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면치료, 속칭 최면술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신비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을 걸로 압니다. 물론 효과가 있으니 여태까지 이뤄지고 있는 것이겠지만 최면을 받아보시고 싶은 분들이 알아두셔야 할 점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1. 비용 문제
- 유명한 최면치료자들은 1회 최면 비용이 수십만원을 넘어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최면술 비용이 1회 치료 비용 치고는 상당히 비쌉니다. 비급여이기 때문에 보험적용도 당연히 안됩니다. 때문에 비용상으로만 보면 흔히 비싸다고들 하는 약물치료나 상담치료보다도 훨씬 비싼 방법이 됩니다.

2. 최면감수성 문제
- 최면은 성공확률이 사람마다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쉽게 빠져드는 경우가 있지만 어떤 사람은 아무리 해도 안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개인의 차이를 최면감수성이라 부릅니다. 쉽게 말해 귀가 얇은 사람이 최면감수성이 높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아무튼 치료 이전에 최면 자체도 성공 여부에 개인차가 있다는 것입니다.

3. 최면에 대한 허상적 인식
- 최면의 효과는 TV를 포함한 미디어들로 인해 상당히 과장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최면을 실시하면 과거의 시점으로 돌아가서 기억을 수정해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것으로 생각하곤 합니다. 이러한 인식에서 일반적 전제는 '최면술'이 '과거의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입니다. 물론 최면에 빠져든 경우 트랜스 상황에서 과거 시점으로 상황을 보고하기도 합니다. 동시에 최면은 '우리 무의식을 자유롭게 온전히 탐색하는 상태'로 생각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최면은 무조건적인 과거로의 퇴행도 아니고, 완전한 무의식 상태인 것도 아닙니다. 일종의 '다른 형태의 의식상태'일 뿐입니다. 과거 기억을 보다 잘 살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회상된 기억들에 대해서 100% 진실성을 부과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기억 증후군에서 알수 있듯이, 암시에 의해서 쉽게 오염될 수 있기도 합니다. 최면을 통해 얻은 기억들은 절대로 무조건 신뢰할만한 것들이 아닙니다. 전생퇴행 최면이라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4. 최면의 역사적 고찰
- 정신분석학의 거장 프로이트도 사실 초기에는 최면을 주치료 기법으로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생각하기에는 최면에는 극명한 한계가 있었습니다(그 자신이 좋은 최면술사가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신분석에서는 분석을 통한 경험적 통찰과 훈습이 치료의 주 목표인데, 최면을 실시한 경우, 환자 스스로가 최면에서 일어난 일이나 언급한 내용에 대한 기억이 없기 때문에, 최면 후에 아무런 통찰을 얻지 못한 경우가 많았던 것입니다.

정신분석을 하지 않더라도 프로이트의 발견이 현재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최면 후에 환자 자신은 아무런 통찰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인간은 경험의 원인과 결과를 분석하면서 환경에 적응하고 조절해나가는 개체이며,그 안에서 문제가 생기면 괴로움이 발생하게 됩니다. 최면은 그러한 괴로움을 극복하게 하지 않습니다. 고통스런 경험에서 일시적으로 이탈시켜 주는 것입니다. 스트레스로부터 느껴지는 감각을 잠깐 도피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죠. 따지고 보면 우리가 술을 마시는 이유, 중독 행위에 빠지는 이유나 크게 다름 없겠습니다.

5. 결론: 최면의 본질적 효과
- 위에서 이야기 했다시피 최면에는 제한점이 존재합니다만, 최면의 효과는 존재합니다. 최면을 하고 나서 극도의 안도감과 편안함을 맛볼 수 있는 이들이 많고 고민과 문제가 마음에서 싹 지워진듯한 기분을 가지기도 합니다. 허나 최면의 한계는 일시적입니다.

비유를 하자면 최면은 잠깐 잠을 잤다가 좋은 꿈을 꾸고 일어난 것과 같습니다. 걱정과 고민으로 가득차 있는 상태라고 해도 단잠을 자고 나면 머리 속이 일시적으로 개운해지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그러나 고민의 원인이 된 현실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걱정과 고민은 사라지지 않고 머리가 다시 아파지게 되어 있습니다. 최면이 아무리 순식간에 마법과 같은 안도감을 맛보게 하더라도 본질적 문제 자체를 해결해주지는 못합니다. 물론 다른 심리치료도 유사한 한계가 있기는 합니다만, 최면은 문제 자체를 다루는 방법이 아니면서 해결되었다는 기분만 줄 수 있기 때문에 더 나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치료'라면 보통 무언가 개선되었어야 하는데, 최면 후에 변한 것이 아무 것도 없을 수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인 예로, 발표하면 심장이 떨리고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쓰여 죽을 것 같은 사회공포증 환자가 있다고 예를 들까요. 이 사람이 최면을 받고 효과가 있었다면 여태까지 느껴졌던 불안과 신경쓰이는 느낌들이 싸악 사라지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면이 발표 중 긴장을 없애주지 못할 뿐더러 그 사람의 관점 자체를 바꿔주는 것도 아닙니다. 발표 중에 긴장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사람의 관점이란 여태까지 살아온 경험과 기억들의 집합체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사회공포증 환자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발표를 하게되면 얼마 못가서 결국 이전보다 더 심한 공포에 빠지게 될 거라고 예견할 수 있습니다. 문제가 악화될 것이라 예상하는 것은 그 경험이 '재실패 경험'이자 자신의 증상이 '최면으로도 해결될 수 없는 극심하고 고질적인 문제'라고 생각해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볼 때 이 환자를 치료하려면, 방법은 한 가지입니다. 비유를 먼저 하죠. 물에 빠져서 허우적 대지 않으려면? 수영하는 법을 배우면 됩니다. 수영선수가 되라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물 위에 뜨는 법을 배우고, 물 위에서 움직이는 법을 배우고, 숨을 쉬는 법을 배우면 됩니다. 자, 수영을 배우려면? 가장 먼저 물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렇게 한 가지씩 실천하다보면 어느새 자신을 익사시킬 수도 있을만큼 공포스러운 물이, 무섭지 않은 존재가 될 것입니다. 불안도 마찬가지입니다.

불안을 견딜 수 있게 불안한 상황 속으로 뛰어 들어가고 이를 반복해서 자신의 불안수용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당연히 오랜 시간이 들게 되어 있습니다. 쉽게 되지도 않죠. 그러나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그렇습니다. 정직한 방법은 오래 걸리고 노력이 필요합니다. 대체로 사이비들이 쉬운 길이 있다고 유도합니다. 물론 최면이 사이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최면술사들이 흔히 무분별하게 홍보하는 것처럼 아무 질환에나 특효약처럼 써도 좋을 '만사형통' 치료방법은 아니라는 거죠.

불안이라는 물 속에 단순히 뛰어들기만 하다가는 거기에 빠져 죽을 수가 있습니다. 인지행동치료는 수영방법과 같습니다. 본인에게 맞는 수영방법을 찾아야 하기는 하겠지만, 불안이라는 물 속에서는 인지행동치료가 가장 경험적으로 물에 효과적이고 빠르게 뜰 수 있음이 증명되어 있습니다. 무조건 인지행동치료가 최고라는 것도 아니고, 각기 질환에 적합한 치료방법이 선택되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최면이 필요한 경우라면, 심리적인 문제를 인정할만한 자기통찰이 부족하거나 신경과민이 심해서 약물치료나 심리치료를 거부하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최면을 통해서 심신을 안정상태로 만든 후에 다른 치료를 도입해야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생각은 제가 최면을 일종의 '이완기법'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최면 만큼의 효과는 아니겠습니다만 숨을 크게 들여마시면서 호흡을 가다듬는다거나 불안한 주의를 분산시키는 방법 역시 몸과 마음이 좀 더 평소의 상태로 돌아가게 유도한다는 점에서, 최면과 일맥상통하는 기법이라고 봅니다.)

심리적이고 성격적인 문제라면 본인의 뼈를 깎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문제이며, 뇌의 기질적 생리적 문제라면 진단에 적합한 약물의 처방이 필요한 문제입니다. 최면 한방으로 그런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지나치게 naive하고, TV의 연출을 맹신하시는 경향이 있는 것입니다.

ps . 추가로 몇 가지 인식을 환기 시키기 위해 의견을 좀 써보겠습니다.
일단 정신과가 아니라 어떤 질환이든 진료와 진단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알아두시는 게 분명히 필요합니다. 처방은 그 다음에 따라오는 것입니다. 치료가 잘 안되는 이유는? 여러 요인들을 찾아봐야겠지만 진단에서부터 다시 검토를 해봐야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만큼 진단이 중요합니다.

또 어떤 질병이든 예방이 초기 발견이 중요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현재 정신과에 대한 인식을 볼 때, 백번 강조해도 모자릅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정신과 치료는 커녕 방문하는 것조차 걱정하고 은폐하려고 하죠. 그래서 정신과를 방문하기 보다는 어떻게든 다른 방법으로 해결을 해보려고 합니다. 정신과적 징후가 분명한데도, 내과를 간다던가, 신경과를 간다던가, 한의원을 찾아가서 보약을 지어 먹으려 합니다.

더 나쁜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스스로 해결 방법을 찾으려고 자기계발 책들을 찾아서 본다던가, 종교에 의지한다던가, 술을 마신다던가, 점을 보러 간다거나, 치료방법을 받아보려고 합니다. 보고 들으면서 접했던 방법이 그것밖에 없기 때문이죠.

이런 무지함과 비합리적인 대처방식들 때문에 많은 사회적 비용이 낭비되고 있고 치료도 더 잘 안되는 지경에 있습니다. 그렇게 증상이 악화되도록 스스로 방치하다가, 만성화 된 상태에서야 병원에 옵니다. 당연히 잘 낫지가 않게 되죠. 그래서 인식이 더 나빠집니다. 악순환이라고 할 수 있죠. 무엇보다 환자 본인과 주변인들에게 가장 안좋은 결과입니다.

정신과에 갈 필요가 있다고 본인도 생각을 하지만 정신과라고 꺼리고 정신과에 다녀온 게 알려지면 해가 될 까 두려움에 떠는 경우, 사실은 그것이 현재 질병의 근본 원인이자 악화 요인일 수 있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ps. 사실 우리나라의 유명 연예인이나 공인들의 경우, 정신과 처방을 받고 약을 복용하거나 심리 상담을 받는 경우가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거의 알려져 있지 않지요. 역으로 말하자면 그만큼 비밀이 지켜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Posted by feveriot
결말이 난 줄 알았던 타블로 사건이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일명 타진요 패거리는 지난 주말 있었던 일종의 학력 인증에도 끄덕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꼬투리에 꼬투리를 잡는 양상입니다. 혼자서는 못할 짓이지만 여러명의 의심 많은 이들이 모여서 무얼 잘못하나 실수하나 꼬투리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으며, 갖은 새로운 의혹들을 제시해내고 있습니다.

말그대로 의심병 입니다. 그렇지만 그들 나름의 논리가 있습니다. 인터뷰 상에서 말하는 걸 보면 겉보기에 정신 말짱한 사람들 같습니다. 카페 주인장이라는 왓비컴즈는 이야길 들을수록 단순 편집증 수준이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자기 정체를 알면 이명박이 자기에게 인사를 할 거라는 둥, 현실감 떨어지는 자기에 대한 과대망상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사람 이외에는 나름의 논리에 빠져서 타블로에 대한 의혹들을 제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인지부조화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합니다.

