었거든요. 저로써도 상당히 인지부조화를 느꼈습니다. 내가 순간이나마 혹했었던 이야기가 틀렸다고? 그냥 타블로가 스탠포드생이 아니라고 밝혀지는 게 제 마음을 편하게 만들 것 같았었죠. 그렇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고 나니 타블로 스탠포드 이야기는 결론이 난 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물론 저와 달리 왓비컴즈와 타진요들에게는 그것으로는 충분하지도 않고, 아무래도 자료들도 조작된 것 같다며 의심을 거두지 않았었죠. 일부는 저처럼 단순 인지부조화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타블로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던 것 자체가 불합리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타블로가 재미로 그랬든 방송이라 그랬든 오바하고 부풀렸던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에도 여러 차례 인증이 계속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인지부조화가 일어났던 것이든 어떤 것이든, 타블로의 증명에 의해 여러번 필터링을 걸치고 남아있다는 것은, 거기에 있다가 벗어난 다른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해 볼 때, 남아있는 사람들만의 결정적인 특성들, 그들 사이의 유대감을 더해주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볼 때, '편집증적 성격장애'의 특성들은 정말 그들의 행동을 잘 설명해주는 말들이 아닌가 합니다.

타진요를 딱히 걱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 각자가 이제 한번 쯤은 스스로에게 질문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못 믿게 만드는 타블로가 문제인지, 못 믿는 자기 자신이 문제인지.

ps. 이러나 저러나 이 사건에서
누가 누군가를 비난하고 욕할 만한 자격은 아무에게도 없는 것 같습니다.
Posted by feveri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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