물론 일반적인 사람들이 보자면 그 의심의 정도가 보통 수준을 넘어서서 심각한 수준이니 만큼 온라인에서도 그들은 확연히 드러나고도 남을 정도입니다. 댓글로 이야기를 하는 경우에도 남들 의견에 대해서는 도무지 듣지를 않으며, 자기 자신의 생각만이 맞고, 타블로를 방어하는 이들은 타블로 빠거나 생각의 수준이 떨어지는 이들이며,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고 언젠가 반드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거듭 주장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실제 그들의 논리가 비약적이거나 완전히 말이 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보이는 점을 요약하면 인지적 융통성이 결여되어 있고, 아집에 빠져 있으며, 남의 논리는 무시하고 자신의 논리를 우선하며, 주변을 살피지 않고 지나치게 논쟁을 조장하는 모습으로, 한 마디로 '광적'이라는 말이 딱 맞게 느껴지는 양상입니다.

그들의 결론은 일종의 음모론의 일환으로써, '타블로(와 가족)가 스탠포드 대학과 대한민국 국민을 대상으로 학력 사기를 쳤다"라는 것인데, 초등학생 고학년만 되더라도 이 음모가 현실화 될 것에 대한 가능성이 얼마나 희박한지, 그 어려운 점들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들은 본인들의 의심이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며 '남들보다 뛰어나게 허점을 탐지해내는' 추리관찰력에 기반하고 있다 믿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지만 남들 보기에 본인들이 얼마나 소모적이고 우습고 뻘짓을 하고 있는지를 모르고 있죠. 지나치게 낮은 확률의 음모에 집착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가설이 틀렸을 수 있는 단서들도 지극히 많이 퍼져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은 전부 타블로가 세상과 언론을 속이기 위해 흘리는 단서들일 뿐이라고 가치를 지극히 축소시킵니다. 다시 말해 그들이 단서들을 다루는 방식이 매우 자기중심적이고 작위적이기 때문에 '논리'와 '합리'를 다룰 수 있는 사람들이 애초에 아니라는 거죠.

더구나, 과연 보통 사람들이 그럴 능력이 없어서 저렇게 집착을 안할까요? 그런 짓을 해봤자 남는 것도 없고 본인에게 도움도 안되고 도무지 쓰잘데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스스로를 양심적이고 도덕적인 사람으로 생각할 것입니다. 아무런 이득없이 그저 사회 도덕과 법을 지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목적은 타블로가 진실을 밝히는 것(자신이 사기꾼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일 뿐, 어떤 이득이나 가치를 위해 모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더 경건하고 중요한 작업일 것입니다.

오히려 자신들은 '타블로'같은 양심없는 나쁜 놈들에 의해 심각한 피해를 받았으며, 이런 것이 용인되는 사회 역시 성실하고 순진한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거대한 음모론적 존재로 생각할 것입니다. 자신들은 이 땅의 부도덕을 벌하고 정의를 지키기 위해 모인 선구자들로써, 다른 사람들이 무심하고 무식할 뿐 언젠가 '악당 타블로'가 어떤 방식으로는 패배를 인정할 날 이 올 것이며, 사람들이 자신들이 노력한 것을 알아줄 날이 올 것이라고 믿으며 계속 열심히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할 것입니다.

그들이 요구하는 진실은, 타블로가 "네, 제가 사기꾼이었습니다. 스탠포드 들어간 거 뻥이었어요."라고 인정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타블로가 입을 다무는 것입니다. 그들은 정말 단순한 논리,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와 "꺼리길 게 없으면 인증을 해라"를 순환하기 때문에, 아무리 해명을 해도 도무지 지치질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타블로가 포기하고 입을 다무는 것조차 승리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지치고 지쳐 도피하거나, 잠적하거나, 심지어 자살을 한다고 해도, 그들은 경건한 승리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후안무치"를 내세우면서요.

여기서 잠깐 끝없는 의심과 피해의식을 특징으로 하는 편집성 성격장애에 대한 묘사를 보시겠습니다.



편집증적 성격장애 (Paranoid Personality Disorder)의 주요 특징

1. suspicious(의심많은): 다른 사람의 분노, 악의, 이기적인 동기의 가능성에 대해서 과도하게 경계한다.

2. cynical(냉소적인): 모든 게 불공평한 세상 때문이라는 가설를 자주 사용한다.

3. rivalrous: 지나친 양심성.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관여한다.

4. 잘못된(wronged)/질투하는(jealous): 사회적 관점에서 남들과 자신을 비교할 때, 자신이 처한 상황은 자기에게 적합하지 않은 불충분한 결과로 생각하고, 불공평한 환경에 의한 희생자로써 자신을 바라본다.

5. 분노: 그릇된 이유로 분노를 경험하고, 그것을 쫓아 과도한 방식으로 행동한다.

6. guarded(조심성 있는): 자기-보호적인 자세를 유지한다, 모든 것에 비밀주의를 보이고, 다른 사람의 호의를 피하며, 호의를 그자체로 받아들이는 것조차 꺼린다.

7. rigid(융통성 없는): 새로운 자료를 토대로 하여 관점을 수정하지 않는다; 이전 관점과 일치하는 자료만 선택적으로 주목하여 기존 관점만을 지지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인다.

8. self-contained(터놓지 않는): 다른 사람의 관점을 통해서 자신의 관점을 수정하려 하지 않는다.

9. intolerant of ambiguity(애매모호함에 대한 인내력 부족):  애매함을 참지 못하고, 여러가지 그럴듯한 설명들 중의 하나에 지나치게 고정된다. 거기에 커다란 중요성을 부여하며 그 가설에 모든 것을 투자한다.

10. humorless(유머 없는): 과민하고, 완고하다. 모든 것을 심각하게 여긴다.  혼자서 웃을 수도 없다.

11. conspicuous(과시적인): 남들보다 우월한 존재이자 다른 사람의 주의를 끄는 대상으로써 자기 자신을 바라본다.

12. self-important(자부심이 강한): 자기 자신의 경험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중립적인 사건을 개인적인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취급한다.

13. self-righteous(독선적인): 자신이 남들보다 뛰어나고 더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확신하며, 거만하다.

14. self-justifying(자기정당화): 자신의 실수나 미숙한 행동들은 그럴 수밖에 없었던 독특한 곤경에 의한 것으로 해명하거나, 다른 사람의 악의에 찬 의도의 결과로써 합리화한다.





어떤가요? 보면서 뜨금하신 분들 있으신가요?

뭐, 저는 타진요가 완전히 남의 이야기라고만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타블로 사건에 수십만 네티즌들이 한 때나마 낚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솔직히 말할게요. 저 역시 블로그에서 퍼다나르는 자료를 보고 타블로가 인증을 해야한다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왜 발빠르게 대응하지 않는걸까 답답하기도 했어요. 가입까지는 안했지만 의혹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참으로 그럴 듯했습니다. 당시에는요. 이후 이슈화 되고 증거들이 나오면서 제 개인적으로는 이미 끝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제가 인증이 충분히 되었다 생각한 것은 신문에서 졸업증명서를 떼었을 때 였습니다. 왜냐면 그때 처음 블로그에서 봤던, 타진요들이 요구하던 것 중에 졸업증명서도 있었거든요. 저로써도 상당히 인지부조화를 느꼈습니다. 내가 순간이나마 혹했었던 이야기가 틀렸다고? 그냥 타블로가 스탠포드생이 아니라고 밝혀지는 게 제 마음을 편하게 만들 것 같았었죠. 그렇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고 나니 타블로 스탠포드 이야기는 결론이 난 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물론 저와 달리 왓비컴즈와 타진요들에게는 그것으로는 충분하지도 않고, 아무래도 자료들도 조작된 것 같다며 의심을 거두지 않았었죠. 일부는 저처럼 단순 인지부조화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타블로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던 것 자체가 불합리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타블로가 재미로 그랬든 방송이라 그랬든 오바하고 부풀렸던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에도 여러 차례 인증이 계속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인지부조화가 일어났던 것이든 어떤 것이든, 타블로의 증명에 의해 여러번 필터링을 걸치고 남아있다는 것은, 거기에 있다가 벗어난 다른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해 볼 때, 남아있는 사람들만의 결정적인 특성들, 그들 사이의 유대감을 더해주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볼 때, '편집증적 성격장애'의 특성들은 정말 그들의 행동을 잘 설명해주는 말들이 아닌가 합니다.

타진요를 딱히 걱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 각자가 이제 한번 쯤은 스스로에게 질문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못 믿게 만드는 타블로가 문제인지, 못 믿는 자기 자신이 문제인지.

ps. 이러나 저러나 이 사건에서
누가 누군가를 비난하고 욕할 만한 자격은 아무에게도 없는 것 같습니다.
Posted by feveriot

호문쿨루스.12
카테고리 만화 > SF/판타지
지은이 YAMAMOTO HIDEO (대원씨아이(주), 2010년)
상세보기
호문쿨루스에 대해서는 그 전에도 포스팅이 있습니다만
최근 신간을 보고 나서 다시 한번 확신이 강해져서 분명히 쓰고 싶었습니다.
말하고 싶었던 것은 단 한 가지.

 "호문쿨루스는 은유적으로 임상심리학을 전달하고 있는 만화"

임상심리? 뭘까요? 거기 전공자들 손 내리구요.
일반인들이 알기에는 너무 낯설고 어려운 '임상심리학'. 현실에서 상당히 동떨어진 느낌이죠...
심리치료사 상담심리사 이러면 무슨 일을 하는지 왠지 얼핏 느낌이 오니까 아~ 하겠는데...

지극히 제 주관적 견해라는 사견을 전제로 하고, 만화를 읽었던 분들에게 논설문을 좀 펼쳐보자면...
제가 볼 때ㅡ 호문쿨루스 주인공 니코시가 겪는 스토리가, '임상심리학자'가 하는 일의 본질이자 인생의 핵심 테마와 거의 일맥상통합니다.

'호문쿨루스'는 겉보기에는 매우 비과학적인 오컬트를 다룬 만화처럼 보이고, 또는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SF처럼 보이는 만화지만, 보면 볼 수록 이 만화가 그려내는 이야기가 공상 속의 판타지를 주제로 한 게 아니라 '인간에 대한 고찰'을 다룬 것임을 알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뭐 모든 만화가, 모든 문화가 인간을 다루고 있지만요. 다른 것들과 구분되는 점이라면, 만화 속의 이야기가 전반적인 인간성을 다룬 게 아니라 특정 유형의 '병리적 인격'을 다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호문쿨루스'라는 소재를 사용해서 '상징적'으로 묘사하면서 말이죠. '임상심리학'이 심리적,정신적,정서적 질병을 다루고 있는 것임을 안다면, 왜 제가 이런 주장을 하는지도 금방 이해 되시겠죠.

(전에도 언급했다시피. 다른 심리학적 만화인 '사이코닥터'나 '어둠의 임상심리사'보다 이쪽이 훨씬 임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만약 '임상심리학'을 다룬 만화를 추천한다면 다른 무엇보다 이 호문쿨루스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사이코닥터'나 '어둠의 임상심리사'는 기본적으로 추리만화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나치게 정신분석적 상징화를 이용해서 이야기를 풀어내고, 너무 빠르게 전개되는 특징을 보입니다. 너무 비현실적입니다. 정신분석이라서 무작정 싫다는 게 아니고, 정신분석 자체가 오랜시간 공 들여서 무의식의 의식화를 이루는 과정인데, 만화에서는 너무 쉽게 통찰이 이뤄지고 큰 저항없이 의식화가 되어버리며 순식간에 사람이 행복하게 바뀌어 버립니다. 그런 정신분석 기법이 있었다면 심리치료 시장은 정신분석이 제패했을 겁니다. 이야기에서 정신분석을 추가함으로 개연성을 이끌어내고 있으나, 실제로는 만화 속의 정신분석적 과정 자체가 현실의 정신분석치료와 동떨어져 있다는 게 제 요지입니다. '사이코닥터'를 통해 정신분석 사례를 경험하는 것은 '역전재판'을 통해서 법률 사례를 배우겠다는 것과 다를바 없습니다.)

<추가로, 가끔 무섭기도 해요. 제가 볼 때, 사이코 닥터에서 해피엔딩으로 에피소드를 끝내는 주인공의 시선이, 혼이 빠져 버린 모양새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아무튼 심리학, 특히 임상 or 상담 쪽 학문을 어느 정도 배웠고, 이야기에 대한 분석 능력을 어느 정도 보유한 심리학자라면, 이 만화가 임상심리학적 관점을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알아챌 거라 생각하는데요. 서두가 너무 길어지고 있으니 일단 제 주장 속으로 들어가보죠.

1. 작가의 전작들
- 다른 작품들이 더 있는지 모르겠으나 제가 확인한 것은 '고로시야 이치'와 '엿보기 가게'입니다.
'신 엿보기 가게(nozokiya)는 다소 알려져 있지 않은 만화로 정발이 되지 않아 저도 인터넷을 통해서 정보를 접했습니다. 사실 나온지 너무 오래된 만화이고 그림체로는 같은 작가인지 조차 알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그러나 는 이 작가의 만화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시놉시스와 소재입니다. 제가 일본어를 잘 몰라서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긴 어려웠지만 관음증을 소재로 하여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은 확실했습니다. 관음증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보통 '딸기 100%'  같은 일본 만화처럼 경우 극단적인 속옷 노출이 주요 세일즈 포인트로 하며 독자들의 관음 욕구를 충족시키는 만화가 아닐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작가의 만화에는 노출은 있으나 독자들의 관음욕구를 충족시킬 만한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의 관음증이라는 주제도 팔아먹기 위해 선정된 주제가 아닙니다. 

'고로시야 이치'는 고어무비로 유명한 '이치 더 킬러'의 원작으로 알려져 있는 만화입니다. (스포일러 있음) 
영화만 보면 사이코패스 살인범 '이치'를 중심으로 한 피칠갑 잔혹 살인극으로만 생각될 수 있는데, 이는 이치의 개인적 일화가 대폭 축소되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만화를 보면 생각이 많이 달라지게 됩니다. 물론 만화도 성인용으로 매우 잔인한 묘사들이 있으며 여태 정발로 나오지도 못한 이유가 있긴 있습니다.
그러나 원작 '고로시야 이치'는 주로 주인공 '이치'가 어떤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지, 트라우마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어떤 외상적 이유로 살인을 저지르는지, 어떤 방식으로 조종당하는지가 중요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영화와 비교해 만화 속의 이치는 단순한 울보가 아니고, 외상과 뒤섞여 삐뚤어져 있는 주관적 현실이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고로시야 이치에서 강조되는 주제는 폭력과 섹스, 사디즘과 매저키즘 입니다. 만화로만 보면 DSM-IV의 변태 성욕에 해당되는 행위들이겠습니다. 영화에서 시각적으로 선명하게 강조된 부분은 사디즘과 매저키즘이겠죠. 영화는 시각적으로 그 부분을 강조했으며 원작에서도 살인과 섹스는 극한의 가학성으로 그려지지만, 영화보다 원작은 폭력성이나 선정성을 세일즈 포인트로 삼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선혈이 낭자한 장면을 보여주기만 하는 영화와 달리 만화에서는 그 가학성과 피학성의 상징적 이유들이 나열되고 있습니다('설명'이 아니라 나열이요.).  '이치'라는, '트라우마에 빠져 있다고 스스로 믿고 있는 살인기계'가 어떤 결과를 맺느냐를 연출한 드라마인거죠.
이 정도로만 봤을 때도, 작가의 임상심리학적 관심과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라는 것에 대해서는 의심할 바가 없습니다.

2. 인상
사실 제가 '호문쿨루스'란 만화를 임상심리학적 주제를 다루는 것으로 보게 된 것은 제 경험이 가장 큽니다.

얼마 전에 한 환자의 인물화 검사를 해석하면서, 갑자기 떠오른 게 호문쿨루스였습니다. 그것을 그린 환자는 매우 유약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사람이었으며, 불안하고 초조해 하며 억압되어 있는 인상을 보이는 사람이었습니다. 성격장애로 분류하자면 C군으로 보이는 사람이었죠. 

그림은 나름 성의를 기울여 열심히 그려진 것이었습니다. 얼핏 보면 그림 실력의 부족으로 부적절하게 묘사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어찌 된 것인지 그 그림을 보면 볼수록 회피하고 싶을 정도로 기괴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이토준지' 만화에 나오는 듯한 괴기스런 형상이었죠. 

그렇다면 그 그림이 그 자신의 무의식을 투영한 호문쿨루스일까요? 물론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면 그것은 그  자신일수도 있지만, 만화 호문쿨루스에서도 나오듯이 "자신의 눈을 통해 본 다른 사람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심리 평가 결과들은 그 환자가 paranoid한 특성을 보여주고 있는 여러 sign들이 나타났습니다. 저로써는 제게 보여주었던 인상과 다른 평가 결과들에 당황스러웠었죠. 그런데 실제로 제가 겉으로 받았던 인상과 다르게, 다르게 병동 내에서 이 환자는 다른 환자들을 뒤에서 조종하였으며, 간호사들에게 은근히 요구를 드러내는 스타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요구사항은 자신의 가족에게 연락을 취하는 것이었죠. 담당의와 이야기를 해보니 겉으로 유약해보이고 순응적인 아버지로 보이기만 했던 그 환자는, 사실은 가족들에게 폭력을 일삼고 극단적인 행동을 오갔던 환자였습니다. 심리평가 sign보다 제 인상을 우선시하는 경향은 그 뒤로 많이 사라졌죠. 

3. 내용
암튼 임상심리학회 홈페이지에 가보시면 임상심리학자가 하는 일이 '연구, 치료, 평가, 교육, 자문'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자, 그럼 호문쿨루스라는 만화에서, 저 중에서 어떤 일이 해당되는 걸까요?
제가 볼 때는 다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핵심이고 인상적인 부분, 즉 '평가'와 '치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 라고 쓰고는 몇 개월째 쓰질 않았습니다. 10권을 읽고 나서 썼던 글인데 그 사이 11권과 12권이 나왔네요.



여기에 관해서는 이후에 추가로 여유가 있을 때 적어보고자 합니다. (즉, 1부 끝)

일단 글의 결론만 내리기로 하죠.
'트리퍼네이션을 하지 않고도 호문쿨루스를 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답을 제시하겠습니다.
임상심리학자가 되면 됩니다. 임상심리학자가 하는 주요 업무가 호문쿨루스에는 상상력이 가미되어 잘 묘사되어 있다, 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ps - 혹시나 제가 이야기한 게 임상심리학자의 어떤 '특별한' 능력을 소개한 것처럼 느껴지셨나요?  그랬다면 제 글실력이 부족해서 핀트가 다소 벗어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오히려 임상심리학을 하는 이들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혹독한 현실에 뒹굴면서, 매일 온갖 불평을 마음에 쌓으면서도 임상심리학자로써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사람들 말이죠. 호문쿨루스를 보고 싶지 않아도 보일 수 밖에 없는 주인공 니코시처럼.
Posted by feveriot

이 짝퉁 심리학 책이 여전히 잘 팔리고 있다는 게 이 땅의 심리학도로써 그저 슬플 뿐임.

격한 임상심리 수련생활 중에 
오랜만에 쓰는 글이 이런 글이라는게 개탄스럽기도 하지만...

바로 직전 내 가까운 곳에 있는 피해자를 접하고 
더 이상의 피해자가 줄길 바라며...

합본이라 책값도 징그럽게 비쌈. 38,000원짜리 폐지라니.

결론만 내리자면

절반은 심리학 개론 수준도 아니고 교육학이나 사회복지에서 배우는 수준의 심리학 내용을 
형식적이고 조잡하게 구성해 놓은 내용이며

심리학의 깊이를 느끼기에는 15세 이상에게 권장할만한 수준이 되지 않는다.

나머지 절반은 정확한 자료나 데이터, 출처가 되는 논문 없이 저자의 머리 속에 존재하는, 
일견 정말 그런 이야기가 있음직한 구라들을

그럴듯하게 썰을 풀어 늘어놓은 책이 되겠다.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눈치있는 현명한 사람라면 심리학을 배우지 않았어도
이 책이 뭔가 허술하고, 근거없고, 교양없고, 조잡하고, 싸구려티가 난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이 책만 읽고 심리학을 얼핏이라도 알았다고 생각하고 
어디가서 아는체 하다 심리학도 만나 논쟁하고 괜히 오기부리다 창피한 순간이 올 줄 모른다.


<이상 네이버 책 리뷰에 쓴 글. 일부러 격하게 표현한 부분이 있으니 양해바람>


다른 피해자가 없길 바라며 더 좋은 다른 책들을 읽기를 바란다.
더 자세한 것을 알고 싶다면. 아래 링크들을 따라가길.


[book] - [미스테리] 책은 존재하는데, 저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http://booklog.kyobobook.co.kr/socialos/326450/#0

http://walden3.kr/1131

http://blog.aladin.co.kr/712192123/1964745



심리학의즐거움세트
카테고리 인문 > 심리학 > 교양심리
지은이 김문성 (휘닉스드림, 2009년)
상세보기

Posted by feveriot
영화 셔터 아일랜드 vs. 소설 살인자들의 섬

소설을 본 지 오래되어서 (2006년 경) 잘은 기억이 나지 않고 세세하게 비교를 하긴 어렵네요.

그렇지만 확실하고 눈에 띄는 것 하나가 있는데 그게 영화의 결론 부분입니다.
제가 받은 인상에 의하면, 그 결말로 인해서 전달되는 주제가 확연히 달라졌기에 이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일단 스포일러 조심. 경고했습니다 !!!!








소설 속에서는 이야기 전체와 결말까지가 주인공의 슬픈 운명에 초점에 맞추고 있습니다.

현실을 회피하기 위해 도망친 정신세계가 연극이었음이 밝혀지는, 그리고 주인공이 그렇게 현실로부터 도피하여 자신만의 세계로 숨어들 수 밖에 없었던, 절대 빠져나갈 수 없는 트라우마, 그러한 운명에 놓인 정신세계를 상세하게 보여주고 이를 전달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정신분열자'임에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트라우마'가 있다"는 생각을 전달합니다.

모든 것을 깨닫고, 통찰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 만에 다시 현실 뒤의 자기 세계로 도망가 버릴 수 밖에 없었던, '트라우마의 크기'를 전달합니다.

독자들이 주인공의 상태에 대해서 공감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면 아마 결말 부분에서 의사의 웃음이 그렇게 슬프게 다가오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결말이 약간 다르게 되어 있더군요. 어떤 면에서는 이 영화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살려주는 측면이기도 합니다.

소설에서 주인공이 마지막에 아무 것도 모르고 따라가던 것과 달리, 영화에서는 자리를 뜨기 전 의사에게 한 마디를 던집니다. 대충 "live as a monster or die as a good man?"인데, 번역은 "괴물로 살겠느냐, 선량한 사람으로 살겠느냐?"라고 생각될 수 있겠습니다.

이 부분을 보신다면 어느 누구나, 이 시점에서 주인공의 현실 지각이 멀쩡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주인공 스스로가 로보토미 시술을 받게 될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으면서도, 마치 그것을 선택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요약하자면, 소설이나 영화나 결말에서 공통적으로 정신분열 환자들에서의 '통찰 없는' 양상을 잘 보여줍니다.
소설의 결말이 통찰 없는 상태로 다시 돌아간 상황에서 결말을 맞이하는 것에 비해서,
영화에서의 결말은 통찰 없는 상태로 다시 돌아간 듯 보이지만, 마치 자신이 그것을 선택한 듯이 그러한 연기를 한 것으로 보이게끔 행동하고 결말을 맞이합니다. 당시 주인공의 구체적 상태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추측만 가능하겠지만 최소한 그 말을 한 순간의 정신 상태는 현실에 기반하여 이야기했던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때문에 사실은 주인공은 정신이 완전히 돌아왔지만 여태까지 잘못을 되돌릴 수 없으므로 '괴물로 살기 보다 좋은 사람으로 죽으려는' 것처럼 행동하는 거구나, 또는 '괴물로서 반복된 삶을 왔다갔다 하며 사느니 그냥 죽으련다'  하는 생각이 충분히 가능합니다. 이는 한편으로는 '괴물로 사느니 그냥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인간의 본능적 한 일면을 시사하는 것으로도 보입니다.

그러나 사실 영화 속의 이러한 양상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 정신분열적 세계관을 잠시 살필 필요가 있겠습니다. 소설이나 영화나 주인공은 심각한 정신분열병 환자입니다. 정신분열병 환자들이라고 해도 항상 환각이나 망상 상태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때때로 현실감이 돌아오기도 하고, 그러다보면 자신이 했던 일들을 부끄러워 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그들의 세계에서는 자신의 잘못이나 실수를 온전히 자신의 뜻대로 받아들이지 못하죠. 트라우마랑은 다른게, 사고과정 자체가 잘못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정신분열병 환자들의 질병 기원이 트라우마에서 오는 게 아니듯이, 영화 속 주인공도 사실은 트라우마 때문이 아니게 됩니다.

때문에 주인공은 정신적 외상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이 현실을 도피하게 된 원인을 가져다 붙이고 살아왔지만, 실제로는 그것이 자기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사고과정의 문제라는 것을 직감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이러한 점을 인정하지 않으며, 거의 고려조차 않습니다. 그러나 만약 환자 스스로가 이를 발견하게 된다면, 그 사람은 어떤 결단을 내리게 될까요?

대개의 경우에는, 이를 부인하거나 합리화하기 위한 새로운 방식의 기제를 발전시킬 것입니다. 그런 식으로 점점 사고과정에서의 문제 영역을 만성적으로 넓혀가게 될 것이고, 그렇게 더 커다란 괴물이 되어 갈 것입니다. 절대로 자신의 본질적 문제를 직면하지 않으려 할 것이며 이로 인해, 주관적 세상은 괴물이나 악마는 전혀 없고 평화와 정의만 가득한 세계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영화에서 주인공이 '괴물'을 언급하였던 걸로 보아, 주인공은 자신의 상태가 '자기 스스로 만들어온 괴물'이란 점을 깨달았다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요약하자면 소설의 주제가 '외상으로 인해 환상으로 도망칠 수 밖에 없었던 주인공의 슬픈 인생과, 정신질환자들의 정신세계에 대해서 미약하게 나마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신적 외상에 대해서 외과적 수술을 시행하는 당시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드러낸다면,

영화의 주제는 '정신분열자가 자신의 사고과정에서 문제를 직면한다면, 어떻게 될까'에 대한 대답으로서, 영화는 '아마도 잔인한 외과적 시술을 받아들일 정도 일 것이다'라는 결론을 내리며, '정신분열증 환자가 도피하는 주관적 세계의 크기'를 강조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소설과 비교할 때, '괴물(=정신분열)로 사느니 제정신일 때 그냥 정신적 죽음(=절제수술)을 선택하겠다'라는 식으로 가버려서, 정신질환자들의 정신세계를 괴물로 비유하며, 공감대를 거부하여 버립니다. 영화 속에서 제시되는 디카프리오의 트라우마나 환각이 원작을 리얼하게 반영하긴 했지만, 그 심정에 공감하긴 어려워 보였는데, 결말을 보면 마지막까지 관객들이 디카프리오에게 공감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지 않으려 한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의 결말도 나름 괜찮긴 했지만 소설이 전체적으로 몰입도가 더 높고 이야기의 긴밀성도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영화가 원작의 줄거리를 거의 그대로 가져왔으면서도 결말을 다르게 잡았기 때문에 주제가 깊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소설에서는 그토록 선명한 남아있던 에필로그의 그 쓸쓸한 인상이, 영화에서는 잘 드러나지도 않고 마치 뻔한 반전 트릭을 위해 나오는 것처럼 비추어 지는 듯 해서 안타깝습니다.

Posted by feveriot

사회공포증이란 증상에 대한 정의가 진단적으로 확립된 게 오래 되지 않은데, 역사적으로는 오래된 진단입니다. 요즘은 사회불안장애라는 말이 통용되고 있는데,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사회공포증'이라고 하면 '사회적 상황 전반에 나서는 걸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흔히 일반인들은 '광장공포증'과 '사회공포증'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데 사실 광장공포증과 사회공포증은 완전히 다릅니다. 사회공포증이란 말은, 'Social phobia'가 번역되어서 '사회공포증'으로 번역되어 이렇게 사용되고 있지만, 좀 더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려면 '사회적 장면에 대한 공포증'이라고 해야할 것입니다. 광장 공포증도 '광장에 나서는 것에 대한 공포증'이 될 것이구요. 

대학생이나 직장인이 흔히 겪는 것으로 발표 불안이 있습니다. 발표 불안, 무대 공포증, 발표 울렁증 등 여러가지 용어로 표현되는데, 결국은 발표 상황의 과도한 긴장과 불안, 불쾌감을 표현하지요. 물론 나서서 주목받고, 특히나 자신의 수행이  중요한 당락으로 평가되는 경우라면 상당한 불안을 초래하는 게 당연합니다. 다만 이러한 긴장과 함께 파국적인 수행에 대한 부정적 예상이나 실제 수행 중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어떤 신체적 반응이나 행동 등이 나타난다면 증상으로 볼 때 역시 사회공포증에 포함되는 게 맞고 서구에서 생각하는 사회불안도 이쪽이 더 가깝습니다. 

한편 대인공포증은 '사람을 상대하는 게 두려움'을 뜻하는 것을 말하는데, 사회공포증에 포함됩니다. 사회공포증이 사회적으로 나서거나 주목받는 장면을 는 그냥 사람을 상대할 때의 불안을 이야기 합니다. 대인공포증이란 말은 일본에서 처음 나왔는데, 딱히 자신이 주목받는 게 아닌데 사람들과 관계할 때의 불안이 극심한 경우가 일본에서는 많았기에 서구에서 정의한 사회불안과는 조금 다른 종류로 보고되었습니다. 즉 조금 더 동양에서 잘 나타나는 사회불안입니다. 

대인공포가 더 잘 알려진 것은 기존의 '사회공포증'이라는 말이 대중들에게는 마치 '광장공포증'과 같은 의미로 받아 들여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과 비슷한 문화권인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로 '사회공포'를 '광장공포'와 비슷하게 생각해서 아주 기능이 떨어지는 심각한 질환이라고 생각하기에 사회공포증이란 말을 잘 사용하지 않게 된 것이라 보네요. 진단명의 뉘앙스가 강하기 때문이죠. 누구나 그렇겠지만 정신질환이라고 생각하기보다 '소심해서'라고 생각하거나 'A형이라서'라고 생각하는 게 마음이 편한 것은 당연합니다.  

그렇지만 정확한 진단이 안되니까 문제를 고치려는 노력에서 자꾸 헛수고를 하게 됩니다. 스피치 학원을 다니거나, NLP 치료를 받거나, 최면 치료를 받거나, 발표 연습을 더 열심히 하는 등.
그렇지만 불안은 사라지지 않죠. 아마 미니 트라우마 경험이 축적될 수록 불안은 더 커지게 될 겁니다. 

대학생 중에 우울하고, 불안한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쉽게 우울증으로 진단 내리거나 오래되어 왔으면 성격적인 진단을 내리게 됩니다. 그렇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현상학적으로는 사회적 불안이 개인 삶의 핵심인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불안이 항상 우울보다 선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불안하기 때문에 우울하게 된다는 경로는 이미 확인된 사실입니다. 결과적으로 본인들도 우울하기 때문에 '우울해요'라고 호소하는 것을 편하게 생각하죠. 하지만 원인이 불안일 수 있고, 우울증과 공병률이 상당히 높은 사회공포증을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미국 유병률에 비해 우리나라 유병률은 매우 낮게 나타나 있죠. 그렇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오히려 우리나라 쪽이 더 흔하다고 봅니다. 혈액형 성격에서 A형이 소심하다는 게 잘 알려진 건 국민들의 혈액형이 A형 분포가 높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소심한 사람들이 그저 많기 때문입니다. 

Posted by feveriot


일본의 인기 여자 아이돌 그룹 퍼퓸의 곡 'Macaroni'의 음악에 The Pharcyde의 JD와의 합작곡 'Runin''의 랩을 얹은, 일종의 믹스트랙. (누가 만들었는지는 정확히 모르나 팬이 만든 듯)

유튜브에서 알게 되었는데
전혀 어울리지 않을 법한 이들이지만 싱크를 잘해놔서 너무 잘 어울리는 느낌.
제목(Macaroni+Runin'=Macaronin')부터 리듬, 코러스 멜로디, 라임, 뮤비 모두 처음부터 이를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아름다운 조화.

★★★★★★★★★☆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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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fume vs. The Pharcyde - Macaronin'  (0) 2010.03.05
Posted by feveriot
교재 사러갔던 서점에서 '이토 준지 신간'이란 말을 보자 마자 바로 구입결정.

블로그에서 밝힌 적이 있나 없나 모르겠는데 나름 이토 준지의 열렬한 팬입니다.
주변인들에게 자주 이야기하는 한 일화로, 고3때 매일 밤 자기 전 '이토 준지 공포컬렉션'을 한 권씩 읽고 잤던 이야기를 하곤 하지요. 심신의 안정을 위해서 였달까...;

제목만 들어서는 어떤 새로운 공포를 맛보게 해줄 것인가 추측불가능하게 미스테리한 제목입니다.
직접 보실 분들을 위해서 스포일러를 자제해야 겠지만 어차피 부제목에도 써져있으니...;

부제는 이토 준지의 고양이 일기입니다.
이토 준지와 저주받은 고양이의 동거!!

자기 만화 패러디도 많고, 너무 재밌어서 구입하자마자 세번 정도 독파했답니다.
역시 J군은 공포와 개그 모두에 소질이 있다는 걸 증명했네요.

ps. 속표지에도 카툰이 있네요. 이걸 이제서야 알았네요.

평가: ★★★★★★★★★☆ 9/10
Posted by feveriot
2010.03.05 20:30


류이치 사카모토가 1980년 5.18 민주화 운동을 뉴스에서 접하고 충격을 받아 만들었다는 노래.
현 대한민국 상황에도 충분히 느낌이 살만한 그런 분위기의 곡.
30년 전의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느낌.
Posted by feveriot

아바타’ 화려한 3D 영상 부작용, 우울증에 자살충동 호소


얼마전에 올라왔던 기사인데, [아바타]를 보고 난 후 관객들이 우울증과 자살충동을 호소할 정도로 시달리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보도에 인용된 네티즌들은 영화를 보고 다음 날 온 세계가 무의미해졌다며 판도라에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자살마저 하고 싶다고 호소했답니다.

이 정도라면 당연히 영화가 어느 정도인지 호기심이 들게 마련입니다. 저는 처음에는 혹시 노이즈 마케팅이 아닐까 의심했지만 이미 충분히 잘 나가고 있는 영화라서 그런 마케팅 방법이 필요할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이미  '정말 보고 싶지만 매진이라서 볼 수가 없는' 영화로 알려져 있는데 무슨 이런 마케팅이 필요하겠습니까.

영화를 예매를 하긴 했었으나 솔직히 '외계 종족'의 이미지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스토리 플롯도 별로 호기심이 당기지 않았서 보지 말까 생각도 했는데, 호기심을 당기는 기사에 봐야겠단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늘,  예매 후 1주일을 기다린 끝에 결국 소문도 많던 [아바타]를 보고 왔습니다.

영화에 대한 감상에 앞서서, [아바타]를 '경험'하고 난 후 제 기분을 묻는다면, '뭔가 설명하기 어렵지만 복잡한 심정'을 느꼈다고 말씀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3D 영화 증후군'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3D 입체 영상 자체가 개개인에 따라서는 구토나 어지러움, 두통 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저와 동행했던 이 역시 어지러움을 호소했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이로인한 고통은 없었고, 또한 3D로 인한 입체감 경험은 적었기에 3D로 보지 않아도 어차피 비슷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3D 안경을 쓰고 보는 것은 입체감보다는 CG의 이질감을 줄여주는 느낌을 주는 듯 했습니다. 분명한 건 다운 받아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하는 영화였습니다.

아무튼 저 역시 '복잡함 심경'은 분명 느꼈으나... 위 기사에 언급된 네티즌들의 이야기가 공감되느냐 묻는다면, 저는 단연코 아니라고 하고 싶습니다.

우울? 자살충동? 뭐 어떤 영화에 대해서도 누군가는 슬픔이나 자살 충동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공포영화를 보고 슬플 수도 있는거고, 코미디 영화를 보면서 무서울 수도 있는 것이며, 로맨틱 영화를 보면서도 죽고 싶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저는 [올드보이]를 보면서는 카타르시스를 느꼈고, [미스트]를 보고 극장에서 뛰쳐나가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고, [희극지왕]을 보면서 한 시간 동안 울었지만, 그건 제 나름의 독자적인 경험인 거고 공감이 안될 여지가 큰 것입니다.

뭐 그런 측면에서 이해할 수 밖에 없는 게, 솔직히 전혀 세계가 무의미하게 느껴지거나 영화 속 '판도라'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말로 못할 복잡함'을 좀 풀어서 설명해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부터 스포일러 입니다-------



제가 느끼는 약간의 혼동은, 저는 계속해서 한 인간 입장에서 영화를 보려고 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종반부에 더더욱 그랬죠.

일단 저는 사실 '판도라'에 발을 딛고 나서, 그곳이 낙원이라는 생각이 한번도 들질 않았습니다. 할레루야 산을 보게 되었을 때, 그 비현실적인 풍경을 보면서 신선이 살만한 절경이라는 생각은 들었죠. 그런데 인간이 살만한 곳이란 생각은 해본 적도 없습니다. 네, 그곳은 온전히 나비 종족의 것입니다. 각 개체는 자신들이 진화해 온 환경에서 진화를 계속 해 나가는게 가장 바람직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맞지도 않는 옷을 억지로 입을 필요야 없지 않겠어요?
 
그렇지만 어느 사이 구도가 인간 vs. 나비종족의 대전투가 이뤄질 듯한 플롯이 나타나고, 평화적인 방법에 대한 희망은 깨지고 결국 전쟁이 이뤄지게 됩니다. 그러한데 주인공은 나비종족 편입니다. 또한 정의와 도리는 원래 주인인 나비종족에게 있습니다. 인간들이 일을 벌이는 동기는 단순한 '경제원리'였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이미 판도라 종족의 독립, 인간에 대한 징벌으로 결말이 날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특히 주인공이 종족들을 결집시킬 때 가장 전율이 일면서도 무언가 슬픈 순간이었는데 결국 전쟁이 일어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얼마나 아이러니 한 순간입니까? 제가 인간인데 제가 이입해서 스토리를 경험해야 할 주인공은 나비 종족의 편에 서서 인간을 죽여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아무리 정의가 나비 종족의 편에 있더라도 저는 이런 상황이 납득되지 않았고 불편했습니다. 마치 미국인의 입장에서 '반딧불의 묘'를 본다면 이럴까, 일본인의 입장에서 '난징! 난징!'을 본다면 이럴까 하는 심정이 들더군요. 물론 플롯의 드라마는 완전 다르지만 그저 영화를 대입해서 경험할 때 피해자 가해자 경험의 구도를 비교해본다면 그렇다는 것이죠.

저도 약간 오버해서 생각한 것 같긴 하지만 만약 저보다 그런 관점을 더 몰입해서 경험한 분이라면, 불쾌하거나 우울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바타]에 나온 일반 인간들은 나비 종족과 비교해서 공감과 유대도 떨어지고 배은망덕하게 구는, '근본을 잊는 몰지각한 존재들'처럼 그려지니까요. 영화에 너무 몰입해서 영화 속의 이미지를 지나치게 일반화시킨다면, 문제가 발생하겠지만 사실 그건 [아바타]만의 문제는 아니겠죠.

아무튼 제가 경험한 것은 그러한 구도에서 오는 '불편감'이었지요. 어떻게든 자살 충동, 우울증을 경험하는 사람을 공감해보고 싶긴 한데, 사실 저는 전혀 되지 않았습니다. 절경에 반해 현실을 떠나 판도라를 가고 싶다는 그러한 분들의 논리는 사실 도무지 상식적으로 이해조차 되지 않습니다. 저는 2154년 기점으로 그려진 문명 기술에 도달하려면 언제가 되어야 할지, 솔직히 그런 문명을 빨리 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긴 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더라도 뭐 우울할 정도까진 아니지만요. 

결론은 '도무지 왜 이 영화를 보고 우울해 하는지 모르겠다'겠네요.


이외에는 영화에 대한 몇 가지 감상입니다.

약간 색다른 아이디어라고 생각은 했는데, 영화 속 '아바타'가 [매트릭스]처럼 그저 가상 공간에 주어진 '온라인 상의 정보'가 아니라 영화 속에서는 나비 종족과의 유전자 결합으로 탄생한 실제 존재하는 생물학적 개체라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접속을 하긴 하지만 현실의 누군가랑 한다, 다시말하면 [존 말코비치 되기]가 되겠네요.

전체적인 플롯은 [모노노케 히메]와 솔직히 흡사한 것 같더군요. 표절 공방까지 있었던 것 같은데, 뭐 이 정도면 상당한 재창조라고 봅니다. 아이디어가 아무리 창의적이든지, 플롯이 얼마나 근사하든지 상관없이, 영화는 결국 어떤 상상력을 하나의 작품으로 얼마나 잘 구현해내는가가 결정하니까요.

제 입장에서 솔직히 [아바타]는 2010년, '궁극의 SF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판도라'의 풍경에 대한 그리움은 거의 없되 영화 속에서 너무 리얼한 미래 문명을 그려놔서 왜 현실에서 그런 일들이 가능하지 않냐!는 식의 불평이 생길만한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주요 소재부터, 배경, 아이디어, 아이템, 더불어 이러한 것들을 표현해내는 구현능력까지. 정말로 어느 순간부터는 CG라는 생각이 완전히 사라져버립니다. 말 그대로 최첨단을 달리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 SF적인 상상력도 좀 더 발전해야 할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는 영화들이 SF 소설에서 이야기를 빌려서 상상력을 발휘해 왔는데, 지금은 영화들이 워낙 시각적으로 상상력을 잘 구현해주니까 SF 소설들도 상상도 못할 아이디어들을 좀 더 만들어 내야 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썩 재밌는 영화였습니다. SF적인 상상력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더 좋아하실 영화라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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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된 사나이' 김명민, 2010년 사이코패스와 '사투'


제목만 보고, 오옷! 설마 그걸 리메이크하는 건가? 
하는 착각에도 빠졌습니다. 물론 그건 아주아주 잠시...

김명민의 신작 제목이 '파괴된 사나이'라는데, 괜시리 또 짜증이 납니다. 
(요새 올리는 글들이 왠지 자꾸 짜증내는 글들 뿐인듯;)

 '파괴된 사나이'는 휴고상 1회 수상작으로, 알프레드 베스터의 나름 세계적으로 유명한 SF소설 작품입니다. 이러한 작품의 제목을 리메이크도 아니고 도대체 아무런 상관도 없는 영화에 왜 그대로 가져다 붙이는 건지. 저 역시 김명민이라는 배우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지만, 향후 이 영화의 행보에 대해서는 냉소적으로 바라 볼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런 일이 하루 이틀도 아니죠. 당장 생각나는 것만 해도 '복수는 나의 것', '즐거운 인생', '비열한 거리',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등등. (김지운 감독게 좀 많군요. 흠) 

한국 영화 제목들, 도대체 왜 이렇게 짓는 건지, 정말 궁금합니다. 이 따위로 해야만 흥행하나요? 
좀 더 창의성 있고 유일무이한 제목을 지으려는 노력을 왜 하지 않을까요?
제목 정하는 절차가 머리 짜내서 내는 게 아니라 이미 있던 작품들의 제목들을 객관식으로 나열한 뒤 뭘 고를까 선택해서 정하는 겁니까? 

물론 어떤 작품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그 제목이어야만 할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리메이크가 아닌 이상 가능하면 같은 제목으로 일부러 지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런 예들이 한국 영화에서는 유독 많은 것 같네요.

예전에 홍콩 영화들이 생각납니다. 홍콩 영화 잘나갈 때 제멋대로 소재를 빌려와서 영화를 막 찍을 때가 있었죠. '시티헌터' '스트리트 파이팅'부터 '홍콩 마스크' '홍콩 레옹'등. 스토리 표절 하던 시기는 지나갔으니 내용까지 그 지경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제목 짓는 것에 있어서는 그 당시 홍콩보다 더 심한 것 같습니다. 영화 제목 짓는 분들 반성이 필요한 때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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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게임 중독은 마약중독과 같다"

http://photo.media.daum.net/photogallery/digital/0806_it/cluster_list.html?newsid=20091209103205847&clusterid=105607&clusternewsid=20091209103910772&p=yonhap


오늘 이런 기사가 떴네요.

약하면 인터넷 게임 중독의 뇌 fMRI 사진이 코카인 중독 환자의 fMRI 사진과 유의미하게 같은 양상을 보였다는 내용입니다. 솔직히 아주 신선한 연구는 아닙니다. 왜냐면 유사한 연구보고가 이전부터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정합니다. fMRI가 아니라 PET 연구였네요.)

인터넷 중독이나 게임 중독이 사실 그렇게 연구가 많이 된 분야가 아니라서, 여전히 뭔가를 제안하기에는 불충분하고 연구가 더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그래도 중요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기사 자체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거나 납득하기 어렵게 써져 있습니다. '코카인 중독 환자의 PET 사진에서 안와 전두엽의 과잉 활성화를 보이는데 인터넷 게임 중독자의 뇌 역시 그러하다.'

그래서 뭘 어쩌란 거죠?


뇌를 fMRI로 열심히 연구하시는 분들은 사실 이렇게만 이야기해도 알아먹을 수 있습니다만, 일반인들은 무슨 소린지 알 수 없잖아요.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해 뉴스를 제공하는 거 아니었나요? 기자들은 이렇게 쓰면 안되잖아요. 그것도 연합뉴스가. 이런 식으로 기사를 쓰니까 과학이 점점 대중들과 동떨어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설마 '게임과 코카인은 똑같다능' 이런 이야길 하고 싶은 겁니까?

최소한 기사를 바르게 쓰려고 했다면, 여기서 중요하게 언급되는 안와 전두 영역이 뇌에서 무슨 기능을 하는지는 알려줘야죠. 그래서 간략하게나마 보충해보려고 합니다.


안와 전두 피질 영역 - 보상과 처벌!

안와 전두 영역(Orbito-Frontal Cortex: OFC)은 대뇌 피질의 전두엽에 해당되는 피질 영역으로서, 안구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해서 안와 전두영역이라고 불립니다. 안와 전두 영역에 관한 여러 연구 결과들은 크게 세 가지를 시사하고 있습니다.

1. 가까운 미래 행동에 대한 결과 예상
2. 보상과 처벌의 관계성 파악
3. 보상과 처벌 영역이 구별되어 있음

이를 통해 안와 전두 영역에 대해 아주 간단하게 요약하면, "보상과 처벌"을 담당하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활성화의 크기는 보상이나 처벌의 크기를 반영함이 밝혀졌죠.

특히 이 영역이 사회적 행동에 관여하는 방식에 관해서 알려져 있는 바는 다음과 같습니다.
한 개인이 어떤 이득을 얻기 위해서는 그것을 얻기 위한 방법을 파악해야 합니다. 그 방법은 단순하기 보다는 복잡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게임에 빠져 있는 사람이 게임이라는 보상을 얻기 위해서는, 게임을 못하게 말리려는 엄마의 눈을 피해야 할지언데, 어떻게 엄마의 눈을 피해서 게임을 즐길 것인지 그 방도를 여러 측면에서 고안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항상 손실이 없을 수는 없기 때문에, 손실은 최소화하고, 이득을 최대화화기 위한 '도박'을 하게 됩니다. 이 때의 이득과 손실이 보상과 처벌이 되며, 게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양상에서 우리는 보상과 처벌의 관계를 파악하며 행동을 수립하게 됩니다. 이러한 보상과 처벌의 관계성을 파악하는 것이 '학습'입니다.

그러나 만약 이득보다 손실이 크다면 판단이 들면, 우리는 대부분의 경우 그 행동을 하지 않거나 지연하려고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엄마로부터 게임을 하면 컴퓨터를 다 부숴 버리겠다는 협박을 듣는다면, 당장은 게임을 하지 않는 것이 좋은 판단일 것입니다. 왜냐면 이 상황에서 원래의 보상 행동(컴퓨터 게임)이 더 좀 더 시간이 지난 후(게임을 하다 엄마에게 들킨 시점)에서는 큰 처벌의 의미를 동시에 보유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보상이었던 것이 이후 처벌이 되는 것을 학습하는 것, 이것이 역학습입니다.

여태까지 설명을 통해서 보상과 처벌과 관련하여 우리 행동이 어떻게 수립되는 지를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안와 전두 영역은 여기에 관여합니다. 앞서 요약된 설명과 비교해보면 어떻게 부합하는지 알 수 있겠죠.


그런데 이 부분이 제 기능을 못하는 이들은 어떻게 될까요?

어떤 연구들에서 위의 '학습'과 '역학습' 과정을 유도하는 실험을 수행하였습니다. 그 결과 안와 전두 영역이 손상된 사람들은 손상되지 않은 일반인들과 비교해서, '학습'은 되지만 '역학습'이 되지 않음을 발견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우선하는 '보상'과 '처벌'의 관계성을 파악하기는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보상행동'이 더 큰 '처벌'을 유도함을 학습하지 못하고, 앞서 학습된 방식대로만 수행했다는 것입니다. 즉, 손실이 더 커질 것이 뻔한대도 즉각적인 보상에만 눈이 멀어서 충동적으로 행동하게 된다는 것이죠.

앞서 언급했듯이 안와 전두 영역은 보상 영역과 처벌 영역이 구분되어 있는데, 만약 각 영역에서 보상과 처벌의 크기를 적절하게 활성화시키지 못한다면, 즉각적 보상의 크기를 과대평가하거나 지연된 처벌의 크기를 과소평가하게 될 것이고, 의사결정에서 장기적으로 해가 되는 결정을 하게 될 것입니다. 안와 전두 피질 영역은 정서 처리에서 부적절한 양상이 발견된다고 하는데, 아마도 이와 관련된 것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장기적으로는 더 큰 해가되는 결과에 따른 행동을 수립하지 못하는 경우, 물질남용이나 충동조절장애 등에 노출되기 쉽게 되는 거죠. 보통 우리가 '충동적이다'라고 하는 사람들의 경우, 그것이 후에 더 큰 화가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즉각적인 보상을 추구하는 행동을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의사 결정은 반드시 게임중독이나 물질남용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적 관계 전부가 보상과 처벌이 즉각적이거나 지연된 방식으로 존재합니다. 만약 사회적으로 정서를 조절하는 부분에서 이상을 보이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사람 역시 안와 전두 영역과 관계된 결함이 존재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여전히 '그래서 어쩌라고'

근데 이런 fMRI 연구 결과를 공부할 때 생기는 의문이나, 일반인들 관점에서 이런 이야기를 뉴스로 봤을 때 갖는 난해함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또는 임상적으로는 뇌를 이렇게 쉽게 막 찍어서 확인을 해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설령 찍는다고 하더라도) 어떤 행동 문제가 있다고 해서 '뇌의 결함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을 해버린다면, 진단 이전에 심한 낙인을 찍는 느낌이 듭니다. 우리는 뇌를 상당히 기질적인 부분으로 귀속시키니까요.
(마치 '지능'처럼요)

SBS 보도를 보니
"인터넷을 많이 해서 뇌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 뇌의 결함 때문에 인터넷이나 마약 등에 쉽게 중독된다"

라고 언급했던데, 솔직히 이렇게 쉽게 단정지을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만약 그 게임 중독자가 고작 1-2년 정도 게임에 빠져서 중독이 되었다면 그럴 가능성이 높겠지만, 어린 시절부터 10년 이상 게임을 즐겨온 사람이라면 뇌 자체가 거기에 맞게 조직화되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렇게 보도하면 경각심을 가질 수 있고,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사람이 늘 수도 있긴 하지만, 오히려 게임 중독 청소년 본인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내가 게임중독인 것은 뇌가 그렇게 생긴 거구나. 그러면 게임중독 빠져나오려고 노력을 해봤자겠네..." 제 생각이 과연 설마와 오바일까요?

최소한 한 가지 다행인 점은, 뇌의 기능 결함들도 약물 뿐 아니라 심리치료를 통해 나아질 수 있다는 점 역시, fMRI 연구로 밝혀져 있다는 것입니다. 공포증 환자들이 이러한 대표적 예인데, 다음에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게임 중독 치료와 뇌 기능 영상은 아직 연구가 안된 걸로 알고 물질 남용은 제가 사실 잘 모릅니다.)


선정적인 보도에 대한 찐한 아쉬움

이번 연구에서, 뉴스의 보도는 "게임 중독 환자는 약물 중독 환자와 다름없다",  좀 더 내포한 의미를 캐보자면 다시 말해 '게임은 마약이나 다름없다', 이런 식으로 호도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대부분의 뉴스와 신문들이 즐겨하는, '감정적이고 선정적인' 소신보도의 전형이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대중들로부터 과학을 멀리하게 만들죠... (SBS 저녁 뉴스 보도는 좀 더 필요한 정보를 취재해서 보도한 느낌이었습니다만, 인터넷 뉴스는 정말...)

잘 기억나진 않지만 이전에 제가 봤던 뇌 영상 연구는 게임을 해서 얻는 이득들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닌텐도 DS가 워낙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과연 게임을 통해 치매를 예방할 수 있을까 했던 것들인데, 물론 확실한 결과가 나왔다면 이미 닌텐도에서 광고로 써먹었겠지만, 그런 정도의 결과까진 나오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게임이란 게(그외에 많은 여가나 취미, 기호들이) 반드시 장단점이 공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을 균형적으로 잡아주는 보도 자세가 좀 아쉽습니다.

제가 기사를 통해 추측해본 연구의 의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약물 남용에 비해 인터넷 중독이나 게임 중독은 아직 치료 방법이 정립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지만,  게임 중독 역시 약물 중독과 비슷한 치료 전략이 가능할 것이다.'


ps. 사실은 정말 하고 싶은 말

아마 오늘의 보도는 '게임을 즐겨하는 자녀를 둔 부모들'이 신경정신과에 애들을 데리고 발길을 돌리도록 하는 데 공헌을 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자녀들에게 게임을 멀리하라고 하기에 앞서서, 진학, 성적, 학교 생활, 학교 폭력, 따돌림 등 갖은 고위험군 스트레서에 노출되어 시달리는 청소년들에게 어떤 여가와 어떤 대안을 준비하고 있는지부터 이 사회에 묻고 싶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전부 뇌가 그렇게 생겨서 게임에 빠져있다고 저는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부모와 형제자매, 친구들로부터 관심과 애정을 많이 받는 청소년이 게임 중독에 빠지는 경우를 저는 본 적이 없거든요.

일상에 지장을 줄 정도로 게임 중독에 빠진 학생들은 대부분 부모나 친척으로부터 방치되고, 높은 학업적 기준에 좌절하고, 수줍음으로 교우관계를 회피하던 이였으며, 게임 중독이라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한 학생들이 게임으로 불안과 스트레스를 풀지 못했다면, 그들을 유혹하는 나쁜 길들이 더 많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Posted by feveriot
글이 한참이나 뜸한데
아마 앞으로도 한참동안은 쓰기 어렵겠지 해서 그냥 공지조로 이렇게 올립니다.
(근데 이렇게 쓰고 나면 꼭 또 쓸 일이 생기더라..)

최근 근황은 궁금하신 분은 없겠지만
논문 준비와 이런 저런 일로 바쁘달까요.
다시 말하자면 어딘가의 심리학과 학부생들을 설문으로 괴롭히고 있는 중이죠.

쓰겠다고 하고 정리하지 못한게 많은데
언젠가는 하겠지...라고 생각하는 중입니다. 언젠가는 하겠죠. 언젠가는!

그래도 항상 구글리더로 여러 블로그 분들 찾아뵙고 있으며
마음 내키는대로 댓글도 열심히 달고 있답니다.

그 와중에도 잠깐 PES2009의 레전드 모드에 잠깐 빠지기도 했습니다.
제 얼굴을 편집해서 넣는게 생각보다 재밌더군요. 놀고 있을 때가 아닌데...;;

아, 생생심리학의 블로거 소라양이 대학원 후배가 되었군요.
한마디로 미녀 블로거입니다. 춤도 잘 춥니다. ^^;


그럼 여유 생길 때 좋은 글로 (아마 논문 관련 내용이지 않을까 싶은데)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힘낼테니 방문해주시는 분들도 힘내세요!  ^^

Posted by feveriot
[psychology : taste/pathologic : clinical] - 로르샤흐 검사 오해 정리 및 정확하게 알기 (1)


조금 여유있게 글을 쓰고 싶었는데, 아침부터 로르샤흐 공개 뉴스가 네이버에 뜬 것을 본 이후로 상당히 흥분상태에 가까워서 뭔가 계속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전 글에서 이어서 계속해서 논란들을 좀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미 네이버나 다음, 구글 등으로 통해서도 상당부분 로르샤하 검사 카드들이 공개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하나 둘 씩 자기는 이러저러하게 보이니 뭔지 해석해달라, 식의 이야길 하는 얼라들이 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일단 검색되는 사진들을 얼른 전부 뒤엎어버리고 싶지만, 제가 어찌할 수 없으니 참 인터넷이 무섭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뭐든 공개되면 좋은 줄만 알았어요.

아무튼 현재 걱정스러운 것은 로르샤흐 검사가 인터넷에 난립하는 '심리테스트'나 '사이코패스 테스트'처럼 아무나 접해보고 자기는 뭘로 보인다, 뭐가 생각난다 이런 식으로 게시판에 글을 적고 알리는 행위가 늘어나고 있는 점입니다. 자기들이 그러고 싶어하는 걸 제가 말릴 수도 없는 법이니 그냥 차분하게 그런 짓이 얼마나 무의미한 지만 설명하겠습니다.

이미지를 몇 장 추가할까도 생각했는데, 아무리 인터넷에 널렸다고 해서 그걸 게시하는 건 역시나 미친 짓 같습니다. 가능하시면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검색이나 게시를 자제해주시길 부탁드릴 뿐입니다. 사실 저작권법 개정 때문에 사진 올리는 거 신중할 땐데... 위키가 뭐라 해도 아직 상품으로써 저작권이 분명히 존재하는 사진들입니다.

(로르샤흐 검사에 오염을 일으킬 수 있는 정보는 최대한 배제를 하는 한에서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Q: "저는 이 그림을 보고 이게 떠오릅니다. 이러면 무슨 성격인가효?"

이런 분들이 상당히 많아 보입니다. 외국 웹에서는 줄줄히 댓글 달아놓으며 장난치는 거 보고 기가 찼습니다. 근데 어느새 반나절만에 한국 웹에서도 상당히 많이 보이게 됐어요.

뭐 뉴스 보고 관심이 간거야 당연합니다. 역시나 조선일보 답게 아주 이야기를 호기심 당기게 써놨어요. 카드 공개 논란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떡하니 크게 사진도 박아놓는 역설적 모습을 보여주는 걸 보니 역시나 대한민국 1등 신문 조선일보 답더군요. (링크: 이 그림에서 뭐가 떠오르시나요?)

심리테스트나 혈액형 성격이 호기심 가는 것 다 이해합니다. 더구나 로르샤흐 검사처럼 뭔가 있어 보이는 검사에는 더더욱 그렇겠죠. 대부분의 검사는 안면타당도가 높습니다. 누구든지 자꾸 하다보면 뭘 검사하려고 하는지를 대충이라도 알 수 있게 되죠. 그렇지만 로르샤흐 검사는 안면타당도가 낮아요. 뭘 어떻게 재는 건지 참 알 수가 없습니다. 검사를 공부하는 입장이 아니라 단순히 받는 입장에서는 도무지 납득이 안될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단순히 로르샤흐 검사에 대한 이야길 접하고 그에 대한 흥미나 해석을 받고 싶은 욕구는 이해가 되요.

근데 이렇게 모두 볼 수 있게 인터넷에 떡하니 올려놓는 건 대체 무슨 이야길 듣고 싶은 건가요? '미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듣고 싶은 건지 '천재'라는 이야기가 듣고 싶은 건지?

잘못된 부분부터 지적하겠습니다. '연상'했다는 것 부터가 틀렸어요. 로르샤흐는 뭘 '떠올리게' 하거나 '연상'을 시키는 검사가 아닙니다.

단언하지만, 그런 식으로 인터넷에 어쩐다 저쩐다 아무리 보고해봤자 제대로 분석해 줄 수 있는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이런 저런 의미라며 해석해 줄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데, 아마도 제 생각엔 허풍쟁이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칭 정신분석가, 자칭 심리분석가, 자칭 독심술사 같은 사람들이 나서서 뭐라고 이야길 해댈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전문가라면 절대 그런 몰상식한 짓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검사를 아직 덜 깊게 배운 학부생들이 아는 체하려다가 무리하게 적용하지 않을까.. 그런 걱정은 좀 듭니다만.)

아마 사이코패스 테스트를 만들었다는 홉킨스 박사라면 아주 멋진 해석을 해주지 않을까 싶네요. '세상에서 2%의 사람만 이걸 사람으로 보는데 당신은 그렇게 이야기했으니 사이코패스다'식으로 말이죠. (쩝..농담이니 재미없어도 넘어가주세요.)


앞선 글 에서도 언급했지만, 영문 위키피디아에서 '이렇게 저렇게 라고 이야길 해야 정상이고 뭐라 이야길 하면 비정상이라 진단받는다'라는 이야기는 거의 허튼 소리에 가깝습니다. (한국 위키피디아는 정보가 간단하게 정리된 편이라서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림만 떡하니 올려둔 걸 보니 위키가 뭔가 작정하거나 홀린 것 같은 느낌이네요.)

또한 이렇게 저렇게 보고하면 성격적으로 어떤 의미를 뜻한다, 뭐 이런 식으로 설명해둔 블로그도 있긴 한데,  로르샤흐는 개인의 주관적 경험을 기준으로 결과를 해석하며 실제로는 매우 복잡한 체계를 거쳐야 개인에 적합한 해석을 할 수 있게 되므로 단순히 그런 포괄적인 설명으로는 개인에게는 거의 의미가 없습니다. A형이 이렇다 B형이 저렇다 식의 이야기와 별 다를 바가 없단 거죠.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로르샤흐가 그냥 단순한 그림 검사 같아 보이고, 정신분석에 심취한 심리학자에게 뭐가 보인다고 이야길 해주면 그 심리학자는 고민을 하면서, '그건 당신의 정신이 어쩌고 무의식이 어쩌고 리비도가 저꺼고 이런 상징을 말합니다'라고 말해줄 것 같은 고정관념이 있을 수 있겠죠... 물론 아주 옛날에 그런 방식으로 사용된 적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앞선 글 참조)

그렇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아요. 앞선 글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로르샤흐 검사는 중간에 검사체계의 혁신을 거쳤습니다. 현재 로르샤흐 검사자들은 표준화된 절차를 밟아 시행된 검사에 대해서 복잡한 기호화 체계와 채점 계산 체계를 거쳐서야 겨우겨우 해석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대학원 수준에서 전문적으로 심리학과 심리평가를 전반적으로 공부 한 학생이 아니라면 해석은 커녕 사용되는 언어나 원리를 이해하는 것조차 어렵습니다. 임상가들이 풀배터리 검사 후 결과보고서를 쓸 때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게 아마도 로르샤흐 검사일 겁니다.

그만큼 전문가들도 어렵고, 공을 들이고, 조심스럽게 해석하는 검사입니다. 타당도나 신뢰도에 대한 논란이 있기 때문에 그만큼 임상가들도 충분히 주의하면서 더 조심스럽게 행하려고 하죠. 해석자가 자칫 잘못하면 검사를 수행한 고객에 대한 상당한 오해를 가중시킬 수도 있으니까요.

단순하게 결론을 말씀 드릴게요. 로르샤흐는 아무리 허투로라도 인터넷에서 그림 좀 보고 뭐라 이야기했다고 해서 결과를 해석해 줄 수 있는 검사가 아닙니다. 아마 그건 결과라고 이야기할 수도 없을 겁니다. 검사를 정식 절차를 밟아서 시행했을 때도 의미있게 해석할 수 없는 '무효 프로토콜'의 경우가 생기는데 하물며 이런 식으로는... 한 마디로 인터넷에 올려놓는 걸로는 해석이 불가능하고, 행여 해석해주는 이가 있어도 대체로 허풍쟁이일 것이라는 결론입니다.



Q : "뭐 올려두면 누가 해석해줄 수도 있을텐데, 올려두면 뭐 어때요?"

어떤 생각을 하든 자기 마음이고 자기가 올리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그렇지만 저는 가끔 보면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MBTI나 MMPI자료를 올려놓는 사람도 봤는데 솔직히 저는 그 사람들이 노출증이 있지 않나 싶었습니다.

물론 저희들도 검사 공부를 하거나 재미삼아 서로 MBTI가 무슨 유형인지 알아보기도 하고, MMPI 프로파일이 어떤지 비교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저희는 일반인의 경우와는 좀 다르죠. 검사나 결과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알게 되고 또 어찌보면 많이 알아야 되는 입장이니까요.

그렇지만 공공연하게 프로파일이나 검사결과를 올려놓는 것은 글쎄요... 보통 사람이라면 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알아주길 바라는 건가요?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 "A형 여자는요..."라는  글들을 열심히 스크랩하는 사람들 처럼?

혈액형 심리학은 어차피 타당도가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접근하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MBTI나 MMPI 결과를 비롯한 심리검사 결과는 본인이 검사를 해서 도출된 결과이기 때문에 결과 프로파일은 전적으로 자기 자신의 어떤 사적인 부분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되는 겁니다. 설령 대충했다거나, 거짓으로 했다고 해도 말이죠.

주민등록번호나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생일, 가족, 인간 관계, 성격. 누구에게 쉽게 알려주려 하나요? 보통은 쉽게 알려주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전부 중요한 개인의 사적 정보들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자신의 검사 결과는 자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지 마음껏 올려놓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볼 때마다 너무 안타깝습니다.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되어서 중국에서 보이스피싱에 남용되는 것처럼, 검사 결과도 하나의 개인 정보로써 그걸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징 사람들이 보면 쉽게 이용당할 수 있습니다. 주의가 필요한 일입니다.

로르샤흐도 마찬가지입니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기본적으로 그런 식의 반응으로는 정식 해석 체계의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 불충분하고 타당하지 못한 결과 프로토콜이기 때문에 해석을 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나 Exner 체계의 해석은 일정한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 경우 검사결과의 해석 자체를 하질 않습니다. 하지만 정식 절차에 따라 해석 될 수 없다고 해서 그것들이 개인 프라이버시에 포함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로르샤흐 카드는 개인 고유의 주관적 경험을 이끌어 내는 것이 목적이므로, 다시 말해서 로르샤흐 그림을 보고 만들어 낸 어떤 언급조차도 이미 개인 고유의 프라이버시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니홈피나 블로그, 카페에 자기 반응를 적어서 공개해놓은 사람들은, 결국 해석하기에 불충분해서 누구도 해석해주지 못할 텐데, 괜히 개인 프라이버시만 공개하는 꼴이 되는 겁니다.

제대로 된 검사를 받을 경우, 검사에 대한 반응들은 남들과 공유할 만한 게 절대 아닙니다. 아무리 친하고 가까운 사람이라고 하더라도요. 때문에 심리학자들의 윤리강령에도 내담자와 내담자의 정보에 대한 비밀 유지가 포함되어 있는 거구요. 그런 걸 인터넷 상에 올려두는 게 어떤 의미인지 좀 더 생각을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로르샤흐 검사는 인터넷에 널린 재미로 하는 심리테스트가 아니니까요.
Posted by feveriot
리나라는 오늘에서야 네이버에 뜨면서 이슈가 되었기에 아직 큰 논란이 일어나진 않았습니다만, 외국에서는 이미 상당한 논란과 함께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부터 위키의 카드 공개와 관련된 글을 쓴 외국 웹을 검색해본 결과 여기에 관한 사람들의 반응을 대충이나마 몇 가지로 나눠볼 수 있었습니다.

1) 로르샤흐 검사 자체에 대한 회의론자들
2) 로르샤흐에 대해 잘 모르면서 아는 체하고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이들 (주로 찌질이들)
3) 자기는 이렇게 저렇게 보인다면서 어떻게 해석되냐고 물어보는 사람들
4) 카드 공개에 대해서 걱정하는 사람들 (주로 심리학자들)

일반인들도 상당히 호기심이 이는 뉴스거리인데, 현재 외국 웹에서는 무분별하게 거짓되고 왜곡된 정보가 돌아다니는 것 같아서, 저라도 이번 사안에 대해서 일반인들이 가능한한 이해하기 쉽고 간단하게 정리 해보겠습니다.

(미국에서는 로르샤흐를 로어셰크란 발음으로 읽습니다.
네, 와치맨의 로어셰크란 캐릭터 자체가 로르샤흐 검사를 패러디한 겁니다.)


Q: 로르샤흐 검사는 무엇이고 어떻게 발전했나? 과연 믿을만한 검사인가?

20세기 초에 유행했던 데칼 꼬마니를 이용해서 스위스의 헤르만 로르샤흐란 인지심리학자가 만든 잉크반점 검사입니다. 로르샤흐 검사는 여러가지 굴곡의 역사가 많은 검사입니다.

로르샤흐는 처음에 정신분열병 환자들이 잉크반점의 영역을 보고 특이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발견하고 검사를 개발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리 선호되는 검사가 아니었습니다. 때문에 어떤 출판사도 출판을 해주려 하지 않다가 작은 출판사에서 출판을 해주기로 했는데, 로르샤흐 본인이 제대로 된 연구도 없이 일찍 사망해버린 데다가 출판사가 망한 탓에 출판사 창고에 그대로 쭈욱 잠들어 있게 됩니다. 그러다가 독일의 대형 출판사가 망한 출판사를 인수하면서 다시 빛을 보게 된 것입니다. (그 출판사가 현재 위키에 저작권 고소를 한 호그레페 후버 출판사입니다. 여전히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 정신분석학이 한창 인기던 미국에서, 스위스에 다녀온 한 학자가 로르샤흐 검사를 정신분석적 검사 용도로 미국에 도입하기로 합니다. 당시 미국은 유럽 못지 않게 정신분석학 상담이 대세를 이루었기에 로르샤흐 검사 역시 빠르게 퍼지며 유행하게 됩니다. 약간 신비한 듯 하면서 안면 타당도가 높지 않은 검사였기에 정신분석 학자들이 투사검사로 선호할 만했을 겁니다.

그렇지만 점차 정신분석에 대한 논란과 반감이 증가하면서, 이와 동시에 로르샤흐 검사에 대한 비판 역시 제기됩니다. 검사자마다 통일되어 있지 않고 제각각인 시행 절차, 거의 무용지물인 채점 절차, '보고한 내용'이 정신분석적 성적 상징들로 해석되어 정신분석적 이론에 입각해 되는데로 이야길 늘어놓는 해석 절차, 규준의 부재와 타당도의 의심 등 심각한 결함들로 인해, 상당한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고 일부 심리학자들은 로르샤흐 검사를 공공연하게 쓰레기 취급하기도 했습니다. 최면, 강령술, 꿈의 분석 등과 함께 유사심리학으로 취급하며 정신분석을 배척할 때 같이 몰아내버리려 했던 거죠.

> 로르샤흐 검사를 대표로 해서 일반인들에게 심리검사에 대한 고정관념적 인상이 결정된 것은 이때 입니다. 한 때 인기가 있었기에 로르샤흐 검사는 TV에도 나오는 등 유명세를 떨쳤습니다. 사람들은 로르샤흐 검사를 '신비하고' '겉보기에 알 수 없으며'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보게 되고, 정신분석과 동일 선상에 놓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 정신분석이 심리학 역사의 뒷길로 내몰리면서 로르샤흐 검사 역시 쇠퇴하게 됩니다. 결국 임상가들도 점차 로르샤흐 검사를 사용하지 않게 되었으며 대신 객관적 검사를 대표하는 MMPI가 그 위치를 차지하게 됩니다.


아마도 쭈욱 그렇게 되었으면 아마 로르샤흐 검사는 정신분석과 같이 이름값만 남은 존재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Exner라는 심리학자가 로르샤흐 검사를 살리기 위해 대대적인 경험적 연구를 시행합니다. Exner는 정신분석적 이론에 입각한 검사의 시행과 해석을 최대한 배제하고, 경험적 연구에 근거해서 시행 절차와 채점 절차, 해석 절차를 정립하고 이를 발표합니다. 이전에 정신분석적 용도로 로르샤흐 검사를 사용하던 이들이 반발을 했지만, 그들과 달리 Exner는 연구한 데이터를 근거로 들이대기에 모두가 수긍하고 따라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Exner 종합체계'라는 것을 만들었고 현재의 로르샤흐 검사는 대부분 이것을 따라 시행하고, 채점되고, 해석되는 절차를 따르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계속된 경험적 연구와 수정으로 이전엔 정신분석적 상징의 근거 도구 정도로 밖에 사용되지 않았던 로르샤흐 검사를 MMPI와 함께 대표적인 성격검사 도구로 발전시킵니다.

미국에서는 한때 정신분석이 유행일 때는 로르샤흐 검사가 임상가들이 가장 즐겨 사용하는 검사 도구이기도 했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쇠퇴하고 난 뒤에는 선호 순위 20위 밖으로 밀려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차츰 순위를 회복해서 최근에는 8위 정도에 위치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1위는 MMPI-2). 검사에 대한 수많은 논란과 오해가 함께 해 왔으며, 무엇보다 다른 객관식 검사와 달리 임상가들이 시행하기에도 매우 오랜 시간과 큰 노력이 소모되는 것을 감안할 때, 상당히 높은 순위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Q: 심리학자들은 왜 이리 과민반응하는가?

심리학자들의 윤리강령에 검사도구에 대한 비밀을 유지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로르샤하 뿐만이 아니라 모든 검사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것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심리학자들이 무슨 비밀결사대도 아닌데 무슨 대단한 비밀이라고 이런 강령을 지키려고 할까요? 누구 말처럼 심리학자들이 검사를 '부두교 주문'처럼 지키려고 하는 걸까요?

사실 공부하면 다 알 수 있는 내용이니 완전한 비밀은 아닙니다. 어차피 심리학과 학부생들은 심리검사나 평가 수업을 듣게 되므로 수 많은 학생들이 심리검사의 과정이나 절차를 학습합니다.

그렇지만 심리학과 학생들은 검사의 이론적 원리나 해석의 절차에 관해서 배경 지식이 있는 상태이며, 발생할 수 있는 오해의 대부분 공부하는 과정에서 줄일 수 있습니다. 사실 저만 해도 배우기 전만 해도 로르샤흐 검사는 정신분석적 이론에 기반을 둔, 타로 카드와 별 다르지 않은 미신적 검사라고 생각했을 정도니까요. 물론 공부를 하더라도 각각의 선호나 취향은 남겠지만, 제가 가지고 있던 선입견과 같은 기본적 오해들은 씻겨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이와 달리 일반인들은 오해가 생기기도 쉽고 이를 해결하기도 어렵습니다. 더욱이 그게 본인이나 주변인에게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학부생들은 심리검사를 배우기 전에 미리 검사를 받아 보도록 권유받습니다. 왜냐면 검사의 과정이나 절차를 알아버리면 개인의 인지가 거기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위키에 이 정보를 공개했다고 하는 제임스 하일먼이라는 사람은 "시력 측정도구로 가장 유명한 스넬렌(Snellen) 시력검사표의 글자들도 모두 위키피디아에 공개돼 있다"하며 시력 측정자가 시력 검사표의 글자를 사전에 외우지 않듯이, 성격검사를 받고 싶은 사람은 로르샤흐 얼룩을 미리 보지 않으리라는 논리를 폈다."라고 합니다. (조선일보 인용)

같은 논리로 이 사람의 주장을 비판해 보겠습니다. 시력을 측정하려는 사람이 시력 검사표 글자를 사전에 외울 만한 필요나 동기가 있다면 외우려 하지 않겠습니까? 시력이 낮으면 입시나 취업에 손해를 받는다건가 하는 경우처럼요. 그럼 그 사람은 당연히 슬쩍 시력 검사표를 보고 외워서 둘러대겠죠. 또한 우연히라도 미리 검사표를 보게 된다면, 예를 들어 안경을 쓴 상태에서 검사를 하고 이후에 안경을 벗고 시력 검사를 한다면, 그게 제대로 된 시력 검사일까요? 결국 시력검사조차도 선행된 정보에 쉽게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동기만 충분하다면 결과가 오염될 가능성은 풍부하다는 거죠.

무엇보다 다른 무엇보다 로르샤흐 검사는 '개인의 주관적 경험'을 파악하기 위해 마련된 검사이기 때문에, 타인들이 보고하는 내용이나 반응하는 방식 등을 미리 알게 된다던가 하는 경우, 그만큼 오염되는 부분이 커지게 되고 개인의 정보를 타당하게 파악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시력이 나쁜 사람이 시력이 좋게 나오게 되면, 결국 그건 누구에게 안좋은 일입니까? 다른 동기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거짓을 말한 자기 자신에게 부정직한 일이자 검사를 시행한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게되어 좋지 않은 일입니다.

이처럼 검사가 사전에 노출되게 되면 검사를 가지고 개인의 심리적 정보를 파악하려는 심리학자들에게 큰 리스크를 가중시킵니다. 검사를 통한 성격 파악 자체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닐진데 거기에 검사 왜곡의 가능성을 높힌다면 당연히 결과 해석이 더 어려워지는 거죠. 이는 검사를 받는 사람들에게도 바람직한 결과가 아닌 것이죠. 잠재적으로 어떤 목적으로 검사를 받을 지 모른 상황에서 인터넷을 통해서 부정확한 검사 정보가 남용되어서는 결국 개인들 모두에게 손해입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아마 심리학자들도 무언가 방도를 생각하긴 해야할 것 같습니다.)



Q: 위키피디아의 정보 공개, 무엇이 문제인가?!

일부에서는 여전히 자기 나름의 해석 방식이나 정신분석적 해석 방식을 유지하기도 합니다. Exner 체계를 따르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죠. 검사의 채점과정보다 보고한 반응의 내용에 중심을 두고 해석하는 방식이죠. 마치 '굴뚝이나 솟대'는 남자 성기를 상징하고 '동굴'은 여자 성기를 상징한다고 해석하는 정신분석적 해석과 같습니다(아주 극단적이고 나이브한 해석 예죠. 실제로 이렇게 하진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그리고 현재 위키에서 '로르샤흐 검사 정답 반응'이라고 올라온 내용이 거의 이러한 방식으로 해석하는 것을 두고 이야기되는 것입니다. 결국 위키에 올라온 내용은 60년대 수준의 해석 방식이란 것입니다. 거의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심리테스트나 사이코패스 테스트에 가까운 유치한 수준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설명을 하고 있어서 거의  '도시괴담'에 가까운 내용입니다.

또한 위키의 정답으로 제시된 것들은 대중적 반응을 이야기하며 정상 비정상이 나눠진다고 이야기 하는데, 당연하지만 이것만 가지고 정상 비정상을 나누지 않습니다. 혈액형처럼 사람 성격이 그렇게 쉽고 확실하게 구분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은, 실제 새상이 그렇질 않잖아요? Exner 체계에서는 복잡하되 체계화된 방식으로 로르샤흐 검사를 개선시켰습니다. 복합적인 성격 양상을 검사를 통해 반영하려고 했기 때문에 쉽게 해석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습니다!

로르샤흐 검사는 매우 복잡한 기호화 절차 및 채점 및 계산 절차, 계열적 해석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시간도 오래걸리고 상당히 피곤한 절차지만 최소한 이 방식이 위에서 제시된 것과 같은 방식보다는 훨씬 의미있는 정보를 주기 때문이죠.(유능하고 경험많은 임상가들은 당연히 초보자들보다는 더 능숙하게 하겠지만요)

검사를 가지고 진단이 결정되는 것처럼 설명한 것도 위키의 문제입니다. 물론 어떤 수준낮은 검사자들은 MBTI만 가지고도 성격을 규정짓기도 하고 MMPI만 가지고도 진단을 확정하기도 합니다. 그건 그 검사자들의 질이 떨어지는 문제이지 검사가 가진 문제가 아니죠.
 

그렇지만 일부에서는 이런 이유(하나의 검사가 완전하지 않다는 점) 때문에 심리검사들에 대해서 적대감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때문에 심리검사들을 무용지물로 만들려는 목적으로 전형화된 반응 정답들을 외워서 검사를 받겠다는 사람들이 있는거죠. 저는 이게 다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심리검사 하나 가지고 진단이 결정될 리가 없습니다.

또한 검사만 가지고 진단이 결정되지도 않구요. 
보통 검사는 하나만 시행되기보단 풀배터리로 시행됩니다. 풀배터리를 시행하고, 거기에 면담까지 진행하는 이유는 모두 임상가들이 기본적으로 하나의 검사 결과에 대해서 보수적이고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예전에는 오해했었기에 그런 관점을 이해하기 때문에, 오히려 분명하게 말씀드립니다.
사람들의 오해와 달리, 로르샤흐 검사는 매우 상식적인 검사입니다.

또 이어서 쓰도록 하겠습니다.



Posted by feveri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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